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맥북 프로를 보고 느낀점

 

%ec%88%98%ec%a0%95%eb%90%a8_mbp13rd-tb-2016-spgry-blueburst_pr_00-0008-048-print이야, 애플이 해냈습니다. 해냈어요. 예상대로 애플은 맥북프로에서 USB-C와 헤드셋 단자만 빼 놓고 모든 단자와 IO를 날려버렸어요. 여기에 대해서 말이 많습니다. 가령 라이트닝을 사용하는 아이폰과 연결을 하기 위하여(불과 몇개월 전에 나온 아이폰 7과 연결하기 위해서) 젠더가 필요한 상황이라던가 SD 단자를 생략해서 수많은 사진 매니아를 엿먹였다라는 상황 등등까지 포함해서 정말 이게 맥북 ‘프로’란 말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이폰/아이패드와의 연결에서 모순

일단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어댑터 없이 연결할 수 없는 모순은 다음 기종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어쩌면 다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는 USB-C to 라이트닝 케이블이 기본이 되고 USB Type A를 사용하는 대다수의 사용자들에게 별도의 케이블이나 어댑터를 사도록 해야하는것 아닌가. 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의 전환 시점은 ‘USB-C 장치가 충분히 자리잡았다’라는 생각이 들 때겠지만 솔직히 애플 맘일 겁니다.

반대로 기기 면을 생각하면 애플이 맥북의 모든 단자를 Type C로 바꾸었다는 것은 어쩌면 아이폰/아이패드에서 라이트닝의 여명이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얘기일 수도 있습니다. 라이트닝이 리버시블(양면)을 지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은 반쪽만 사용하는 점도 있고, USB 3.0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도 있고, 고속 충전을 아직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도 언급해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USB-C 단자가 조금 크고 두껍다라는게 걸릴 정도입니다. 또 모르겠습니다. 필 실러가 웃으면서 아이폰에 있어서  USB-C의 장점을 언급하게 될지.

앞서서 말씀드린대로 당장은 케이블을 바꾸거나 젠더를 끼우면 해결될 문제라고 봅니다만, 어쩌면 후자처럼 장치의 단자 자체가 바뀌면서 이 모순이 해결될지 모릅니다.

단자들의 학살

이번 맥에서는 역시 단자들이 학살 당했습니다. 그냥 덜렁 USB 포트 4개와 헤드셋 잭 밖에 없습니다. 재미있는 얘기를 하나 해드리지요. 물건을 잘 버리지 않는다면 옛날 물건을 종종 구석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우선 모토롤라에서 나온 28.8k 외장 모뎀이 있습니다. 이 녀석은 시리얼 포트로 연결합니다. COM1~4포트 중 하나를 사용하겠지요. 시리얼 마우스와 합쳐서 이 컴퓨터에는 시리얼 포트를 사용하는 기계는 딱 두대만 사용 할 수 있습니다(COM1~4가 있지만 홀수 단자를 사용하는 경우 다음기기는 반드시 짝수 포트를 해야합니다). 이 모뎀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그리고 베란다에 패럴렐 포트라고 하는 무시무시한 크기의 단자로 연결하는 레이저 프린터가 있습니다. 그리고 SCSI로 작동하는 CD-RW 외장 드라이브도 있습니다. 이 녀석은 데이지 체인이라고 해서 컴퓨터에서 장치를 연결하고 그 장치에서 또 다른 장치를 연결할 수 있는데, 마지막 장치에 터미네이터라는 녀석을 끼워야 합니다. SCSI를 위해서는 SCSI 카드를 끼워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만, SCSI를 기본 내장한 컴퓨터는 애플의 고급 기종 빼고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한번 봅시다. 키보드는 AT라고 하는 엄지손가락 굵기의 커넥터를 사용하던 단자에서 PS/2를 사용하는 녀석으로 옮겼습니다. 마우스도 아까 말했던 시리얼 단자에서 자원을 별도로 사용하지 않는 PS/2로 바뀌었습니다. 이 단자는 모양이 똑같지만 서로 다른 포트에 꽂으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단자와 커넥터에 보라색과 초록색으로 색을 나누어 표시했습니다. 여담으로 제가 쓰기 이전의 컴퓨터에는 마우스를 사용하기 위해 마우스 카드라는 물건을 달아야 했다는 모양입니다. 웹캠이나 스캐너도 전용 카드를 달아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IO 장치와 단자에 대해서 이렇게 열거하는 이유는 지금은 거의 대부분이 USB로 대체되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USB 초기에는 컴퓨터에 많아봐야 USB 단자가 2개인 경우가 많았고 USB를 전격적으로 민 시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아이맥 조차도 2개의 단자만 있었습니다. 지금 데스크톱 제품에서는 아무리 적어도 4개~6개 이상이고 슬림형이라는 제 노트북도 3개의 USB 3.0 포트가 있습니다. USB를 대체/보완하려는 여러가지 시도가 있었던것이 사실이지만 결국 USB 2.0에 와서 기울더니 3.0와 타입 C에서  전력과 디스플레이, 오디오 등을 통합시키고 선더볼트마저 규격에 포함 되면서 애플조차도 썬더볼트의 독자 포트를 포기하기에 이릅니다.

미래로 가는 길

제가 언급한 모든 장치는 1999년 당시에는 일상적으로 사용되던 것이었습니다. 그때 그 모든 것이 들어간 컴퓨터를 조립했으니까 틀림없어요. 그런데 17년만에 우리는 단자 하나로 모든 장치를 연결하고 있고, 이제는 그 단자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SCSI와 ADB 버스를 버리고 USB로 완전히 돌아섰을때 얼마나 욕을 얻어먹었는지 저로써는 실제 현장에 없었으니 알 길이 없으나 이제 누구든 간에 USB 없이 생활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합니다.

12인치 맥북을 보면서 거기에 달린 USB-C 단자 하나만 보고 사람들이 식겁했지만 HP의 스펙터라는 녀석이 있는데요. 제가 쓰는 ThinkPad X1 Yoga 정도의 사양을 맥북 사이즈에 넣으면서 USB-C 단자를 두 개 더 넣어 세 개를 만든 녀석입니다. 맥북에 비해 장점이라면 전원 말고 USB를 연결할 방법이 있다는 정도일까요? 스펙터의 가능성이나 성공유무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겠지만 저는 스펙터가 나온 순간 미투 제품이 나왔다는 점을 보고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애플이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사실을 확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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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북프로에 탑재된 USB-C 단자는 선더볼트를 비롯해서 5K 디스플레이를 두개까지 연결하고도 남습니다. USB-C 모니터 중에서는 노트북에 전력을 공급하고 스피커가 있고, USB Type A 포트를 가진 경우도 있습니다.

1999년의 제가 키보드와 마우스, 프린터와 CD-RW를 연결하면서 이 모든 것을 USB 단 하나의 단자로 해결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듯이(그때도 USB는 있었고 신형 마우스나 키보드는 USB 기반에 USB-PS2 동글이 딸려오기도 했습니다), 몇년뒤에 USB-C 이전의 수많은 전용 단자와 전원 커넥터가 있던 과거 세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을 보고 움직이는 것이 미래를 보는 비전 아닐까요?

물론 지금 당장은 고생길이 열리겠지만요. 1998년 iMac이 나오던 시절의 맥 사용자들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깜깜한 기분도 나중에 웃어넘길 과거담이 되면 좋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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