쿄애니 방화 살인 사건 2주기를 맞아

여름이 왔습니다. 에어컨이 돌아가는 소리와 건조한 냉방속에 오늘도 눈을 떴습니다. 방에는 쿄애니 굿즈가 어지럽히 있고 눈을 뜬 자리도 그날과 같습니다. 네, 2년전 오늘도 그러했을텐데 겉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 일상도, 그리고 교토 애니메이션(이하 ‘쿄애니’)도. 그렇지만 코로나19(COVID-19)가 황폐하게 하고 있는 우리 일상처럼 쿄애니도 예전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자고 일어나면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얼마나 좋을까, 자고 일어나면 쿄애니 제1 스튜디오가 불타지 않은 세계에서 눈을 뜨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네, 잘 알고 있습니다. 매우 부질 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말이죠.

작년 오늘, 1주기를 맞이했었고 그 이후로 바이올렛 에버가든 극장판을 비롯해 드디어 팬들이 기다리던 사고 후 첫 신작 TVA인 고바야시씨네 메이드래곤 2기가 방영을 시작했습니다. 쿄애니는 이렇게 우리는 아직 살아 있노라고 존재의 증명을 하며 싸워 나가고 있는 것 처럼 보입니다. 실은 고바야시씨네 메이드래곤도 좋아했고 쿄애니 팬으로써 작품을 서둘러 보아야 순리겠습니다만 왠지 두려움에 아직 그 작품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뀌어 버렸다면 바뀌어 버린 대로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겠습니다만 아직 저에게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언제까지나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있지는 않을 참입니다. 그리 길지 않은 시일내에 제대로 마주하겠습니다. 2021년의 쿄애니를.

그리고 앞으로 남은 아오바 신지 용의자에 대한 사법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계속해서 일본 사법부가 일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사법 정의가 세워진다 한들 서두에서 말했듯이 모든게 부질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죄를 지은 자에게 죗값을 치루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큰 부상을 입었던 그가 지금 수용소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알 도리가 없습니다만,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살아있는 일분일각, 희생자들과 부상자들에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길 바라겠습니다.

저는 사건 이후에 지옥에 가장 뜨거운 곳, 바로 그 옆에 아오바 용의자의 자리가 있기를 바란다고 썼습니다. 지금에 와서 그 말을 철회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희생자들과 생존자분들이 하시던 일, 꿈과 희망을 전세계의 팬들의 가슴으로 발신한다는 이념과 이러한 저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해하진 마십시오. 용서한다거나 이해한다는 것이 아니라 다만, 더 이상은 저주하지는 않겠다는 얘깁니다. 무엇이 과연 쿄애니 희생자와 피해자 여러분들에게 좋은 길인지 생각할 따름입니다.

사고 이후 계속 #쿄애니사건 해시태그로 사건을 알려왔고 계속 메일과 RSS로 관련 사건 소식을 접하고 있었습니다. 세간은 이 사건을 점점 지나간 사건으로 잊어가고 있는거 아닌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매일같이 다른 소식이 쏟아지고 지금같이 코로나19가 엄숙한 상황이니 더욱 그러하겠지요. 코로나19 하니 생각나는데 올해 추도식도 간소하게 치뤄지고 팬들을 위한 일반 추도는 영상으로 (글쓰는 시간 시점에서)대체 될 예정입니다. 쿄애니로써도 사실 가슴 아픈 상처를 드러내는 행사를 대대적으로 하고 싶지 않은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빠른 시일내에 코로나19도 종식되고 쿄애니 제1 스튜디오 희생자에 대한 추모를 위한 적절한 대안이 마련되어 저를 비롯한 전세계의 많은 팬들이 직접 추모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역 주민의 반대 등 험난한 여정이 예고 되어 있어 보입니다마는.

다시 한번 희생자와 유가족, 부상자와 그 가족 분들께 위로와 애도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쿄애니의 재도약의 날이 다시 도래하기를 마음속으로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날이 올때까지 저도 제 위치에서 제가 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 노력을 다할 것을 밝힙니다. 여러분의 응원과 동참을 바랍니다. I pray for Kyo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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