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달에 맥을 두 대나 산지라, 지난 9월 애플 이벤트에서 발표된 제품 중에서는 AirPods Pro(에어팟 프로) 3세대만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중간에 USB-C 리프레시를 제외하면 3년만의 에어팟 프로라 기대가 많이 되었고, 상당 부분 기대를 충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많은 리뷰어나 유튜버들이 제품에 대한 감상을 밝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숟가락 하나 얹겠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마저 따라 와 주십시오.
일단, 에어팟 프로 2에 비해 에어팟 프로 3이 나아진 점이라면 향상된 착용감, 음질, 그리고 노이즈 캔슬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 하나 따져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아쉬운 점, 그리고 에어팟 프로나 프로 2세대에서 교체를 할 필요가 있는지 따져보고, 마지막으로 그냥 잡담 겸 푸념을 적고 마무리 하지요.

1. 향상된 착용감
제품을 뜯어서 착용해보고 느낀 첫 번째 느낌은 노이즈 캔슬링이 아닙니다. 제일 우선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뀐 착용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착용감은 제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커널형 이어폰이 그다지 익숙치 않거나 불편하다면 좀 더 보편적인 커널형 이어폰에 가까워진 이번 제품이 이전 세대에 비해 좋지 않게 여겨질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귀에서 확실히 고정(핏)되는 느낌은 강해졌으며 좀 더 심(芯)이라고 할지 코어가 느껴지고 이어 커널에 확실히 삽입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실제로 이어팁을 제거 해 보면 스템 부분이 더 늘어 나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다른 제품처럼 진공 밀폐되거나 이어 커널 가득 꽉차는 듯한 느낌은 아닙니다. 오히려 안정적으로 귀에 자리잡는 느낌이 들고, 이전 세대에 비해 귀에 닿는 면적은 영리하게도 적어져서, 도착해서 계속 몇시간 끼워 봤지만 크게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에어팟 프로를 보청기로 사용하시더라도 불편이 없을 정도라고 생각해요. 물론 여전히 에어팟 프로가 귀에 맞지 않을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다만, 예전 보다 잘 맞을 가능성이 높고, 더욱이 여러분의 귀에 에어팟 프로가 어느정도 잘 맞으셨다면 더 잘 맞고, 더 잘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제 귀에서는 그렇습니다.
2. 향상된 노이즈 캔슬링과 주변음 듣기
에어팟을 양 쪽 귀에 모두 착용하면 몇 초 뒤에 세상의 소음이 슈욱하고 페이드 아웃하는 걸 느낍니다. 마치 세상의 볼륨 다이얼을 천천히 돌렸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조용함을 즐겨 보세요. 처음에는 약간 트라우마적인 기억이 들었는데요, 십여년 전 쯤에 에티모틱 리서치 이어폰을 처음 썼을 때, 트리플 플렌지 이어팁이 귀에 끼인채 유닛이 빠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핀셋으로 꺼낼 수 있었습니다만, 그 때 잠시 한쪽 귀가 거의 들리지 않는 경험을 하며 패닉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그 트라우마가 되살아 날 정도입니다. 에어팟 프로 2세대는 물론 지금까지 WF-1000XM4와 5도 사용해 왔습니다만 애플의 ‘인이어 이어폰 중에서 최강의 노이즈 캔슬링’ 이라는 주장에는 일정 부분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그 주장과 함께, 애플이 주장하는 ‘에어팟 프로 2세대 대비 2배’ 같은 주장에 대해 좀 조사를 해봤습니다. 이는 아무런 근거없이 그냥 우기는게 아니라, IEC 60268-24-2023라는 표준화 된 절차에 의해 측정합니다. 가청대역의 핑크 노이즈나 화이트 노이즈, 그리고 저역(엔진/진동 등), 중역(회화, 기계음), 고역(바람, 타격음)의 음압 감쇄를 측정합니다. 다만 자세한 절차의 내용은 꽤나 큰 돈 주고 사서 봐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라이벌인 소니 역시 이전에는 JEITA 측정법이었으나 현행 제품의 경우 IEC 측정법으로 자사 제품의 성능을 검증하고 마케팅용으로 주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주변음 듣기는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끼고 있다는걸 거의 잊어 버릴 것 같습니다. 착용감이 향상되어 오랫동안 벗지 않아도 불편함이 적어 필요에 이어폰을 벗지 않고 생활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소니의 링크버즈처럼 귀를 막지 않는 타입이나 이어 커프형 이어폰도 많이 나와 있고 골전도 이어폰도 많이 있습니다. 좋은 승부가 될 것 같습니다.
3. 향상된 음질
마지막으로, 더 나아진 핏과 노이즈 캔슬링을 토대로 향상된 음질에 대해 말씀 드릴까 합니다. 에어팟 프로 3세대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모든 에어팟 프로 모델을 측정하는 리뷰어들이 고충을 토로하는 것이 이 제품이 단순히 더미 헤드 마이크에 꽂아서 100% 정확하게 ‘실제 체감하는’ 주파수 응답을 측정하기 굉장히 까다로운 제품이라는 것입니다, 그 말인즉, 스템에도 내향(內向) 마이크가 있어, 듣는 사람의 귀의 구조에 따라 소리를 분석해서 응답을 조정하는데다가, 볼륨에 따라서 특정 대역을 강조하거나 감쇠시키도록 설계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모두가 ‘실제로 듣는 사람에게 좋은 음질’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인데요. 그 노력이 빛을 발해서, 예전에 비해 훨씬 소리는 다이내믹하고, 넓은 스테이지감과 깊은 저음부터 높은 고음까지 확실히 더 나아진 실력을 발휘합니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공간감과 분리감, 다크 나이트 OST의 Why So Serious?의 땅을 울리는 듯한 저음, 그리고 더 넓어진 스테이지감으로 더욱 실감나진 돌비 애트모스 음원의 3차원 공간 음향의 입체감까지, 예전에는 편안하게 사용하고 싶으면 에어팟 프로, 진지하게 듣고 싶으면 소니나 젠하이저를 연결해 들었고 외출시에 ‘어떤걸 들고 나간다?’ 고민을 하게 되었지만, 이제는 외출시에 자신있게 에어팟을 들고 나가도 될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
에어팟 프로라는 제품이 19년부터 나온 제품이고 6년간 충분히 숙성을 거친 제품이라고 보기 때문에 세대를 거쳤음에도 아쉬운 점을 찾기는 솔직히 매우 까다롭습니다. 그러나 일부 사용자께서는 애플이 여전히 고집스럽게 AAC 코덱만 지원하는 점을 아쉬워 하실지도 모르겠고, 저도 그렇지만 윈도우나 안드로이드 전화기도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사실상 사과 농장 전용 이어폰(?)이라는 점이 굳이 말하자면 불만입니다. 그리고 ‘케이스에 케이스’를 씌우는 것이 영 어색한 저로서는 유광 플라스틱이 처음에는 아름답지만, 2년 정도 쓰게 되면 꽤나 풍파를 겪을 것이라는것을 잘 알기에 이 역시 조금 아쉽습니다.
에어팟 프로 이전 모델에서 교체, 필요?
에어팟 프로 이전 세대에서 3세대로 교체를 할 필요가 있냐고 물으신다면, 만약 여러분이 1세대를 만족스럽게 사용하셨다면 틀림없이 후회 없으실 것이라고 답하겠습니다. 부가기능도 여럿 추가되니 더더욱이요. 2세대를 사용하셨다면 2022년 발매된 라이트닝 기종을 사용하셨다면 슬슬 배터리가 수명을 맞이할 터이니 겸사겸사 교체하셨을때 좀 더 나은 음질과 노이즈 캔슬링과 주변음 듣기 기능의 개선을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비교적 신형인 2세대 USB-C 기종을 사용하셨다면 조금 여유가 있지요. 이 경우에는 사정이 허용하시고, 굳이 원하신다면 교체하시면 됩니다.
잡담과 마무리
사실 저는 이 제품을 애플에 9월 19일에 주문했는데, 10월 1일이 되도록 발송은 커녕, 출고 준비 조차 안되어서 결국 최단 도착 예정일을 지나서도 꼼짝을 안하자, 해당 주문을 취소하고 새로 애플 가로수길에서 픽업하는 주문을 넣어 수령했습니다. 그 동안 애플에 수도 없이 전화했습니다는, 애플의 주문 관리 직원들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웹에서 제가 보는 것 이상의 정보를 주지 못했고, 웹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어떠한 조치도 하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이 점에 대해서는 결코 좋은 경험이라고 할 수 없네요. 특히 10월 3일부터 연휴에 돌입하는지라, 초조했거든요. 아무튼 오랫동안 기다린 제품이 만족스러워서 결과적으로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