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진 내셔널리즘 선동을 경계해야

우리는 세계화의 물결을 정면으로 맞고 있습니다. 밤중에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여파가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아침이 되면 곧바로 실물 시장에서 실현됩니다. 이제 우리는 전 지구적인 현상의 톱니바퀴로서 존재하고 있으며 이것을 역진(逆進)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간 소문만 무성하던 아이폰 듀오가 곧 발매됩니다.

벌써부터 소란스럽습니다. 이는 애플이 어느 정도 자초한 감이 있습니다. 가격표나 수리 가격을 보면 ‘일반인’이 엄두를 낼 만한 기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니 말이죠. 그렇다손 치더라도 우리나라 미디어들의 ‘아이폰 듀오 때리기’는 해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한 언론사는 이틀 연속 아이폰 듀오를 ‘때리는’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에 어느 정도 기시감이 드는데요. 바로 ‘삼성 대 애플 특허전’이었죠. 지금 와서 그때를 회고하면 흡사 전시(戰時)에 비유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부 언론은 기업 간의 특허 분쟁을 국가 간의 대결로 몰아갔고, 애플 제품을 애용하거나 애플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마치 매국노라도 되는 양 낙인을 찍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그 시대를 표현하는 단어가 ‘특허戰’이니 말 다 했죠. 그 현상을 다시 보는 듯합니다.

옴니아 2 선전 포스터.

하지만,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비뚤어진 내셔널리즘은 21세기의 서플라이 체인이라는 ‘톱니바퀴’의 현실을 드러내지 못합니다. 애플과 삼성의 특허전 당시에도 지금도, 애플은 적지 않은 부품을 한국 기업에서 구입합니다. 요즘 금보다도 귀하다는 플래시 메모리나 RAM은 어느 나라 기업에서 공급할까요? OLED 화면이나 카메라 모듈은 또 어떻습니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애플의 공급망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애플과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삼성전자조차도 예외가 아닙니다. 완제품 시장에서는 경쟁자이지만 부품 시장에서는 고객이기도 하니까요. 누구의 승리가 곧 누구의 패배라고 단정하기에는 오늘날의 산업 구조가 너무도 복잡합니다.

아이폰 듀오가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서 폭삭 망한다면, 그건 일차적으로 애플과 애플 주주가 감당할 일이지요. 하지만 그 서플라이 체인에 있는 업체들에게도 과연 타격이 전혀 없을까요? 제품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얼마든지 해도 됩니다. 그게 언론과 기술 매체, 그리고 리뷰어가 할 일이니까요. 하지만 그게 내셔널리즘적인 ‘선동’이 되면 그것은 시대착오적인 탁상공론이요, 전쟁 중의 ‘프로파간다’에 불과합니다. 특히 그 ‘프로파간다’를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행했다면 스스로 ‘매문(賣文)’한 자신을 훗날 부끄럽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애플-삼성 특허전’ 때에도, 지금도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푸른곰

푸른곰

푸른곰은 2000년 MS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Pocket PC 커뮤니티인 투포팁과 2001년 투데이스PPC의 운영진으로 출발해서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5년 이후로 푸른곰의 모노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금은 주로 애플과 맥, iOS와 업계 위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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