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이 사라졌다! — 요즘 맥, 맥북, 그리고 아이패드와의 관계

지난번에 저는 iPad를 두고 “왜 또 트럭을 만드나요?”라고 물었습니다. 잡스가 했던 ‘PC=트럭’ 비유를 비꼬아서 한 말입니다만, (아이패드의 출발을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공개한 2010년 1월로 보든지, 실제로 출시한 2010년 4월로 보든지 간에)2010년의 맥, 아이패드, 그리고 아이폰의 상황과 2025년 현재의 상황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요컨대, 2010년형 맥북 프로는 경이로운 가격의 SSD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5400rpm 하드디스크를 탑재하고 있었습니다. 아니면 조금 돈을 들여 7500rpm으로 올릴 수도 있었겠지요. 뭐 티끌만큼 차이났겠지만요.

요는 이렇습니다. 2025년 현재 가만히 둘러보면, 아이폰과 아이패드와 그리고 맥은 결과적으로 거의 같은 토대 위에 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인텔 맥에서 애플 실리콘 맥으로 바꾸고 나서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마치 스마트폰처럼 바로 잠자기에서 깨어나고 바로 잠드는 것이었거든요. 거기에 액티브 쿨링이 없는 맥북 에어의 경우 구조적으로 볼 때, 키보드, 트랙패드를 합쳐놓은 아이패드라고 해도 농담이 아니죠.

스티브 잡스가 키노트를 진행하고 있다. 화면에는 아이폰과 맥북 사이에 제 3의 기기로서 아이패드가 표시되고 있다.

침실에서 넷플릭스를 보거나 소파에 앉아서 이메일을 작성한다고 생각해보죠. 2킬로 넘어가며 열기를 팬으로 뿜어 대는 하드디스크가 드르륵 거리는 기계를 쓰는건 상상할 수 없지만, 지금 저는 이 글을 침대 위에 누워서 베개 위에 올려놓은 M4 맥북 에어 13”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승용차가 트럭 흉내를 내는 동안, 트럭이 더 이상 트럭이 아니게 된 것입니다. (참고로 제 M4 맥북 에어 13”는 제 M1 iPad Pro+Magic Keyboard 조합보다 작고 가볍고, 얇습니다) 더 이상 위 그림의 중간 지대는 설 자리가 없어졌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애플에게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싶어집니다. 아이패드는 시작부터 터치를 위한 디바이스입니다.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수적으로 붙는 순간부터 존재 자체가 사족이 되어버려요. 만약, 아이패드가 키보드와 트랙패드, 혹은 마우스 등의 포인팅 디바이스가 필요해진다면 그곳은 아이패드와 맥의 경계선이 흐려지는 지점이고, 아이폰과 아이패드에게 자리를 물려준 아이팟처럼 아이패드라는 디바이스가 일몰을 맞이할 때가 온 것입니다. 라고 말이죠.

푸른곰
푸른곰

푸른곰은 2000년 MS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Pocket PC 커뮤니티인 투포팁과 2001년 투데이스PPC의 운영진으로 출발해서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5년 이후로 푸른곰의 모노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금은 주로 애플과 맥, iOS와 업계 위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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