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NO에 대항하는 일본 MNO의 자세? – 일본의 통신 양극화 2

일본에서 통신의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씀 드린 것 같습니다. MVNO 사용자가 과거 최대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은 예전처럼 3사끼리 MNP 전입전출 경쟁을 빙글빙글 하던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입니다. 물론 혹자는 최소한 도코모 만큼은 MVNO도 도코모 망을 사용하는 만큼 완전히 손해는 아니지 않느냐… 라고 하지만 ARPU(사용자당 평균 매출)를 올려주는 보통 고객만큼은 절대로 아니겠죠.

그렇다고 거절할 수 없도록 일본 정부가 법을 만들어 버렸고, 실제로 소프트뱅크는 끝까지, 정말로 끝까지 버티다가 일본통신에 망을 개방해야했습니다. 지지난달이었나.

좌우간 완전히 남의 고객이 불어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하나. 요금을 낮춰야 하나? 가 정상인 것 같지만 정말 재미있는 친구들입니다. 그냥 무늬만 MVNO를 만들어 버린겁니다.

응? 무늬가 MVNO라는건 뭐지? 라면, 간단하게 말씀드려서 기존에 자사 관련 계열사를 끌어들입니다. 망을 빌려줍니다. 그리고 팔게 합니다. 내부거래죠. 한마디로.

이를 일컬어 서브 브랜드(サブブランド)라고 하는데이러한 예가 KDDI(au)의 서브 브랜드인 UQ 모바일, 그리고 이 서브 브랜드의 원조인 소프트뱅크 모바일의 Y! 모바일이 있습니다. 물론 UQ나 Y! 모바일이나 자체 망이 없지는 않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모회사의 망을 ‘상호 이용’이라는 명목하에 사용하기 때문에 무늬만 MVNO인 MNO들입니다.

가격이나 서비스나 보면 MVNO와 MNO의 중간입니다. 속도 좀 나오고, 통화료 적당히 받고, 점포 좀 있고. 대신 요금이 MVNO 보다는 조금 비싼 편입니다. 잘해도 10MB 나오기 힘든 MVNO 들의 속도 리스트에서 혼자서 수십Mbps를 찍는 UQ 모바일을 보면서 요금이 다르기에 망정이지 비슷한 요금 받고 저러면 욕 더럽게 쳐먹겠지 싶은겁니다. 자세한 사정은 취재라도 해보지 않으면 모르겠습니다만, 망을 상호 이용하기 때문에 MVNO하고 같은 조건으로 계약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Y!모바일과 소프트뱅크는 서로의 단말기에서 서로의 망과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같은 회사 급… 이 아니라 정말로 같은 회사였군요 -_-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합병했습니다. 그냥 서브 디비전이었어요. Y! 모바일은. 당연히 인프라와 자본력을 사용하는데 준(準) MNO 급 서비스가 나오는건 놀라울게 없죠.

광고도 빵빵빵빵 합니다. 개를 통한 마케팅으로 재미 좀 봤던 소프트뱅크는 살찐 고양이를 사용해서 마케팅을 했고. UQ 모바일도 희안한 자매와 캐릭터를 등장시킨 광고를 뿌려서 재미를 봤습니다.

여기에 매 분기마다 발표회까지 할 정도니 이건 MVNO인지 MNO인지 모를 정도라는 말이 있습니다. 작년 4분기 발표회때는 피코타로와 연예인들까지 불렀는데 기자들마다 소프트뱅크 발표회는 볼 것이 없었는데 Y! 모바일 발표회만큼은 최소한 나온 연예인 보는 맛이 있었다고 할 정도였고 연예 관련 기자까지 쏟아져서 바글바글했다고 전해집니다.

한편으로 재작년 쯤까지는 흔히 MVNO나 서브 브랜드에서는 아이폰을 쓸 수 없다. 가 정설이었는데 지금은 취급합니다. 다만 최신 모델은 형님들 잡숫게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애플에게 있어 얘네들은 SE라던지 6s의 재고 처리를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MVNO에 대해 말씀드리며 단말기가 저가 위주로 보급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서브 브랜드도 거의 비슷한 단말기를 취급합니다. 최신의 고가 단말은 형님들이 쓰시겠다 라는 자세인걸까요. 아이폰, 갤럭시, 엑스페리아 등등 같은거 말이죠. 근데 재미있는건 소니 그룹에서도 MVNO인 nuro 모바일을 함에도 같은 소니 그룹의 소니 모바일은 절대 엑스페리아를 MVNO용으로 풀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이걸 브랜드를 지키기 위한 자숙 내지는 MNO와의 사바사바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 아이러니에 대해 아마 상당수는 동의할 겁니다.

뭐 그 외에 샤프라던가 후지쯔 같은 업체들은 MVNO용으로 찔끔찔끔 한 모델 정도씩은 내놓고 있습니다. 이 기종들은 중국 메이커에 비하면 문자 그대로 경악스러울 정도의 코스트 퍼포먼스를 자랑하지만(가격은 비슷하지만 성능이 비교가 안됩니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기능, 이를테면 NFC 결제(FeliCa)나 방수 등을 지원해서 MNO에서 뛰어드는 초심자(?)들에게 은근히 인기가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이라고 하면 이상하게 싫어하는 사람들도 꽤 되다보니. 중국? 응? 화웨이가 데이터를 바이두로 보낸다고? 그래도 싸고 코스트 퍼포먼스도 좋은데 쓰지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죽어도 일본 메이커만 쓰는 사람이 있는게 2017년의 일본입니다.

아는분이 소프트뱅크에서 번호 이동을 하려고 하니 직원이 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면서 Y! 모바일을 권했다고 합니다. 같은 회사니 뭐 한번 붙잡아보는건 좋은 전략입니다만 그럴거면 소위 말하는 ‘본가’의 요금을 좀 낮추지… 있을때 잘하지 그랬어? 이런 생각이 드는겁니다. 물론 그런 세상은 나이아가라에서 젖과 꿀이 흐르는 곳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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