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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는 새로운 PC인가?

아이패드가 처음 나왔을때 스티브 잡스가 했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PC는 트럭과 같아질 것이다. 점점 적은 사람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라는 거죠. 음, 결론부터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트럭을 몰고 다닙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주된 인터넷 접속 장치로 휴대폰을 택하는 경우가 많고 이건 저소득, 중소득 국가에 가면 더욱더 명확해집니다. 사실 정말로 많은 일을 모바일로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반드시 PC를 켜야만 가능했던 일이 PC 없이도 가능하지요. 대표적으로 각종 플러그인으로 덕지덕지 바른 인터넷뱅킹이나 쇼핑은 모바일로 하는게 훨씬 편리합니다. 모바일로 등기부 등본까지 열람이 되죠.

최근 애플에서 재미있는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 꽤 빠른 수준의 싱크패드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고 지금 글을 쓰는 것도 노트북입니다만, 굳이 노트북이 아니라 아이패드여도 큰 문제는 없었을 겁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운영하는 웹호스트를 관리하거나 SSH 쉘이나 SFTP를 관리하는 것도 가능하고 말이죠. MS 오피스가 있고 제가 쓰는 프린터는 AirPrint를 지원하기 때문에 인쇄도 무선으로 가능합니다. 예전에 어디에 서류에 서명을 해서 보냈어야 하는데 프린터가 작동하지 않아서 PC방까지 가서 프린트 한 뒤에 스캐너로 스캔해서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이제는 애플 펜슬로 서명을 해서 저장한 뒤 메일로 전송하면 되죠. 그러기 위한 툴이 여럿 있습니다.

이전에 말했듯이 가격이 거의 PC 한 대 값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완전한’ PC 경험을 제공하지 않는데 문제가 있습니다만. 재미있지만 MS가 오피스를 내놓고 여러가지 클라우드 저장 솔루션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자체적인 파일 구조가 없는 아이패드의 약점이 많이 나아졌습니다. 아이패드 프로가 처음 나왔을때 지적받았던 사파리 탭을 여러개 동시에 못연다던지 하는 단점도 해결이 되었고(그럼에도 역시 PC쪽 브라우저가 좀 더 강력하긴 하죠), 동시에 여러가지 앱을 실행하는 것도 가능하게 됐습니다.

해서 애플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PC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아이패드는 트럭이 아닙니다. 서피스 같이 애매~한 트럭도 있습니다만 아이패드는 아이패드지요. 굳이 비유하자면 널찍한 짐칸이 있는 대형 SUV 쯤 될까요. 휴대폰이 세단이나 컴팩트 SUV고 말이죠. 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트럭이 필요할 때는 트럭을 써야 할 겁니다.

실제로 저는 수년전 맥이 고장이 나서 작동이 안되는 동안 아이패드와 아이폰만으로 살았고, 트위터를 비롯해서 소셜네트워크를 끊고 지냈을때도 아이패드와 아이폰 만으로 살았습니다. 아이패드가 있으니 PC는 필요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아이패드가 있으니 PC를 꺼낼 일이 줄어들었다면 과장은 아닐겁니다.

태블릿의 우울

애플의 아이패드 출하량이 계속 저조하면서 사람들의 태블릿에 대한 회의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태블릿이 저조하다는 징조는 사실 여럿 있었죠. 한 통계에 따르면 전체 태블릿 출하는 정점이었던 2013년에 비하면 한 때 반토막이 날 정도였죠. 다행히 지금은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추세입니다만 아이패드가 부진한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일단 전화기가 커졌죠. 특히 아이폰이 커졌습니다. 아이패드 프로 9.7″ 을 사기 전에까지 아이패드 4세대를 사용했는데 굳이 태블릿을 써야하는 상황이 매우 적었고 나중에 가서는 애물단지가 됐습니다. 물론 지금은 전화기로 할 수 없는 일이 있어서(멀티태스킹이라던가 펜이나 키보드라던가) 다시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이패드 프로 9.7″은 키보드와 애플 펜슬까지 포함해서 거의 170만원했습니다. PC를 대체한다는 목표는 최소한 가격으로는 달성한 셈입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조만간 아이패드의 새로운 버전이 나온다고 하는데 작년 5월에 구입한 아이패드를 새걸로 갈 용기가 나지 않네요.

이게 한가지 문제입니다. 저는 아이패드 4세대를 아이패드 프로로 갈았고 만족했습니다만 아이패드 에어나 에어2 사용자가 아이패드 프로 9.7을 살 이유는 크지 않습니다. 12만원짜리 애플 펜슬이 필요하지 않다면 말이죠(키보드는 시중에 좋은 블루투스 키보드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 상당수가 매년 2년주기로 교체를 하는 아이폰과는 달리 이걸 1~2년 주기로 교체하는 수요는 많지 않습니다. 통신사를 거쳐 사지 않으면 100만원을 훌쩍 넘는 아이패드를 현찰로 사야하니까요.

태블릿으로 무엇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대개는 웹서핑과 동영상, 전자서적이나 뉴스 관람을 꼽을 수 있는데 사실 이건 대단히 고성능을 필요로 하지 않고, 아이패드 에어나 아이패드 에어2 정도면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에어2의 경우 두개의 앱을 동시에 돌릴 수도 있지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어떤가 싶지만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존재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물론 삼성에서 나오는 갤럭시 탭 S 시리즈 같은 녀석도 있지만 주로 커다란 문제가 되는것은 중국 제조사, 이를테면 화웨이나 아수스 같은데, 혹은 이름도 알 수 없는 회사에서 나오는 저가/중가 제품입니다. 말씀 드렸다시피 커다란 고성능을 필요로 하지 않다보니 고성능의 부품을 사용하지 않는 편이고 덕분에 가격도 매우 저렴하죠. 아마존에서는 8만원에 킨들 파이어 태블릿을 살 수 있습니다(여러가지 이유가 있어서겠지만요).

아까도 말씀드린 통계를 보면 태블릿 출하 자체는 15년 4분기와 16년 1분기에 바닥을 찍고 다시 반등하고 있는 추세입니다만 이 시장도 휴대폰이 그렇듯 고급 세그먼트를 차지하는 애플과 나머지로 나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삼성에서 요번 MWC에서 2년만에 갤럭시 탭 S3을 내놨는데요. 삼성이 오랜만에 드문 고성능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내놓은 점은 반갑지만 프로세서 등을 보면 최신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년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삼성은 슬슬 윈도우 태블릿으로 발을 옮기는거 아닌가 싶은 느낌도 있고 말이죠(윈도우 태블릿도 MS와 인텔의 노력으로 예전보다 많이 보급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AirPods(에어팟) 간략 사용기

AirPod

AirPod – Apple 제공

에어팟을 20일날 받았습니다. 이미 여러군데에서 상세한 리뷰가 올라왔으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제가 생각한 점들을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정제된 리뷰가 따로 올라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6/12/23 일부 수정)

  • 아이폰과 페어링은 아주 단순합니다. 아이폰의 락을 푼 상태에서 에어팟이 케이스에 들어있는 상태에서 뚜껑을 열면 연결하겠냐는 말이 나오고 연결을 누르면 바로 연결됩니다. 그 이후로는 아무것도 안해도 끼우면 사용할 준비가 됩니다. 정말 간단합니다. 이제껏 사용한 모든 블루투스 기기 중 이것보다 간단한 경우는 본 적이 없습니다.
  • ‘이어팟 같은 블루투스 이어폰’ 입니다. 본체에서 음악을 듣다가 에어팟을 귀에 꽂으면 이어서 에어팟으로 자동으로 전환되고 만약 이런 경우가 있다고 치죠. 음악을 듣다가 누군가 말을 겁니다. 가령 계산을 하는데 뭔가를 물어보는군요. 한쪽 이어폰을 뽑으면 음악이 일시 정지가 됩니다. 대화가 끝나고 에어팟을 다시 귀에 꽂으면 음악이 이어서 재생됩니다.
  • 둘 다 뽑으면 음악은 멈추게 됩니다. 마치 이어폰 플러그를 뽑은 것과 같죠. 재생을 하려면 본체에서 재생버튼을 누르거나 시리에게 부탁해야합니다.
  • 이 녀석은 시리가 없으면 기본적으로 거의 쓸모가 없습니다. 이 녀석에는 가속도계가 있어서 빠르게 톡톡 두드리면 되는데(‘빠르게’가 중요합니다. 이걸 깨닫는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시리가 재빠르게 비프를 울립니다. 명령어를 이야기해주면 됩니다. 아니면 그냥 전화기를 근처에 두고  ‘시리야’해도 바로 에어팟으로 시리가 작동됩니다.
    • 가령 “재생” “일시정지” “되감기” “건너뛰기” “이전곡” “다음곡” “볼륨을 50%로 설정해줘” “볼륨 올려/내려”가 가능합니다. 처음에 볼륨을 n%으로 설정해줘를 몰랐을 때는 일일히 몇번씩 시리를 불러야 하는건가 아득했었습니다만. 어찌됐든 시리는 충실하게 (할 수 있는 만큼) 일을 처리합니다.
    • 말로 다 됩니다만 버튼만 눌러서 하던걸 말로 하는건-게다가 말귀를 가끔 못알아 먹고요-영 아니올시다군요. 혼자 사니 그렇다지만 만약 여럿있는 장소라면 재미있겠네요 -_-
    • 일부 앱에선 원활하게 앞으로 감거나 뒤로 감기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은 추후 검증을 좀 해봐야겠습니다.
    • 30초 등 초 단위로 건너뛰거나 되감는것은 실패했습니다. 영어 시리로는 가능한 모양인데 한국어로는 도저히 어떻게 하는건지 모르겠네요. 추후 발견하면 알려드리죠.
    • 음성으로 전화를 건다거나 다른 여타 시리 기능을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시리에게 뭔가 물어본다거나 타이머나 미리알림을 만든다거나.
    • 두번 두드리기를 익히는데 시간이 좀 필요했습니다. 재빠르게 톡톡 두드려야합니다. 천천히 두번 두드리면 인식을 못합니다.
    • 여타 서드파티 블루투스 헤드셋과는 달리 거의 동시에 시리를 사용할 수 있고 ‘시리야’라고 부르고 주루륵 말해도 바로 인식합니다.
  • 배터리는 생각보다 오래 갑니다. 스펙대로 4~5시간은 사용할 수 있을 듯하고 케이스에 넣으면 (특히 배터리가 다 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생각보다 금방 완전히 충전됩니다. 20%를 남기고 케이스에 넣고 약간 있다 보니 완전히 충전이 되어 있었고 그때 케이스는 87% 남아 있었습니다. 물론 20시간을 지원하는 보스 QC35나 40시간대인 Beats 와는 차이가 있겠으나 어지간한 경우라면 케이스와 같이 휴대하면 하루 정도는 음악을 듣는데 불편함이 없겠지요. 이 정도 크기에 이런 사이즈라니 놀랍군요. iFixit에 따르면 93mAh 배터리가 왼쪽 오른쪽 이어폰에 들어있고(여담으로 아이폰7 배터리 충전용량의 1%에 해당하는 크기라고 합니다),  케이스는 1.52Ah(1520mAh) 배터리가 들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대략 이어폰 하나의 16배 용량이고 이어폰이 2개이니까 (손실없이 충전한다면) 8번 충전할 용량이 있습니다.
  • 통화 음질은 문제가 없었습니다. HD 오디오도 문제없이 지원합니다. 한쪽만으로도 통화가 되니 모노 블루투스 헤드셋 개념으로 사용 할 수 있습니다.
  • 오디오 음질은, 크게 나쁘지도 크게 좋지도 않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못 들어주겠네”도 아니고 “이거 음질 죽여주는데!”도 아닙니다. 적당히 깨끗하며 적당한 베이스가 있습니다. 제가 오디오파일은 아니라 뭐라 심각하게 말할 수 없지만 충분히 일상적으로 사용하는데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가격으로 놓고 음질을 생각하면 솔직히 말해서 그만한 값을 하나 싶습니다. 하지만 B&O의 A8이나 Earset 3i도 만족스럽게 썼는데요. 뭐.
  • 음질은 대개의 이어폰이 그렇듯이 귀에 얼마나 밀착해서 잘 꽂냐에 크게 좌우됩니다. 이어폰을 헐겁게 끼울 경우 특히 저음이 많이 떨어집니다.
  • 이래저래 거리를 떨어뜨려보기도 하고 이 짓 저짓 해봤습니다만 거의 끊김없이 안정적으로 연결됩니다. 제가 리듬 게임을 하거나 ms의 차이를 느낄 정도는 아니라 지연이 어떤지는 뭐라 대답하기 힘듭니다.
  • 탭했을때 동작은 Siri를 부르는 것과 재생/일시정지 등으로 고를 수 있지만 아마 거의다 Siri를 쓰겠지요. 일시 정지와 재생을 하고 싶다면 그냥 한쪽 이어폰을 잠시 뽑기만 하면 되니까요.
  • 아이폰에 한번 페어링을 하면 같은 애플 ID를 쓰는 모든 기기에 페어링이 완료되어 있습니다. 그냥 오디오 소스 목록(가장 쉽게 접근하는 방법은 재생하는 프로그램에서 AirPlay 로고를 탭하거나 아니면 콘트롤 센터(위에서 아래로 열어서 나오는 메뉴)를 우측으로 스와이프해서 재생 컨트롤이 나올때 그 하단에서  를 누르고 아이폰 혹은여타 AirPlay를 지원하는 기기 대신에 에어팟을 선택하면 됩니다. 10여초 걸리긴 하지만 (곧잘 블루투스 기기에서 벌어지는)별다른 트러블 없이 간단하게 전환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원하는/같은 ID를 사용하는 모든 기기와의 멀티포인트(동시에 여러대의 기기와 페어링을 유지하는 것)를 지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아이폰에서 쓰다가 아이패드에서 음악을 재생하고 싶다면 아이패드에서 따로 오디오 소스에서 선택을 해야합니다. 그러다 다시 아이폰으로 넘기려면 아이폰에서 같은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컨트롤 센터를 열어서 재생장치를 에어팟으로 변경). 이 점이 가장 큰 실망한 부분인데 그냥 알아서 척척 자동으로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아이패드로 음악을 듣다가 아이폰에서 전화를 받아야 할 경우 아이패드로 아이폰 전화를 받도록 설정한 경우가 아니면 사실상 이어팟으로 받기 힘듭니다(재빨리 앞서 설명한 방법으로 폰에서 에어팟을 사용하도록 설정하면 되긴 합니다).
  • 안드로이드 등 기기에서는 두번 탭을 하면 일시정지/다음곡이 되며 이어폰을 귀에서 뽑아도 아무런 액션이 일어나지 않습니다(이어폰을 귀에서 뽑아서 작동하는 액션은 iOS에서 컨트롤합니다). 페어링하는 방법은 이어폰들을 케이스에 넣고 케이스 뒷면의 동그런 버튼을 길게 누르면 페어링 모드에 들어갑니다. 안드로이드에서 쓰고 싶으면 (iOS 기기등에 연결되어 있더라도) 그냥 장치 목록에서 선택하면 안드로이드와 연결이 되고 다시 iOS 기기 등에서 사용하고 싶으면 위에 설명한 방법으로 다시 기기를 선택하면 됩니다. 다시 안드로이드나 윈도우에서 사용하고 싶으면 블루투스 목록에서 연결을 선택하면 됩니다.
  • 의외로 빼려고 하지 않는 이상 에어팟이 아예 귀에서 훌러덩 빠지지는 않습니다. 고갤 좌우로 흔들어 보고 좌우로 기울여보고 이리저리 쉭쉭 돌아다녀 보아도 귀에 안정적으로 있습니다. 뺀 다음에는 잃어두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혹은 충전을 위해서라도 케이스에 넣어두는걸 추천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도착한 택배를 받는답시고 일시정지 하기위해 한쪽을 뺐다가 그 한쪽을 아래로 떨어뜨려서 어디로 갔지 보니 현관에 쌓아둔 신문 뭉치와 벽 틈새에 있더군요.
  • 이어폰 한짝을 잃어버리거나 케이스(만)을 잃어버린 경우 따로 구입할 수 있는 모양인데 미국 기준으로 69달러입니다. 만약 에어팟과 동일한 환율(1295원)을 적용하면 89,355원입니다. 잃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하십시다.
  • 케이스는 많은 애플 제품에 사용되는 흰색 플라스틱입니다. 이거 스크래치 엄청 잘납니다. 케이스를 감싸는 케이스(?)가 나오면 좋겠네요.
  • 에어팟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많은 정보는 업계 최강의 애플빠(?)인 Rene Ritche가 iMore에 올렸습니다. 

그냥 떠오르는 바를 기술해봤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정도 물건이라면 애플이 이어폰 잭을 없앨만하다”는 점입니다. 가격 빼고. 그냥 선 없는 이어팟입니다. (가격탓에)약간 음질 좋은 듯한. WSJ의 칼럼니스트인 제프리 파울러는 “최근 수년간 본 최고의 애플 신제품(AirPods are Apple’s best new product in years)”이라고 평할 정도이니 말 다했죠. 선을 자르는 용기는 일견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QC35와 함께 같이 즐겁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퍼스트 임프레션은 이런 것으로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아이폰 7의 이어폰 포트에 관한 에트세테라.

아이폰 7 플러스를 받았습니다. 관련해서는 별도로 포스트를 할 생각입니다만 우선 생각이 나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아이폰 7에서 가장 획기적인(?) 변화라고 한다면 역시 헤드폰 포트가 사라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신 라이트닝 포트용 어댑터와 라이트닝으로 연결하는 이어팟(EarPods)이 제공됩니다.

일단 저의 경우 QC35 블루투스 헤드폰으로 일찌감치 바꿨기 때문에 커다란 충격은 없었습니다. 박스에서 이어팟이나 어댑터를 한참 동안 꺼내지 않았습니다. 며칠전에 ER-4P를 연결하기 위해서 어댑터를 꺼내고 오늘은 이어팟을 사용해 봤습니다만.

일단 어댑터는 생각대로 바보같더군요. ㄱ자인 ER-4P 플러그를 꽂으니 모양새가 봐줄만 했습니다(쓴웃음). 이어팟의 경우에는 확실히 충전중에 쓰지 못하겠구나 생각하는 한편 그럭저럭 이건 이거대로 괜찮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이 이어폰을 뽑아다가 랩톱에 꽂아 쓸 수 없다는 것이 좀 그렇지만요.

저는 아이폰 5때 이어팟을 아직도 잘 쓰고 있고 5s,6 Plus, 6s Plus의 이어팟은 상자에서 꺼내지도 않았습니다만 아마 험하게 쓰지 않거나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대개는 제공되는 라이트닝 이어팟으로 충분하겠지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 기본 이어폰을 사용하니까요. 어떻게 보면 돈을 더 주고 이어폰을 사는 쪽이 소수파라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된다면 자신의 이어폰을 사용하고 싶거나 , 어댑터나 라이트닝 이어팟을 잃어버렸을 경우라고 봅니다.

일단 가격 자체가 차이가 없고 어댑터의 경우에는 만 2천원인가 하기 때문에 눈물 날 정도의 타격은 아니지만 이어팟의 경우에는 적지 않다면 적지 않은 금액인 것은 사실입니다. 단선이 되거나 잃어버리면 3.5mm 단자가 있을땐 하다못해 편의점이나 좌판, 노점에서 파는 이어폰을 꽂아 쓸 수 있었습니다만 라이트닝 전용이 되면서 어댑터를 물려서 쓰던가 ‘애플세’를 내고 라이트닝 이어폰을 사야할 것 같습니다.

물론 전례를 보자면 라이트닝 케이블이 애플 MFI 인증을 받은 케이블이 애플 제품 보다 저렴하게 판매되는 사례가 있으므로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 라이트닝 이어팟보다 저렴한 서드파티 제품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이 부분에 있어서는 좀 지켜보고 싶네요.

어찌됐든 저는 무선 헤드폰에 매우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어댑터든 라이트닝 이어팟이든 그렇게 많이 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선에서 벗어나는 것은 생각보다 좋습니다.

선을 자르는 용기에 대한 생각

애플이 아이폰 7을 발표하면서 헤드폰 잭을 없애면서 아주 오래된, 플러그를 꽂았다 뽑는 여성의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만큼 오래된 기술에 속박되고 있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었겠지요. 그러면서 이것에서 탈피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걸 들은 모두가 그 ‘용기’에 대해서 비아냥댔고, 같이 발표된 에어팟(AirPod)과 아이폰 7의 구성품인 라이트닝 커넥터에 대해서 조소가 이어졌습니다.

AirPod

AirPod – Apple 제공

사실 여기에 대해서 저는 간단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을 버릴 시기가 왔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는 ER-4를 포함해서, 슈어 제품이나 바워스 앤드 윌킨스 제품도 있고 이젠 사실상 철폐된 브랜드인 로지텍 UE 제품도 여러개 됩니다. 합치면 기백만원은 가볍게 넘길겁니다. 하지만 아이폰 7이 이어폰 잭을 없앤다는 루머가 거의 확실해지자 마자 마자 저는 무선 헤드폰을 고민했고, 결국 오늘 Bose QuietComfort 35(QC 35)를 주문했습니다. 아마 내일 모레 즈음 도착할 것 같습니다. 사실 무선, 특히 블루투스로 가는 것에는 여러가지 리스크가 있습니다. 일단 음질입니다. 소니가 소위 말하는 ‘고해상도 오디오’를 지원하는 블루투스 헤드폰을 만들었지만 소니 전용 기술이라고 봐도 무방하며, 애플은 애시당초 ‘고해상도 오디오’ 자체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에어팟도 결국 애플 제품에 최적화된 블루투스 헤드폰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그뿐일거라고 봅니다. 유선 이어폰/헤드폰을 연결해서 듣듯이 ‘고해상도 오디오’ 파일을 재생해서 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인가는 솔직히 의문이 듭니다.

Bose Quiet Comfort 35

Bose Quiet Comfort 35, 무선 헤드셋이라면 작업하는데 좀 더 자유로울 것 같다 – Bose 제공.

며칠전에 2008년인가 2009년에 산 블루투스 헤드셋을 꺼내서 페어링해서 써봤습니다. 작동 잘하고 의외로 들어줄 만하더군요. 배터리가 좀 짧긴 하지만 말입니다, 정말 편했습니다. 1.5m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은 정말 커다란 차이입니다. 가령 음악을 들으면서 드립커피를 만든다고 생각해보지요. 싱크대에서 드리퍼와 서버를 씻고 원두와 저울을 꺼내서 무게를 잰뒤 도로 집어 넣고 뒷편에 있는 정수기에서 계량컵에 물을 담은 뒤, 필요 이상으로 받은 물은 다시 싱크대에 버립니다. 그리고 전기포트에 물을 넣고 끓인뒤에 추출을 합니다. 이 간단한 작업을 하는데도 유선 헤드폰으로는 전화기를 들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해야합니다. 오늘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다가 택배가 와서 전화기를 들고 현관으로 달려가다가 헤드폰 선이 방 문고리에 걸려서 코드가 뽑힌 것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어딘가 전화기를 올려놓으며 음악을 들으며 작업을 하거나 주머니에 있던 전화기가 코드에 끌려서 떨어질 뻔한 경험도 여러차례 했습니다. 애플은 전원을 MagSafe로 만들었는데 노트북이면 모를까 휴대폰 정도라면 이어폰으로도 충분히 끌려서 떨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믿으셔도 좋습니다, 실제 경험입니다. 택시를 타고 병원을 가거나 할때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 물론 전화기가 주머니에 있으니 놓고 내릴 염려가 없다는 안심감은 들지만 선은 솔직히 움직임이 제한 된 차안에서는 방해물입니다.

사실 이어폰 선이 없어지는 것은 제가 이더넷 선을 끊고 많은 기기를 와이파이로 옮긴 2001년(경)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 당시에는 802.11b 밖에 없어 더럽게 느렸고(다행히 그때는 초고속 인터넷 자체도 느렸습니다), 2000년대 중반이 되면서 11g로 업그레이드 했지만 여전히 확실히 이더넷이 유리했고 무선랜으로 완전히 전환하는것은 어리석게 보였을 겁니다.  11n이 되면서야 굳이 대용량이나 적은 핑 딜레이가 필요할 때를 제외하면 무선으로 항상 작업하는게 이상하지 않게 됐고, 올해 11ac로 올린 다음에는 대용량이 필요할때도 랜 케이블이 크게 아쉬울게 없게 됐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애플이 이어폰 구멍을 없애는 ‘용기’를 냈습니다만 몇 년이 지나면 무선랜과 같이 될지 모릅니다. 사실 제가 처음 학교에서 네트워크(LAN)에 연결된 컴퓨터를 썼을때는(90년대 중반) TCP/IP도 아니고 NetWare에 토큰링이라고 T자로 된 어댑터를 달고 모든 컴퓨터를 줄줄이 연결하던 시절이었지만(허브나 스위치, 라우터가 없었습니다) 90년대 후반이 되면서 사실상 이더넷으로 완전히 정리됐죠. 20여년 됐네요. 이더넷이 무선랜 때문에 완전히 없어지진 않듯이 헤드폰도 그럴겁니다.

고백하건데 지금 이 시점에서 무선 블루투스 헤드폰을 지르는 것이야 말로 용기가 필요합니다. 3.5mm 플러그와는 달리 무선 전송 기술은 소니가 ‘고해상도 오디오’를 지원하면서 독자적인 코덱을 내놓았듯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 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비록 QC 35가 자체적으로 8대의 장치를 기억하고 2대를 동시에 연결하며 스마트폰 앱으로 쉽게 전환이 가능하다고 합니다만 그냥 선을 뽑아서 듣고 싶은 기기에 꽂는 것만큼 단순할리는 없습니다. 배터리도 생각해야 하는데 사실 QC 35는 무선으로 20시간을 들을 수 있는 스펙입니다만 QC 15는 35시간을 쓸 수 있는데 어찌됐든 짧습니다(사실 여기엔 재미있는 함정이 있는데,  QC35에는 유선 3.5mm 케이블이 따라오고 유선으로 들으면 배터리 시간이 40시간으로 두배로 늘어납니다. 그리고 QC15와는 달리 배터리가 다 되어도 노이스 캔슬링 없이라면 유선으로 기기에서 공급되는 전원을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어쨌든 충전이 필요합니다. 두시간여를 충전해야하기 때문에 장기 여행에서는 모바일 배터리로 충전해야하는 기기가 하나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큽니다.

하지만 앞서도 말씀 드렸듯이 08년인가에 구입한 블루투스 헤드셋도 어찌저찌 잘 작동하는걸 보니 일단 몇년은 잘 작동하겠지 싶습니다. 실제 속도를 수백Mbps 낼 수 있는 무선랜 라우터도 여전히 11Mbps의 802.11b를 지원하고 있고, 정말 막장인 경우 유선 커넥터도 있습니다. 반 백만원짜리 헤드폰이 과연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이제는 ‘용기’를 낼 시간입니다. 덕분에 저는 전화기를 들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주방일을 보지 않아도 되고 어딘가 케이블이 걸릴 걱정을 안해도 되겠지요. 고정전화(집전화)가 휴대폰이 됐고, 유선 랜이 무선 랜이 됐습니다. 제가 처음 무선랜 장비를 살때는 모든 것이 기본적으로 6자리 단위였지만 이제는 클라이언트라면 무선랜이 기본적으로 내장 안된 휴대용 컴퓨터나 디바이스가 드물고, 공유기도 사양에 까다롭게 굴지 않는다면 10만원대 이하로도 충분히 살 수 있습니다.

어찌됐든 이 긴글이 주장하고 싶은 사실, 그것은  ‘용기’가 최종적으로 향할 곳은 자유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몇년이 지나면 우리는 이 자유를 당연하게 여길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