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아이폰을 쓴다는 것은 스스로 소수파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인들의 상당수가 한국산, 아니 똑똑히 말하죠.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가운데 아이폰을 사용하는 것은, 애플의 아이폰에 대한 설계 자체에서부터 시작해, 애플과 애플코리아의 한국에 대한 뜨드미지근한 태도와 더불어서 굉장히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대충 열거해 본다면,
공인인증서를 갱신할때의 애플의 샌드박스 덕택에 생기는 지옥도라던가, 통화 녹음의 부재, 어딘가 나사 빠진 서드파티 발신자 확인 기능은 물론이고, 교통카드를 비롯한 결제 기능은 전무하죠. 안드로이드폰으로 금융앱을 쓰다보면 본인 확인이 (무슨 방식인지는 깊게 파고 들어가지 않았지만) 버튼 한번에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스마트 본인 확인’). 거기에 사이트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택배앱이 주문 알림이나 문자를 주워서 자동으로 등록해서 택배 알림을 보내주더군요. 구글이 SMS 읽기를 금지하니 “아, 이제 끝났나?” 싶었는데 알림을 읽도록 우회해서 이를 해결했더군요.
하지만 이런 저런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2018년, 2019년, 한국에서 아이폰을 사용하는 것은 점점 편리해지고 있습니다. 일단 앱스토어를 비롯한 애플 서비스의 결제가 손쉬워졌죠(이건 애플이 향후 서비스를 강조하는데 있어서 꼭 건너고 가야 할 일이었을 겁니다). 아직은(아직도) 가시밭길이지만 그래도 나아질 일이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안드로이드에 장점이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아이폰을 쓰고 아이폰을 살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은, 가령, 당장 이 글의 초안을 쓰는 앱(Ulysses)와 객관적으로 동등하거나 비슷한 수준의 앱을 안드로이드에서 같은 수준을 찾을 수 없고 이러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제가 한국에서 아이폰을 사용하게 만드는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그 이외에 감성적인 부분들이 없잖아 있지만 일단 그게 가장 커다랗다고 생각합니다. 상거래 업무와 금융 업무를 안드로이드에 전부 위탁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은 제 생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기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러고보니 말을 안했습니다만 11월 28일이 한국에 아이폰이 들어온지 10년 되는 때입니다. 세월 참 무상하도록 빠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