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애플 광고를 처음으로 본 것은 1997년의 일이다. 매킨토시 잡지[1]의 지면 광고로 한 제품에 2페이지씩 총 4면을 사용하여 각각 보급형과 고급형 파워북을 소개하는 컬러 광고였다. 각각 한 면에는 제품을 든 남녀 한 사람이 있고 반대편에는 제품 소개와 사양이 적혀 있었는데 당시 애플 제품을 수입/판매하던 엘렉스컴퓨터에서 게재한 광고였다. 광고는 컴퓨터의 장점을 몇줄의 헤드 카피와 함께 설명하고 있었는데 모델이 약간 이국적인게 이상했다.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니 일본어 글귀가 보였다. 보아하니 일본 애플 광고 사진을 전용한 것 같았다.
세월은 흘러 1998년에는 애플컴퓨터코리아가 매킨토시를 수입하게 되고 애플컴퓨터가 애플이 되서 애플컴퓨터코리아도 애플코리아가 되고나서 2012년, 우리는 공중파에서 애플의 CF가 방송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나중에는 양지운 성우 같은 거물급 성우를 사용해서 프라임타임에 틀고 신제품 광고를 과감하게 집행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애플 광고에 한국인은 없었다. 그간 수많은 언어, 수많은 사람들이 나왔지만 한국인은 나오지 않았다.
어제 SBS 8 뉴스가 끝나고[2] 애플의 광고가 방영됐다. 아이폰 5c의 광고인데, 이전에도 방영된 형식의, 여러나라의 사람들이 나와서 자신의 말로 인사를 하는 방식이었다. 나는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대체로 아시아 사람들이 나오긴 했지만 지금까지 그러하듯 으레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온 것은 한국 사람이었다. “왠일이야?” 나는 잠시 멍해져서 1분 광고의 나머지가 끝나고 올레로고와 애플 로고가 사라질 때까지 잠시 아연해져 있었다.
한국에 애플이 진출한지도 꽤 시간이 지났는데 이제 겨우 1분 광고에서 말 한마디 나왔다고 호들갑이냐고 할 지 모르겠지만 일본 광고 Copy & Paste 하던 시절에 비하면 정말 많이 변했구나라는 것을 느낀다[3]. 뒤늦게나마 조금씩 다가오려는 발걸음을 취하려는 것을 평가한다. 단순한 광고만이 아닌, 움직임으로써 한국에 더욱 다가오는 발걸음을 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