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프로(iPad Pro) 9.7″ 모델을 구입했습니다. 사실 받은건 5월 둘째주의 일입니다만 뭐 이래저래해서 미루고 미루다보니 이제 뜯었습니다. 이것도 어찌보면 병인데. 간단하게 말해서 괜찮습니다. 아주 괜찮아요. 아이패드와 함께 정말정말로 애플프라이스인 스마트 키보드와 애플 펜슬도 구입을 했습니다. 일단 키보드는 정말 합격점입니다. 퍽 얇음에도 불구하고, 꽤 그럴싸한 키감이 나옵니다. 확실히 좀 얇은 판에 대고 다다다닥 치다보면 약간 부담이 가긴하지만 확실히 눌리는 느낌이 있고 그 느낌은 싸구려 노트북의 그것보다는 낫습니다. 키 레이아웃도 12″에서 줄어든 것을 생각해도 나쁘지가 않습니다. 딱히 좁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습니다. 이 글도 아이패드 프로에서 스마트 키보드를 사용해서 완소 글쓰기 어플인 Ulysses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아이패드를 사용한 것은 몇년 됐지만 바로바로 펼쳐서 쓸 수 있는 편리한 키보드는 정말 좋군요. 편안하게 펼쳐서 글을 쓰거나 단축키를 활용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Ulysses는 아시다시피 맥용이 먼저 나왔습니다만, iOS용도 약간의 기능을 제외하면 거의 그대로 연동해서 쓸 수 있지요. 덕분에 키보드가 있어서 편안하게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맥이 망가져서 못써서 환장하는 어플 중 하나인데, 그나마 다행입니다.
애플 펜슬도 지금까지 썼던 아이패드용 스타일러스 중에서 (당연히) 최고라는 느낌이 듭니다. 와콤의 인튜오스를 썼지만 사실 그닥 그림에는 재능이 없어서 그림이 어떤지 파악하는지는 어렵습니다만 말입니다. 제가 애플에서 몇가지 물건을 빌려서 글을 쓴것은 아시는 분은 아실텐데요. 대여 동의서라는 뭐 일종의 계약서를 보낼 필요가 있었습니다. 근데 한동안 집의 프린터가 고장이 나서 이걸 프린트해서 사인한 뒤 스캔이나 팩스로 보내는게 어려웠단 말이죠. 지금은 고쳤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심지어 PC방에서 출력해서 사인한 후 스캔해서 보낸적도 있군요. 근데 이제는 문서 어플에서 읽어서 그냥 쓱 애플 펜슬로 싸인해서(예, 글자도 아주 자연스럽게 쓸 수 있어요) 저장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림을 그리시는 분만이 유용한 툴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애플 펜슬은 포인팅 디바이스로도 사용할 수 있는데요, 키보드를 쓰지만 필연적으로 어떤것을 터치해야만 할 때가 있습니다. 손 뻗기 귀찮을때 ‘효자손’마냥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이패드에 있어서 마우스일지도 모르겠네요.
애플에서는 디스플레이에 트루 톤(True Tone)이라는 녀석을 적용해서 상황에 맞는 가장 적절한 색을 나타낸다고 하는데 흐음, 글쎄요. 곰 눈이라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어둑어둑할때 아이패드는 약간 색이 따뜻한데 아이폰은 푸르딩딩하더군요. 이걸 말하는 걸까요? (어쩌면 두 기기의 액정 온도가 다른걸지 모르겠습니다) 추가: 설정에서 True Tone을 끌 수 있는데, 태양광이 비치는 오전의 방에서 글을 쓰는데 으악! 시퍼렇네요, 눈이 아파요! 정말 괜찮군요. 액세서리 말고 본체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것은 역시 스피커일까요. 4 방향의 스테레오 스피커는 정말 크기를 생각하면 예전에 썼던 4세대에 비해서 장족의 발전이 있어서, 너무 빵빵하고 임장감이 있어서 세월 좋아졌네.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드라마든 애니메이션이든 볼 맛이 많이 늘었어요. 더욱이 예전에 쓰던 아이패드는 왼쪽 아래(가로로 들때는 오른쪽 아래)에 있어서 손으로 가리거나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상하 좌우에 있어서 고대역대는 위에 있는 스피커에서 주로 들리기 때문에 가려지지 않습니다. 좋네요.
64비트 아이패드는 이번이 처음인데요, 전에 썼던 아이패드가 4세대여서인지 이런저런 그간 사용할 수 없었던 기능을 쓸 수 있게 되서 좋습니다. 창을 두개로 띄운다거나 동시에 띄운다거나 PIP 기능이라던가 말이죠. 아직 멀티태스킹에 있어서 iOS가 갈 길은 멉니다만, 그래도 이 기능이 있다는건 많이 좋네요. 2GB로 메모리도 늘고 말입니다(솔직한 마음으로는 아이패드 프로니까 이 녀석도 12.9″ 모델마냥 4G를 했음 좋았을걸 싶긴한데 말이죠).
사실 아이폰의 화면이 커지고 나서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횟수가 줄었습니다. 아이패드가 생산에 적합한 기기인가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만 일단 일반 가정 사용자 입장에서는 4세대 아이패드 조차도 사용하는데 커다란 지장이 없었습니다. 스마트 키보드가 생기고 단축키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고 멀티태스킹에 대한 배려가 늘어나고 애플펜슬이 생겼습니다만, 확실히 지금 이 글을 쓰는 것처럼 컴퓨터로 할 일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에 반갑기는 합니다. 지금 맥이 고장나서 쓸 수가 없는데 Ulysses를 아이패드로나마 쓸 수 있다는 점은 매우 고맙습니다. iPad앱 중에서는 데스크톱에서 Ulysses나 Omni사의 앱들처럼 데스크톱 수준의 앱을 만나는게 어렵지 않은 경우도 종종 만나거든요(그만큼 비싸지만요 ㅠ). 솔직히 이 정도의 앱을 집에서 돌아다니는 윈도우 컴퓨터에서도 사용할 수가 없거든요. 글쎄 일상적으로 오피스 등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간단한 작업은 가능해 보입니다만, 어느정도인지 모르겠습니다) 포토샵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라서 좀 더 ‘프로’의 업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의 여지가 있습니다만, 일단 트위터를 하거나 인터넷을 들여다보거나 메일을 처리한다던가 하는 일은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특히 키보드가 있으니 말이죠. 물론 태생적으로 아이패드의 경우 마우스가 없기 때문에 화면을 터치해가면서 작업을 해야만 하는데요. 약간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거기서 사실 이 용도가 아니겠지만 애플 펜슬을 사용합니다. 아까도 얘기했는데 길죽하기 때문에 키보드를 쓰면서도 터치를 하기 편하거든요. 이러라고 만든건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아무튼 있으니 편하더군요. 그 외에 펜슬로는 그래픽을 수정한다거나 글을 쓴다거나 주석을 단다거나 할 때 써보고 있습니다.
이 녀석에는 아이폰 6s와 동일한 수준의 카메라가 들어가 있는데… 사실 아이패드로 사진을 찍지는 않아서 이렇다 저렇다 할 느낌은 없지만 Scanbot을 쓸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4세대를 쓰면서 느낀 가장 커다란 변화는 터치ID가 되는겁니다. 화면 켤때마다 암호를 치는건 정말 짜증나는 구세대적인 경험이었어요.
해서 아직 사용한지 몇 시간 되지 않았지만 다른 최근 애플 제품, 가령 아이폰6s가 그렇고 애플워치가 그렇듯이 저는 꽤 만족하면서 쓰고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글쎄, 나중에 더 올릴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녀석이네요. 괜찮다면 더 써보고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렇네요. 아이패드가 컴퓨터를 대신할 수 있을지는 사람에 따라 다를겁니다. 저처럼 하는일이 뻔한 사람(하는 일의 대부분이 웹서핑이나 트위터나 소셜네트워크나 간단한 글쓰기)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르구요. 하지만 대체적으로 컴퓨터를 대체하는건 가능할까 싶지만서도 아이패드 프로가 여지까지 나온 아이패드 중에서 가장 나은 아이패드이자, 가장 괜찮은 태블릿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the 9.7-inch Pro is easily the best conventionally sized tablet Apple has ever made, but its size makes it tougher to use as an “ultimate PC replacement.” In the end, though, the “Pro” distinction might prove to be meaningless. If you’re looking for a new tablet, you’d miss out if you didn’t at least consider this thing. It’s just a fantastic little mach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