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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증적 변화에 익숙해진다는 것

존 그루버가 애플 워치 발매 1년을 맞아서 포스트를 썼습니다만, 애플이 잘하는 것은 점증적 변화이고 그것이 애플의 장기라고 합니다. 사실 아이폰 6s 플러스를 아주 뒤늦게 사서 느끼는 것은 제 일상 생활에서 전화기가 얼마나 많은 면을 차지하느냐와, 그것이 나아지면 얼마나 삶의 질이 달라지느냐인것 같습니다. 물론 맥이 고장나고 피신하고 있는 컴퓨터는 아이폰 6 플러스하고는 비교가 안되도록 느리고 태블릿인 아이패드 역시 훨씬 오래된 녀석이지만 버벅이는 전화기에 비할바가 아니더군요. 전화기가 버벅이는데는 별도의 이유가 있었지만 말입니다.

아이폰 6s 플러스의 가장 핵심적인 변화 중 하나인 3D Touch(3D 터치), 혹자는 무슨 필요가 있는 기능인지 모르겠다(심지어 가장 큰 혜택이 커서 이동 아니냐고도)고 하시는 분이 계신데 사실 저로써는 이제 이것을 지원하지 않는 앱과 하는 앱의 차이가 매우 크게 느껴지고 하는 앱을 쓰다보면 3D Touch가 없는 아이폰 6 플러스를 쓸 때 매우 갑갑하게 여겨집니다. 사진이나 사이트를 잠시 엿보다가 폭!하고 확대해서 보거나, 트위터에서 프로필 등을 픽하고 엿보다가 폭하고 확대해볼 수 있고. 메일도 비슷합니다. 홈스크린에서 단축버튼이 생긴 것은 말할 나위도 없겠지요. 얼핏보면 자주 쓰는 몇몇 기능을 재빠르게 접근하는 기능으로 단순히 앱 실행해서 바로 들어갈 수 있는거 아니냐 싶으실 수 있지만 기계가 빨라진 측면도 있고 앱의 시작부터 그 기능을 켜면서 시작하는건 커다란 차이가 있더라구요. 사전 앱에서 검색창을 부르거나 검색 기록, 혹은 클립보드에 복사한 단어를 검색한다거나 트윗봇에서는 마지막으로 온 멘션이나 메시지에 버튼 한번으로 답장할 수 있고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을 바로 트윗가능하지요. 아주 편합니다. 없으면 곤란해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할 정도입니다. 6s에서 이렇게 변했다면 7은 어떻게 변할까? 하고 말이죠. 항간의 소문에서는 이어폰잭을 없앤다는 소리가 있습니다. 사실 이어폰 선에 끌려서 전화기 떨궈먹을 뻔 한적이 여럿있어서 비싼 이어폰을 여러개 가지고 있지만서도 무선에 솔깃하긴 한데 말이죠. 사실 그것과는 별개로 방수를 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속에 잠기어도 괜찮은 갤럭시S7 (IP68) 수준은 아니더라도 물이 닿아도 괜찮은 애플워치(IP65) 수준만큼이라도 되면 좋겠네요. 지금은 흰색(로즈 골드) 전화기는 방수가 안됨, 검정색 전화기는 방수가 됨. 머리에 두들겨서 입력하는 중입니다. 방수가 된다면 이어폰을 쓸때 잭을 연결하는것 마저도 참을 수 있습니다. 

클라우드 시대

요즘 정신이 없습니다. 정말 느지막히 애플 워치를 산데 이어서 정말 느지막하게 아이폰 6s 플러스(iPhone 6s Plus)를 구입했습니다. 6 플러스는 연말에 구입했는데 6s 플러스는 3월에 구입을 했군요. 이런식이 되면 다음 기종은 내년 6월에 구입하겠습니다(웃음). 이 점에 대해서는 뭐 개인적인 사정이 이래저래 실타래같이 엉켜있지만, 어찌됐든 매년 나오는 아이폰을 빼놓지 않고 살 수 있다는게 어디냐 하면서 위안을 하려고 합니다. 게다가 앞으로 아이패드다 맥이다 돈 들어갈 구석이 산 같이 있으니까요. 사실 지금은 맥을 사용할 수 없는게 매우 짜증나는 상황입니다, 윈도우 컴퓨터가 데스크톱과 노트북 한 대씩 있지만 구입한지 5~6년 되서 속도가 아주 가관이거든요. 게다가 맥과 윈도우는 스크롤 방향마저 반대입니다. 마치 왼쪽 핸들 차를 몰다가 오른쪽 핸들 차를 모는 나라로 이사한 느낌 같습니다. 사실 제가 아이폰을 늘 늦게 사는 까닭은 다름이 아니라 통신사 할부가 아니라 애플스토어를 통해서 사기 때문입니다. 1 꽤 여러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애플 제품은 어지간한 경우 그냥 애플스토어에서 삽니다. 컴퓨터가 안되서 짜증을 내면서도 아이폰을 먼저 산 것은 팀 쿡이 FBI의 요청을 거절하며 쓴 공개 편지에서 언급한 대로 삶에서 가장 필수적인 물건 중 하나이기 때문("Smartphones, led by iPhone, have become an essential part of our lives.") 입니다. 뭐 한 마디로 말해서 스마트폰은 디지털 시대에 있어서 칫솔과 같다는 얘기죠. 세면도구를 가지고 다닐 때 칫솔이 빠지지 않고, (스마트폰을 그럴 수는 없지만) 칫솔이 떨어지면 안되도록 여벌을 챙겨두거나 헤지면 바로바로 사는 것과 같은 겁니다.

사실은 그 이전에 곡절이 있었는데 6 플러스가 엄청 버벅이고 배터리를 게걸스럽게 먹는 겁니다. 애플의 엔지니어도 일이 있어서 들렀던 서비스 센터의 엔지니어도 '그냥 복원(OS 재설치)을 하시고 새로 시작하시는게 좋겠다'라는 소리를 했습니다만, 사실 90GB의 데이터와 더불어서 현재 맥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태라 아이튠스에 있는 음악을 듣기가 매우 어려워 질것을 핑계로 질질 끌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기계가 고장나서 리퍼를 받게 되어서 강제로 초기화 당했습니다. (웃음)

뭐 여기까지 긴 헛소리는 배경 상황이고 실제로 제가 하려는 말은 따로 있습니다. 전화기를 새로 갈아 엎은게 몇 년만인데, 의외로 모두가 생각하듯이 '최종 수단'입니다만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는걸 알게 됐습니다. 사진은 아이클라우드(iCloud)와 구글 포토(Google Photo), 그리고 드롭박스(Dropbox)에 각각 보관되어 있었거니와 음악도 애플뮤직과 아이튠즈 매치 덕택에 아주 못듣는건 아니었습니다2. 메모나 할 일 목록 기타 등등 컨텐츠는 로그인만 하면 바로 꺼내올 수 있었고 북마크 등도 클라우드에 다 보관되어 있었죠. Marco Arment의 팟캐스트 어플 Overcast는 새 기계에서 탭 한번으로 모든 목록을 불러왔고, 심지어는 전의 기기에서 듣다 만 지점까지도 기억하고 있었죠. 어쨌든 새 기계로의 전환은 생각보다 통증이 없었습니다. 지금 쓰는 아이폰은 아직 아이폰 6 플러스입니다만 이것도 아이폰 6s에서 아이클라우드에 해둔 백업에서 이어온 겁니다. 3

그야 말로 클라우드의 시대입니다. 예전에는 단말기에 저장하는 것이 당연했고 단말기가 (어떤 이유로든) 초기화 되거나 접근할 수 없으면, 백업에서 출발하지 않는 이상 데이터는 끝!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이건 이제 전시대적인 얘기가 된 것 같습니다. 의외로 정말 많은 것을 단말기가 아니라 클라우드에 저장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16GB 아이폰을 쓰는 용기있는 행동은 저는 못할 겁니다. '새로 시작한' 단말기에서도 벌써 40GB쯤을 사용하고 있으니까 말이죠. 128GB 모델의 리퍼비시 제품을 센터에서 개봉 할 때, 이 녀석을 뜯는 것은 정말 오랜간만이라고 엔지니어가 말할 정도로 사용자가 드문 모양입니다만(사실 128GB 모델의 무식한 값이 아이폰 구입을 늦추는 요인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4

전에 쓰던 (고장난) 맥북프로에는 예전까지 다운로드 받아두었던 앱들의 사본들이 몇십 기가 쯤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앱 슬라이싱이다 해서 자기 단말기에 맞는 녀석만 다운로드 받으니까 복원을 받을때도 로컬에서 복사하는게 아니라 클라우드에서 자기 단말기에 맞는 버전을 받는 방식으로 바뀌었지요. 전화기를 앱으로만 수 십 기가 채울 수 있습니다만 그 앱도 결국 클라우드를 거치는 셈입니다.

래리 앨리슨이 오늘날로 치면 씬 클라이언트라고 할 수 있는 네트워크 컴퓨터(NC)를 주창했을 때만 하더라도 특히 MS가 많이 조소했습니다만5, 한편 빌 게이츠는 미래로 가는 길이라는 책에서 모든 사람들이 손 안에 들어가는 정보 단말을 가질 것이라고 예측했었습니다. 실제로 모두가 손 안에 들어가는 정보 단말을 가지게 됐어요. 그게 그 예측을 할 때 주류로 사용되던 PC보다도 훨씬 고성능의 기기이며, 무엇보다 그 대부분이 MS의 운영체제(와 서비스)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까진 예측하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초고속 인터넷이 깔리고, 무선랜이 깔리고, 이동통신망의 속도가 나날이 빨라지면서 우리는 항상 연결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덜 보게 만들어준다는 스마트 워치 조차도 결국 우리를 인터넷의 각종 어플리케이션과 서비스에 묶어두는 툴로 스마트폰의 연장이지요. 극장에서 스마트폰 대신 시계를 보는 것과 비유가 될까요? 이거나 저거나죠.6 우리의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하는 것은 점점 부질없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그건 어디에나 있으니까요. 마음만 먹는다면.7

  1. 이건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6s 플러스가 LTE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집 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미친듯이 LTE와 3G를 왔다갔다 했죠. 아마 '그러시군요, 교환품을 준비해 드리겠습니다'라는 애플 스토어의 정책이 아니었다면 센터를 들려서 점검을 돌리고 이러쿵저러쿵 한뒤에 대리점에서 또 이러쿵저러쿵 한 끝에야 새 제품을 뜯을 수 있었을 겁니다. ↩︎
  2. 이건 언젠가 한번 따로 얘기 좀 해야겠습니다. 이게 의외로 iOS 사용자들의 가장 짜증나는 점인 '음악을 넣기 위해서는 아이튠즈를 통해 동기화 해야 한다'는 고통을 경감시켜 주거든요. ↩︎
  3. 암호나 인증 정보등을 저장하는 키체인을 남기기 위해서는 암호화된 백업을 해야 합니다. 아이클라우드 백업도, 아이튠스를 통한 암호화 된 백업도 암호화 되는 백업인 것은 같지만, 기기를 옮기게 되면 아이클라우드는 키체인을 옮기지는 않습니다. ↩︎
  4. 사실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보는게 64GB라는 사실 말고도 일본의 휴대폰 판매 차트를 보면 (단말기 보조금 규제가 시행되기 전까지는) 늘 최상위에 있는 모델은 아이폰 현행 모델의 64GB 모델이고, 128GB 모델은 심지어 16GB 모델보다도 인기가 없습니다. ↩︎
  5. 한대라도 더 많은 컴퓨터에 윈도우와 오피스를 깔기 위해 핏발이 서던 MS가 iOS와 안드로이드에 오피스를 넣고, 윈도우에 리눅스를 집어넣는걸 보고 참 세월이 무상하다 싶었습니다. ↩︎
  6. 그래서 저는 필요할 경우 워치도 에어플레인 모드에 놓습니다. ↩︎
  7. 샌버너디노 총격사건 때 범인은 아이클라우드 백업을 삭제했고, 애플은 아이폰의 잠금을 풀어줄 수는 없다고 버텼지만, 가지고 있는 아이클라우드 데이터를 FBI에 넘겼습니다. 굳이 이 사례를 떠나서 클라우드를 믿지 않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고 생각합니다. 클라우드의 신뢰성에 여전히 의문을 가진 분도 많구요. 그러니 마음 먹기 달린겁니다. ↩︎

스큐어모피즘에 대한 단상에 대한 초기 반응 소개

스큐어 모피즘에 대해서 오늘 아침에 쓴 글이 트위터에 발행이 되자 좋은 의견이 여럿 달렸기에 여기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한편, 이런 기술적인 측면에서 의견도 있었습니다.

정리를 해보면 기술이 더 발전 한다면 돌아올지 모르지만, 적어도 현 시점에 있어서는, 스큐어모피즘으로써의 전환은 시대의 필요에 의한 선택이었다는게 결론인 것 같습니다. 이건 덤으로.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신: 의견은 계속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제든 부담없이 의견 주십시오.

(철 지난) 스큐어모피즘 단상

iPhone 5 with iOS 6, Matthew Pierce / Used under CC-BY 2.0 License

iPhone 5 with iOS 6, Matthew Pierce / Used under CC-BY 2.0 License

별 다른 이변이 없다면 올해에는 iOS 10이 나올 것이다. 스캇 포스탈(Scott Forstall)이 관두고 스큐어모피즘(Skeuomorphism)이 애플의 제품에서 차례차례 잘려나간게 2012년 부터 일거다. 최소한 3~4년은 됐다는 얘기다. 처음과는 달리 이 문제에 대해서 이제 논의를 하는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다들 익숙해진 것인지, 아니면 체념한 것인지 모르겠다. 오늘 아침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철 지난 화제를 얘기해야 할 것 같다.

기존의 애플 제품에서 스큐어모피즘은 단순히 사물을 닮는 것 이상의 의의가 있었다. 오늘 아침, 세면대에서 세수와 면도를 하기 위해 안경을 벗고 서있다가 충전 독에 있는 애플 워치가 울려서 어떤 버튼을 눌러서 알람을 껐는데, 안경을 쓰지 않으니 일단 검정색의 버튼을 눌렀는데, 그게 ‘지금은 곤란하다’ 스누즈인가 아니면 아예 알람을 끈건가 가물가물하다. 덕분에 나는 그냥 잊어버리지 않고 약을 먹도록 약을 먹고 돌아와서 마저 세수와 면도를 마쳤다.

물론 4년이나 쓰다보니 익숙해졌지만, 스큐어모피즘 시절의 디자인에서는 그냥 보기만 해도 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달력은 달력 모양, 전화는 전화 모양, 메모는 메모 모양이었고, 북마크는 책모양이었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지금와서 예전 버전의 화면을 보면 구세대적이고 지저분하고, 한마디로 한물간 모양이다. 사실 많이들 변했잖는가, 구글도 머티리얼 디자인으로 돌아섰고, MS도 윈도우의 디자인에서 플랫한 디자인(마름모꼴 윈도우 로고가 대표적인 상징이라고 본다)을 도입했다.

조니 아이브의 (이제는 몇년 되서 형용 모순적이지만) 새로운 디자인은 아름답다. 그러나 때로는 어렵다. 안경을 벗은 상태라던가, 아니면 예전에 엄마에게 아이패드를 준적이 있는데, 지금은 돌려받았지만 아마 다시 최근 버전의 iOS가 깔린 아이패드를 드린다면 아마 엄마도 해맬 것이고 나도 설명하는데 난이도가 훨씬 오를 것이다(가르쳐 드리기 쉽다는 이유로 나는 안드로이드 전화기를 굳이 고집하는 어머니에게 그럴거라면 내가 쓰는 것과 같은걸로 하라고 말했었다). 사각형 위에 화살표가 있는 것을 눌러 뭔가 추가하거나 공유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그다지 직관적이지’ 않다. 뭐 나름 생각이 있는 디자인이지만 유추가 필요하다. 적응은 나도 그렇고 아마 당신도 했을 테고.

뭐 이제와서 스큐어모피즘이 어쩌고 저쩌고 할 생각은 없다. 솔직히 이미 늦었다. 얘기했지만 우리 모두 이미 ‘학습’해서 뭐가 뭔지 알고 있고, 다시 얘기하지만 다른 회사들도 스큐어모피즘은 안쓴다. 하지만 뭔가 세세한 조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스마트폰을 안쓰는 사람이 점점 드물어지는 세상에 굳이 아날로그적인 사물에 비유를 할 필요가 없어지고는 있지만, 그런 부분을 ‘직관적으로’ 조작 할 수 있는게 내가 좋아하는 애플이다. 아마 당신도 그럴테고.

추신 : 이 글은 OmniOutliner로 오늘 아침에 세안을 마치고 나서 순식간에 조각을 찍어낸 뒤, 워드프레스 CMS에서 찍어낸 조각을 조립하고 살만 붙인 것이다. 순식간에 글이 하나 만들어졌다. 내가 왜 이 앱을 이제서야 썼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언젠가 따로 얘기하도록 하겠지만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지금 바로 한번 살펴보시기 바란다.

애플과 법무부의 전쟁, 그리고 우리나라

애플이 법무부와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가디언이 잘 정리했습니다). 작년 있었던 샌 버나디노 총격 테러 사건의 용의자가 가지고 있던 아이폰 5c가 모든 문제의 시작입니다. 그는 클라우드에 백업을 중단했습니다. iOS는 8.0 이후 기본적으로 암호로 장비를 암호화했고, 5s 이후로는 하드웨어 차원에서 보안이 강화됐습니다. 그리고 애플은 자신들은 풀 도리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 사건이 표면화 되기 전 지난 몇 달간 FBI와 법무부가 애플을 어르고 달랜 것이 밝혀졌습니다. 사실 연방 정부의 이러한 액션은 수많은 지역에서 수백개의 증거로 수집된 아이폰이 잠긴 상태로 잠들어 있어서 지방 검찰들이 무척 짜증이 나있다는 점에서 이해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CEO 팀 쿡은 이례적인 고객에 대한 편지를 써서 애플은 이 전화를 풀 도리가 없고 미국 사법 당국이 자신들에게 아이폰의 잠금을 풀 수 있는 ‘뒷구멍(백도어)’를 만들라고 강요하는 것이며 이런 뒷구멍을 만들면 해커가 유용(exploit)할 가능성도 있을 뿐더러 미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 나쁜 선례를 남긴다고 주장했습니다. 팀 쿡은 이 요청을 ‘소름 끼친다(chilling)’고 까지 말했으며, FBI가 우리에게 악성 종양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과 같다고 까지 주장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테러 방지법에 대한 무제한 논의(이른바 필리버스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글쎄요, 법안을 자세히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조지 W. 부시 정권에서 9/11 테러 이후로 도입했던 애국자법과 마찬가지로 정보기관에 막대한 권한을 주는 법안이라고 추측됩니다. 물론 강력한 권한이 반드시 악용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이 폭로했던 것처럼 마냥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헌법은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헌법 제 18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통신비밀보호법으로 하여금 그 절차와 범위를 제한하고 있습니다(‘범죄수사 또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보충적 수단으로 이용되어야 하며 국민의 통신비밀 침해가 최소한에 그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3조 2항) 저는 헌법상의 권리에 대한 침해는 어디까지나 필요 최소한으로 제한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사실 지금도 빈번하게 통신 기록에 대한 열람은 이뤄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의 기사에 따르면 카카오톡의 운영사인 카카오는 2015년 하반기 투명성 보고서에서 수사기관에 제공을 재개하겠다고 밝힌 2015년 10월 이후 당해년도 연말까지 3개월간 9건의 통신제한조치 요청 중 8건을 처리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테러를 막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이 ‘초 헌법적인’ 법규로 이뤄져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합니다. 다시 말해 지금 현재의 법 체계로도 충분히 수사 당국은 필요한 정보를 법원의 심사를 거쳐 얻을 수 있습니다. 인신 구속만 하더라도 현행범이라면 긴급체포를 할 수 있고, 사안의 경중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법원의 영장을 기다리지 못할 정도로 급한 일이라면, 가령 테러범이 폭탄을 들고 어슬렁 거린다고 가정해 봅시다. 한가하게 이메일로 통신 내역을 전달받는게 아니라 있는대로 뒤져서 신병을 확보하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지금 애플은 미국 법원의 명령과 법무부의 압력과 싸우고 있습니다. 애플을 자유의 투사처럼 볼 생각은 없지만 실리콘 밸리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고, 스노덴의 말마따라 이번 10년간 가장 중요한 시험대에 오른 것이 사실입니다. 만약 애플이 여기서 투항하게 된다면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의 전화기도 마냥 안전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덧붙임. 헌법 재판소가 원고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광범위한 인터넷 패킷 감청의 위헌 여부에 관한 헌법 소원에 대해서 사실상 판단을 포기한 것을 매우 유감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