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ton의 성공 비결

Proton은 어떻게 ‘암호화 이메일’에서 ‘프라이버시의 구글’이 되었나

Proton 로고타이프

프라이버시를 내세우는 인터넷 서비스는 많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10년 넘게 살아남아 수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하나의 제품을 넘어 독자적인 생태계까지 만들어낸 회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Proton은 그 드문 사례 가운데 하나입니다.

2014년 암호화 이메일 서비스 ProtonMail로 출발했던 Proton은 이제 Mail에 그치지 않습니다. VPN, Calendar, Drive, Pass, Docs, Sheets, Authenticator, Meet, Bitcoin 지갑인 Wallet, AI 비서 Lumo까지 갖추고 있으며 SimpleLogin과 Standard Notes도 Proton의 일원이 됐습니다. 2023년 Proton은 이미 1억 개의 Proton 계정을 돌파했다고 발표했고, 2026년에는 기업용 협업 제품인 Proton Workspace를 내놓으며 기업 시장으로도 본격적으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이쯤 되면 Proton을 단순히 ‘암호화 이메일 회사’라고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Proton이 만들려는 것은 오히려 Google이나 Microsoft가 차지하고 있는 인터넷 생활의 상당 부분을 프라이버시 중심의 서비스로 다시 만드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수많은 보안·프라이버시 서비스가 등장했다가 사라진 가운데 Proton은 어떻게 살아남았고, 어떻게 여기까지 성장했을까요?

스노든 이후, CERN에서 시작되다

Proton의 출발점에는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의 NSA 대규모 감시 폭로가 있었습니다. 당시 CERN에서 연구하던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인터넷 감시와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화제가 됐고, 물리학자 앤디 옌(Andy Yen)을 비롯한 연구자들이 이 문제를 논의하다 만들어낸 것이 2014년의 ProtonMail입니다. Proton은 훗날 그 출발점을 ‘CERN 구내식당에서 시작됐다’고 회고합니다.

물론 암호화 이메일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PGP를 이용하면 그 전에도 강력한 이메일 암호화가 가능했지만, 일반 사용자가 직접 키를 만들고 보관하고 상대방의 공개키를 확인하며 사용하는 것은 상당히 번거로웠습니다. ProtonMail의 중요한 혁신은 새로운 암호 알고리즘이라기보다 암호화를 일반 사용자가 의식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든 것에 있었습니다.

사용자는 일반적인 웹메일처럼 로그인해 메일을 주고받습니다. 복잡한 암호화 처리는 뒤에서 이루어지고,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 역시 가능한 한 Proton 자신도 읽을 수 없도록 설계됩니다. 다시 말해 Proton이 일찍부터 깨달은 것은 간단했습니다. 보안을 위해 사용자를 보안 전문가로 만들어서는 대중화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암호화 이메일을 원하고 있었다

초기 반응은 상당했습니다. 2014년 크라우드펀딩에는 약 1만 명이 참가해 55만 달러가량을 모았고, 이듬해에는 베타 가입자가 35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2015년에는 CRV와 스위스의 FONGIT으로부터 200만 달러를 투자받았습니다.

이 점은 현재 Proton의 이미지와 비교하면 조금 흥미롭습니다. 오늘날 Proton은 VC의 통제를 받지 않는 독립성을 강하게 내세우지만, 처음부터 외부 투자를 한 번도 받지 않은 회사는 아닙니다. 다만 이후의 행보가 달랐습니다. 2021년 CRV가 보유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그 지분이 FONGIT으로 넘어가면서 Proton은 다시 VC 주주가 없는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초창기의 Proton은 사건도 많았습니다. 크라우드펀딩 과정에서는 PayPal이 계정을 일시적으로 동결하는 일이 있었고, 2015년에는 대규모 DDoS 공격도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서비스는 살아남았고, Proton은 웹앱과 모바일 앱을 점차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외부 검증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에는 당시 정식 출시된 Proton Mail 앱 전체가 오픈소스이며 독립적인 보안 감사를 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때부터 Proton이 실제로 팔아야 했던 것이 단순한 암호화 기술만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집니다. Proton이 팔아야 했던 것은 신뢰였습니다.

ProtonMail에서 Proton으로

두 번째 중요한 전환점은 2017년입니다. Proton은 Proton VPN을 정식 출시하며 처음으로 이메일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이후 Calendar와 Drive가 추가됐고, 2022년에는 브랜드의 중심도 ProtonMail에서 Proton으로 옮겼습니다.

Mail, VPN, Calendar, Drive를 하나의 Proton Account로 묶고 디자인과 요금제도 통합했습니다. Proton Unlimited 같은 번들도 등장했습니다. Proton은 이를 하나의 계정으로 연결되는 프라이버시 생태계로 설명했습니다.

여기에서 Proton의 목표는 크게 달라집니다. 더 이상 Gmail보다 안전한 이메일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Google을 대체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됩니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오래된 문제가 있습니다. 메일은 A사, VPN은 B사, 클라우드는 C사, 패스워드는 D사 서비스를 사용해야 하고 각각 계정을 만들고 신뢰성을 조사하고 따로 구독해야 합니다. 반면 Google 계정 하나를 만들면 Gmail, Drive, Calendar, Docs, Meet가 모두 따라옵니다.

Proton은 여기서 Big Tech의 장점을 배웠습니다. 생태계와 번들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그 생태계를 어떤 사업 모델로 운영하느냐가 문제라고 본 것입니다.

SimpleLogin과 Proton Pass — 옆으로 넓어지다

2022년에는 이메일 별칭 서비스 SimpleLogin이 Proton에 합류했습니다. SimpleLogin은 실제 이메일 주소 대신 서비스마다 별도의 이메일 별칭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로, Proton Mail과 궁합이 매우 좋았습니다.

그리고 2023년 Proton Pass가 출시되면서 이 결합의 의미가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Pass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저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 계정을 만들 때 이메일 별칭까지 함께 생성할 수 있습니다. 패스워드 매니저를 단순한 비밀번호 보관함이 아니라 온라인 신원 관리 도구로 확장한 셈입니다. Pass 역시 오픈소스로 공개됐고 Cure53의 보안 감사를 받았습니다.

2024년에는 종단간 암호화 메모 서비스 Standard Notes가 Proton에 합류했고, 같은 해 Proton Drive에는 공동 문서 편집 기능인 Docs가 추가됐습니다. 이후 Proton Wallet, Proton Authenticator, AI 비서 Lumo, Proton Sheets, 기업 협업용 Proton Workspace와 Proton Meet까지 이어졌습니다.

이제 Proton의 제품을 늘어놓으면 방향이 꽤 명확합니다. Mail은 Gmail, Calendar는 Google Calendar, Drive는 Google Drive, Docs와 Sheets는 Google의 생산성 도구, Meet는 Google Meet이나 Zoom, Pass는 1Password와 Bitwarden, Lumo는 ChatGPT나 Gemini의 영역에 대응합니다. Proton은 더 이상 암호화 이메일 시장만 바라보는 회사가 아닙니다.

비결 1 — 프라이버시를 ‘기능’이 아니라 상품으로 만들었다

Proton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암호화 기술보다 오히려 사업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광고 기업에서는 사용자를 많이 알수록 돈을 더 잘 벌 수 있습니다. 어떤 사이트를 방문하고 무엇을 검색하며 무엇을 구매하는지 알면 광고의 가치가 높아집니다. 따라서 개인정보 보호와 수익 극대화 사이에는 구조적인 긴장이 존재합니다.

Proton은 정반대입니다. 회사의 핵심 수입원은 사용자가 지불하는 구독료이며, Proton은 광고를 판매하거나 이용자의 데이터를 판매하지 않는 것을 사업 모델의 핵심으로 설명해 왔습니다.

이 구조에서는 사용자가 Proton에게 돈을 내는 이유와 회사가 해야 할 일이 일치합니다. “내 데이터를 보호해 달라”는 요구 자체가 Proton이 판매하는 상품입니다. 개인정보를 광고에 활용하기 시작한다면 단순히 평판이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Proton에 돈을 낼 이유 자체가 사라집니다.

비결 2 — 무료를 버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Proton이 프라이버시를 값비싼 사치품으로 만들지도 않았습니다. Mail과 VPN을 비롯한 주요 서비스에는 무료 플랜이 존재하며, Proton은 프라이버시는 권리이기 때문에 무료 서비스도 계속 제공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해 왔습니다.

무료 서비스는 강력한 유입구가 됩니다. Mail 때문에 Proton을 알게 된 사람이 VPN을 사용하고, VPN 사용자가 Drive를 시험하며, 다시 Pass까지 쓰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각각 다른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Proton Unlimited 하나를 구독하는 편이 편해집니다.

이 전략에는 흥미로운 역설이 있습니다. Proton은 Big Tech의 데이터 사업 모델을 비판하지만, 생태계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번들로 묶는 전략 자체는 Google이나 Microsoft와 상당히 닮았습니다. 문제는 생태계가 아니라 그것을 떠받치는 이해관계라는 것입니다.

비결 3 — “우리를 믿으라”가 아니라 “확인해 보라”

보안 회사가 판매하는 것은 결국 신뢰입니다. 하지만 Proton은 가능한 부분에서는 회사를 신뢰할 필요 자체를 줄이는 방식으로 신뢰를 쌓았습니다.

앱의 소스 코드를 공개하고 외부 보안 업체에 감사를 맡긴 뒤 결과를 공개합니다. Proton은 이를 ‘security through transparency’라는 접근으로 설명해 왔습니다. 회사가 안전하다고 주장해서 믿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실제 코드를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시간이 더해졌습니다. 신생 프라이버시 서비스가 아무리 훌륭해도 사용자는 “이 회사가 5년 뒤에도 존재할까?”라고 묻게 됩니다. Proton은 이제 그 질문에 10년이 넘는 운영 이력으로 답할 수 있습니다. 보안과 프라이버시 시장에서는 이것 자체가 상당한 진입장벽입니다.

비결 4 — 인프라까지 남에게 맡기지 않는다

Proton은 AWS나 Google Cloud, Microsoft Azure 같은 퍼블릭 클라우드에 핵심 인프라를 의존하는 대신 자체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를 보유하고 네트워크도 직접 운영한다고 밝혀 왔습니다. 2021년에는 직접 장비를 소유하고 RIPE 회원으로 자체 ISP 역할까지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연히 훨씬 비싼 방식입니다. 하지만 법적·재정적 독립을 주장하면서 정작 핵심 서비스 전체가 경쟁자인 Big Tech의 클라우드에서 동작하는 것도 Proton 입장에서는 모순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Proton은 사업 모델뿐 아니라 인프라에서도 가능한 한 자신의 통제 범위를 넓혀 왔습니다.

그 대신 책임도 Proton 자신이 져야 합니다. 2026년 8월 27일 발생한 대규모 장애가 이를 잘 보여줬습니다. 프랑크푸르트 데이터센터의 냉각 시스템이 고장나면서 내부 온도가 빠르게 상승했고, 일부 장비가 실제로 열 손상을 입었습니다. Proton은 이후 상세한 장애 사고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이 사건은 Proton이 이제 몇 사람이 운영하는 암호화 이메일 스타트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프라이버시만 잘하면 되는 단계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Google이나 Microsoft에 요구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인프라 안정성과 운영 역량까지 요구받는 회사가 된 것입니다.

비결 5 — 회사가 변심하는 문제까지 대비했다

Proton 역사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사건은 2024년의 지배구조 개편입니다. Proton은 스위스 비영리재단 Proton Foundation을 설립하고 재단이 Proton의 주요 지배주주가 되도록 구조를 변경했습니다.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며 직원을 고용하는 것은 여전히 영리기업 Proton AG입니다. 그러나 이 기업의 지배권을 프라이버시와 자유라는 목적을 가진 비영리재단이 보호합니다.

IT 업계에는 초창기의 이상과 전혀 다른 회사가 되어버린 사례가 많습니다. 창업자가 회사를 팔고, 새로운 투자자가 들어오고, 경영진이 바뀌면서 광고나 데이터 사업이 시작됩니다. Proton은 “우리는 절대로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본 듯합니다. 아예 그러기 어렵게 회사 구조를 바꿨습니다.

Proton Foundation에는 일반적인 의미의 주주가 없고 정관상 목적에 따라 움직이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영리기업의 실행력과 비영리조직의 미션 보호를 결합하려는 실험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스위스에 있으면 정말 안전한가?

Proton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스위스’입니다. 하지만 스위스 기업이라고 해서 법원의 명령을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1년 프랑스 활동가 사건입니다. 프랑스 경찰의 요청이 국제 사법 절차를 거쳐 스위스 당국에 전달됐고, Proton은 적법한 명령에 따라 특정 계정의 IP 주소를 기록해 제공했습니다.

이를 두고 “Proton도 결국 로그를 남긴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조금 정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사용자의 IP를 상시 저장하고 있었다는 뜻도 아니고, 암호화된 메일 내용을 해독해 제공한 것도 아닙니다. 특정 계정에 대해 적법한 명령을 받은 뒤 정보를 수집하도록 요구받은 경우였습니다.

이 사건이 보여주는 교훈은 오히려 프라이버시와 익명성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암호화는 법률을 없애는 기술도 아닙니다. 좋은 프라이버시 서비스의 핵심은 정부의 명령을 무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회사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최소화해 제공할 수 있는 데이터 자체를 줄이는 것에 있습니다.

모든 Proton 제품이 최고인 것은 아니다

서비스가 많다고 해서 모든 Proton 제품이 해당 분야 최고라는 뜻은 아닙니다. Mail과 VPN은 오랜 기간 다듬어졌지만 Drive, Calendar, Docs, Sheets 같은 비교적 새로운 제품은 Google이나 Microsoft와 비교하면 기능이나 협업성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Proton 자신도 2026년 제품 로드맵에서 Docs와 Sheets의 협업 기능 확대, Drive 개선, 서비스 간 통합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제품을 지나치게 많이 넓히다 보면 개별 제품의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번들 전략의 본질적인 위험입니다.

따라서 Proton의 현재 경쟁력은 “모든 제품이 Google보다 좋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Google보다 약간 불편하더라도 하나의 신뢰할 수 있는 생태계 안에서 상당수의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약간’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앞으로 Proton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1Password와 Proton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성장했다

앞서 살펴본 1Password와 비교해 보면 Proton의 성장 방식이 더욱 선명하게 보입니다.

1Password는 개인용 패스워드 매니저에서 시작해 기업의 계정 관리와 접근 통제, 보안 시장으로 확장했습니다. 말하자면 위로 확장했습니다.

반대로 Proton은 Mail이라는 하나의 성공적인 제품을 만든 뒤 VPN과 Calendar, Drive, Pass, Docs를 차례로 추가했습니다. 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의 종류를 계속 늘린 것입니다. 말하자면 옆으로 확장했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옆으로 넓어진 뒤 Proton Workspace를 통해 이제 기업 시장으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1Password가 하나의 전문 제품을 깊게 파 기업 보안 플랫폼으로 발전했다면, Proton은 사용자의 디지털 생활을 넓게 차지한 뒤 그 생태계 전체를 기업으로 가져가는 방향입니다.

결국 Proton의 발전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Proton이 성공한 이유를 단순히 “사람들이 개인정보 보호에 관심을 가지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 부족합니다. 스노든 이후 프라이버시를 내세운 서비스는 셀 수 없이 등장했지만 대부분은 Proton이 되지 못했습니다.

Proton은 복잡한 암호화를 평범한 사람이 쓸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었고, 무료 사용자를 받아들이면서도 유료 구독으로 운영되는 사업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Mail 하나에 만족하지 않고 VPN, Drive, Pass 등을 묶어 생태계를 만들었으며, 오픈소스와 외부 감사를 통해 오랜 시간 신뢰를 쌓았습니다. 여기에 자체 인프라를 운영할 정도의 기술적 독립성과, 회사가 커진 뒤에는 창업자나 경영진의 선의에만 기대지 않도록 지배구조까지 바꿨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하나를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는다면 저는 여전히 첫 번째라고 생각합니다.

Proton은 사용자에게 프라이버시를 위해 불편함을 참으라고 설교하지 않았습니다. 프라이버시 자체를 편하게 만들려고 했습니다.

PGP를 공부하라고 하지 않고 Gmail처럼 사용할 수 있는 암호화 이메일을 만들었습니다. VPN 프로토콜을 공부하게 하지 않고 버튼 하나로 연결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메일 별칭과 패스워드 관리도 한 앱 안에 넣었습니다. 이제는 같은 접근을 문서와 스프레드시트, 화상회의와 AI에까지 적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결국 대중적인 프라이버시 제품이 성공하려면 사용자가 보안 전문가가 될 필요가 없어야 합니다. Proton은 이것을 매우 일찍 깨달았습니다.

‘프라이버시의 Google’이라는 실험

2014년 ProtonMail이 풀려던 문제는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암호화 이메일을 만들 수 있을까?”

2026년의 Proton이 풀려는 문제는 훨씬 어렵습니다.

“Google과 Microsoft가 제공하는 편리함을 크게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데이터 중심 생태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제품이 늘어나면 개발비가 늘어나고, 자체 인프라를 운영하면 비용과 책임도 커집니다. 각 분야에서는 전문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며 AI처럼 기존의 암호화 기술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새로운 문제도 등장합니다.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서비스 장애 한 번의 영향도 커집니다.

따라서 Proton에게 앞으로의 10년이 지난 10년보다 쉬울 이유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Proton은 이미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인터넷 서비스가 반드시 사용자의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수집하고 광고에 활용해야만 대규모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CERN 구내식당에서 시작한 암호화 이메일 프로젝트는 10여 년 만에 1억 개가 넘는 계정을 가진 서비스 생태계가 됐습니다. Proton이 언젠가 Google이나 Microsoft를 실제로 위협할 정도로 커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반드시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Proton의 존재가 갖는 의미는 오히려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Google과 Microsoft가 만들어 놓은 방식만이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이메일과 파일, 일정과 비밀번호, 나아가 업무와 AI까지 조금 다른 방식으로 맡길 수 있는 선택지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Proton이 지난 12년 동안 벌여온 것은 하나의 거대한 사업적 실험입니다.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면서도 좋은 인터넷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는 지속 가능한가?’

현재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면 그 답은 적어도 “가능하다” 쪽에 상당히 가까워 보입니다.

Proton 이야기였습니다.

푸른곰

푸른곰

푸른곰은 2000년 MS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Pocket PC 커뮤니티인 투포팁과 2001년 투데이스PPC의 운영진으로 출발해서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5년 이후로 푸른곰의 모노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금은 주로 애플과 맥, iOS와 업계 위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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