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시각으로 9월 9일 아침은 애플이 꽤나 많은 것이 변한 날이 될 것이다. 이번 애플 키노트는 나름 재미있게 봤다. 맥주 한잔 걸치면서 불꽃놀이 구경하듯 견물하니 두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여러사람들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프로의 사양을, 그리고 애플TV나 애플 펜슬 같은 얘기를 하는 모양이다. 실시간 검색어나 트위터 트렌드를 점령하는게 재미있다. 읽지는 않았지만.
정말 많은 것이 하루사이에 바뀌었다. ’취미’라던 텔레비전은 어엿한 메뉴로 승격했고(이와타 사토루씨가 돌아가신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아이폰이 그렇듯 한때는 완벽하다고 불리우던 아이패드의 크기가 커졌으며, (와콤이 눈에 빔을 켜고 노려봤을) 필압감지 스타일러스도 생겼다(그걸 보자, 역사적인 아이폰 첫 발표때 “누가 스타일러스 같은걸 원하나요?”라던 잡스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에겐 가장 우수한 스타일러스를 10개나 가지고 있는데”)카메라는 2011년 ‘스티브의 유작’ 아이폰4S이래로 무려 4년만에 800만 화소에서 올라갔다. 사실, 겉보기에 아이폰6와 비슷해 보이는 것이지만 우리가 늘 사용하는 전화기에서 가장 많이 소통하는 곳, 화면에서 이뤄지는 터치 제스처를 한바탕 갈아엎었다. 그 장면에서 우리는 몇년간 탭하고 넘기고 밀고 꼬집거나 벌려 사용하던 스마트폰의 사용 개념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했다. 멀티터치를 소개하며 “우리가 특허냈어요!”라고 천진난만하게 웃다가 말년에 안드로이드(와 삼성)를 회사의 금고의 1페니까지 털어서 핵열폭격을 하자던 스티브가 생각난다. 이번엔 특허 등록 잘해뒀길 바란다.
사실 뭐 이런저런 생각이 안드는건 아니다, 가령 압력을 감지하는 터치패널이면 손을 다루는게 불편하거나(아니면 극단적으로, 지체에 장애가 있다거나) 시력에 불편함이 있다면 뭔가 그를 배려한 설정이 필요하겠구나. 라고 느꼈다.
아이패드가 커지고 강력해지고 디지타이저가 붙고 키보드가 따라오는 것을 보며 약간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클래식’인 아이패드 에어가 업데이트 되지 않은것도. 실제로 전번 제품을 사용하시는 분들 중에서 프로세싱 능력이 크게 모자랐다고 느끼시는 분은 크게 없는듯 했다. 그래설까… 오리지날 아이패드 무게와 거의 비슷한, 약13인치에 달하는 액정을 넣은 ’판때기’를 드는 느낌은 어떨까…
그리고 애플이 그야말로 밤중에 홍두께처럼 건드린 와콤과 닌텐도를 생각도 해봤다. 뭐 이런건 아무래도 좋다. 정말 중요한건 2011년 팀쿡이 정식 CEO가 된 이후로 사실상 애플의 모든것이 오늘을 기해 거진 다 뒤집어졌다라는걸 생각해보자. 한 손으로 조작해야 한다는 아이폰은 이제 옛날의 일이고 아이패드도 이제는 세가지 사이즈며, 맥 라인업은 온전히 그때 모습을 갖춘 녀석이 없다. 아이팟은 죽었고. 텔레비전과 음악에 뛰어 들었고 시계란 녀석을 팔기 시작했다.
이번 제품들이 과연 얼마나 큰 상업적인 성과를 거둘지 예상할 수 없으므로 말을 않겠지만, 팀쿡이 조금씩 조금씩 자기의 행보를 걸어나가면서 나름 자신의 애플에 대한 비전을 관철해왔고 (목하 정체중인 아이패드를 제외하면) 그럭저럭 준수한 반응을 얻었다. 그 결과가 오늘의 애플일것이다.
이날 아침, 많은 기능과 특징이 새롭게 변했다. 하지만 가장 많이 변한것은 다른것도 아닌 애플이다. 그 앞길에 무엇이 있을까? 전방주시, 그리고 그저 기다려볼 뿐이다. 스티브가 앞으로 어떻게 나올까? 라고 기대하는 것 만큼이나 팀 쿡이 어떻게 나올까? 기다리는것도 슬슬 무리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그게 애플이니까. 예전엔 안그랬나? 나이 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