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4 맥북 프로가 아닌 M4 맥북 에어 풀옵션을 산 이유

모두가 납득할 선택은 아닙니다. 확실히…

스툴에 앉아 M4 맥북 에어 13"를 무릎위에 얹어놓고 작업하고 있는 남자. 맥북 에어의 휴대성을 강조한다.

애플 실리콘이 되면서 바뀐 상황

제가 M4 맥북 에어를 살 때, 주변 지인과 애플 직원과 충분히 상의한 것은 저의 사용 용도에 맥북 프로와 맥북 에어가 각각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검토한 것입니다. 이전 포스트에서 말씀드렸지만 인텔 시절에는 어느 정도 성능을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프로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에어에 들어갔던 저 TDW 프로세서로는 도저히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애플 실리콘으로 바뀌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요컨데 저 TDW(20W) 프로세서인 M4로도 일반적인 사용에 문제가 없습니다. 그 성능은 실로 대단하여 제가 지금까지 쓰고 있는 HP Dragonfly G4 (Core i7-1355U)은 물론, 현세대 윈도우 울트라북(이를테면 ThinkPad X1 Carbon)에 사용되는 Core Ultra 7 258/268V 보다도 우수합니다. 그러면서도 올 데이 컴퓨팅이 가능하죠. 분명, 이건 인텔 프로세서를 쓰던 시절에는 기대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한편, 제가 맥북을 사용하는 용도를 고민했습니다. 블로그 글쓰기나 서버 관리, 웹 브라우저, 동영상이나 음악 스트리밍, 생산성을 위한 앱….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면서 이 이상의 일을 맥이나 윈도우 노트북으로 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자아 성찰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지난번(2018년) 보다 한정적인 예산을 사용해야 했고, 무엇보다 13.5″에 1킬로그램 남짓인 Dragonfly G4로 경량 초박형 노트북의 편리함과 유용함을 깨닫았습니다. 다소 성능을 희생하더라도 경량이고 얇은게 저에게 더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다만 배터리 시간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맥북 에어는 굳이 맥이 아니더라도 이 카테고리를 통틀어서 상위권에 듭니다.

용의 꼬리가 아니라 뱀의 머리를 택하라

이번 구매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머릿속에 넣어둔 것은 ‘용의 꼬리가 아니라 뱀의 머리를 택하라’ 였습니다. 어차피 예산 한계로 폭발적인 성능의 맥북프로를 사지 못한다면 굳이 프로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화면과 스피커 프로, 포트 류가 모두 훨씬 낫기 때문에 그 점을 망설였지만, 그만큼 또 두께와 무게를 트레이드 해야 했습니다.

그 와중에 M4에 와서 맥북 에어의 부가 성능이 적당히 올라온것은 천만 다행이었습니다. 웹캠도 그러하고, 선더볼트 3이 4로 바뀌었으며, 덮개를 덮지 않고도 모니터 2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램은 32GB 까지 구성이 가능해졌고요. 포트 수가 4개에서 2개로 줄지만 전원이 따로 분리되고 맥북프로 15″ 때는 거의 항상 전원을 연결했으니 실질적으로는 줄어드는 포트는 1개입니다.

그러면 에어에 32GB 램을 넣고, 2TB SSD를 하면 되겠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SSD 용량은 지금 쓰는 맥북의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램에 욕심을 낸 것은 무거운 작업은 하지 않지만 자잘한 앱과 특히 브라우저의 탭을 많이 열어 두는 상황에서 헤드룸을 충분히 확보하고 싶어서 입니다.

엄밀히 말해서 Core i9-8950HK/32GB/2TB/Radeon 560X를 쓰는 지금 맥북프로 2018 15″의 성능이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특히 꽤나 잡다하게 이것저것 띄워 놓음에도 불구하고, 메모리가 충분히 커버해 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벤치마크 기준으로 2배 이상 성능인 M4를 채택한 기종이면 뭐든 제 일상적인 사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결론입니다.

M4 맥북 에어 13"의 사용 예시. 아마 이런 용도로 사용할 것 같다.

여기서 다시 용의 꼬리가 아니라 뱀의 머리를 택하라는 과제가 떠오릅니다. 몇 십만원을 더 주고 프로 중에서 가장 저렴한 기종을 하느냐. 아니면 몇십만원 아껴서 에어 중에서 가장 높은 기종을 할 것이냐. 후자를 택하기로 했습니다. 13″ 맥북 에어는 애플 노트북 중에서는 현재로서는 가장 가볍고 얇습니다. 비록 사진처럼 침대위와 소파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9할 이상이지만 잠들기 전에 치울 때나 소파를 떠날 때, 한 손으로 들기에 무리 없는 노트북으로 하고 싶었습니다.

팬리스라는 장점이자 단점이 한편으로 부상하는데, 물론 성능지구력면에서는 불리할지라도 먼지 많고 통풍 안되는 침대나 소파에서 팬이 돌아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이미 지겹도록 겪어왔기 때문에 너무나 잘 압니다. 그리고 Dragonfly G4은 조용하지만 부하가 조금 생기면 팬이 돌아가며 배터리 시간이 쑥쑥 줄어 듭니다. 그게 너무 스트레스였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일상적으로 휴대하며,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기종

일반적으로는 일상적으로 휴대하며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기종이 맥북 에어입니다. 그러니, 우선 일상적으로 휴대하지 않는 저는 맥북 프로나 어쩌면 맥 미니를 해도 괜찮았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Dragonfly G4를 쓰면서 느낀건데, 일단 얇고 가벼워지면 어떻게든 좀 더 움직이게 되어 있더라고요. 즉, 안 움직여서 크고 무거운 샀더니, 요컨대, 2킬로 짜리 15″ 짜리를 사니 안 움직이는거지, 가볍고 작은걸 사면 들고 움직이더라는 거죠. 물론, 성능이나 부가기능이 좋은 맥북 프로를 사면 또 그 나름대로 활용할 여지는 있습니다. 맥북 에어 보다 맥북 프로가 더 오래 지원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러나 곰곰히 생각했을 때, 늘어난 무게와 두께, 그리고 크기와 가격(애플 케어 조차도 더 비싸고요), 그걸로 얻는 성능/기능상의 여유보다 얇고 가벼운 기종을 선택했을 때 얻을 운신의 여유를 중시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7년을 쓰지는 않기를 바라면서

무엇보다도, 이번에는 운영체제 지원이 끊길 정도로 오래 쓰지 않기를 바라면서 선택한 점도 있습니다. 500만원 중반을 들여서 7년을 버틸 기종을 샀습니다만, 차라리 좀 저렴하게 사서 가볍게 기변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맥북 에어를 택한 까닭도 있습니다. 물론 되도록 오래 쓰고 싶고 애착을 가지고 싶지만요. 그래도 구매 후 7년이 되서 현재 기종과 비교도 안될 뿐더러 중고 가격이 나오지 않는 상황까지 쓰는건 아니지 싶습니다. 그러려면 적당히 끊는 게 필요하고, 그래서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를 사자”고 결심한 것입니다. 프로에게는 프로를, 곰에게는 에어를.

의외로 맥북에어의 가성비 괜찮은데?

HP Dragonfly G4를 비슷하게 300만원 대에 사면서 느낀겁니다. i7-1355U에 32GB RAM, 1TB SSD에 5G 모뎀 탑재입니다만, 그걸 생각하면 맥북에어의 가격이 크게 비싸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경량 포터블 컴퓨터 카테고리에서 의외로 가성비 플레이어일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자기 합리화인데… 어때서?

해서 이상의 모든게 결국 자기 합리화 입니다만, 그게 뭐 어때서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결제는 했는걸요. 활이 시위를 떠난 마당에 이제와서 어쩌겠습니까. (반품이 있긴 합니다만)

이미지: 애플 제공.

푸른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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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곰은 2000년 MS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Pocket PC 커뮤니티인 투포팁과 2001년 투데이스PPC의 운영진으로 출발해서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5년 이후로 푸른곰의 모노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금은 주로 애플과 맥, iOS와 업계 위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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