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USB-C의 낯섦과 불편
2018년에 제가 쓴 글을 떠올려 보면, USB-C 전환은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맥북 프로(2018, 15인치)는 네 개의 USB-C 포트를 채택했지만, 주변기기 생태계가 완전히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때 가장 곤란했습니다. 회의실에는 여전히 HDMI나 VGA 단자가 주류였고, USB-C to HDMI 어댑터를 챙기지 않으면 발표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출장 중에 어댑터를 두고 오거나 분실했을 때는 난감하기 그지없었지요.
파일 전송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클라우드 속도와 안정성은 지금만큼 믿을 만하지 않았습니다. 대용량 자료를 옮길 때는 여전히 USB 메모리나 외장 SSD를 꺼내 들었고, 심지어 누군가에게 전달하려면 USB-A 메모리를 쓰는 경우가 많아 변환 젠더는 필수품이었습니다.
무선 키보드·마우스도 있긴 했지만, 배터리 수명이나 지연 문제로 여전히 유선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와이파이는 점점 빨라졌지만 여전히 유선 LAN을 고집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즉, 맥북은 미래를 택했지만 사용자 생활은 아직 과거에 묶여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2025년, 두 개의 USB-C로 충분한 이유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제가 새로 구입한 맥북 에어는 단 두 개의 USB-C 포트만 제공하지만, 불편을 크게 느끼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작은 파일 전송은 iCloud Drive, Google Drive, Dropbox 같은 클라우드로 충분합니다. iPhone이나 iPad와의 연동은 AirDrop이 기본이 되어 USB 메모리를 꺼낼 일조차 드뭅니다. 10GB가 넘는 영상 편집 파일처럼 아주 큰 자료가 아니면 굳이 외장 SSD를 쓰지 않습니다.
주변기기 연결 역시 대부분 무선화되었습니다. 블루투스 키보드와 마우스는 안정적이고 배터리도 오래갑니다. 이어폰 역시 무선이 사실상 표준이 되었습니다.
네트워크 역시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Wi-Fi 6E와 Wi-Fi 7이 보급되면서,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기가비트 유선 LAN과 맞먹거나 그 이상 속도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게이밍 등 특수한 용도가 아니라면, RJ-45 포트가 없어도 불편하지 않습니다.
남은 두 개의 USB-C 포트는 사실상 고해상도 모니터 연결이나 고속 외장 SSD 연결에만 쓰면 충분합니다. 4K, 5K 모니터를 연결하거나 영상 편집용 SSD를 연결할 때 외에는 문제가 없겠지요.
시대의 흐름을 앞당긴 선택
돌이켜 보면 애플이 2016년부터 과감히 USB-C 전환을 추진한 것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미래를 앞당기려는 선택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동글 지옥”이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불편했지만, 지금은 포트 축소가 사용자 경험을 제한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맥북 에어의 단 두 개 포트가 이제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오히려 불필요하게 많은 포트를 가진 노트북이 낯설어 보이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전망과 아쉬움
앞으로는 USB4와 썬더볼트 5가 확산되면서, 포트 수가 적어도 대역폭 하나로 여러 기능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요즘의 윈도우 노트북을 보면, 썬더볼트 4나 5 포트를 한두 개 두고, 거기에 USB-A 단자 1개 정도를 남기는 구성이 사실상 표준이 되었습니다. 제 HP Dragonfly G4 역시 그러하여, 과거처럼 포트 수가 많아야 한다는 믿음은 점차 설득력을 잃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남습니다. 아무리 맥북 에어가 얇고 가볍다는 특성 때문에 포트를 줄였다고 해도, HDMI 단자 정도는 남겨두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프레젠테이션이나 회의실 환경에서는 여전히 HDMI가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번 동글을 챙겨야 한다는 점은 2018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불편으로 남아 있습니다.
맺으며
2018년에는 불편을 토로했지만, 2025년에는 두 개의 USB-C 포트만으로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결국 애플의 선택은 옳았다고 인정하게 됩니다. 다만, HDMI 단자 하나쯤은 ‘사용자를 위한 안전장치’로 남겨 두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기술의 변화와 생활 패턴의 진화가 포트의 의미를 바꾸었다는 점, 그것이 7년의 차이 아닐까 싶습니다.
덧말. 제가 Dragonfly G4를 좋아하는 것은 양쪽에 하나씩 달린 USB-C 포트 때문입니다. USB-C가 왼쪽에만 몰려있는 노트북은 윈도우PC든 맥이든 별로 달갑지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