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Archives: 푸른곰

About 푸른곰

푸른곰은 2000년 MS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Pocket PC 커뮤니티인 투포팁과 2001년 투데이스PPC의 운영진으로 출발해서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5년 이후로 푸른곰의 모노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금은 주로 애플과 맥, iOS와 업계 위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언어의 정원 6주년

6월 1일은 언어의 정원(言の葉の庭) 공개 6주년이었군요. 신카이 감독이 직접 트윗을 하고서야 알았습니다.

언어의 정원은 저에게도 커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처음 언어의 정원을 본것은 개봉일 당일 다운로드 판매 개시라는 이례적인 정책 덕분에 개봉일 당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몇번을 다시 돌려보았죠. 몇 번을 다시 돌려봤는지 모릅니다.

이 영화와 저의 관계의 정점을 찍은 것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였을 겁니다. 직접 만나고 싸인과 굿즈도 받았죠. 그리고 악수도 몇 번씩이나 하고 집합 사진도 찍었습니다.

그날의 기억은 당시 포스트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전술 했다시피 20시 상영이라 후속 상영이 없었습니다. 질문하시는 분들도 수준 높은 질문을 했고, 감독도 성실히 대답해 주셨기 때문에 스크리닝 토크도 예정 이상으로 길어졌고, 시간 제약이 크게 없었기 때문에 나중에 남은 몇몇이 서로 모여서 사진을 찍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다른 상영이 후속 상영에 쫓겨서 서둘러 끝난것에 비하면 매우 여유롭게 공식적인 시간만 제 기억으로는 40분 넘게 보낸 것 같습니다. 거의 본편에 육박했던 것 같은. 아무튼 다 끝내고 돌아가면서 영화제 팜플렛을 구하려고 했는데 직원들이 다 철수하면서 회수해 버리는 바람에 암것도 없고 문 닫을 경비원만 남아있는 상황.

그 때 찍은 집합 사진을 구하는 여정은 꽤나 험난했었습니다만 말이죠(쓴웃음). 그리고 나서 알게 되었는데 코믹스 웨이브 필름 측에서 당시 행사를 촬영했던 모양입니다. 사인 색지를 전달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제가 찍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페이스북 메신저로 “실명과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저기 찍힌 사람이 난데 좀 더 큰 원본 사진을 얻을 수 없을까요”라는 요지를 설명해서 보냈죠. 그리고 몇달이 지나도 답이 없어서 잊혀질 무렵 답장이 왔고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과 좀 덜 잘 나왔지만 제가 중심으로 찍힌 사진이 날아왔습니다.


그날은 끝나지 않는 고양감에 부천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붕 뜬 느낌입니다. 그 이후로 너의 이름은. 때도 신카이 감독을 봤지만 그때는 검은 옷을 입은 경비가 워낙 삼엄해서 그런 친밀한 기회는 더이상 가질 수가 없었죠. 이벤트 상품 조차 스태프를 통해 전해졌을 정도니까요. 다음 극장으로 폴짝 하고 뛰어가야 할 정도로 강행군이었죠. “날씨의 아이”가 얼마나 흥행할지는 모르겠지만 신카이 감독을 이렇게 지근거리에서 오랫동안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아마 앞으로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 ‘언어의 정원’은 ‘초속 5센티미터’와 함께 저에게 특별한 작품으로 남습니다.

신카이 감독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신작도 기대할게요!

예스24 전산이 맛이 가다

한마디로 예스 24 전산이 맛이 갔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5월 한달 동안 주문한 모든 내역이 통째로 전산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주문 확인 메일로 온 주문 번호로 조회를 해봐도 없는 주문이고 홈페이지가 안되면 ARS는 되나 싶어서 ARS로 걸어도 없는 주문입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이 토요일입니다만, 토요일에는 직원이 근무를 하지 않습니다. 5월 주문이 통째로 사라졌는데 5월달에 주문해서 적립하거나 사용한 포인트/적립금은 있고 9만원밖에 쓰지 않았는데 로열 회원이 되어 있었습니다(원래는 그 두배는 써야 되죠).

사실 예스24와 요즘 트러블이 없었던건 아닙니다. 예스24에 저는 ‘상태 민감’으로 찍혀 있어서 국내 책을 사더라도 마치 마트에서 사과 고르듯 고른 것을 미친듯이 포장해서 보내더군요.

위의 만화책 한권(위)을 위해서 들어간 포장입니다(아래) 보통 인터넷 서점 써보신 분이면 이게 얼마나 극진한(?) 대우인지 아실겁니다. 그 연장선상인지, 이번에 직수입외서를 사는데 이 친구들이 받은 책을 상태를 자체 검수한 뒤에 “아니다” 싶으면 그냥 임의로 외국으로 반송을 해버린겁니다. 택배비가 아까웠을까요? 그짓을 세 번 반복했으니, 평소 책을 받는데 걸리는 시간이 일주일이니까 3주를 허비하고도 책을 받지 못한 상황입니다. 전액환불도 해주겠다는걸 3주차에 “급하지 않으니 구해달라”라고 했으니 뭐 제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만. 좌우간 이 책이 도착하면 발송 준비중으로 돌아가고 다시 빠꾸를 맞으면 결제 완료로 돌아가는 프로세스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아예 이번에는 이번 건을 포함한 5월달 주문이 전부 사라져버렸네요? 95년부터 썼으니 인터넷 오래썼다고 자부합니다만, 03년에 다음이 이메일을 유실한 사건 이래로 이런 황당한 경우를 보는건 처음이네요. 이걸 참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매우 난감한 상황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습니다. 얼른 월요일이 왔으면 좋겠군요. 아니, 내 책 좀 보내줘요.

추가 : 글을 쓰고 낮잠 한숨 자고 나니. 복구되었습니다.

구글에게 있어 한국은?

구글에게 있어서 한국은 어떤 국가일까요? 네이버에게 돈이 되는 검색 시장을 내다준 시장일까요? 아니면 포크가 아닌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침투한 국가 중 하나로 보고 있을까요? 무엇이 되었든 간에 구글이 한국을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크롬캐스트 울트라는 여전히 출시되지 않고 있고, 오늘 열린 Google I/O 2019에서 발표된 Pixel 3a 시리즈를 비롯해서 Nest Hub도 일본에서는 출시되었지만 우리는 아마 기약도 없을 겁니다. 아래는 방금 일본 구글 스토어에서 찍은 스크린 샷입니다. (VPN으로 접속해야 합니다)

반면, 우리나라 구글 스토어는 이 모양입니다.

보통 애플에서 이런식으로 한국을 차별하면 소위 IT 기자들은 애플이 한국을 업신여긴다는 둥 잘 휘갈기던데 구글의 차별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기사를 못본 것 같습니다. 뭐가 문제일까요?

애플은 프라이버시를 위해 좀 더 노력해야 합니다

애플은 여러가지 광고를 통해서 자사 제품의 프라이버시에 대해 강조해 오곤 했습니다. 라스베가스 CES 행사장에 붙였던 빌보드 어그로… 아니 광고는 화제를 일으켰었죠.

물론 사람들은 애플이 아이클라우드에 대해서는 광고처럼 공고한 태세를 취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Siri에 관해서는 얼마전 워싱턴포스트의 제프리 파울러는 음성을 (비록 익명화 하더라도) 보내는게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었습니다.

SNI 감청이 이뤄지는 한국의 상황에서 DNS over TLS와 ESNI(Encrypted SNI)는 매우 중요한 툴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이 둘 다 애플의 주요 두 운영체제와 브라우저가 지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DNS over TLS는 안드로이드가 9.0에서 작년부터, ESNI는 파이어폭스가 역시 최근부터 정식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프라이버시를 생각한다고 광고를 한다면 애플도 이번 WWDC를 기점으로 이 둘을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2010년대의 네이버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2010년대의 네이버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할 수도 있습니다. 카카오가 대화 목록에 광고를 넣는다는 내용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런 강수를 둔 바탕에는 카카오톡을 사람들이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자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얼마전에 국민연금을 조회하려고 들어가보니 전혀 생각지 못한 것을 만났습니다. 카카오 페이 인증이라는게 있는 거죠(유감스럽게도 “보안정책상” 캡쳐는 할 수 없었습니다). 잠시 생각에 빠집니다. 사람들에게 고지서며 각종 알림을 카카오톡으로 보내는것도 이제는 자연스러워졌고, 카카오는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법적인 효력이 있는 문서, 이를테면 예비군 통지서 같은 것도 보낸다고 하죠?

뭐 여기까지라면 모르겠습니다만, 카카오는 결제 사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카카오 페이죠, 그리고 카카오T를 가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카카오T로 택시를 잡고 스마트 호출 요금과 택시 요금을 내기 위해서 카카오 페이를 쓰고 있습니다. 그럼 카카오는 제 이동 동선과 제 소비 경향까지 알 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카카오뱅크은행은 카카오 계정의 내용을 여신 심사에 반영한다고 동의서를 받는 마당입니다. 빅데이터 어쩌고 할 레벨을 이미 떠났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에서 위챗의 영향력은 이미 단순한 메신저의 궤를 벗어나고 있습니다. 상거래 플랫폼이고 생활의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악명 높은 사회신용 제도의 눈과 수족이 되어 열일하고 있죠. 페이스북과 구글이 중국에 없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아마 그 모두를 크게 반기지도 필요로 하지도 않을겁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카카오는 점점 생활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고 이건 점점 공고화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종종 인용하는 저희 어머니도 결국 안쓴다 안쓴다 하더니 결국은 오늘 카카오톡을 까시고 말았답니다(?).

2000년대는 네이버가 인터넷과 삶을 장악한다고 우려했다면 2010년대, 그리고 더 나아가서 2020년대에는 카카오가 더 위험한 존재가 될지 모르는 노릇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