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토 운유(‘쿠로네코 야마토’) 사태를 보며 느낀 저출산 사회의 문제

대학에서 영어를 배웠으나 일본어를 더 잘하는 이상한 입장에서 거기에 더해서 서브컬쳐 오타쿠가 되다보면 인터넷에서 교류하는 사람들 중에 일본어를 영어보다 잘 사용하는 사람들을 쉽게 보게 됩니다. 게다가 일본에 사시는 분도 계시고, 일본으로 갈 준비를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하나같이 재미있는 점은 일본에서 공부가 아니라 일을 하러 가셨다는 점입니다. 외국인으로서 삶과 익숙치 않은 언어와 회사문화 등 애로점은 상상할 수 있습니다만 아무튼 꽤 많은 분들이 일본으로 가시고 있습니다. 주로 시스템 엔지니어나 프로그래머 등 컴퓨터 쪽 전공을 살리시는 비율이 높습니다.

흔히 우리가 외국인 노동자라고 하면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때 우리나라 사람의 일자리를 대신 차지하는 존재라고 인식하기 쉽습니다만, 정작 실제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하지 않는 곳에서 우리 의식주를 지탱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일본의 경우 만성적인 인구 절벽을 경험하고 있어서 출생율 자체가 낮다는 것은 그냥 사회상식적으로 알고 계실겁니다. 현재 일본은 구직자 한 명당 일자리의 갯수(유효구인배율)이 1.3~1.4에 달합니다. 다시 말해서 통계적으로 구직자들보다 일자리가 더 많다는 얘깁니다. 이 비율은 당연히 일본인이 선호하지 않는 직업일 수록 더 올라갑니다. 우리나라와 다를게 없죠. 일본에서는 급속히 진행중인 노령화로 인해서 그들을 돌보는 인력을 중진국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오늘 자 신문을 보니, 맥도날드는 아르바이트 직원이 구하기 힘들어서 한번 햄버거를 만들고 음료를 만드는 일일 체험 입사를 전 점포에서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 백화점은 인건비가 문제가 아니라 인원이 부족해서 30분 일찍 폐장한다고 하는군요. 이런건 다른 곳이라고 다르지 않아서 규동집의 점원을 줄여서 최소한 만큼 두고 운영하거나 패밀리 레스토랑이 (여러가지 이유도 겸해서)24시간 영업을 중단한다던지 점점 젊은이 구하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요즘 일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문제를 하나 꼽자면 단연 야마토운유(ヤマト運輸)의 택배(宅配便, 宅急便-탓큐빈-이라는 상표로 서비스중)를 둘러싼 노동 조합의 문제제기로 시작된 일련의 소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노동조합에서 올 년도 노조 협상에서 비롯됩니다. 일본의 택배의 서비스 질은 전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얘기해도 됩니다. 업계의 톱을 차지하는 야마토 운유의 탓큐빈은 점유율도 50%가 넘습니다.

이 야마토 운유의 노조에서 주장한 것은 심플합니다. 취급하는 화물 수를 줄여 달라, 요금을 조정해달라는 것, 재배달을 줄여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무슨일이여? 생각하시는 분을 위해 부연설명을 하면 일본에서는 택배를 기사에게 외주를 주지 않고 기사가 택배회사의 정사원으로 고용되어 있습니다. 회사차를 몰고 회사 제복을 입고 회사에서 지급된 단말기와 휴대폰을 들고 운전하며 짐을 배달합니다. 당연히 짐 갯수 당 수당을 받는 자영업자가 배달을 하는 우리나라와는 구조가 완전히 다른겁니다. 그러니까 서비스가 좋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신 대량 고객이 아닌 소규모 점포나 개인은 어마무시한 배송료를 물게 됩니다.

이 일이 표면화 되자 문제가 된 것은 아마존을 비롯한 대형 쇼핑몰에서 무료배송을 하면서 엄청나게 늘어난 인터넷 쇼핑 배달과 저녁시간 이후의 시간지정과 주말의 재배달입니다. 일본의 택배는 받는 날짜와 시간을 지정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가령 8시에 퇴근한다면 배송시간을 9시에서 10시에 지정해서 받을 수가 있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만약 갑자기 일이 있어서 집을 비워야 한다고 생각해보죠. 그러면 기사가 부재 통지표를 문에 붙이고 가고 스마트폰으로 코드를 읽어 모바일 웹페이지에 접속하거나(최근에는 라인으로도 대응하더군요) 전화를 걸어 재배달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주5일제 근무를 하니 대개 재배달을 하는 시간이 평일 밤이나 주말에 집중된다는 것에 있습니다. 게다가 일본 택배는 일요일에도 배달을 합니다.

아마존에서 2000엔 이상 물건을 사면 배송료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이에 대항해서 다른 업체에서는 우리는 얼마를 사든 무료로 하겠다 라고 선언한 곳이 있지만 아마존의 존재감은 엄청납니다. 야마토운유의 경쟁사인 사가와규빈(佐川急便)은 2013년에 도저히 못해먹겠다고 하고 아마존과 관계를 끊어버렸죠. 이번 사태가 표면화 되면서 기사에서 한 기사가 그러길 짐의 40%가 아마존 상자(웃는 얼굴을 상징하는 화살표가 그려져 있죠)라는 말을 합니다.

아마존은 대략 연회비 4000엔을 내면 날짜와 시간을 얼마든지 정할 수 있고, 속달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역시 개인 고객이나 소규모 업체라면 돈을 더 내야하는 서비스입니다만(아마존에서도 연회비를 내지 않으면 300엔 가량을 더 내야합니다)  아마존과 택배회사가 대량으로 계약을 맺어서 가능한겁니다. 이것에 대한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아마존에서 커다란 상자를 하나 DHL로 받았는데 이 크기의 상자를 보낼때 요금을 DHL 웹사이트에서 견적을 내보니 제가 보내려면 15만원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아마존이 청구한 배송료는 두건으로 나뉜 화물 중 하나라서 적다고는 하지만 1000엔에 불과했습니다. 어떻게 봐도 대량 발송 계약으로 건당 계약을 한다고 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사태가 이렇게 되니 야마토운유는 27년만에, 그러니까 90년에 인건비 상승으로 택배 요금을 올린 이래로 처음으로 개인 대상 택배 요금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아마존 등 대량 고객들과 협상에 들어갔죠. 아마존으로써는 지금의 서비스를 유지하고 싶어할테니 꽤나 난항이 예상됩니다. 물론 아마존 만의 얘기는 아니지만요.

아까 유효구인배율을 얘기했는데 택배 기사의 유효구인배율은 전체 평균보다 높습니다. 일찍 출근해서 배달 후 잔업으로 야근이 잦고 밥먹을 시간 조차 마땅찮다는 근무 조건 탓이지요. 이런 이유로 원격지에는 트럭이 아니라 로컬 철도를 이용하는 방법마저 궁리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반나절 배송도 모자라서 한시간 배송이 등장하는 등 점점 고객인 인터넷 상거래 업체는 요구가 까다로워지고 있어서 배달 종사자의 업무 부담이 늘어나는….  거기에 일부 고객은 재배달을 너무 남발해서 그러잖아도 많이 돌아다녀야 하는데 허탕을 치게 만든다. 라는 불만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 편리하고 빠른 세계 최고 수준의 택배에는 종사자의 피땀으로 유지 되고 있다. 뭐 그런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인 셈이죠.

오늘 조간을 보니 처음에는 간을 보던 다른 업체(일본우정日本郵政,사가와 규빈)도 인상 협상에 들어갔다는 군요. 애당초 업계 최대 업체인 야마토 운유가 인상에 나선 이상 다른 업체들도 다 따라갈거라고 다들 쉽사리 예측했으니까요. 농심 라면, 진로 소주 오르면 다른 녀석 다 따라 오르는 것 같이 말이죠.

문제가 이쯤되니 집이나 공공장소에 택배박스를 설치를 하자거나 늘리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단독주택에서도 쉽게 설치가능한 택배박스가 발매되기도 하고, 나라에서도 택배박스 확충에 나선다는 모양입니다. 앞으로 이 일이 어떻게 될지는 지켜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긴 얘기를 한 이유는 야마토 운유의 상황을 중심으로 일본의 택배 상황을 개괄… 하는게 아니라 일본보다 더하면 더 했지 부족하지 않을 우리나라의 저출산 상황으로 볼때 지금은 단군 이래 최대의 구직난이라고 하지만 앞으로는 점점 젊은이 구하기 힘들어 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그건 택배 같은 사실상 준 사회 인프라 사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건당 배달 수수료로 생계를 잇는 택배 기사님들의 처우는 매우 열악하니 말입니다. 일본에 비해서 더 열악하면 열악했지 부족하지는 않으니 말이죠.

저는 집에 앉아서 스마트폰 탭 몇번 혹은 마우스 클릭 몇번으로 책을 사고 일용품을 사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삽니다. 빠르면 당일, 늦어도 다음날에는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게 됩니다. 엘리베이터 없는 4층 빌라에 이 물건을 가지고 오는 분들이 힘써주시기 때문입니다.  택배 없는 삶을 생각하기는 어렵죠. 이제는 택배는 사회 인프라입니다. 택배를 하시는 분들 보면 가장 젊은 분들도 30대인 저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나이든 자영업자들의 뼈를 갈아서 굴러가는 인프라인 셈이죠. 이분들도 나이를 들테고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젊은이들을 택배 점당 몇백원씩 하면서 굴릴건가요? 아니 그럴 젊은이가 남아날까요? 정말 시간이 지나면 외국인 노동자가 택배를 배달하는 모습을 볼지 모르겠습니다. 최소한 로봇이나 드론이 배달을 하기 전에는 말이죠. 제가 환갑일때까지 이뤄지려나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나라 택배 업체도 필연적으로 다가올 문제를 대비해야 합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15시간 반 뒤면 역사적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이 열립니다. 박 대통령이 탄핵을 당해서 5월 대선이 이뤄지든 어떻게 부지해서 12월에 대선이 열리든 다음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주셔야 합니다. 택배는 단순히 저출산으로 문제가 생길 인재 부족 사회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지요. 그러기 위해서 손대야 할 문제가 산더미 같다는게 절망스럽습니다만 “노력과 의지”로 5년간 힘써 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정부와 정치인의 노오력이 부족하다! 이겁니다. 젊은이들에게만 짐을 떠넘기지 마세요.

 

JTBC 뉴스룸의 (비정파적)문제점을 논한다.

손석희씨가 JTBC 보도 부문에 일으킨 노력은 인정하고 싶습니다. 손석희 JTBC 보도부문 부사장이 자릴 앉았을때 많은 사람이 세상이 말세다보니 MBC 보도와 시사교양의 얼굴이나 다름 없던 손석희씨가 종편으로 갔다. 뭐 그런 우려가 있었고, 손석희씨는 그걸 해명하느라 땀을 많이 흘렸을 겁니다.

다행히 손석희씨는 가끔은 삼성을 찌르기도 했고, JTBC의 적어도 그가 진행하는 뉴스룸은 많은 사람의 ‘우려’와는 달랐습니다. 토끼한테 내일 날씨가 어떨것 같나요? 라고 물어보며 마이크를 들이밀던 수준의 보도가 많이 좋아졌죠. 객관적인 지표로써 상도 여러개 탔고, 조사에서도 신인도가 KBS1 턱밑까지 쫓아오는등 많이 좋아졌습니다. 특히 팽목항에서 기자들을 혹사시켜가면서 사건 당해 연도 11월까지 매일 연결했던건 노력만으로도 칭찬할만한 내용입니다.

JTBC 뉴스룸의 ‘한 걸음 더’ 들어가는 보도는 장점도 있습니다, 일정 테마를 정해서 사건을 깊게 들여다 보는 것이죠. 세월호 보도가 그랬고, 성완종 스캔들이 그랬고, 또 뭐가 있더라 아무튼. 하지만 단점도 꽤 있습니다. 아주 큰 약점인데요.

일단 뉴스가 스토리텔링을 한다는 점입니다. 말씀 드렸듯이 뉴스룸은 몇개 꼭지에 걸쳐 심지어는 며칠을 할애해서 한가지 토픽을 다룹니다. 그러다보면 몇가지 문제가 있는데요. 첫째로 이 스토리텔링이 문제입니다. 기자를 생중계로 연결하고 해설로 관계자나 기자가 스테이지에 나오기도 합니다. 질문을 하고 대답을 합니다. 게다가 그 보도가 끝나고 이어서 계속해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더 깊게 들어갑니다.

이게 무슨 문제냐면, 일단 배경으로 깔아둬야 하는건 젊은 사람은 텔레비전 뉴스를 안봅니다. 포털에서 기사를 보거나 그것도 호흡이 길어서 카드 뉴스가 새로운 트렌드가 됐죠. 앉아서 본다 하더라도 옛날 어르신처럼 얌전히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지 않습니다. 컴퓨터를 하거나 수시로 울리는 카카오톡에 대답하거나 페이스북을 피드를 읽으면서 텔레비전을 봅니다. 사실 저도 휴대폰이나 태블릿이나 컴퓨터로 트위터 타임라인을 읽거나, 뭔가를 읽거나 보면서 뉴스를 봅니다. 특히 젊으신 분 중에서 공감하시는 분 많이 계실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핑퐁하는 문답의 일부를 휴대폰이나 컴퓨터 보면서 잠시 주의를 판 사이에 놓치거나 하면 ‘???’가 되는 겁니다. 무슨 컨텍스트지? 라는 걸 찾아 해메게 됩니다. 게다가 ‘???’ 한 상태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간답니다. 헐.

더 심각한건 이겁니다. ‘어제 전해드렸듯이’입니다. 하아, ‘젠장 어제 외출 하느라 못봤다고’, 내지는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시간대가 달라서 놓쳐서 못봤다고’ 라고 한숨을 쉬게 됩니다. 덕분에, 뉴스를 보고서 세상 돌아가는걸 이해 못하는게 아니라 ‘뉴스 자체’를 이해를 못해서 다시보기를 보는 기행을 저지르게 됩니다.

더 깊게 들어가는 것은 좋지요. 연속해서 더 파고들어가 후속보도하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JTBC 뉴스룸의 주 시청층(대충 40대 이하의 중도진보 성향)은 아마 이 글(360단어 안팍)도 길다고 창을 닫을 사람들 꽤 됩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뉴스가 아니라 영화관에서도 휴대폰을 만지는 사람들도 있어요. 호흡을 재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덧. 왜 마이웨이로 목요일부터 시간 바꿔 주말영업하는걸까요? SBS뉴스를 중간부터 보고 있습니다.

 

영통구 ‘쓰레기 실명제’에 관하여.

영통구에서 쓰레기 실명제를 실시하겠다는 모양입니다. 사생활 침해 논란이나 효용성은 다른분들이 많이 언급했으니 생략하고, 이렇게 하는건 쉽게 말해 페트나 캔, 플라스틱 등 자원화 가능한 재활용품을 일반 소각/매립용으로 섞는걸 줄여보자. 는 것으로 사료됩니다만 유감스럽게도 재활용 쓰레기로 내놓는 기준이 꽤나 까다롭습니다. 지자체에 따라 다르겠으나, 재활용 기호가 있으면 원칙적으로 재활용 분리 배출 할 수 있으…나, 어떤 오염이라도 남아있거나 일회용 식기류 등은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합니다. 재활용이 안되요. 그걸 주소를 적는들 그걸 무슨 수로 구별할 것인지? 쓰레기 일일히 뒤져서 내놓은 쓰레기에 재활용품이 있는지, 있다면 재활용품이 재활용 가능한 상태인지 아닌지까지도 다 확인할 건가요? 그야말로 탁상행정의 극치입니다.

IS와 사이버 전쟁을 시작하는 미국

미국이 IS를 목표로 사이버전을 실시할 것이라는 뉴욕타임즈의 기사입니다. 설립된지 6년된 미국의 사이버 사령부(US Cyber Command)는 지금까지 중국,러시아,북한 등을 감시하는데 주 목적이 있었으며 어떠한 작전을 실행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번이 첫번째 작전이 될 것 입니다. IS가 온라인으로 해오던 것, 즉 통신과 대원 모집 그리고 자금 운용까지. 문자 그대로 ‘사이버 폭탄(cyber bomb)’을 던지겠다고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50명의 특공대원을 추가로 보내겠다고 밝혔지만 전쟁은 이제 총과 탄환만으로 벌어지지 않는다는 이정표적인 사건이 될 것 같습니다.

애플과 법무부의 전쟁, 그리고 우리나라

애플이 법무부와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가디언이 잘 정리했습니다). 작년 있었던 샌 버나디노 총격 테러 사건의 용의자가 가지고 있던 아이폰 5c가 모든 문제의 시작입니다. 그는 클라우드에 백업을 중단했습니다. iOS는 8.0 이후 기본적으로 암호로 장비를 암호화했고, 5s 이후로는 하드웨어 차원에서 보안이 강화됐습니다. 그리고 애플은 자신들은 풀 도리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 사건이 표면화 되기 전 지난 몇 달간 FBI와 법무부가 애플을 어르고 달랜 것이 밝혀졌습니다. 사실 연방 정부의 이러한 액션은 수많은 지역에서 수백개의 증거로 수집된 아이폰이 잠긴 상태로 잠들어 있어서 지방 검찰들이 무척 짜증이 나있다는 점에서 이해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CEO 팀 쿡은 이례적인 고객에 대한 편지를 써서 애플은 이 전화를 풀 도리가 없고 미국 사법 당국이 자신들에게 아이폰의 잠금을 풀 수 있는 ‘뒷구멍(백도어)’를 만들라고 강요하는 것이며 이런 뒷구멍을 만들면 해커가 유용(exploit)할 가능성도 있을 뿐더러 미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 나쁜 선례를 남긴다고 주장했습니다. 팀 쿡은 이 요청을 ‘소름 끼친다(chilling)’고 까지 말했으며, FBI가 우리에게 악성 종양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과 같다고 까지 주장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테러 방지법에 대한 무제한 논의(이른바 필리버스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글쎄요, 법안을 자세히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조지 W. 부시 정권에서 9/11 테러 이후로 도입했던 애국자법과 마찬가지로 정보기관에 막대한 권한을 주는 법안이라고 추측됩니다. 물론 강력한 권한이 반드시 악용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이 폭로했던 것처럼 마냥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헌법은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헌법 제 18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통신비밀보호법으로 하여금 그 절차와 범위를 제한하고 있습니다(‘범죄수사 또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보충적 수단으로 이용되어야 하며 국민의 통신비밀 침해가 최소한에 그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3조 2항) 저는 헌법상의 권리에 대한 침해는 어디까지나 필요 최소한으로 제한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사실 지금도 빈번하게 통신 기록에 대한 열람은 이뤄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의 기사에 따르면 카카오톡의 운영사인 카카오는 2015년 하반기 투명성 보고서에서 수사기관에 제공을 재개하겠다고 밝힌 2015년 10월 이후 당해년도 연말까지 3개월간 9건의 통신제한조치 요청 중 8건을 처리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테러를 막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이 ‘초 헌법적인’ 법규로 이뤄져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합니다. 다시 말해 지금 현재의 법 체계로도 충분히 수사 당국은 필요한 정보를 법원의 심사를 거쳐 얻을 수 있습니다. 인신 구속만 하더라도 현행범이라면 긴급체포를 할 수 있고, 사안의 경중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법원의 영장을 기다리지 못할 정도로 급한 일이라면, 가령 테러범이 폭탄을 들고 어슬렁 거린다고 가정해 봅시다. 한가하게 이메일로 통신 내역을 전달받는게 아니라 있는대로 뒤져서 신병을 확보하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지금 애플은 미국 법원의 명령과 법무부의 압력과 싸우고 있습니다. 애플을 자유의 투사처럼 볼 생각은 없지만 실리콘 밸리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고, 스노덴의 말마따라 이번 10년간 가장 중요한 시험대에 오른 것이 사실입니다. 만약 애플이 여기서 투항하게 된다면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의 전화기도 마냥 안전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덧붙임. 헌법 재판소가 원고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광범위한 인터넷 패킷 감청의 위헌 여부에 관한 헌법 소원에 대해서 사실상 판단을 포기한 것을 매우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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