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먼 밀러 에어론 의자(Herman Miller Aeron Chair)가 도착했습니다

2달반의 기나긴 기다림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6월 2일에 허먼 밀러 에어론 의자를 샀다는 요지의 포스트를 올리고 한달 반이 넘게 지났습니다. 의자를 계약한지 한 달 가까이 지나서 글을 올렸으니 두 달 반이 지난 셈입니다. 어느 날 잘 모르는 번호로 ‘의자가 도착했는데 배송해드릴까요’ 라는 연락을 받고 서는 뛸 듯이 기뻐 당연히 배송을 부탁했고 이틀이 흘러 거대한 상자가 집에 도착했습니다.

족히 1m 높이는 되어 보이는 허먼 밀러 상자에 배달, 현관이 그냥 막혀버렸습니다

트위터에서 저를 구독하시는 분이라면 아시는가 싶지만 저는 물건을 개봉하는 걸 즐거워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물건을 개봉하는 것을 정말 괴로워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개봉하는 단 한번의 순간을 최대한 음미하고 싶어서 미루고 미루다가 (보통 가족이 역정을 내서) 마지 못해 개봉하면서 만면에 미소를 띄우는 그런 타입입니다. 이번 의자도 무려 두 달 반을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이틀 가까이 뜯지 못하다가 그 다음날 올 오븐 레인지를 들여놔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현관을 막을 수가 없어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허먼 밀러 에어론 C사이즈(그래파이트). 아마 당분간 금액면에서나 크기면에서나 당분간 다시 없을 규모의 언박싱
뒷면에서 보면 이런 느낌

200만원짜리 의자를 구입하는 것이 주는 압박감과 자기 암시?

얼추 200만원이 넘는 의자를 언박싱해서 상자와 가구를 피해서 방에 낑낑거리며 놓고 나서 본격적으로 앉았습니다. 187cm에 100kg가 넘는 동생(동생은 시디즈 T50 시리즈를 사용하고 있습니다)에게도 앉혀보았습니다만 “돈이 좋다” 라는 알기 쉬운 코멘트를 해줬습니다. 의자라는 가구에 200만원을 쓰게 되니 의자에 앉지 않고는 있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평소에는 서서 돌아다니거나 침대에 눕거나 엎드려 보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만 의자를 바꾸고 나니 의자에 앉는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첫날에는 불면증도 있었던 것도 있어서 족히 십수시간을 앉아 있었는데 허리며 엉덩이가 전혀 배기거나 아프지 않았습니다.

클래식 에어론(Aeron)이 처음으로 소개하면서 인상을 끈 메시 좌판, 좌판과 틸팅박스 사이에 아무것도 없어 붕 떠있는듯한 느낌이 들고 실제로 붕 떠있는 셈입니다. 다만 곡면을 그린 좌판과 그 주위의 프레임 때문에 불안하게 둥실둥실 거리지 않는 것도 하나의 묘미입니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의자에 200만원을 들였는데, 그게 얼마나 만족스러운가, 돈 값은 하는가? 가 문제인데(이미 어느 정도 답 나온거 같지만), 정말 편합니다. 며칠동안 앉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 메시로 된 좌판에 앉을 때 마다 메시가 푸욱 들어가면서 떠있는 듯한 느낌이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불안한 게 아니라 좌판 양옆의 프레임이 확실히 엉덩이를 감싸기 때문에 굉장히 안정적입니다. 그리고 허리와 등과 허리를 받쳐주는 등판에는 메시 말고도 요추/경추 받침이 있어 이 또한 매우 훌륭했습니다. 여담이지만 메시는 단순히 하나의 망이 아니라 UV 라이트를 비춰보면 알 수 있을 정도로 등판과 좌판 모두 몸이 닿는 다른 부위마다 몇개의 다른 탄성을 갖도록 몇개의 다른 구획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합니다.

이 의자는 앞으로 그리고 뒤로 틸트가 되는데요, 저는 이 글을 타이핑을 할 때처럼 컴퓨터에 문장을 칠때는 앞으로 틸트를 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컴퓨터를 쓰다보면 무의식적으로 굽은 등이 되기 쉬운데 이러면 굉장히 바른 자세로 키보드와 마주할 수 있습니다. 틸팅이 되는 의자를 앉다보면 또한 무의식적으로 뒤로 기대려고 하는 습관이 생기는데 앞으로 틸트를 한 상태에서 틸트를 고정하면 ‘도망갈테면 가보라지’ 하고 화면과 키보드에 집중하게 됩니다. 유튜브 동영상을 본다거나 할 때처럼 집중이 필요 없을 경우에는 틸트 잠금을 풀고 평평하게 앉아 있으면 몸무게가 실리는 대로 편하게 기울여 봅니다. 릴랙스 하는거죠.

인구의 99%를 커버한다는 목표로 설계된 의자의 제일 큰 사이즈이기도 해서 그런가 동생보다는 약간 작지만 역시 181cm 쯤 되는 키인 저도 높이를 높이면 다리 받침이 필요할 정도로 올라갑니다. 대신 이러면 제가 쓰는 사무용 책상에 놓은 해피해킹 키보드에 딱 맞게 높이가 조절되서 키보드가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아 딱 좋거든요. 발이 좀 불안하긴 하지만. 이 문제는 발받침대(풋 레스트)를 사서 하나 놓는 걸로 해결했습니다. 강추합니다, 발받침대.

같은 허먼 밀러의 Embody나 다른 회사 제품과는 달리 뒤로 틸트는 안 함/중간 각도/완전히 뒤로 젖힌 각도, 세가지만 됩니다. 중간에 어디에서 멈추거나 고정이 안되는데 다만 이 녀석은 틸트 장력을 굉장히 세세히 조절할 수가 있어서 체중을 실어서 근육의 힘을 이용해 힘껏 뒤로 밀어야 될 정도(사실상 등받이에 기대도 틸트를 거의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뒤로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휙휙 넘어가는 수준(사실상 등받이에 기대면 똑바로 앉아있는게 어려운 상태)까지 장력을 조절 할 수 있습니다. 틀림없이 어느 지점에서 마음에 드는 지점을 찾을 수 있는데, 이 상태에서 틸트 잠금을 풀면 몸의 중심이 살짝 이동하는 것 만으로 기울여 휴식을 취할 수가 있습니다. 각도를 조절할 수는 없지만 스프링과 몸이(정확히는 체중이) 알아서 각도를 조절해주는 느낌이라 흡사 어릴 때 외가에 있던 흔들 의자에 앉아서 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여기에 발받침을 갖춰놓으니 그냥 과장 조금 더 보태서 안락의자 기분이더군요. 이렇게 잠시 한숨을 돌리다가 작업에 다시 들어가거나 아니면 앞으로 기울여 더 ‘몰입’하거나 하는 식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불만이라면 헤드레스트가 없다와 틸트 고정 없음, 잘 쌓이는 먼지 정도

사실 몸집이 꽤 큰데(키도 그렇지만 몸무게도 꽤 나갑니다), 이 녀석 같은 경우 허먼 밀러에서 설계상 보증하는 무게가 159 킬로그램까지라 그런 제가 앉아도 부담이 없을 정도로 굉장히 튼튼하고 여유가 있습니다. 어~지간히 몸무게가 나간다고 생각하는 저지만 그래도 여유가 충분히 있고요. 좌면, 등판 등 모든 부품에서 불안함이 없을 정도로 튼튼하게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인구의 99%를 커버하는 제품에서 가장 커다란 C 사이즈를 가장 높여서 사용하고 있는데요, 특히 팔걸이 부분은 좌우/앞뒤/위아래로 가동합니다. 이 또한 가장 높여서 사용하니 인체공학 서적에서나 볼 수 있는 그림과 같은 90도 각도로 벌린 팔꿈치를 팔걸이에 기대고 사용하는게 가능합니다. 이러면 해피해킹 키보드 같이 작은 키보드는 팜레스트가 필요 없을 정도로 굉장히 편하고 타이핑을 장시간 해도 어깨가 많이 결리지 않습니다. 왜 인체 공학 서적이나 전문가들이 이렇게 하라고 하는지 알 것 같은 자세가 만들어집니다. 이전에 쓰던 의자에서는 팔걸이가 덩치에 비해 높지 않아서 불가능 했었습니다.

포스트 하나를 칭찬에 할애하는 중인데 그럼 불만이 없느냐면 그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사소한 건데 요컨데 헤드레스트가 없다거나 아까전에도 언급했듯이 틸트 고정이 없다, 제품 이곳저곳에 먼지가 굉장히 잘 쌓인다는 점입니다.

헤드레스트가 없는 문제의 경우에는 저는 아직까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많은 분들이 서드파티제 헤드레스트를 장착하는 것으로 해결을 보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아까전에도 언급한 안락의자 느낌에 머리까지 받쳐주니 잠깐 졸기도 하시는 모양이더군요. 있으면 좋고, 나쁠것은 하나 없지만 없어서 문제는 없다. 가 제 소감입니다. 뒤로 기대면 정말 편하게 릴랙스 할 수 있는 만큼 헤드레스트가 아쉽게 여겨지는 것일텐데 애당초 저는 지금까지 의자에서 고개를 젖혀서까지 쉰다기 보다는 오히려 굽은 자세가 되서 허리가 아팠던 적이 더 많았던 기억이 나는지라 오히려 이렇게 등과 허리를 받쳐주는게 오히려 더 고맙네요. 그래도 있었다면? 그것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틸트 고정의 경우, 뒤로 기울여서 편안하게 작업하시는 경우가 많은 경우, 체중을 굳이 싣지 않아도 기울임 각도가 고정되기 때문에 편한데요. 이 의자가 휴식을 취하기 위한 의자가 아니라는 방증이기도 하지만서도 뒤로 틸트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뒤로 기대서 체중을 가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특정 각도로 고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 먼지 문제. 산지 며칠이나 됐다고 좌판 밑의 틸팅 박스하고 손잡이 부분, 등받이 뒷편을 꼼꼼히 먼지 털이로 청소해야 했습니다. 이걸 한 달 두 달 방치했다가는 장난이 아니겠구나 싶었어요.

때론 자기 암시가 주는 모티베이션도 중요하지

우리는 적지 않은 시간을 컴퓨터를 조작하며 보냅니다. 현대의 사무작업은 사실상 책상 머리 앞에 앉아서 컴퓨터를 조작하는 것을 제외하면 전화를 받거나 조작하는 정도 밖에 없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사실 의자에 앉아서 생활하는 버릇이 없고 주로 침대에 눕거나 앉거나 엎드려서 생활을 해왔고 컴퓨터도 그 자리에서 해결했습니다. 그러다 데스크톱을 사용하면서 여러모로 불편함을 겪어야 했습니다만 이제야 해결되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의자라는 가구에 200만원을 들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고, 실제로 아니었지만 그래도 정말로 잘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허먼 밀러와 이 의자를 디자인한 돈 채드윅은 인구의 99%를 포용하는 설계라고 주장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이 에어론이 맞는다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허먼 밀러의 라인업에 돈 채드윅과 함께 오리지널 에어론을 설계한 빌 스텀프가 만든 엠바디(Embody)가 존재하는 이유도 그것 아니겠습니까?

비싼 의자를 샀으니 앉아야지라는 일종의 자기 암시를 가지고 의자에 앉아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침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확실히 줄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게 수면 위생 측면으로 볼 때 건강한 것이죠. 그리고 엎드려 있거나 하는 생활을 안하게 되고 의자 자체가 편하니 허리를 안마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는 느낌입니다. (반면 어깨 부분은 예전만은 못해도 여전히 안마를 합니다) 그 외에도 한 일주일 넘게 사용하니 왼쪽의 틸트 조절 기능이나 우측의 텐션 조절과 높낮이 조절, 뒷면의 요/경추 지지 기능 조절, 팔걸이의 각도와 높이 변경을 자유자재로 구사해가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며칠 지나니 기능과 조작법을 전부 외웠습니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나 자기 암시가 주는 모티베이션이나 효율의 향상 또한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고로 만약 저처럼 불행인지 행운인지 이 의자를 앉아볼 기회가 있으셨다면 꼭 앉아 보시고 본인에게 맞는다면 지갑과 상의를 해보시는 건 어떠실까 합니다. 강력히 추천합니다.

구석 구석 살펴보기

앉은 상태에서 왼쪽 아래에는 틸팅 조절 레버가 있습니다. 바깥쪽 레버는 앞으로 기울일때, 안쪽 레버는 뒤로 기울이는 경사를 조절합니다
경추와 요추를 지지하는 지지대인 PostureFit SL, 사진의 다이얼을 돌려 핏감을 조절합니다
PostureFit SL을 조절 하는 다이얼, 위 아래(높낮이)가 아니라 앞 뒤로 움직여서 몸과 밀착 정도를 조절 합니다
팔걸이 조절 레버, 처음에는 굉장히 뻣뻣했습니다 레버를 올리고 팔걸이를 위아래로 조절합니다. 좌우 양쪽에 하나씩 있으며 독립적으로 무단계로 움직입니다
좌석에서 우측 밑으로 보면 틸트 텐션을 조절하는 레버가 있습니다.
우측 팔걸이에 좌판 승강 레버가 있습니다

기타 잡담

허먼 밀러 홈페이지에서 해외 사용자들 보증 규정을 보면 12년 보증을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부품과 공임이 포함되어 있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이를 지키는 수입사는 한군데도 없습니다. 회사에 따라 1년이 지나면 공임, 출장료에 부품값까지도 받는다고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부품값은 받지 않지만 공임과 출장료는 부담해야 한다는 곳도 있고 제각각입니다. 모두가 허먼 밀러의 Dealers 페이지나 Stores 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는 업체인데 그야말로 실제로는 보증은 엿장수 맘이라는 것, 그리고 팔때는 대대적으로 12년 보증을 내세우면서 팔고 나서는 말이 바뀌는게 상도의적으로 어떤가 싶은 것입니다. 게다가 이런 의자는 중고로 파는 경우도 있는데 중고 제품에 대한 보증 취급도 제각각인 것이 문제입니다. 한두푼 하는 물건이 아닌데 말이죠.

그외에, 한국에서 일반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일반적인 에어론은 풀 옵션 장착인데, 가죽 암레스트나 스테인리스 다리 같은 고급 옵션이 있지요. 기왕 살거 조금 돈을 들일까 생각도 들고, 에어론에만 앉아보고 엠바디는 시야에 두지도 않았던게 좀 걸리긴 하네요.

LG전자 디오스 오브제 컬렉션 광파오븐(MLJ39EW) 구입

20년된 전자레인지가 결국 데워지다 말다를 반복했습니다. 가족에게서 클레임은 진즉에 들어왔지만 제가 데우려던 음식이 시간이 지나도 차가운 걸 보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대체품을 찾아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래저래 검토 끝에 이 제품(MLJ39EW)을 주문했습니다. 결론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지만 꽤 만족하고 있습니다.

우선 만족하는 점은 맛있고 촉촉하게, 빠르게 잘 데워진다는 점입니다. 특히 전자레인지 기능이 가장 반응이 좋았습니다. 출력이 1100W에 달하는 만큼 어지간한 즉석식품은 편의점 전자레인지에 준해서 시간을 맞춰 돌리면 충분합니다. 예전같으면 온기는 있으나 퍼석퍼석할 음식들이 온기도 있으면서 더 맛있고 촉촉하게 데워져서 ‘같은 음식을 데운 것 같지 않다’ 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오븐 기능 같은 경우, 본격적인 오븐으로 쓸 수는 없습니다. 온도와 시간이 각각 200도/90분까지만 설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데우는 용도로는 실용상 문제는 없습니다. 식은 피자를 데웠는데(170도 10분) 꽤 그럴싸하게 데워져서 저를 비롯해서 가족이 모두 호평을 했습니다.

오븐이든 에어프라이 기능이든 예열되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라 (음식물 없는 빈 오븐을 돌리지 않도록 LG전자에서 권장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충분하게 더해서 돌려야 합니다만 시간은 좀 걸리지만 결과물 자체는 흠잡을 데 없습니다.

애당초 전자레인지의 대체품이고 본격적인 요리를 할 목적으로 산 것은 아니긴 합니다만 구이/스팀 찜 기능이나 건조/발효 기능 등은 사전에 프로그래밍 된 몇 가지 요리(앱으로 검색하거나 제품에서 선택 가능)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뭐든지 되는 것처럼 써놨지만 뭐든지 되는건 아닙니다. 이 제품에 국한 되는 것은 아닌데 웹사이트에서는 뭐든지 좋은 듯, 뭐든지 되는 것 처럼 적어 놓고 있기 때문에 사양표와 PDF로 다운로드 가능한 제품 설명서를 반드시 잘 읽어보시고 원하는 요리가 지원되는지, 원하는 조리 방법이 지원이 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제품 같은 경우 높은 철망, 낮은 철망, 가열 팬, 팬에 올려놓고 쓰는 망과 스팀 뚜껑 등이 부속됩니다만 조리하는 요리가 무엇인가와 사용하는 기능마다 다른 부속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분실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다른 기종 같은 경우 예를 들면 어떤 망을 높은 위치에 랙에 걸고 사용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다기능이다보니 이래저래 복잡한 경우가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ThinkQ 어플로 제어를 한다거나 통지가 온다거나 조리 레시피를 본다거나 할 수 있습니다만, 굳이 사용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있어서 나쁠건 없지만 필수는 아닙니다. 하기야 스탠드얼론으로 완결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런 류의 기기는 곤란합니다.

해서 이 제품 자체는 LG전자의 중국 현지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듯합니다.

가열 팬과 원형 회전판을 놓았습니다. 39L나 되다보니 넓은 편입니다만 원형 회전판이 돌아가는 방식이라 완전히 꽉차게 넣을 수 있나 싶긴 하지만 굉장히 넓찍 합니다.

아래는 에어 프라이 조리를 하는 모습입니다. 아까도 말했듯, 부속된 낮은 철망을 놓고 사용합니다. 언뜻 보기에는 두 군데에서 열을 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본격적인 조리를 하기 위해서 구입한게 아니라 즉석조리식품이나 먹다 남은 음식을 데우기 위해 구입한 것이라서 가격면에서나 (대략 40만원 가량) 데워진 음식의 맛 측면에서나 만족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요리를 하실 분이라면 좀 더 본격적인 제품을 알아보셔야 할 듯 하지만, 의외로 저와 같은 용도로 알아보시는 분이 적지 않을 겁니다. 그런 분이시라면 검토해보셔도 나쁘지 않을겁니다.

교토 애니메이션 방화 사건 3주기에 부쳐.

표현력 부족 탓에 진부한 표현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쉽습니다. 오늘과 마찬가지로 장맛비가 잠시 멎은 사이 건조하고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가운데에서 밤낮이 뒤바뀐 가운데 뒤늦게 일어난 그날, 모든 것이 바뀌어 버렸습니다. 처음에는 조그마한 소동이려니 싶었는데 일이 그렇게 되지 않더군요. 그리고 세월이 3년이 흘렀습니다. 매일같이 추적하던 관련기사에도 눈이 덜 가고 있고 실제로 관련 기사도 많이 줄었습니다. 이렇게 그 사건은 아쉽지만 풍화되어가고 있습니다. 결코 미담 따위가 아니니 언젠가 묻혀가는 것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겠으나 키타신지 병원 방화 사건이나 최근 아베 전 총리 살해 사건을 보더라도 점점 사회가 흉포화되고 사적 제재에 기대는 풍조가 자리잡고 있어 우려 됩니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으니 사건의 단편을 보는 것만이 아니라 좀 더 부감적, 그리고 입체적으로 사건이 우리에게 준 과제와 교훈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편으로,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건만 용의자에 대한 재판이 빨라야 내년이라는 소식을 들으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절망속에서 기도로써 희망이 재건되기를 바랍니다.

WH-1000XM5 개봉, 그리고 사용기

저는 소니의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인 WH-1000X 시리즈를 WH-1000XM2 시절부터 구입해 오고 있습니다. 2016년에 처음 MDR-1000X로 나왔을때는 Bose QC35를 우선했습니다만, 어찌저찌 그 이후로는 보즈 쪽과 함께 소니 쪽도 같이 사오고 있는데요. WH-1000XM3과 M4에 이어서 이번에는 WH-1000XM5를 구입했기에, 개봉기와 함께 간단한 첫 인상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복습 삼아 이전 기종 포스트(개봉 전, 개봉 후)를 한번 둘러보시고 보시면 한층 이해가 쉽습니다.

언박싱

제품을 주문 한 곳이 쿠팡이었는데 놀랍게도 예의 그 비닐 포장에 완충재도 없이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포장재가 워낙 튼실해서 그런가 그 성의 없는 포장에도 불구하고 문제 없이 도착했다는게 기적이라면 기적이겠습니다. 하지만 이 포장은 WF-1000XM4에서부터 도입된 환경을 위한 포장으로 사람들 사이에서는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는 포장’, ‘달걀팩 포장’으로 유명합니다. 정말 뜯느라 괴로웠지요. 며칠 냅두다가 개봉했습니다.

WH-1000XM5 제품 박스, 정면
뒷면에서 보면 예전과는 달리 제품 특징이나 사양 등에 대한 설명도 생략된, 그야말로 필수 규제정보 등만 적힌걸 알 수 있습니다
윗면, 예년 같으면 전면에 큼지막하게 박혀 있을 하이레조 로고 등이 밀려나 있습니다. 특히, MFi나 Alexa, Google Assistant 로고는 아예 후크에 가려져 있습니다.
개봉을 하면 음각으로 1000X SERIES 라고 적혀 있습니다. 종이와 이런저런 재료로 만들어서 빈말로도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쿠팡의 그 험악한 배송을 견딜 정도로 튼튼한 재질이네요. 소니 개발자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겠습니다.
이번 모델의 케이스는 많이들 ‘삼각 김밥’을 연상시킨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 흔한 간단 사용 설명서도 없고 필수적인 내용(규제 정보나 필수적인 내용)만 간략하게 적혀 있는 서류들이 들어있는 종이 상자가 꼬다리에 매달려 있습니다
WH-1000XM3 부터 도입된, 소니 로고가 들어간 금색 지퍼 손잡이는 나름 품위가 있습니다
케이스는 내용물이 없을 때 눌러서 부피를 줄일 수 있게 설계되었습니다
케이스를 개봉해보면 Bose Noise Cancelling Headphones 700과 비슷한 플랫 스위블 형태로 수납되어 있습니다. 가동각도가 넓어서 플랫형태로도 수납이 되고 목에 걸때도 컵이 위로 향하지는 않습니다
헤드 밴드 사이에 컴파트먼트가 있어 열립니다. 검정색 3.5mm to 3.5mm 케이블과 USB-C to A 케이블이 있습니다. 초대 MDR-1000X부터 있던 항공기 어댑터는 폐지되었습니다
평평한 곳에 꺼내 보았습니다. 이 제품은 지문이나 손자국 등이 굉장히 잘 남습니다. 그래서 종종 닦아주어야 할 떄가 있습니다. 다음 제품에서는 개량되었으면 하는 점입니다. 그 외에 가동부가 헤드밴드와 조인트 부분 뿐이라서 긴 머리카락이 걸리는 등의 트러블이 해소되었습니다
반대로 놓으면 이렇습니다.
직전 모델(WH-1000XM4)와는 달리 착용 센서가 겉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습니다만 확실히 내장되어, 기능합니다. 소니 측에 따르면 착용 센서의 성능도 향상되었다는 모양입니다
이어컵을 근접해서 찍어 보았습니다. 소니에서는 ‘소프트 핏 레자’로 부르는 재질로 미세한 돌기가 있는 재질입니다. 피지를 빨아들이는 능력이 어지간한 기름 종이 저리가라입니다. 플라스틱 부분과 함께 가끔씩 닦아주지 않으면 성이 차지 않습니다. 제품의 시리얼 번호 등은 왼쪽 이어컵 안쪽에 적혀 있습니다
헤드 밴드 역시 같은 재질입니다
컵과 밴드의 연결부입니다. 무단계로 쑥하고 잡아당기면 생각보다 부드럽게 늘어납니다. 예전과는 달리 밴드를 늘려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소니 로고가 꽤 품위있게 인쇄되어 있습니다
3.5mm 연결부와 전원버튼, 인디케이터, NC/AMB 버튼입니다. CUSTOM 버튼이 다시 NC/AMB 버튼으로 돌아왔지만 기능 상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기본값으로 노이즈 캔슬링/주변소리 듣기 모드만 왕복하도록 변경되었습니다(‘끔’이 기본값에서는 폐지). 또한 이제는 항시 자동으로 노이즈 캔슬링 최적화를 하기 때문에 길게 버튼을 눌러 최적화 하는 기능은 사라졌습니다
충전 인디케이터와 USB-C 커넥터입니다. 충전 전용이며 USB-C PD(Power Delivery)를 지원하여 PD 지원 충전기라면 상당히 빠르게 충전됩니다

간단한 감상

몇 년전 까지만 하더라도 ‘저음 하면 보즈’ 라는 인상이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그것도 완전히 옛말이 되어서, 소니 쪽의 저음이 더 깊이나 펀치가 있다는 느낌입니다. 모니터링 제품을 듣다가 1000X 시리즈를 들어보면 확실히 음악 감상에 특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최근의 대중 음악, 특히 EDM의 경우 특징이 확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적으로 사용되는(그리고 이전 모델들이 채용했던) 40mm 구경 드라이버가 30mm로 줄어들었습니다만, 드라이버 구경 축소로 인해 체감할 만한 불만은 없었습니다.

특히 이전 모델에서 부족함이 지적되었던 외부 소리 듣기, 통화 품질 등의 면에서 이전 WH-1000XM4에 비해 한결 더 브러시업 되고 개선한 모델로써(그러나 여전히 애플 제품에 비해서 특히 외부 소리 듣기 기능이 낫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두차례에 걸쳐 WH-1000XM4 모델을 소개하면서(개봉 전, 개봉 후) 디자인의 진부함을 거듭거듭 지적했는데, 이번에야말로 신선한 디자인으로 나왔습니다.

이전에 나온 모든 1000X 시리즈 헤드폰/이어폰은 전원이 켜질 때를 비롯해서 버튼을 누를 때마다 육성 아나운스가 나왔습니다만, 이제는 그냥 ‘디링’ ‘디리링’ 하는 톤만 들립니다. 다만 전원 끌때 나오는 톤이 너무 작아서 벗은채로 전원을 끄면 ‘전원이 제대로 꺼졌나?’ 확인을 해야 했습니다.

착용감도 좋아지고 통기성도 개선되어서 헤드폰치고는 이례적으로 여름에 나왔습니다만 기존 기종보다 쾌적성이 향상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피부가 지성이신 분은 기름종이를 방불케 할 정도로 도처에 자국이 남아서 닦아줘야 합니다. 먼지도 정말 잘끼고요. 다음 기종 개발때는 이 기름종이 재질은 재검토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디자인을 제외한 기능적 측면에서는 솔직히 말해서 WH-1000XM4를 좀 더 다듬은 정도로 눈에 띄는 신기능은 Google Fast Pair와 Microsoft Swift Pair를 지원하는 정도려나요. 덕분에 안드로이드나 윈도우 기기를 켜놓고 근처에서 페어링 버튼을 켜기만 하면 아무런 추가 조작 없이 페어링이 가능합니다. 이 기능이 실장되어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는지 NFC 태그가 폐지되었습니다. 말씀드린대로 페어링이 편해졌고, 소스 기기에서 접속 버튼만 누르면 접속 기기가 변경되기 때문에 굳이 NFC 태그를 접촉해 페어링할 필요도 없거니와, 태그를 접촉해서 기기의 연결 또는 해제를 할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WH-1000XM4 당시에 LDAC을 지원하는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DSEE Extreme과 LDAC의 병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었는데요, 발매 초기에 소니 일본 본사에 문의했을 당시에는 답변에도 시간이 걸릴 정도였습니다만 나중에는 LDAC 접속시에는 기기 사양에 따라 DSEE Extreme을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의 표기가 제품 광고나 정보 페이지에 추가되었고, 이번 제품 또한 마찬가지 사양입니다. 통화나 외부 소리 듣기는 쉽게 개선되었음을 알 수 있는 반면, 노이즈 캔슬링이나 음질면에서는 조금 더 시간을 들여서 지긋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보유하고 있는 이전 모델이나 애플이나 보즈 등 경쟁사 제품과도 비교를 해보고서 향후 추가로 포스트를 하도록 하고 일단 첫 인상에 관한 글은 이 정도로 마치고자 합니다.

로지텍 MX Mechanical/MX Mechanical Mini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애플 빠돌이로도 알려져 있지만 한편으로 꽤 잘 알려진 로지텍 빠돌이 입니다. 이 블로그에 들어오는 트래픽의 상당수가 ‘매직 마우스 쥐는 법’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매직 마우스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을 뿐더러, 매직 마우스 2(와 맥용 매직 키보드)는 아예 사용해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제가 그런건 맥 자체에 내장된 키보드와 트랙패드를 더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외장 마우스와 키보드, 특히 마우스는 로지텍 제품을 2000년대 후반부터 줄곧 고집해 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 대만 사는 것도 아닙니다. 예비로 2~3대 사는건 기본일 정도입니다. 덕분에 구형 로지텍 제품이 미개봉 상태로 굴러 다닌다는 전설이 있다거나 없다거나. (그러니 로지텍 홍보 담당자 여러분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언젠가, 로지텍의 홈페이지를 들어갔을때, 로지텍이 하고 있는 MX 시리즈 한 대 당 Girls Who Code에 일정 금액이 간다는 파트너십 페이지를 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음? 보지 못했던 제품명이 있어?’ 라고 생각하게 되었죠. 그것이 바로 MX Mechanical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서 실수를 깨달은 관리자에 의해 제품명이 사라졌죠(웃음). 하지만 결국 제 속에서는 MX 시리즈 키보드에 기계식 제품이 드디어 나오는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로지텍은 G 시리즈에서는 꽤 우수한 메커니컬 스위치 제품을 내놓고 있었죠. G913 이라던가… 그런데 왜 업무용 라인업이나 MX 라인업에는 메커니컬 제품이 없는거지 싶었답니다. (사실은 로지텍 홍보 담당자께는 말하고 싶지 않은 사실인데) 저는 게이밍 기어는 Blue Yeti 제품군과 StreamCam을 제외하고 레이저(Razer) 제품만 사용하고 있거든요. Yeti X와 StreamCam 땜에 G Hub를 깔아야 했을때 이를 갈았을 정도에요.

웹사이트 사건이 있은지 얼마 안되어 5월, MX Mechanical 과 MX Mechanical Mini가 발표 됩니다. HHKB Professional Hybrid Type-S를 산지 얼마 안되어서 일이라 조금 침울해졌습니다.

갑자기(?) 발표된 MX Mechanical 시리즈와 MX Master 3S(이것도 샀는데 다음번에 따로 포스팅하겠습니다)에 조용한 파장이 주변에서 일었습니다. ‘MX 시리즈 좋은건 알겠는데 팬터그래프는 좀…’ 하시던 분들이 꽤 계셨거든요. 그런데 ‘짜잔!’ 하고 카일(Kailh) 축을 사용한 기계식 키보드가 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 발매도 생각보다 빨랐습니다. 6월 초에 발매가 되었거든요. 다만 위에 인용한 트윗에서도 언급한 사실이지만 ‘갈축을 기본으로 청축/적축을 고를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만, 한국에서는 갈축 기본 모델만 출시되었다는 점입니다. 써보시면 아시겠지만 갈축이 무난하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평소에 써오던 축을 고를 수 없어서 처음에는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나중에 언급할까 싶지만 이 키보드는 풀 프로파일이 아니라 로우 프로파일이라 키 스트로크가 약간 얇습니다. (뭐 G913 같은 로지텍 게이밍 무선 키보드 생각하시면 됩니다) 기계식 키보드는 주로 게이밍 키보드를 구입해서 적축을 주로 써왔었는데 적당히 덜 시끄러우면서 약간 찰칵찰칵 걸리는 느낌이 있어 치는 느낌이 좀 다릅니다. 장문을 치는데 있어서도 조금 익숙해지면 생각한 대로 정확하게 키를 타이핑할 수 있고 조금 모자른 듯 힘을 줘서 키를 쳐도 ‘타이핑했다’ 라는 촉감이 오면 어김없이 입력되어서 스트레스가 많이 줄었습니다.

MX Keys가 펜타그래프 치고는 적당한 키감과 정확한 입력으로 나름 인기를 끌었는데요. MX Mechanical과 MX Mechanical Mini는 적당이고 정확이고 자시고 기계식을 달라는 분들의 요구에 부응할 만한 기종입니다. 처음에 발표되었을 때 가격은 어느 정도가 될 것인가도 화제였었는데요. 일단 출시 가격은 풀 사이즈 MX Mechanical이 199,000원, 그리고 70% 사이즈인 MX Mechanical Mini가 189,000원이 되었습니다. MX Keys의 가격과 그 이후로 오른 환율을 생각하면 뭐 그럭저럭 납득할 가격이긴 합니다. 물론 각각 한 개씩 사니 40만원 가까이 지갑에서 ‘삭제’당한건 슬프지만요. (여담인데, 엔저가 기승을 부리는 일본에서는 MX Mechanical이 2만엔을 넘기는 가격으로 출시되었고, MX Mechanical Mini가 19,000엔 가까운 가격이 되었습니다)

근데, 이쯤 되면 궁금 해 하실 분이 계실 것 같습니다. 블로그에다 글을 쓸 정도로 해피 해킹 키보드를 만족스럽게 쓰면서도 왜 로지텍의 기계식 키보드를 기다렸냐는 것이지요. 간단합니다. Logi Flow 기능 때문입니다. 사실 이 기능은 로지텍 키보드 자체의 기능이라기 보다는 마우스의 기능이고 키보드는 부수적으로 딸려 오는 기능에 까깝습니다만, 저는 맥과 윈도우 PC를 동시에 가동해놓고 한 책상 위에서 사용하고 있고, 때론 둘 다 필요에 따라 조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 개 놓게 되지만 책상이 정신없어지죠. 그래서 MX Keys(MX Keys Mini)를 같이 사용해 왔습니다. 한쪽에는 해피 해킹을, 한쪽에는 MX Keys를 놓고 쓴 것이죠. 해피 해킹 키보드 자체도 최대 5대(유선 1대 포함)까지 기기를 전환해서 쓸 수 있는 녀석이기 때문에 수동으로 전환해가면서 사용했지만 사람 역시 한번 편한 맛을 보니 돌이키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마우스 커서만 이동하면 저절로 키보드가 따라서 전환되는 맛을 잊을 수가 없었던 겁니다. 키를 누르기만 해도 이동하는데 말이죠.

한편, MX Keys에서 제가 매력으로 생각했던 기능 중 하나는 조명 기능이었습니다. 물론 켜면 광속으로 배터리가 닳아버리는 그런 기능이었기에 꺼놓고 쓸 때가 많았지만요. 그래도 그래파이트 색의 몸체에 흰색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키탑은 ‘이것이 플래그십’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건 MX Mechanical과 MX Mechanical Mini도 마찬가지라서 특히 밤에 불끄고 있으면 빛나는 화면과 은은히 불이 들어온 키보드의 조명이 참 형용하기 힘든 기분이었죠. 하는 것이 고작 트위터에 단문을 써서 올리는 것이라 할지라도 뭔가 담대한 프로젝트라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새벽 3시 너머 방의 불을 끄고 MX Mechanical Mini를 두드리면서 입니다만, 어두운 환경에서도 모티베이션을 올려주는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특히 MX Keys와는 달리 모든 키 하나하나에 LED 조명이 달리면서 좀 더 다양한 효과를 즐길 수 있게 된 것도 만족스럽습니다(로지텍의 설명에 따르면 MX Keys는 여러개의 긴 섬유를 통해 모든 키에 불이 들어오게 했지만 MX Mechanical 시리즈의 경우 기계식 스위치를 쓰므로 그 수를 쓸 수 없어서 개별 키에 불이 들어 오는 형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효과는 대비(Contrast)입니다. 문자키는 좀 흐릿하게, 기능 키가 밝게 불이 들어와서 매우 아름답고 실용적입니다. MX Keys와 마찬가지로 손을 얹어놓으면 불이 들어오고 키보드에서 손을 일정 시간 이상 떼면 불이 꺼지는 기능을 내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배터리는 어마무시하게 먹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사실 이 제품은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로지텍의 사무용 키보드 중에서 메커니컬 스위치를 채택한 첫 기종은 아닙니다. 뭐, 본격적으로 힘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습니다만 게이밍 제품군은 물론 사무용 제품군에서도 메커니컬 스위치(이때는 적축이었을 겁니다)를 채택한 기종을 내놓은 바가 있습니다. 게이밍 시장에서 G913 라이트스피드가 은근히 인기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품질 이슈에 커다란 우려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분이 어떠신지는 몰라도 로지텍 제품을 쓰면서 사후 서비스를 받을 일이 전혀 없었던 것도 이유긴 합니다, 요컨데 Anywhere MX(1세대 MX Anywhere, M905)는 09년에 처음 두 대 사서 아직까지도 이슈가 있는 녀석이 없을 정도인데요. (물론 후계기종이 생기면서 사용량이 줄어든건 감안하더라도) 그래서 방심을 했습니다.

이 녀석은 제가 겪은 것만 크게 두가지 초기 품질 이슈가 있었습니다. 일단 MX Mechanical이나 MX Mechanical Mini나 공통적으로, 플라스틱 프레임이 약간 뒤틀려 있어서 경사각 받침대를 세울 때, 덜그덕 거리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이걸 교환을 하기 직전에 가서 아주 간단한 해결책을 전수받았습니다.

살짝, 힘을 크게 준 것도 아닌데 비틀어 보니 정말로 거짓말처럼 덜그덕거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1mm의 오차도 없이요. 두 기종 다 그랬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MX Mechanical은 교환을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이유는 어처구니 없게도 Enter키가 두개 있어서 였습니다. 왼쪽 Shift와 오른쪽의 Enter키가 색과 크기가 똑같은데 왼쪽 Shift 키 자리에 Enter 키캡이 꽂혀서 출하되었고 저는 평소하던대로 키를 보지 않고 타이핑을 하다보니 며칠 지나기 전까지는 여기에 Enter 키 캡이 꽂혀있다는걸 몰랐습니다. (웃픈 얘기지만 사진까지 찍어놓고 업로드까지 했지만 저를 비롯해 아무도 몰랐습니다)

위의 이미지를 보시면 MX Mechanical Mini에는 왼쪽 Shift가 정상적으로 꽂혀져 있지만 위에 있는 MX Mechanical에는 Shift 대신에 Enter가 꽂혀져 있다는걸 아실겁니다. 이걸 사진을 찍어서 판매처에 보내주니 얼마나 황당 해하던지… 잠시 웅성웅성 거린 끝에 바로 반품&교환을 해주겠다고 대답을 받았고 현재 돌려보낸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일부는 MX Mechanical로 그리고 나머지는 MX Mechanical Mini로 입력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 글을 보시는 분 중에서는 텐 키가 있는 MX Mechanical이나 아니면 텐키리스인 MX Mechanical Mini 중 어느것을 사느냐를 두고 고민하실텐데요. 솔직히 ‘책상을 깔끔하게 쓰고 싶다’라는 당초 목표를 이룬다면 Mini가 현명합니다. 컴팩트 키보드(75% 사이즈)지만 펑션키와 텍스트를 입력하는 작업을 할 때 많이 사용하는 키가 해피 해킹과는 달리 측면에 줄러리 있고, 그리고 커서 키가 멀쩡히 있죠. 문자키는 전부 19mm 키 피치를 확보했고, 주요 기능키도 거의 풀사이즈와 다를바가 없지만, 우측에 위치한 일부 기능 키가 사이즈가 MX Mechanical에 비해서 줄어들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아마 거의 사용하시는데 지장은 없으실 거에요. (펑션키 얘기를 하자면 QWERTY 위에 디스플레이 밝기 조절 키와 이전곡/다음곡 키가 사라졌고, 10키가 없으므로 10키 위에 있는 계산기, 데스크톱 보기, 찾기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대신 스마트폰이나 헤드폰등에서처럼 재생 버튼을 두번 누르면 다음 곡, 세번 누르면 이전 곡이 나오고 화면 잠금 기능은 Fn+Del키로 가능)

그래서 사실 저렴하기도 하고 Mini를 사용하셔도 전혀 지장이 없을 겁니다. 엑셀 등 사무작업으로 인해 숫자를 많이 입력해야 하시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말이죠. 근데 그것도 책상에 여유가 있을 때 얘기고 위의 사진처럼 꽤 많은 공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 게이밍 키보드에서 TKL이 인기인 이유가 ‘마우스와 키보드를 손을 옮겨가며 사용할때 손을 움직이는 거리가 줄어든다’인데 똑같이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슬슬 이 글의 종반으로 접어드는데, 마지막으로 언급할 점은 3대 동시 접속, 블루투스 및 Logi Bolt수신기 지원이라는 점입니다. 동시 접속 운운은 사실 앞서도 말씀했으니 생략하고, 연결은 블루투스와 Logi Bolt 수신기 경유로 가능합니다. 블루투스로도 안정적이어서 채터링 등이나 끊김등의 문제를 겪지는 않았으나 맥의 경우 FileVault 해제 문제, 그리고 윈도우 PC의 경우 UEFI 설정 문제 등이 있어서 리시버 사용이 무난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로지텍 왈 지연이 향상되었다고 하지만 체감상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리시버를 사용하면 왠지 연결까지의 속도가 훨씬 덜 걸리는 것 같습니다. 이는 Logi Flow를 사용할때 연결 속도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은근히 작업의 효율과 흐름을 끊지 않는 요소가 되어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Logi Bolt는 Unifying과 호환성이 없지만 6대까지의 호환기기를 하나의 수신기로 연결 가능하며 보안이 향상되었습니다. (페어링 과정부터가 좀 더 엄격해졌습니다, 어렵지는 않으니 걱정마세요) MX Keys Mini 때는 Logi Bolt 수신기를 안줘서 때아닌 품귀를 빚기도 했는데, 안심하셔도 됩니다. MX Mechanical/MX Mechanical Mini 그리고 동시에 출시된 MX Master 3S 모두 박스에 Logi Bolt 수신기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사시면 최소한 수신기를 두 개 가지게 되시는 셈이니 두대의 PC나 맥에 바로 연결해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USB-C 버전 같은건 없으니(바가지 씌우는 듯한 가격의 변환 어댑터는 따로 팝니다) 맥에 수신기를 연결하실때는 별도의 허브나 동글이 필요합니다. 저는 Unifying과 함께 로지텍 마우스 키보드에만 두개의 수신기를 써야하는 상황이 탐탁치가 않습니다. 여기에 Logitech G 제품군을 쓰신다면 Lightspeed 수신기도 따로 쓰셔야 해서 로지텍 제품 수신기만 3개를 써야하는 웃기지도 않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MX Mechanical과 MX Mechanical Mini는 기존 로지텍 Master Series(MX 시리즈) 마우스나 키보드를 사용하셨던 분들 중에서 기계식 키보드를 선호하시는 분들에게 최대한 MX 시리즈의 기존의 장점은 계승하면서 어느정도 정평이 나있는 브랜드의 스위치를 채용한 기계식 키보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겪은 두가지의 퀄리티 문제를 포함해서 악명 높은 사후지원(추후 포스트 예정)은 좀 걱정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굉장히 감사드립니다.

추기(2022/06/28):
이 제품은 N-키 롤 오버(N-Key Roll Over,NKRO)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동시 입력은 USB HID의 한계인 6키 까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