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6 플러스 사용기/리뷰

아이폰 6 플러스(iPhone 6 Plus)를 받았다. 한 달을 조금 못 채워서 묵직하고 커다란 상자에 들려온 녀석은 이 녀석이 범상치 않을 것이다라는 것을 짐작케 했다. 나는 이 녀석을 뜯는데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며칠간 몇 번의 망설임과 고민끝에 조심스럽게 커터칼로 상자를 개봉했다.

아이폰6와 6 플러스는 애플에게 있어 SWOT 차트에서 Weakness와 Threat를 해결하는 제품이다. 아이폰의 생태계는 강고하고 충성심 놓은 소비자와 좋은 앱들이 있지만 점점 더 커다란 화면을 가진 폰을 요구하는 수요가 늘고 있고 그 폰을 따라 애플을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일단 내 동생부터가 큰 화면을 찾아 안드로이드를 샀다. 어머니는 노안 때문에 작은 화면을 쓸 수가 없다.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적극적으로 커다란 화면의 다양한 제품을 내놓음으로써 아이폰의 4" 화면으로 성이 안차는 사용자들을 흡입하고 있다. 애플이 만약 커다랗고 새로운 아이폰을 내놓는다면 당장 Weakness와 Threat는 소거되고 Strength와 Opportunity만 남는다. 작은 화면 때문에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던 사용자들도 다시금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팀 쿡은 작년 All Things D 인터뷰에서 보다 정확한 컬러등 더 나은 화면의 품질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들어 커다란 화면을 채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을 옮기면.

“We always strive to create the very best display for our customers,” Cook said. “Some customers value large screen size. But others value factors like resolution, color quality, white balance, brightness, reflectivity, screen longevity, power consumption, portability, compatibility, apps and many things. Our competitors have made some significant trade-offs in many of these areas in order to ship a larger display. We would not ship a larger display iPhone while these trade-offs exist.”

팀 쿡은 말했다. “우리는 언제나 고객을 위해 가장 최선의 디스플레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일부 고객께서는 커다란 디스플레이 사이즈를 높게 평가하십니다만 해상도나 컬러 품질, 화이트 밸런스, 밝기, 반사도, 스크린 수명, 전원 소모, 휴대성, 호환성, 앱과 그 외 여러가지 요소 또한 있습니다. 우리 경쟁자들은 커다란 스크린을 탑재하기 위해 그 중 상당한 절충을 하곤 합니다. 우리는 아이폰에 커다란 디스플레이를 그러한 타협을 하는 한 탑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아이폰 발표시에는 그것을 염두에 두고 디스플레이의 품질을 꽤 중요하게 언급한다. 팀 쿡의 말은 과연 어디까지 옳았을까? 아이폰6 플러스의 디스플레이는 확실히 훌륭하다. 밝고 선명하며 글자도 또렷하다. 작은 글씨도 잘 표시하며 시야각도 뛰어나고 선명하며 컬러와 흰색의 느낌도 좋다. 아이폰6 플러스의 액정 디스플레이는 더욱 세밀하게 표시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폰5s때 보다 더 밝고 선명하며 시야각이 좋아졌다. 커졌지만 더 좋아진 것이다.

iOS7부터는 앱이나 사파리 등에서 뒤로갈때 등 제스쳐로 화면 엣지서부터 쓱 슬라이드 하게 되어 있는데 인셀 패널에 아무런 걸림없는 곡면을 띈 엣지라 마치 본체 구석을 슬라이드 하는 감각으로 슬라이드 하면 되기 때문에 본체와 화면과 소프트웨어가 일체화 된 느낌을 느낄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가장 큰 전력을 소모하는 것이 디스플레이라는 것을 감안해볼때 커다란 몸체를 가진 만큼 배터리가 단명하지 않는듯 하다. 팀 쿡이 말한 ’타협’은 없는 셈이다.

아마 아이폰을 쓰셨던 많은 분들은 아이폰6를 선택하셨을테고(내 팔로워 중에서 플러스를 가지신분은 아는분만 3분인가 4분인가 정도뿐이었다) 그 이유는 아마 정말로 큰 화면 때문일 것이다. 나의 경우 그냥 여러가지 잇점에 있어(후술) 화면이 커지더라도 플러스로 선택했다. 갤럭시S2와 S3를 쓰고 넥서스5를 쓰고 거기에 갤럭시노트4까지 쓰다보니 점점 큰 디스플레이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존 그루버의 표현대로 아이폰이지만 또 다른 디바이스에 가깝다. 하지만 실제로 쓰다보면 큰 화면(갤럭시 노트4 리뷰의 표현을 빌리면 ‘판때기’)에 익숙해진다. 크다라는 것에 점점 마비가 되는 것이다. 큰건지 아닌지. 크기와 바꾸어 화면의 정보량을 얻는것이다. 물론 내가 손이 작지 않기 때문에 많은 작업을 한손과 ‘접근성(홈 버튼을 톡톡 두번 두드려 화면 윗부분을 잡아서 아래로 끌어내리는 기능)’ 모드로 해결 하는 까닭도 있다. 위에 있는 버튼이나 아이콘을 누르기 위해 일상적으로 톡톡 누르곤 한다. 하지만 아이폰6 플러스는 기본적으로 두손으로 쓰는 것을 전제로 했다고 생각해야할 것이다. 접근성 기능도 두손으로 쓸때가 많다. 한손으로 못쓰는건 아니지만 두손이 편하다. 휴대의 경우 외투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데 바지에 넣고 다녀야할 여름이 걱정이긴 하다.

독자 여러분은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갤럭시노트4를 자동차의 렉서스에 비유한 지난 리뷰를 기억할지 모르겠다. 토요타의 캠리같던 삼성 전화기가 드디어 렉서스를 내놨다고. 아이폰6 플러스를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과연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한가지 확실한건 꺼내서 놓고 보면 유니바디 몸체를 감싸듯 덮는 투명한 유리는 정말 예술에 가깝다는 점이다. 그 아름다움이 논란을 불러오는 뒷면의 안테나 디자인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나는 스페이스 그레이를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눈에 띄기도 한 까닭일 수도 있고 실제로 전화를 사용하면서 우리가 실질적으로 항시 접하는 것은 뒷면이 아니라 앞면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한편 그 몸체를 손에 쥐는 순간, 얇은 둥근 모서리의 몸체가 손에 부드럽게 감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다만 몸체가 미끄러뜨리기 쉬울것 같다). 디자인 하나만으로 비슷한 크기의 전화기의 드는 느낌(두께 차이가 있지만)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각진 갤럭시노트4가 순식간에 둔탁하게 느껴진다(두께 차이 때문이기도 하다, 무게는 비슷하다). 두께가 얇음에도(배터리 용량이 적다) 견주어 배터리 시간이 전혀 부족하지 않은것을 감안하면(2주일을 썼지만 일과중 배터리로 인하여 작업을 멈춰야 한 적이 없다-다만 충전시간이 긴 듯하다, 아이패드용 10/12와트 충전기를 써서 단축가능하다고 한다. 나는 처음부터 12W 충전기만 썼다) 팀 쿡의 선언에 맞추기 위한 애플 엔지니어링 팀의 노력을 알 수가 있다. 이걸 한마디로 표현하기란 참 어렵다. 아이폰4 시리즈가 5시리즈가 나오면서 한 세대 낡은 디자인이 되어 보였듯이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더욱 더 나아가 상당히 세련되어 보였던 갤럭시 노트4도 어딘가 투박하게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로 따진다면 아이폰6 플러스는 역시 독일차에 견주어야 마땅하다. 마크 뉴슨의 디자인에 논란이 있다면 크리스 뱅글은 논란이 없었던가.

카메라는 내가 아이폰6 대신에 플러스를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데 바로 OIS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1/4초에 ISO80까지도 흔들리지 않는 사진을 찍으며 어두워져도 ISO가 많이 올라가지 않는다. 손떨림을 방지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노이즈가 억제된다(다만 피사체 블러는 어떠려나). 동영상의 흔들림방지는 광학식은 아니라고 들었다만 마치 스테디캠을 하는것 같아 흥미로웠다. 이런 모든 기능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이래저래 아이폰6 플러스의 카메라는 여전히 안드로이드처럼 신경 쓸 것없이 쉽게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더욱 더 유용하고 강력해졌다.(전문가의 사진을 한번 보라) 헌데 이 튀어나온 카메라는 케이스 없이 가지고 다니거나 보관할때 매우 취약해 보인다. 렌즈는 사파이어라 괜찮지만 주변 테두리가 금속이라… 거치하는 탁자에 천을 깔아야 했다.

아이폰6 플러스는 터치ID(Touch ID)가 탑재된 두번째 세대의 아이폰이다. 5s와 견주어 한단계 더 빠르고 정확해졌다. 등록된 손가락으로 잠금 화면(lockscreen)을 캡쳐하는것(홈버튼과 전원키를 누른다)이 불가능 할 정도이다. 그냥 락이 풀려 버린다. 그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다. 잠금 화면이 뜬 상태에서 락이 풀리는 속도도 개선 된 듯하다. 터치ID 센서는 접근성이라고 불리는 기능을 위해서도 사용되는데 락이 풀린 상태에서 두번 두드리면 쥐고 있는 상태에서 쉽게 닿지 않는 윗부분의 오브젝트를 만질 수 있다. 그러나 알림 내용(알림 배너)을 만질 수 없다는건 의외다.

화면이 커지면서 해상도가 커지게 됐는데 (화면의 해상도(ppi)가 올라간 것이 두번째로 플러스를 택한 이유였다) 이에 따라 앱의 지원이 필요하게 됐다. 내가 트위터로 농담삼아 한 말이 한국에 아이폰 발매가 늦어져서 좋은점이 주요한 외산 앱들이 이미 업데이트 되었다는것과 안좋은점이 국산 앱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외산 앱들은 개발이 포기되지 않은 이상 상당수가 지원을 하고 있다. 외산앱은 불편을 느낄 수 없는 수준의 지원상황이다. 다만 한국 앱은 괴멸적인 상황이다. 물론 리디북스, 벅스,카카오톡(뒤의 둘다 글을 쓰기 며칠전에 지원을 시작했다),라인(글을 쓰는중에 지원을 시작했다)들이 지원하기 시작했고 몇몇 인디개발자들의 앱들이 지원하고 있긴 하다. 물론 지원을 하지 않더라도 아이폰5로 올라올때처럼 괴멸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뻥튀기가 되다보니 약간 흐릿하게 보인다. 못쓸 수준이 아니다보니 나는 그게 더 걱정이다. 아이폰5 지원은 눈뜨고 못봐줄 수준이라 서둘러 했다지만 6 지원은 그게 아니거든… 아무튼 지원을 하면 시원시원한 크기의 캔버스에 많은 컨텐츠를 볼 수 있다. 아이폰5가 되면서 와! 화면이 커졌어! 더많은 트윗을 볼 수 있어! 효율이 늘었어! 했는데 이 녀석을 보고 아이폰5s를 만져보면 답답해서 한숨이 나온다. 참고로 개발에 관한 얘기를 현역 개발자이신 에서님의 아이폰 6 플러스 리뷰에서 조금 엿볼 수가 있다.

어째 어플리케이션들이 iPhone 6 Plus에 대한 대응이 더디다. 그도 그럴만한것이다 iPhone 6 Plus와 iPhone 6가 해상도가 다르고, 그 이전 디바이스들에 대한 해상도를 대응하려면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고려해야하는 해상도는 무려 4가지에 달한다. 기존에 640×960, 640×1136 두개의 해상도만 고민하면 되었던 개발자들이 이제는 4개의 해상도를 신경써야하니 쉬운일은 아닐것이다. 또한 2208×1242라는 괴상한 해상도를 만들어내고 그걸다시 1920×1080으로 다운스케일링해서 표시하고 있으니 디테일함을 살려야하는 디자이너에게는 애플이 거의 ‘악의 축’수준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대한 대안으로 애플이 Auto Layout이라는것을 내놓긴 했지만, 이미 작성된 레거시 코드들은 버릴수도없고… 해상도가 2개였다면 분기문으로도 처리가 가능했을테고… 뭐 방법들이야 저마다의 방법이 있었을테지만 이제는 거의 Auto Layout쪽으로 흘러가는 추세. 나도 같은 문제로 고생을 좀 했기때문에… 이쯤되면 아이폰 개발자들은 수많은 디바이스들을 지원하고있는 안드로이드개발자들에게 경의와 박수를 쳐줘야 할때인것같다.

아이폰6 플러스는 소위 패블릿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가는데 그래서 아이패드의 특징을 몇가지 가지고 있다. 눕히면 변하는 기본앱(사파리는 아이패드처럼 탭이 생긴다!)과 홈화면과 앱에 따라서는 심지어는 상하구분마저 없다. 홈버튼이 위로 가도 제대로 표시된다는 얘기다. 홈화면과 메시지에 있어서는 회전락을 거는게 필요하다 싶을때가 있다. 전화기를 들고 있다가 화면 잠금을 풀면 홈화면등 예전에는 의식하지 않던 화면이 옆으로 회전해 있을때가 있다.

나는 아이폰을 정말 헤비하게 사용한다. 다 사용하는것은 아니지만 스위스 칼마냥 언젠가를 대비해서 400여개의 앱과 두자릿수의 기가바이트의 음악 라이브러리를 넣고 다니고 그래서 64기가모델이던 상한이 128기가바이트로 늘어나 정말 다행이다 싶었는데 사실 아이폰의 램 부족 문제는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좀 올려야할 때가 아닌가 싶을때가 있다. 무거운 작업을 옮겨다니면 금새 다시 리프레시된다. 신경쓰지는 않지만 신경쓰기 시작하면 거슬리는 문제다. 문제는 현행 OS에서도 그런데 미래 OS에서는 어쩔건지. 솔직히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다음 기종에서는 반드시 늘어나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말 사소한 일이긴 한데 이제껏 아이폰의 슬립/웨이크 버튼은 늘 오른쪽 위에 있었다. 이번 기종들부터 크기 때문에 누르기 편하기를 고려해 안드로이드 단말 처럼 단말기 우측에 놓았는데, 이제껏 수도 없이 그런 단말을 만졌건만, 가끔 무의식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허공의 버튼을 누를때가 있다. 왜냐면 이건 아이폰이거든. 뭐 위치 자체는 편한 위치이다.

이 녀석은 아이폰 최초로 VoLTE를 지원하는 녀석이며 LTE cat.4를 지원한다. 덕분에 고음질 통화뿐 아니라 통화중에도 LTE로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다. 데이터 속도 개선은 미묘하다.

정리하는 말

이러한 저러한 점을 합산해 볼때 솔직히 인정해서 잘 만들어진 전화기고 멋진 전화기다, 훌륭한 화면을 채택하고 있고 훌륭한 카메라를 가지고 있으며 배터리시간도 좋다. 그리고 좋건 싫건 최고의 아이폰이다. 아이폰이 싫거나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어울리지 않는 전화기일테고 아이폰이 맞는 사람이라면 잘 어울리는 전화기일 것이다. 모두에게 써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마음은 들지만, 스마트폰 생태계가 워낙에 안드로이드 중심으로 되어버린 우리나라 특성상 뭐라 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애플 생태계라는 것이 적응하느냐 마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다행인건 크기가 커진 까닭에 다시 아이폰을 선택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이폰의 점유율이 늘고 선순환이 일어날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내가 아이폰6를 만져보지 않고 바로 아이폰6 플러스를 구입했기 때문에 둘을 뭐라 비교를 하기는 어렵지만 큰 화면으로 오는 정보양과 OIS, 배터리라는 측면에서 기대했던(차이가 나는)면을 확실히 달성했다라고 말할 수 있다. 큰 전화가 싫은 사람의 상당수가(아마 아이폰을 쓰던 많은 사람일지도) 아마도 (많은 장단점과 특징을 같이 계승한) 6를 택할지는 모르지만 아이폰6 플러스가 가진 이런 장점에서 만족스럽게 추천할 수 있다고 하겠다. 두 전화기의 카테고리가 상당히 차이가 나지만 만약 나처럼 이러한 장점을 찾아 새 아이폰을 결정하는 사람이라면 아이폰 6 플러스를 택하는것도 좋을 것이다. 올 한해도 이렇게 새 아이폰과 넘길 수 있겠다.

사족: 아난드텍에서 한 아이폰6 플러스 리뷰에서 아이폰6와 디스플레이가 거의 흡사하지만 비교했을때 아이폰6가 워낙 훌륭하다라고 해서 비교를 해보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가 없었다. 아쉬운일이다.

2014/12/29 5:10 AM: 이 글의 이전 버전에서 접근성 모드에서 노티피케이션 서랍을 열 수 없다는 내용이 잘못됐기에 삭제하고 알림내용에 관한 표현을 고침(쥬댓/@p63lab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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