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d-cutter

지금 우리집의 (옛) 동생 방에서는 알고보니 재미있는 현상이, 말하자면 실험이 일어나고 있다. 이름하야 코드 커팅 현상.

우리집은 사람이 사는 방마다 텔레비전이 있고 방마다 셋톱박스가 있어 기백개 가까운 채널과 VOD를 언제든지 볼 수 있는 뭐, 그런 환경이었다. 동생이 텔레비전을 들고가서 동생방에는 셋톱박스만 덩그러니 남아버린 것이다.

어머니는 이전부터 모바일로 바깥에서 여흥으로 pooq을 즐겨 보셨는데. 뭐 안에서 못볼게 뭐 있으랴. 동생방에 윈도우 데스크톱이 있고 23" IPS 모니터가 있는데 동생방에서 있으시는 동안 컴퓨터를 켜고 좋아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틀어서 보시기 시작했다. 코드 컷팅이 일어난 것이다. 급기야는 "저거(셋톱박스) 없어도 되지 않아?"라는 말씀이 나왔다. 텔레비전은 더더욱이 필요 없어 보인다는 말투였다.

정작 당황해 했던건 동생이었다. 오랜만에 돌아와서는 주인잃은 리모컨만 흔들면서 "텔레비전이 없네"라며 조용히 다른 일을 하다가 잠드는 수 밖에 없었다. 의외로 이건 나이와 상관이 없나보다.

덧. 나도 이따금 VOD를 보기 위해 신세를 지곤 한다. IPS모니터는 좋다.

정말 화끈한 한국 방송들

제목에 낚였겠지만 딱히 방송 프로그램의 내용에 관해서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단지 한국인의 성격, 한국 방송의 화끈함에 감탄하고자 함이다. 내가 HDTV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라는 것과 HDTV 전환 연착륙을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주장한게 2009년의 일이고 적극적으로 좀 16:9 제작을 하라고 우기기도 했었는데 그 뒤로도 주욱 별 변화가 없다가(간간히 안내 방송만 나오고 여전히 4:3 세이프티-4:3 텔레비전으로 봐도 중요한 부분이 잘리지 않도록 촬영하는것-방송을 했다), 정파가 되자마자 4:3 세이프티 존이 사라져버리고 거의 대부분의 광고가 16:9로 나오더니 지상파에서 요즘 나오는 광고를 보면 거의 99% 16:9 HD 광고이다. 놀라울 지경이다. 일본에서 몇 년 걸린 전환이 한국에서는 하루만에 이뤄져버렸다니. 화끈하단 말이외에 뭘로 이것을 표현하리오?  

방송의 황혼기는 오는가

방송의 황혼기는 오는 것인가? 당장 예를 한번 들어보겠다. 일본의 텔레비전 시청률은 연년 떨어지고 있다. 텔레비전 보유 비율은 줄고 있다. 뭐 일반화의 오류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 지인의 경우만 하더라도 본 방송을 보는 횟수는 거의 없고 꼭 보고 싶은 프로그램만 레코더에 녹화했다가 나중에 보고 싶을 떄 보는 정도라고 한다. 아마 우리나라도 디지털 방송 전환을 계기로 그러한 추세를 밟을지 모르겠다. 한편 우리의 경우는 레코더 대신에, 각종 VOD 사이트는 말할 것도 없고 IPTV 같은 ‘양성적인’ 루트는 말할 것도 없고 각종 음성적인 루트를 통해서 우리는 방송 프로그램을 On-demand로 즐기고 있다. 모 애니메이션 채널은 사실상 애니메이션 채널 광고보다는 보유하고 있는 판권의 애니메이션을 웹하드에서 다운로드시 지불하는 유료 비용을 챙기는게 비즈니스 모델이 아닐까 라고 생각될 정도이다.

그 정도이니 사실 지난번에  투니버스의 신동식씨를 깠지만 아마 그도 고민이 있을 것이 코어 애니메이션 층들은 이미 온 디맨드 로 옮아 갔을 것이라는 것을 그 자신이 너무 잘 알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는 온 디맨드 시대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이제 채널 소유자로써의 잇점은 점차로 사라져간다. CJ E&M 등의 강점은 채널 소유자로써의 잇점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컨텐츠를 제작하는 능력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종합 편성 채널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원하는 컨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없는것은 정말로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디선가 컨텐츠를 제작하고 공급해야 온 디맨드고 뭐고 제공할 수 있지만, 점차로 인터넷으로 합법적으로 과금을 할 수 있는 규모가 늘면 방송, 즉 전파나 케이블이나 위성을 배제하고 그 자체로 컨텐츠 공급도 가능하게 될 지 모른다. 허황된 얘기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자체제작능력이 부족한 드라마나 쇼가 케이블이나 종합편성채널에서 돌아갈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해보라, 간단하다 외주제작이기 때문이다. 개인제작이나 소규모 그룹 제작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만드는 사람들’과 ‘컨텐츠’이지 ‘트는 장소’가 아니다. 전혀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IPTV나 온디맨드(내지는 다운로드)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뉴스가 인터넷 사이트나 포털에서 소비되듯이, 따라서 컨텐츠 프로바이더들은 이를 대비한 과금 모델을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물쭈물하다가는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하는데 실패한 뉴스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다.

한편으로, 거실이나 안방은 물론 컴퓨터, 태블릿과 휴대폰을 포함한 다양한 단말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의 경우 KT의 올레TV가 대표적인데, 얼마전부터 올레TV now라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향후 행보가 기대가 된다. 올해 CES의 테마는 스마트TV였다고 한다. 이미 미국에서는 인터넷에 연결해서 볼 수 있는 VOD 서비스 덕택에 ‘비싼’ 케이블 텔레비전을 구축할 처지에 있어 케이블 텔레비전 업계를 바싹 긴장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IPTV 가입자가 무시못할 수준으로 성장했다. 그 중 얼마나가 VOD 서비스를 이용할런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내 생각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변화의 인프라는 갖춰졌다라고 보아도 좋지 않을까?

방송심의규정에 의아한 것 하나

텔레비전을 보다보면 정말 많은 것이 나오지만 역시 빠지지 않고 나오는것이 각종 맛집이나 이색 가게를 소개하는 것이다. 아침 뉴스를 보다보면 감초처럼 나오는것이 이색 상품이나 아이템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가지 의아한것은 하나같이 이니셜 내지는 OO 식당 이런식으로 표시되어 있다. 듣자하니 방송 심의 규정 때문이라는데. 드라마에서 간접광고 하다가 사과하고 있는걸 보면 심의 규정이란게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한가지는 소개할 것은 소개할데로 다 해놓고 어디에 있는 어느가게인지도 알려주지 않으면 도대체 그걸 어떻게 찾으란 말인지 신기하다는 말이다.  아는사람만 찾아가라 이건가.

음악 프로그램을 보니깐 악기등에 나오는 각종 상표들을 다 테이프로 마스킹을 하고 나오는걸 알 수 있다. 뭐 솔직히 말하면 우습다. KURZWEIL에서 앞에 네글자를 지운다고, YAMAHA나 STEINWAYS & SONS의 일부를 가린다고 해서 못알아볼리는 없겠지만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가리고 방송을 하고 있다.
일본 텔레비전을 보다보면 참 신기한게 스폰서(광고주)의 상품이 아무렇지 않게 나오고, 각종 가게의 위치와 약도 전화번호에 휴일까지 안내를 해준다는것이다. 물론 뭐 그정도까지는 바라지도 않겠지만, 아예 소개를 하질 말던가. 감질나게 오만 홍보를 다해놓고 어느 가게인지 숨기는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  

미디어법 논란, 그리고 지상파와 종합편성 채널에 대한 단상

솔직히 나는 리버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이번 미디어법 논란은 그닥 달갑지가 않다. 솔직히 YTN에서 생중계로 나중에 CNN을 비롯한 전세계에 토픽감으로 방송되었던 국회 통과 장면을 보면서도 달갑지가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건데, 나는 기왕 이렇게 된 이상(효력의 유무 차원은 법정에서 따지더라도), 변화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상파 텔레비전을 틀면 평일 밤 8시에는 일일드라마를 10시에는 어디에서나 드라마를 한다. 11시에는 어디에서나 쇼를 튼다. 주말에도 대동소이하다. 그래서 나는 그 시간대에 변죽을 거는 프로그램을 보곤했다. 성향과는 상관없는 8시 뉴스를 보고 시사프로그램을 보곤 했다. 쇼프로가 보기싫어서 환경스페셜을 본적도 있다. 마치 방송 3사가 짜기라도 한듯이 똑같은 장르의 프로그램을 똑같은 시간대에 틀어놓으면 드라마를 싫어하는 사람이나 쇼 프로그램을 보기 싫은 사람은 자연스레 지상파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같은 시간대가 아니더라도 프로그램의 포맷은 대동소이한게 현상이다. 드라마는 그렇다 치더라도 토크쇼가 그렇고 토요일 일요일날 하는 쇼프로그램의 포맷은 무한도전과 1박2일이 뜨면서 우루루 그런 형식을 따라하고 있고 비단 쇼프로그램 뿐만이 아니라 PD수첩과 뉴스추적이 그러하고 100분토론과 심야토론이 그렇고 등등등 하나하나 거론해서는 예를 들기가 힘들다.

뉴스의 포맷은 3사가 똑같은 편이다. 전세계 어딜 보더라도 데스크에 앉아서 다소곳이 점잔떠는 뉴스만이 주종을 이루는 곳은 한국뿐인듯하다. 보도의 독창성이나 탐사보도(investigation)은 뉴스의 코너 하나에 마치 신종인플루엔자 환자를 격리하듯이 가둬져 있다. 포맷의 경직성과 스튜디오에서 프롬프트의 내용을 따라 읽는 뉴스 프로그램은 뉴스를 진행하는 사람이 기야말로 아나운스하는 사람, 즉 아나운서구나라는 생각을 들게한다. 일본이나 미국의 뉴스를 보면 마치 쇼를 보는 듯한 느낌을 느낀다. 방송국이나 시간대나 타겟 시청자층에 따라서 개성이 느껴진다. 어떤 뉴스는 우리나라 뉴스처럼 점잔을 떨기도 하고 어떤 뉴스는 또 팡팡 튀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날 한국 공중파 TV의 문제는 이러한 획일화된 프로그램들과 편성을 타파할 생각은 하려하지 않고 기존에 하던것을 따라하려는 생각과 타 방송사에서 성공한 프로그램 포맷과 편성을 답습하려는 경향에서 태어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서 새로운 채널이 생겨나고 새로운 방송사가 생겨난다고 해서 달라지리라는 보장은 확실히 없다. 하지만 마이너가 메이저가 되기 위해서는 대담한 도전과 변화가 필수적이고 그 변화는 곧 한국 방송이 필요로 하는 그것이다.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미디어법에 찬성을 하지는 않지만, 만약 이것이 기정사실화가 된다면 이러한 점에 염두를 두고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왕 시작했다면 또 다른 답습이 아니라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리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