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곰, 그리고 푸른곰의 모노로그가 걸어갈 길

푸른곰의 모노로그 10년, 동면에서 기지개를 켜며

“푸른곰의 모노로그”가 시작한지도 올해로 10년이 됩니다. 여러분이 보시는 아카이브는 제가 처음으로 태터툴스(텍스트큐브의 전신)으로 작성한 포스트이고, 사실 그 전후해서도 글이 좀 더 있습니다만, 그 당시에는 이 블로그를 그냥 싸이월드의 연장선 정도로 생각해서 개인사 신변잡기나 지금 생각하면 용케 이런거 올릴 생각했네 싶은 내용도 있습니다. 아무튼 도메인을 연것도 2005년 무렵이고 본격적으로 시작한것도 이즈음입니다. 그냥 간단하게 10년이라고 치죠.

과연 어디까지 다룰 것인가?

사실 이 블로그의 성격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건 제 블로그 처음 오륙년간 괴롭혀온 문제입니다. 내 개인사를 다루는 블로그를 할 것인가? 아니면 어떤 주제를 담은 블로그가 될 것인가? 하는 고민이었죠. 결국 푸른곰과 그 뒤에 실재하는 인물은 떼어 내기로 결심하고, 개인을 위한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이는 거의 업데이트 되지 않았다가, 세상이 변하여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로 계승됩니다. 자, 그럼 제 실체를 덜어낸 푸른곰의 모노로그는 과연 푸른곰의 어디까지를 담을 것인가? 라는 고민을 했습니다. 아카이브를 살펴보시면 제가 예전에는 꽤나 다양한 내용을 떠들었다는 것을 아실수 있습니다. 일본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시사현안에 관한 글이 있을 정도였죠. 지금은 트위터를 포함해서 적어도 ’푸른곰’으로써는 대놓고 드러내는 스탠스는 없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말엔 정치 문제 댓글로 불판을 달구기도 했습니다. 하도 시달리다가 글자체를 꼴보기 싫어서 지워버렸던 기억이 나는군요.

의외로 최근에 와서는 그런 고민은 덜 한 편입니다. 푸른곰 블로그에는 주로 IT, 특히 애플 관련한 내용을 많이 올리게 되었고, 2009년에 들어 시작한 트위터에 ’푸른곰’이란 가면을 쓰고 비교적 자유롭게 떠들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얘기도 잔뜩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잔뜩 했어요. 어떤 블로그 구독자께서 팔로우 하셔서 같이 얘기를 나눴는데, “혹시 이런 얘기를 해서 질리시지 않으셨나요?”라고 여쭙자, “아뇨, 저도 좋아합니다”라고 하셔서 안도하고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재미있게 좋은 관계로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푸른곰이라는 것은 제 2000년대 전후부터 사용한 닉네임과 ID였고, 뭐 여차할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진 않지만 최소한의 인터넷으로부터 ’실제 저’를 완충시키는 벽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습니다. 저는 푸른곰이고 푸른곰은 저일까요? 사실 트위터에서 저는 자유로웠습니다. 농담을 하기도 하고, 한때는 싸웠고, 좋아하는 취미인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마음껏 떠들었습니다. 전술한대로 예전에 그리고 트위터 초창기에 정치적인 문제로 하도 데여서 정치에 관해서는 섯불리 스탠스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중에는 IT도 애플도 다른 회사도 잘 있어요. 다른나라 얘기라면 또 나름 관심이 있습니다. 또 모르겠습니다. IT블로거 푸른곰을 기대하고 보신분께서 왠 신변잡기와 애니메이션 오타쿠 같은 짓거리만 하는건지 질리셨을지도. 하지만 글쎄요. 만약 제 신상을 더 적나라하게 드러내지 않는 이상. 아마 그게 저와 가장 비슷한 모습일 겁니다. 그리고 굳이 그걸 감출 필요가 있을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점잔떠는게 정말 옳을까?

예전에 블로그의 존재의의를 설명하며 트위터가 140자를 넘는 글을 올리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씀 드린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신변잡기가 됐던 애니메이션 이야기가 됐던, 아니면 진지한 IT에 관한 글이 됐던, 140자로 다 끝나기에는 아까운 경우가 있습니다. 게다가 블로그란 매체는 누적되지만 트위터는 일순에 사라져 버립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당연히 어딘가에 옮겨서 적는게 가장 좋습니다. 어디에? 일단 저에게는 10년째 움직이고 있는 블로그가 있습니다. 뭔가 따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고 시도해봤지만 딱히 그게 효율적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이미 ’인격분할’과 그 실패는 앞서 말씀 드렸듯, 한번 경험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푸른곰은 푸른곰에 푸른곰 그대로라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해봤습니다. 점잔떠는게 정말 좋을까?

물론 그러면 겉으로는 고고한 이미지를 ‘표면적’ 혹은 ’피상적’으로 지킬 수 있을지 모릅니다(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지만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즐거운 얘기, 좋아하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면 무슨 재미로 블로그를 하지?라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전 건강사정으로 재택 시간이 길긴 하지만 전업으로 글을 쓰는것도 아니고 돈을 받고 글을 쓰지도 않습니다. 당장 이 블로그도 계속 운영비는 들어가는데 제가 얻는 수입은 제로입니다. ‘제가’ 보기 싫단 이유로 애드센스 조차 치워버린게 몇년전 일인지 기억조차 안납니다.

이후의 방향성

뭔가 거창한 얘기가 됐네요. 아마 이 블로그는 최근 얼마간 있었던 것과는 약간은 달라질 것입니다. 제가 관심 갖는 분야에 관한 글이 올라올테고, 역시 지금처럼 IT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번 7–9월 애니메이션 중에서 뭐가 재미있는데 그런 이유라던가, 작품에 관한 생각을 적을 수도 있고 그 외에 이런 저런 얘기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당장 욕구 불만 환자 마냥 풀어 낼 생각은 없으므로 온통 도배되지는 않을테니, 대략 어떤 얘기를 할것 같다… 살짝 간을 보고 싶으시다면 트위터를 한번 살펴봐 주세요.

글쎄요, 당장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리라고 보진 않습니다. 일단 그럴만한 기력이 없어요. 하지만 조금씩 바뀔겁니다. 제가 지금은 망한 구글리더 시절부터 죽(아마 개중 일부는 한RSS 시절때부터 일겁니다) 구독해온 블로거 분들의 피드를 보면 ‘꽤 변했구나’ 싶을때가 있습니다. 구글때는 폴더, 지금쓰는 Feedbin에서는 태그로 관리합니다만, 예전에 정했던 태그에서 완전히 무관하게 되어버리시거나, 흔해빠진 상업성 블로그가 되거나 아니면 그냥 블로그 자체가 1년이고 2년이고 동면 상태에 빠져버린 케이스도 있었습니다. 제가 이런 결심을 하게 된건, 일단은 블로그를 하는 즐거움을 리셋, 리프레시 하기 위함입니다. 제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제가 애플 관련 블로거가 됐듯이 블로그는 퇴적하면서 이미지를 만들어 냅니다. ’도락’이 변질되어 주객전도 되지 않는 선에서, 그리고 더 이상 못해먹겠네하고 내팽개치지 않도록, 즐거움과 진지함을 갖춘, 빠짐없이 하나로 제대로된 푸른곰이 되고자 합니다. 그렇게 해서 광고 하나 없이, 협찬이나 금품제공도 없이. 그냥 순수하게 블로그를 하고 싶어서, 그게 즐거우니까! 계속하자! 이런 순수한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10년을 마주하고 푸른곰의 블로그의 또 다른 10년을 위해 경주하려고 합니다.

부디 여러분의 이해와 응원을 기대해 마지 않습니다

푸른곰

추신) 본문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당장 래디컬하게 뭔가가 일어날것 같진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사이트 제목 아래에 있는 설명, 그것도 당분간 둘 생각이구요, 트위터의 Bio란에도 계속 (적어도 당분간은) IT블로거로 기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