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쿡이 지난 3월 이벤트에서 애플워치에 대해 언급하기를 ‘애플워치 사용자 1/3이 밴드를 교체해 가면서 사용한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통계에서 나왔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실제로 내 주위에도 애플워치를 사용하면서 본래 구입했던 밴드 외에도 다른 밴드를 사용하는 사람이 꽤 있다. 그리고, 멀리 갈 것도 없이, 나 자신도 그랬다.
사실 나는 애플워치에 클래식 버클(송아지 가죽이 들어간)을 샀다. 물론 여기에서는 몇가지 갈등이 있기는 했다. 생활 방수가 되는 시계에 물이 닿으면 치명적인 가죽 밴드를 채우는 것이 일단 그랬다. 사실 손목에 땀이 많이 나지 않아 큰 문제는 아니었으나 여름이 되면서 손에 땀이 많이 나고 화장실 등을 사용한 직후나 식사 전후로 손을 씻어야 할 때 매우 난감했다. 물을 졸졸졸 틀어놓고 조심하면서 씻었다. 지금 글을 쓰는 곳은 거실인데, 전화기는 방에 충전기에 물려 둘지언정 애플워치는 계속 차고 다닌다. 차고 있는 동안 운동량을 늘리도록 재촉하는 애플워치의 기능이 건강에 좋을 것 같고, 전화기가 곁에 없어도 필요한 정보를 줄곧 알려주는 기능은 매우 귀중하다. 메시지는 물론 전화까지 대신 받을 수 있다. 음악을 듣다보면 곧잘 인터폰 소리를 놓치는데, 택배가 왔을 때 난감한 경우가 있다. 문에 써붙였다. ‘만약 벨을 울려도 응답이 없으면 010-XXXX-XXXX로 전화를 울려달라’고. 대개는 그냥 소릴 듣고 나가서 받았지만 손목에서 울리는 햅틱 피드백 덕분에 바로 튀어나가서 받은 적도 있다. 이처럼 애플워치 자체는 없어서는 안될 물건이 됐고 생활의 일부가 됐다. 몸 컨디션이 괜찮을 경우 줄곧 차고 있다.
좀 얘기가 돌아갔지만, 이달 중순께에 나는 앤티크 화이트 실리콘 밴드(S/M, M/L)를 주문했다. 그리고 굵은 팔목에 어떤게 더 나을까 싶어 흰색 실리콘 밴드(M/L, L/XL)도 주문했다. 애플스토어에서는 사용해보고도 기꺼이 반품을 받아주기 때문에 차보고 나은걸 선택할 참이다. 사실 편하기는 클래식 버클도 하루 종일 차는데 불편함이 없었기 때문에 딱히 많이 편하자고 주문한건 아니다. 하지만 캐주얼한 느낌도 좋았고, 무엇보다 손이 젖어도 상관이 없다는 점이 좋았다. 감촉도 좋았고 디자인도 사실 이 녀석을 그대로 차고 다녀도 전자기기 같은 느낌이 생각보다 심하지 않아서, 문제 없을 성 싶어서 집에서나 근처를 나갈때는 그대로 차고 다니지만, 옷을 단정히 입고 남의 이목을 신경 써야 할 때에는 클래식 버클로 갈아 끼우고는 한다. 시계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런 과정을 ‘줄질’이라고 하시는 모양인데 애플워치는 ‘줄질’에 최적화 된 기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애플워치의 밴드를 온라인 스토어에서 뒤적이며 알게 된 사실인데, 애플 워치의 주문 가능한 종류도 줄어든 편이고, 애플 워치의 밴드 재고도 많이 사라졌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걸까? 슬슬 애플워치 신기종이 나오기 때문에 구 기종을 위한 밴드는 단종인건가? 사실 그렇다치더라도 현재까지 애플이 팔아재낀 애플워치의 양을 생각하더라도 이건 이상하다. 애플은 아직도 구형 iOS 기기를 위한 30pin 관련 제품을 스토어에서 판매하고 있다. 뭔가 부자연스럽다.
사실 나는 새 애플워치에 대한 소문이 파다하던 애플의 3월 이벤트를 앞두고, 애플워치의 ‘시계로써의 디자인’과 ‘전자기기로써의 디자인’에 관해 한 번 언급한 바가 있다.
애플워치를 디자인한데 있어, 그리고 앞으로 디자인하는데 있어 고심되는 부분이라고 짐작하는건 시계라는 물건이 시간이 간다고 ’구식’느낌이 확 나면 디자인적으로 실패라는 점이다. 스위스 시계를 생각해보라. 구형이라고 해서 한물간 인상은 들지 않는다. 정말 고심되는건 그렇다고 인상이 옅은 디자인은 매력이 없고. 새로운 디자인이 나오면 나오는 대로 그게 참신함이 드러나야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형이라도 뒤떨어지는 느낌이 아니라, ’아 저 사람이 애착을 갖고 쓰는구나/썼구나’라는 디자인이 되어야 하는 점이다. 최소한 일단 지금까지 볼때, 관심을 가진 사람이면 착용자의 손목을 보면 저 사람이 애플워치를 찼구나 라고 인지할만한 특색의 디자인을 성공적으로 하긴 했는데, 이게 가령 올해나 내년에 과격하게 바뀌어서 아이폰 마냥 전년도 모델이 확 구식으로 보이면 난감하다는거다, 적지 않은 돈을 주고 비 필수재를 사는 고객 입장에서. 그리고 애플도 난처해지긴 마찬가지다, 한 두해에 외관상으로 확연하게 구식이 된다면 주머니에 넣는 전화기와는 달리 늘 착용하고 노출되는 애플워치(게다가 애플 워치는 몇년간 쓸 수 있는 품질 좋은 전통적, 다시 말해 크게 변할 일 없는 시계를 사고 남는 가격이다)를 안심하고 살 사람은 줄어 들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무언가 ’전진’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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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스위스 시계회사들이 애플워치 출시 전이나 초기에 잠재적 위협으로 보면서도 어느 정도 과소평가를 한 이유가 자신들의 자존심인 스위스 시계의 정립된 형태로써 완전성을 범접할 수 있을까, 전자 기업들이 사이클이 길어봐야 1년인 전자기기로써 소비자에게 매년 신기종을 소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변할수 밖에 없는 숙명을 어떻게 극복할지 알까? 라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자신감,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의외로 3월 이벤트에서 ’시계는 경미한 변화’만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맞을 수도 있겠다 싶은게 안쪽만 살짝 바꾸는. 그니까 차세대 모델이 나오더라도 ’취미’였던 애플TV 마냥 폼팩터는 그대로 두고 속만 갈아 엎는게 아닐까? 그게 아니라 정말 밴드 같은 것만 추가되더라도 오히려 어떤 의미에서는 단순히 ’줄장사’가 아니라 이리저리 휙휙 해 넘어간다고 바뀌는게 아니라는 신뢰감을 줄 여지도 고려할 수 있다. 30핀 도크 커넥터나 라이트닝 커넥터처럼 최소한 밴드는 당분간 호환되게 만들 가능성이 전망되고 그러자면 애플은 과격한 변화는 일이년은 참을지도 모른다.
해서, 애플워치도 다음 아이폰과 함께 바뀌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마침 새 OS도 발표되니 그것을 선탑재(preload)한 모델이 나오는 것이 놀라울 일은 아니다. 새 OS에서 지금같은 절망적인 속도를 어찌저찌 개선한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한계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족하는 것을 보고, 그리고 애플워치에 낚여서 운동을 하는 것을 본 우리 어머니께서는 ‘새 애플 워치가 나오면 당장 하나 사주겠다’라고 하실 정도로 기뻐하셨으나, 역시 난감하다. 애플워치의 디자인이 크게 바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물며 애플워치의 밴드 결합부를 포함해 밴드가 완전히 바뀌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라기 보단 생각하기 싫다). 물론 새로운 디자인을 위해서 기존 밴드를 전부 버리는 안도 생각할 수 있으나, 앞서 인용에서도 말했듯이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그러하듯이 애플워치 또한 이미 자신만의 개성적인 디자인적 상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폰의 둥근 홈 버튼과 볼륨 스위치와 진동/무음 스위치 그리고 잠자기/깨우기 버튼. 이것은 사실 생각해보면 아이폰이 시작한 이래로 변하지 않은 것이다. 아이패드에서도 거의 마찬가지지만 굳이 지적하자면 무음 스위치가 사라진 정도일 것이다. 그 모양과 구성은 고집스럽게 유지하고 있고, 삼성과 특허전쟁을 할 때 이 모양을 코카콜라 병 같은 트레이드 듀레스로 밀어부쳤다가 결국 실패한 사례도 있지 않은가. 사각형 화면에 돌아가는 크라운과그 아래의 버튼은 앞으로도 유지되어야 하고 그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워치에서도 훌륭한 경쟁 업체이고 삼성전자에서 내놓은 스마트워치도 기능적인 면이나 디자인 면에서 우습게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거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세대와 모델이 달라질 때마다 모양이 휙휙 바뀌었다. 그런 의미에서 1세대 제품인 현재의 애플워치의 디자인은 ‘버리고’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도 가능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지금 판매되는 애플워치를 위한 밴드들이 차례차례 재고가 없어지는 것에는 부자연스러움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결국은 밴드 같은 액세서리도 1년 수개월로 끝이란 말인가? 상상 이상으로 단명한다는 놀라움(과 실망)을 느낀다. 이게 애플이 그렇게 공을 들인 시계 시장에 대한 연구와 어프로치의 한계인가? 물론 애플이 최초에 애플워치를 내놨을 때 세운 목표와 비교해 그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지언정 애플워치가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실패작이지도 않다. 쉬이 무시하기에는 적지 않은 수량이 이미 팔렸다. 애플은 지금도 라이트닝을 사용하지 않는 구형 기기를 위해서 30핀 케이블이나 30핀용 어댑터를 파는데, 솔직히 ‘1세대’ 애플워치를 위한 밴드를 더 남겨두거나 심지어 새로 만든다고 해도 놀라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그리고 글을 쓰면서 알게 됐는데 올림픽을 맞아 색다른 밴드를 낸다고 한다). 아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제품이라면, 가령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경우, ‘음, 새로운 기종이 나오려나 보군’ 싶을 수도 있으나, 이건 시계이다. 단순히 넘어가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여럿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앞으로 애플워치에 대한 시계로써의 신뢰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실리콘 밴드는 정말 편하다. 감촉도 좋고. 소재라던지 여러모로 하루 종일 착용하는 시계로써 적절한 소재나 탄성과 모양을 갖추기 위해 꽤나 신경쓰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미치게 된다. 기왕이라면 지금 가지고 있는 밴드를 계속해서 쓸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다. 지금 사용하는 시계를 위한 다른 밴드를 계속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스마트기기 이전에 시계이다. 모든 것은 거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아이패드를 매년 사는 사람도 드물지만 시계를 1~2년마다 갈아 치우는 사람은 시계 수집에 푹 빠진 사람이거나, 애플워치 같은 스마트워치라고 보면 신제품이라면 무조건 달려드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많지 않을 것이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보면 ‘이제 좀 쉬게 해주자’ 싶을 정도로 옛 기기를 지원하곤 한다. 오토매틱 시계 마냥 최소 몇 년에서 십년 단위로 사용하는 물건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그러한 자세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만들었기를 바라고 앞으로도 그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