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인터넷은 회선과 ISP가 따로따로

일본에서 인터넷을 신청하면 대충 집안 공사와 집밖 공사로 나뉘어서 공사를 두 번하게 됩니다(FTTH의 경우, 주거 형태나 인터넷 회선 종류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회선 작업은 NTT에서 해주게 되는데 NTT 등 회선 사업자와 계약하면서 ISP를 계약해야합니다. 혹은 반대가 됩니다.  “엥?” 싶으시죠? 네 그렇습니다. NTT는 단순히 광케이블을 빌려서 ISP에 연결해주는 일만 하고, 인터넷은 ISP, 즉 Internet Service Provider가 해줘야 합니다.

따라서 인터넷 요금은 NTT 광 케이블 요금과 ISP 요금이 되겠습니다. ADSL 써보신분은 PPPoE 기억하실지 모릅니다. 주로 KT에서 했던 방법으로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해서 접속을 하는 방식이었죠? 예. 일본의 인터넷을 가입하면 가입 서류를 보내주고 이 방법대로 설정하고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접속이 안됩니다.

재미있는건 이 ISP에 따라 속도가 차이가 나는 경우가 꽤 있다는 겁니다. 같은 회선인데 말이죠. 심지어는 회사에 따라서 한국과 P2P 전송이나 음성/영상통화 품질이 차이가 난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유선이라면 이해는 할 수 있는데… 무선도 그렇습니다. 말도 안돼! 라고 생각하시고 계시죠? 일본에서는 인터넷 접속 요금(대략 300엔, 도코모는 sp모드, au는 LTE-NET 요금 등)을 내지 않으면 인터넷 접속이 아예 안됩니다. 그냥 음성 전용 전화기입니다. 이렇게 돈을 받으니 한마디로 MNO가 ISP로써 작동하고 있는 셈이죠. MVNO 이용시에는 SIM을 끼워서 MNO의 네트워크에 접속하면 음성통화는 바로 사용할 수 있지만 인터넷은 바로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자동으로 설정되는 MNO의 APN 등이 아니라 휴대폰의 설정을 만져서 수동으로 APN(Access Point Name) 주소(MVNO의 서버 주소)와 ID 패스워드를 입력해야 합니다. 이 경우 ISP는 MVNO가 됩니다. 그리고 이게 딸리는게 MVNO가 속도가 느려지는 이유중 하나라고 말씀 드린바 있습니다.

재미있지 않나요?

베스트 에포트의 함정 – 일본의 통신 양극화 3

베스트 에포트(best effort)라는 말을 들어 보신적이 있으신지요?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는 썼던 말입니다.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사어가 되어버렸죠. 뭐 다른 말로 바뀐 까닭도 있지만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베스트 에포트라는 말이 뭔 말인고 하니… 예를 들어 여러분이 100Mbps 급 회선을 계약했습니다. 통신사에서는 각종 제반 사정, 가령 동시 접속 부하라던가 이런저런 연유로 인해 속도가 떨어지더라도 문자 그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것입니다.

“베스트 에포트형 서비스ベストエフォート型サービス”는 그러니까 100Mbps로 계약을 해도 100Mbps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뭐 면책 나쁘게 말해 면피 같은 겁니다.

사실 이게 어쩌다가 100Mbps가 나오지 않거나 우리나라처럼 현실적으로 80~90Mbps 정도 나오는 상황에서 100Mbps가 나오지 않았지만 ‘베스트 에포트’임으로 허는수가 없다. 라고 하면 어쩔 수 없지 하는 겁니다만 문제는 일본에서는 베스트 에포트라는 단어를 거의 매직워드로 남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1000Mbps 급 서비스가 10Mbps가 안나와도 “베스트 에포트”고 150Mbps 급 MVNO의 LTE에서 1Mbps가 나오지 않아도 베스트 에포트인겁니다.

업체에서는 그냥 베스트 에포트입니다. 한마디로 클레임을 방어할 수 있는거죠. 부글부글 끓는건 사용자일 뿐입니다. 사연을 접해보면 기가급 인터넷이 사용자 많이 몰리는 시간엔 느려지고 새벽에 빨라지는… 제가 FTTH를 설치한게 06년이고 00년 경에 케이블 모뎀을 설치했는데 케이블 모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경우조차 있습니다.

대문짝만하게 1Gbps 광 회선, 175Mbps ‘고속’ LTE라고 써놓고 자그마하게 베스트 에포트라고 적어놓고는 실제로는 느릴수 있다 깨알같이 써놓고나서 실제로는 그것에 턱도 안미치는건 둘째치고 실사용에 지장이 오는 수준이 종종 올라오는 현실입니다.

MNO의 서비스는 그래도 2~30Mbps, 못해도 10Mbps 대가 나오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MVNO는 그 조차도 나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요즘은 전문가들도 모두가 그냥 점심시간 때 등 피크 시간대에는 속도가 떨어진다는걸 감안하라고 조언할 정도거든요. 그게 1Mbps도 안될때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선의 경우에는 SLA(최저보장속도제)가 있기 때문에 계약서상의 속도(가령 저희집은 115Mbps입니다)를 보장해주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그런것도 없으니까요.

우리나라를 보고 초고속 인터넷만 강국이냐. 라고 비아냥 대지만 초고속 인터넷이나 모바일 인터넷이 멀쩡한 것만으로도 생각보다 대단한것이 사실입니다.

MVNO에 대항하는 일본 MNO의 자세? – 일본의 통신 양극화 2

일본에서 통신의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씀 드린 것 같습니다. MVNO 사용자가 과거 최대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은 예전처럼 3사끼리 MNP 전입전출 경쟁을 빙글빙글 하던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입니다. 물론 혹자는 최소한 도코모 만큼은 MVNO도 도코모 망을 사용하는 만큼 완전히 손해는 아니지 않느냐… 라고 하지만 ARPU(사용자당 평균 매출)를 올려주는 보통 고객만큼은 절대로 아니겠죠.

그렇다고 거절할 수 없도록 일본 정부가 법을 만들어 버렸고, 실제로 소프트뱅크는 끝까지, 정말로 끝까지 버티다가 일본통신에 망을 개방해야했습니다. 지지난달이었나.

좌우간 완전히 남의 고객이 불어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하나. 요금을 낮춰야 하나? 가 정상인 것 같지만 정말 재미있는 친구들입니다. 그냥 무늬만 MVNO를 만들어 버린겁니다.

응? 무늬가 MVNO라는건 뭐지? 라면, 간단하게 말씀드려서 기존에 자사 관련 계열사를 끌어들입니다. 망을 빌려줍니다. 그리고 팔게 합니다. 내부거래죠. 한마디로.

이를 일컬어 서브 브랜드(サブブランド)라고 하는데이러한 예가 KDDI(au)의 서브 브랜드인 UQ 모바일, 그리고 이 서브 브랜드의 원조인 소프트뱅크 모바일의 Y! 모바일이 있습니다. 물론 UQ나 Y! 모바일이나 자체 망이 없지는 않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모회사의 망을 ‘상호 이용’이라는 명목하에 사용하기 때문에 무늬만 MVNO인 MNO들입니다.

가격이나 서비스나 보면 MVNO와 MNO의 중간입니다. 속도 좀 나오고, 통화료 적당히 받고, 점포 좀 있고. 대신 요금이 MVNO 보다는 조금 비싼 편입니다. 잘해도 10MB 나오기 힘든 MVNO 들의 속도 리스트에서 혼자서 수십Mbps를 찍는 UQ 모바일을 보면서 요금이 다르기에 망정이지 비슷한 요금 받고 저러면 욕 더럽게 쳐먹겠지 싶은겁니다. 자세한 사정은 취재라도 해보지 않으면 모르겠습니다만, 망을 상호 이용하기 때문에 MVNO하고 같은 조건으로 계약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Y!모바일과 소프트뱅크는 서로의 단말기에서 서로의 망과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같은 회사 급… 이 아니라 정말로 같은 회사였군요 -_-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합병했습니다. 그냥 서브 디비전이었어요. Y! 모바일은. 당연히 인프라와 자본력을 사용하는데 준(準) MNO 급 서비스가 나오는건 놀라울게 없죠.

광고도 빵빵빵빵 합니다. 개를 통한 마케팅으로 재미 좀 봤던 소프트뱅크는 살찐 고양이를 사용해서 마케팅을 했고. UQ 모바일도 희안한 자매와 캐릭터를 등장시킨 광고를 뿌려서 재미를 봤습니다.

여기에 매 분기마다 발표회까지 할 정도니 이건 MVNO인지 MNO인지 모를 정도라는 말이 있습니다. 작년 4분기 발표회때는 피코타로와 연예인들까지 불렀는데 기자들마다 소프트뱅크 발표회는 볼 것이 없었는데 Y! 모바일 발표회만큼은 최소한 나온 연예인 보는 맛이 있었다고 할 정도였고 연예 관련 기자까지 쏟아져서 바글바글했다고 전해집니다.

한편으로 재작년 쯤까지는 흔히 MVNO나 서브 브랜드에서는 아이폰을 쓸 수 없다. 가 정설이었는데 지금은 취급합니다. 다만 최신 모델은 형님들 잡숫게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애플에게 있어 얘네들은 SE라던지 6s의 재고 처리를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MVNO에 대해 말씀드리며 단말기가 저가 위주로 보급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서브 브랜드도 거의 비슷한 단말기를 취급합니다. 최신의 고가 단말은 형님들이 쓰시겠다 라는 자세인걸까요. 아이폰, 갤럭시, 엑스페리아 등등 같은거 말이죠. 근데 재미있는건 소니 그룹에서도 MVNO인 nuro 모바일을 함에도 같은 소니 그룹의 소니 모바일은 절대 엑스페리아를 MVNO용으로 풀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이걸 브랜드를 지키기 위한 자숙 내지는 MNO와의 사바사바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 아이러니에 대해 아마 상당수는 동의할 겁니다.

뭐 그 외에 샤프라던가 후지쯔 같은 업체들은 MVNO용으로 찔끔찔끔 한 모델 정도씩은 내놓고 있습니다. 이 기종들은 중국 메이커에 비하면 문자 그대로 경악스러울 정도의 코스트 퍼포먼스를 자랑하지만(가격은 비슷하지만 성능이 비교가 안됩니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기능, 이를테면 NFC 결제(FeliCa)나 방수 등을 지원해서 MNO에서 뛰어드는 초심자(?)들에게 은근히 인기가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이라고 하면 이상하게 싫어하는 사람들도 꽤 되다보니. 중국? 응? 화웨이가 데이터를 바이두로 보낸다고? 그래도 싸고 코스트 퍼포먼스도 좋은데 쓰지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죽어도 일본 메이커만 쓰는 사람이 있는게 2017년의 일본입니다.

아는분이 소프트뱅크에서 번호 이동을 하려고 하니 직원이 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면서 Y! 모바일을 권했다고 합니다. 같은 회사니 뭐 한번 붙잡아보는건 좋은 전략입니다만 그럴거면 소위 말하는 ‘본가’의 요금을 좀 낮추지… 있을때 잘하지 그랬어? 이런 생각이 드는겁니다. 물론 그런 세상은 나이아가라에서 젖과 꿀이 흐르는 곳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