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iPhone)이 언제 나오네 마네 하면서 입소문에 오르내리는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언제 나올 거라는 둥 누가 말했다는 둥. 하도 말만 많으니 ‘아이’폰이 ‘어른’폰이 될때까지 않나올 것이다라는 소리도 있고, ‘담달폰’ ‘내년폰’이란 별명도 붙어있다.
좌우지간, 아이폰이 바로 다음달에 나온다고 치자. 아이폰의 연착륙은 성공할 것인가? 내 견해를 말하자면, 아니오이다. 솔직히 말해서 아이폰이 나오면 살것이다. 아이팟 터치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아이폰은 많이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폰은 경착륙할 것이라는것이 내 예상이다.
아이폰이 경착륙 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첫째로 아이튠스 한국 스토어의 문제이다. 일단 음악을 팔지 않아서 반쪽짜리 스토어이다. 그리고 게임도 한국 실정법(등급분류심위)때문에 구할 수 없다(미국 계정과 크레딧 카드/선불카드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이는 비교적 소수가 하는 방법이다). 멀티라이터 김정남 님이 말씀하시듯이 아이폰은 최근 떠오르는 중요한 게임 플랫폼이다. 해외에 iTunes Store에 올라오는 애플리케이션의 상당수가, 또 우리나라에서 개발해서 해외에 히트한 어플리케이션도 게임이다. 그리고 기존 휴대폰과 가장 쉽게 차별화 할 수 있는것 또한 게임이다. 애플 아이팟 터치 소개 페이지의 초기화면은 게임이 장식하고 있다. 이게 안되는건 큰 문제이다.
또, 현재로써는 한국 스토어에서 구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의 종류도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현상이다. 게다가 미국의 경우 iTunes Store에서 판매하는 음악에서 링톤을 구매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일단 한국에서는 전술한대로 음악 자체가 없다. 현재 물론 웹에서 아이폰용 벨소리(.m4r 형식)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MP3 파일과 같이 저작권 외의 문제이다.
둘째로, 소프트웨어의 문제이다. 아이폰이 일본에서 정착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것은 트렌드 탓도 있지만 역시 소프트웨어가 어느정도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다이지린(일본어사전)을 비롯하여 자국 어플리케이션이 개발되어 서비스되고 있다. 그 일례를 Apple 아이폰 일본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아이폰을 팔때 ‘예를 들면 이런 애플리케이션이 있습니다”라고 소개할 애플리케이션이 무엇일까? 물론 여기에는 해외 소프트웨어도 있음을 배제 할 수는 없다(전술대로 한국 스토어보다는 해외 스토어가 많은 어플리케이션이 제공되고 있다). 나 자신도 사실 해외 어플리케이션을 많이 쓰지만 그건 역시 약간 하드코어한 수준이라 그렇고, 대중적인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역시 자국실정에 맞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은 아이폰의 연착륙의 필수조건이라고 본다.
왜냐면 이미 한국 실정에 맞는 모바일 소프트웨어가 WIPI 등 기존 휴대폰에는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직 정착 되지 않은 T스토어나 쇼 스토어가 어느정도 정착되게 되면 국내 실정에 맞는 소프트웨어가 마련되지 않는 아이폰은 경쟁력이 심각하게 타격을 입을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소프트웨어 개발인데, 널리 알려진것처럼 iPhone용 어플리케이션 수익 모델이나 등록비 등은 딱히 큰 허들은 아닌데, 문제는 개발환경이 MacOS X용 Xcode라는 것이다. 즉, 국내에서 절대 다수가 사용하고 있는 PC 기반의 개발환경이 아니라, 개발을 위해서는 첫째로 맥을 사용하거나 둘쨰로 개발을 위해 맥을 살 사람이 필요하다. 이찬진 님의 드림위즈를 비롯하여 여러 회사가 아이팟 터치용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는데, 회사라면 사용하던 맥을 개발에 이용하는 등 부담이 좀 덜할지도 모르지만, 맥이 없는 회사나 개인 사용자들은 적게는 85만원(맥미니)~180만원(아이맥 기준)하는 맥을 한대 더 사야하는 문제가 생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아이폰 OS용 소프트웨어는 대체로 포털 등 대형 업체거나, 맥을 사용하시는 분들이 개발 한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해외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의 사례를 보면 개인이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대박을 낸 케이스가 몇몇 있었다. 또 그 대박을 보면서 많은 개인 개발자가 소프트웨어 개발을 이끌어내는 선순환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이런 상황이 한국에서도 재현될 것인가? 질문을 해보고 싶다.
또, 한편으로 맥을 들여놓는 것 외에도 개발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 얼마나 많은 개인과 회사가 이를 감수하고 아이폰용 어플리케이션을 개발 할 것인가라는 것 또한 의문이다.
아이폰의 승부수는 독특하고 창의적인 어플리케이션이다. 블로그를 작성하는 소프트웨어나 지도를 살펴보는 애플리케이션, 택배회사 송장을 한꺼번에 조회해주는 소프트웨어 등이 이미 한국에 나와 있는데 이것 말고 더욱더 많은 소프트웨어가 나와야 한다. 아이폰의 매력은 어플리케이션이기 때문에 적어도 전술한대로 이미 일반 휴대폰(WIPI 기반 휴대폰)과 엇비슷하거나 더 나은 수준, 적어도 하나라도 일반 휴대폰이 하지 못하는 독특한 기능을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즉, 아이폰의 성패는 어플리케이션이 얼마나 받쳐 주느냐인데, 문제는 아이폰이 시판되어서 어느정도 팔려서 어느정도 규모의 시장을 만들지 않는 이상 이상의 개발상의 허들로 인해 많은 회사나 개인이 창의적인 앱을 개발할 동기를 느끼지 못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아이폰은 더 안팔리고, 그러면 개발 자체가 더 더뎌지는 무한루프에 가까운 악순환에 빠져버릴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우리나라 모바일 웹 환경이다. 웹 브라우징이 가능하겠지만, 어지간한 인내심과 데이터 요금에 대한 초연함이 없다면 3G망으로 브라우징은 못할 것이고 또, Wi-Fi라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무거운 우리나라 사이트를 보는데는 어찌됐던 인내심이 요구된다. 최근 대형 포털(다음, 네이버 등)이 아이폰에 적당한 사이트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꽤 대형규모의 사이트도 모바일 사이트를 제공하는 곳이 드물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서는 WIPI 기반의 브라우저로 제공되는 인터넷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이것도 업체들의 개발이 필요하다. 허들은 다행히 낮겠지만, 어찌됐던 아이폰의 무한 루프는 동일하다. 아이폰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이트가 많을 수록 아이폰은 더 팔릴 것이고, 아이폰이 더 팔려야 그 사이트가 늘것이다.
마무리
좌우지간, 아이폰이 성공하려면 KT나 애플의 의지 보다도 어플리케이션과 서비스의 문제가 중요하다. KT나 애플이 아이폰을 들여올 생각이 있다면 개인에게는 공모전 등을 해서 맥을 임대하거나 증정하는 식의 경진대회를 마련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고, 업체에게는 모바일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도록 주요한 구슬리는 것도 필요하다. 아무튼 사전공작(네마와시)가 많이 필요한것이 아이폰이다. 지금 당장 나온다면 나는 산다. 하지만 아이폰이나 애플 제품에 충성도 높은 사람, 혹은 얼리어답터를 넘어서서 광범위 한 수준의 성공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허들을 넘어서야 할 필요가 존재한다. 안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아이폰은 당장 나오더라도 당장은 경착륙 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