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배송이라는 마약에 관하여

인터넷으로 버튼을 눌러 물건을 사면 종종 소소한 쾌락을 느낄 때가 있다. ‘주문이 완료되었습니다’ 라는 한 마디에 안도하며 말이다. 그리고 이제 오나 저제 오나 하며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기다리던 물건 상자가 도착하면 뇌가 바빠지는 느낌이다. 흥분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칼을 꺼내서 상자를 개봉해보자…

<쿠팡>을 쓰다 보면 이런 일련의 과정이 굉장히 단순화 되어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5만원 이하의 단품 구매인 경우에는 조나단 아이브가 죽여버렸다고 생각한 ‘밀어서 잠금해제’ 아닌 ‘밀어서 결제’로 끝나는 경우가 태반인데 몇 초면 결제가 끝나고 그 속도나 편의성은 굉장히 뛰어나다.

‘몇 시간 이내로 주문하면 오늘 중으로 받을 수 있다’던가, ‘내일 새벽에는 도착한다’던가, ‘몇 개 밖에 남지 않았다’던가. 그런 재촉 문구를 보며 안절부절 못하다가 ‘밀어서 결제’를 해서 ‘주문이 완료되었다’라는 말을 보면 그렇게 안도가 될 수가 없다.

솔직히 말해서 다 이것이 쿠팡의 노림수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만약 물건을 지르는 과정에 사람이 일정한 쾌락을 느낀다면 물건을 받는 순간에도 당연히 쾌락을 느낄 것이다. 쿠팡은 <당일 배송>이니 <새벽 배송>이니 하며 그 쾌락을 다른 업체 보다 빠르게 가져다 준다고 약속한다. ‘지름의 쾌락 사이클’을 한층 가속화 시킨 느낌이다. 사람들은 마치 아편에 중독된 것 마냥, 또 다시 쿠팡으로 향한다. ‘로켓배송’이 또 다시, 그리고 끊임없이, 지체없이 자신의 쾌락중추를 자극해주기를 기대하며. 그 댓가로 푼돈에 노동자가 갈려나가고 있고, 진짜 큰 돈은 쿠팡과 쿠팡의 투자자들이 번다.

나 스스로도 빠져있는 이 상황이 과연 바람직한 상황인지 생각에 잠긴다. 새벽 3시 6분이다. 오늘 새벽에도 얼굴 모를 누군가가 아마 문앞에 뭔가를 놓고 사라질 것이다. 산타는 1년에 하룻밤 오지만 쿠팡맨은 휴일도 없이 매일 밤 왔다가 소리 없이 사라진다. 솔직히 문제가 있다는걸 알면서도 로켓배송을 끊지 못하는 내 자신에 약간은 환멸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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