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Mac 앱 생태계에서 부쩍 자주 보이는 라이선스 방식이 있습니다. 앱을 한 번 구입하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신 무료 업데이트는 구입 후 1년이나 2년 동안만 제공됩니다. 기간이 지나도 마지막으로 사용할 권리를 얻은 버전은 계속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에 나온 버전으로 업데이트하려면 라이선스를 갱신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BetterTouchTool은 일반 라이선스에 2년간 무료 업데이트를 제공하고, TablePlus는 영구 라이선스에 1년간 업데이트를 제공합니다. TablePlus는 1년이 지난 뒤에도 기존 버전을 제한 없이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처음 이 방식을 접했을 때는 꽤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매달 혹은 매년 돈을 내지 않으면 프로그램 자체가 작동을 멈추는 구독제와 달리, 적어도 내가 돈을 주고 구입한 앱은 계속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개발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버전을 계속 개발하고 지원하려면 지속적인 수익이 필요하니,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새로운 업데이트에 비용을 요구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합니다.
실제로 TablePlus는 이 방식을 도입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전통적인 ‘메이저 버전 유료 업그레이드’보다 모든 구매자에게 구매 시점을 기준으로 동일한 기간의 업데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구독과 영구 라이선스의 중간쯤에 있는 상당히 합리적인 절충안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모델을 채택하는 앱이 늘어나면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구입한 것은 정말 ‘영구 라이선스’일까요? 아니면 단지 ‘유효기간이 없는 구버전 실행권’일까요?
영구 라이선스라면 다시 설치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가장 먼저 생각해 볼 문제는 재설치입니다. Mac을 한 번 구입해서 평생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몇 년이 지나면 새로운 Mac을 구입할 수도 있고, SSD를 초기화하거나 macOS를 새로 설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업데이트 기간이 끝난 앱을 새 Mac에 다시 설치하려고 하면 상황이 묘해집니다. 개발사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대개 최신 버전입니다. 하지만 내가 가진 라이선스가 허용하는 것은 몇 년 전 버전까지입니다. 최신 버전을 설치한 뒤 기존 시리얼 번호를 입력하면 라이선스 기간이 만료됐다는 메시지가 나올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이 라이선스 방식의 필연적인 문제는 아닙니다. 개발사가 구버전 다운로드를 제공하거나, 계정 페이지에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버전을 내려받게 해준다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개발사는 이런 방법을 제공합니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입니다.
‘영구 라이선스’를 판매했다면 개발사는 최소한 사용자가 자신의 라이선스로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버전을 다시 받을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때 설치 파일을 따로 보관해 두셨어야죠”라고 한다면 그것을 과연 소비자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영구 라이선스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더구나 Mac에서는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습니다. macOS 자체가 끊임없이 변합니다. 몇 년 전에는 멀쩡하게 작동했던 앱이 새로운 macOS에서 권한 체계나 API 변화 때문에 제대로 동작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마지막 버전을 평생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은 현실적으로는 “그 버전이 실행되는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한 평생 사용할 수 있다”는 뜻에 가까워집니다. 두 문장은 비슷하게 들리지만 의미는 상당히 다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보안 업데이트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 라이선스 모델에서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보안 업데이트입니다.
새로운 기능에 돈을 받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UI가 추가되었다거나, 새로운 자동화 기능이 생겼다거나, 성능이 크게 개선되었다면 개발사가 그 개발비를 회수하기 위해 새로운 라이선스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는 선택하면 됩니다. 새로운 기능이 필요하면 돈을 내고 업데이트하고, 현재 기능으로 충분하다면 기존 버전을 계속 사용하면 됩니다.
그런데 보안 취약점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가령 제가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버전이 5.6이라고 해봅시다. 그런데 얼마 뒤 5.7이 나오면서 “조작된 파일을 열 경우 임의 코드가 실행될 수 있는 심각한 취약점을 수정했습니다”라는 내용이 발표됩니다.
문제는 그때부터입니다.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둘뿐입니다. 취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5.6을 계속 사용하거나, 보안 패치를 받기 위해 돈을 내고 라이선스를 갱신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과연 일반적인 의미의 ‘유료 업데이트’라고 볼 수 있을까요?
새로운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돈을 내는 것과 이미 구입한 프로그램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 돈을 내는 것은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소프트웨어에는 버그가 있습니다. 그리고 보안 취약점도 발견됩니다. 아무리 뛰어난 개발자가 만든 프로그램이라도 앞으로 보안 문제가 절대로 발견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업데이트 기간이 끝났으니 보안 패치도 받을 수 없습니다”라는 정책은 결국 사용자를 ‘취약한 버전을 계속 사용하거나 돈을 내거나’라는 선택지 앞에 세우게 됩니다. 저는 여기서부터 이 라이선스 모델의 논리가 흔들린다고 생각합니다.
기능 업데이트와 보안 업데이트는 같은 것이 아닙니다
흥미로운 것은 소프트웨어 보안에 관한 규제 역시 점차 이 둘을 구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EU의 사이버 복원력법(Cyber Resilience Act)은 디지털 요소가 포함된 제품의 제조사가 제품의 예상 사용 기간 등을 고려해 보안 지원 기간을 정하도록 요구하며, 원칙적으로 최소 5년의 지원 기간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상 수명이 5년보다 짧은 제품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특히 이 규정은 보안 업데이트를 사용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기술적으로 가능한 경우 기능 업데이트와 보안 업데이트를 분리하는 것도 권장합니다. 사용자가 최신 보안 업데이트를 받기 위해 불필요한 새로운 기능까지 함께 설치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려는 취지입니다.
더 흥미로운 조항도 있습니다. 개발사가 실질적으로 변경된 최신 버전만 보안상 유지하기로 했다면, 일정한 경우 이전 버전 사용자가 추가 비용 없이 그 최신 버전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방식도 규정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모든 작은 Mac 앱 개발사에 무한정 보안 패치를 제공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몇 만 원짜리 앱을 한 번 구입했다고 해서 10년, 20년 동안 모든 macOS 버전에 맞춰 보안 패치를 만들어 달라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평생 지원’이 아니라 명확한 지원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기능 업데이트는 구입 후 1~2년 동안 제공하되, 중요한 보안 업데이트는 별도로 정한 지원 기간 동안 무료로 제공합니다. 지원이 끝나는 날짜를 처음부터 공개하고, 마지막 지원 버전과 과거 설치 파일 역시 계속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개발사도 지속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사용자가 구입한 ‘영구 라이선스’ 역시 실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차라리 메이저 버전이 나올 때 돈을 내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이쯤 되면 저는 오히려 예전 PC 소프트웨어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방식이 더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이를테면 프로그램 10을 구입하면 10.x 버전은 계속 업데이트해 줍니다. 버그 수정과 보안 패치도 그 버전의 지원 기간 동안 제공됩니다. 그러다 충분한 시간이 흐른 뒤 새로운 기능을 대거 추가한 프로그램 11이 나오면, 그때 사용자가 판단해서 업그레이드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입니다.
새 기능이 필요하지 않다면 10을 계속 쓰면 되고, 11의 기능이 마음에 든다면 할인된 업그레이드 가격을 내고 넘어가면 됩니다. 물론 이 방식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구입하기 직전에 새 버전이 나와 손해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개발사 입장에서는 메이저 버전을 내놓을 때마다 사용자가 기꺼이 돈을 낼 만큼 충분한 개선 사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무엇에 돈을 내고 있는지가 명확합니다. 프로그램 10을 샀으면 프로그램 10에 대한 권리를 산 것입니다. 10.1이나 10.2에서 버그가 수정되었다고 해서 “구입 후 1년이 지났으니 그 수정은 받을 수 없습니다”라는 상황도 훨씬 덜 생깁니다. 개발사가 프로그램 10의 지원 종료를 선언하기 전까지는 같은 제품 계열 안에서 유지보수와 보안 패치를 제공한다는 개념도 이해하기 쉽습니다.
반면 ‘구입일로부터 1년간 업데이트’ 방식은 제품의 버전보다 달력이 라이선스 경계를 결정합니다. 같은 프로그램을 같은 가격에 구입했더라도 1월에 산 사람과 12월에 산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버전이 달라집니다. 내가 사용 중인 버전이 여전히 현행 제품인지, 보안상 지원되는 버전인지와 관계없이 ‘구입한 지 몇 개월이 지났는가’가 업데이트 가능 여부를 결정합니다.
그래서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전통적인 메이저 버전 유료 업그레이드가 오히려 더 정직한 방식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제품 세대가 나오면 그 새로운 가치에 돈을 내는 것.
저는 차라리 프로그램이 10에서 11로 크게 바뀌었을 때 “이번 업그레이드는 유료입니다”라는 말을 듣는 편이, 어느 날 사소한 10.7 업데이트를 설치하려다가 “당신의 1년 업데이트 기간이 지난달 끝났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는 것보다 납득하기 쉽습니다. 적어도 전자의 경우에는 제가 돈을 내는 이유가 ‘새로운 버전’이라는 형태로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례가 Agenda입니다. Agenda는 프리미엄 기능을 구입하면 당시 존재하는 프리미엄 기능과 이후 1년 동안 추가되는 프리미엄 기능을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1년 뒤 추가되는 새로운 프리미엄 기능을 사용하려면 다시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여기까지는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Agenda는 1년이 지나더라도 사용자가 최신 버전의 앱과 버그 수정은 계속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미 구입한 프리미엄 기능 역시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합니다. 돈을 내지 않았다고 해서 오래된 실행 파일에 묶어 두는 것이 아니라, 새로 추가되는 기능에 대한 권리만 별도로 판매하는 셈입니다.
저는 이 방식이 상당히 흥미로운 해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업데이트를 파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능을 파는 것입니다. 그러면 개발사는 새로운 기능을 계속 개발해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사용자는 버그 수정과 보안상의 이유 때문에 불필요하게 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영구’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때입니다
저는 여전히 ‘영구 라이선스 + 일정 기간의 무료 업데이트’라는 모델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조건적인 구독제보다 훨씬 선호하는 방식입니다. 개발사가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것도 당연합니다. 새로운 기능을 몇 년 동안 계속 만들어 주면서 한 번 받은 돈으로 영원히 지원하라는 요구 역시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업데이트’라는 하나의 단어 안에 너무 많은 것을 집어넣는 것입니다. 새 기능도 업데이트입니다. 성능 개선도 업데이트입니다. 버그 수정도 업데이트입니다. 새로운 macOS와의 호환성 수정도 업데이트입니다. 그리고 치명적인 보안 취약점을 고치는 패치도 업데이트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업데이트가 사용자에게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기능을 포기하는 것은 선택입니다. 그러나 안전하게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 선택이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영구 라이선스를 판매하려는 개발사라면 최소한 세 가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고 봅니다. 사용자가 자신의 라이선스로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버전을 언제든 다시 설치할 수 있는가. 보안 업데이트를 일반적인 유료 기능 업데이트와 동일하게 취급해도 되는가. 그리고 지원이 끝났다면 그것을 사용자에게 명확히 알리고 있는가.
이 조건들이 갖춰지지 않은 채 단순히 “한 번 사면 평생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면, 그 ‘평생’이라는 표현은 생각보다 많은 단서를 필요로 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구입하고 있는 것은 영구 라이선스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저 유효기간이 없는 구버전 실행권을 영구 라이선스라고 부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