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note나 Dropbox의 목적은 ‘잊는 것’

‘디지털 치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전화번호부에 의지하게 된 현대인은 이미 가까운 친지의 전화번호 조차 외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전화번호조차 외울 수 없게 되었다. 라는 것인데. 이런 경우, 가끔 낭패를 볼 때가 있다, 가령 생각해보자 전화기를 놓고 왔다. 라고 생각해보자. 아, 전화번호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아. 전화기가 망가졌다. 아아. 전화기를 잃어버렸다. 아아.

물론 백업을 했다면, 혹시 사무실이나 집의 컴퓨터를 통해 액세스를 할 수 있다면 괜찮을지 모른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라고 생각할 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전화번호부를 로컬에 저장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를 겪지 않는다. 전화번호를 ‘클라우드’에 저장한다. Google이나 Apple사의 서버에 모든 주소록을 저장해 놓고 ID를 입력해 놓고 찾아 쓰고 있다. 만약 내가 주소록을 변경하면 그 즉시 서버에 주소록의 변경사항이 전송될 것이다. 물론 컴퓨터에서 주소록을 변경해도 휴대폰으로 주소록의 변경사항이 전송될 것이다. 나는 휴대폰을 초기화 해도 상관없다. 다시 계정을 설정해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전화기를 사도 상관없다. 그냥 ID만 입력하면 바로 최신 주소록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Dropbox나 Evernote와 같은 서비스의 목적 또한 본질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Dropbox에 대하여 친구는 ‘느린 웹하드’라고 평했다. 나는 ‘그건 웹하드가 아니다’라고 정정하여 주었다. 물론 Dropbox 애호론자인 나의 말로 치부하여 그 친구가 어떻게 받아 들였을지는 그 친구에게 차후에 다시 물어봐야 할 문제이지만 아무튼 드롭박스는 단순히 USB를 대체하는 웹 드라이브가 아니다. 여러분이 작업하는 파일을 저장하는 폴더이며 이것은 항상 천천히 물 흐르듯이 동기화되는 것이다. 제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어디서나 같은 폴더의 파일을 작업하며, 파일을 복사하거나 메일로 옮겨 가지고 다니는 수고없이 작업하며,  파일을 USB나 광디스크로 휴대하거나 매체를 휴대하다가 잃어버리는 낭패를 없애버리는 제품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단순하게 말하면 드롭박스 말고도 경쟁 서비스는 많다. 파일을 저장할 수 있는 서비스는 꽤 많다. 더 보안을 신경 쓴 서비스도 많고, 더 많은 옵션을 가진 서비스도 많으며 더 여러 폴더를 공유하거나 동기화 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고, 더 저렴한 서비스를 무기로 한 서비스도 있다. 그러나 왜 사용자는 드롭박스를 선택하느냐? 간단하다. Dropbox 폴더 하나에 원하는 파일이나 폴더를 집어(drop)넣고 잊어(forget)버리면 모든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에버노트(Evernote)는 어떨까, 나는 에버노트를 두번째 뇌라고 평가한적이 있다. (Evernote(에버노트) – 당신의 모든것을 기억해 주는 두번째 뇌Evernote – GTD로 당신의 팔다리를 어떻게 움직이게 할지 지시하는 두번째 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당신이 인터넷을 서핑하면서 본 것, 걸어다니면서 본 것 등을 그냥 머릿속에 굳이 담아두려 애쓰지 말고 에버노트에 쑤셔 넣고 잊으라(Forget)는 것이었다. 실제로 에버노트는 자신들의 코끼리 로고에서 유래해서 자신들을 Trunk라고 부르고 모토를 Remember Everything이라하니까…

자, 그러면 이러한 클라우드 서비스의 공통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넣고, 잊으라! 그것이 핵심이다. 그냥 부담없이 ‘나의 생각의 부담을 컴퓨터에 덜어놓으면’ 언제 어디서나 언제 어디서나 내가 작업했던 파일, 내 주소록, 내 노트를 액세스 할 수 있다. 그리고 사실 그것은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 이뤄진다. 그냥,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언제클라우드는 이렇게 우리의 삶을 점차 전뇌電腦화하고 있는것 아닐까? 약간 사이버펑크한 요즘이 아닐 수 없다. 

덧말. Google의 Docs(문서도구)나 Gmail, Picasa를 이용하면 Office문서나 사람간에 주고받았던 서신, 그리고 여행의 추억들도 클라우드에 영구히 기억할 수 있다. 아직 위의 서비스만큼 세련되지 못하지만 Google+가 발전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래서 두렵고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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