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은 경착륙했다?

“안드로이드용으로 버전 4는 나왔는데 아이폰용 버전 4는 언제 나올 수 있을지 알 수 있겠습니까?”
“죄송합니다. 현재로써는 계획이 없습니다.”
어제 한 중견 전자사전 소프트웨어 개발사에 전화를 한 내용이다. 이 회사는 일찍이 아이폰용 영한과 영영사전 버전 4에 이어 안드로이드용 제품도 차근차근 내놓은 뒤, 지난달 안드로이드용 일한 사전의 버전 4를 내놓았는데 문제는 정작 아이폰의 일한사전 버전 4를 내놓을 계획이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버전 3은 아이폰 5의 화면 조차 지원하지 않았다. 나는 이 회사의 영한과 영영사전을 좋아했기 때문에(게다가 안드로이드 버전 일한사전도 꽤 잘 만들어진 축에 들어갔다), 매우 실망했다. 최근 국내 개발자들이 안드로이드에 편중되고 있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있던 차였다.

내 자랑같지만 몇년 전에는 꽤 날카로운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최근에 쉬면서 상당히 무뎌진 것 같아 매우 아쉽다. 2009년에 썼던 글을 하나 가져와보고자 한다.

iPhone이 경착륙 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이라는 글은 내가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 썼던 글로 아이폰이 한국에 나왔을 때 한국에서 성공을 하기 위해서 소프트웨어적인 요건, 즉 ‘앱’과 ‘모바일 웹’이라는 인프라스트럭쳐가 갖춰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다행히 아이폰은 ‘쇼크’를 가져왔고 둘 다 폭발적인 증가를 가져왔는데, 안드로이드로 인해 한국에 한해서는 일장춘몽, 잠시간의 증가를 가져왔다. 여기에서 본문을 인용하고자 한다.

아이튠스 한국 스토어의 문제이다. 일단 음악을 팔지 않아서 반쪽짜리 스토어이다. 그리고 게임도 한국 실정법(등급분류심위)때문에 구할 수 없다(미국 계정과 크레딧 카드/선불카드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이는 비교적 소수가 하는 방법이다). 멀티라이터 김정남 님이 말씀하시듯이 아이폰은 최근 떠오르는 중요한 게임 플랫폼이다. 해외에 iTunes Store에 올라오는 애플리케이션의 상당수가, 또 우리나라에서 개발해서 해외에 히트한 어플리케이션도 게임이다. 그리고 기존 휴대폰과 가장 쉽게 차별화 할 수 있는것 또한 게임이다. 애플 아이팟 터치 소개 페이지의 초기화면은 게임이 장식하고 있다. 이게 안되는건 큰 문제이다.
 또, 현재로써는 한국 스토어에서 구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의 종류도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현상이다.  (중략)
둘째로, 소프트웨어의 문제이다. 아이폰이 일본에서 정착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것은 트렌드 탓도 있지만 역시 소프트웨어가 어느정도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다이지린(일본어사전)을 비롯하여 자국 어플리케이션이 개발되어 서비스되고 있다. 그 일례를 Apple 아이폰 일본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아이폰을 팔때 ‘예를 들면 이런 애플리케이션이 있습니다”라고 소개할 애플리케이션이 무엇일까? (중략) 
나 자신도 사실 해외 어플리케이션을 많이 쓰지만 그건 역시 약간 하드코어한 수준이라 그렇고, 대중적인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역시 자국실정에 맞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은 아이폰의 연착륙의 필수조건이라고 본다.
왜냐면 이미 한국 실정에 맞는 모바일 소프트웨어가 WIPI 등 기존 휴대폰에는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직 정착 되지 않은 T스토어나 쇼 스토어가 어느정도 정착되게 되면 국내 실정에 맞는 소프트웨어가 마련되지 않는 아이폰은 경쟁력이 심각하게 타격을 입을 것으로 생각된다.(당시에는 안드로이드라는 것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주)  (중략)
문제는 개발환경이 MacOS X용 Xcode라는 것이다. 즉, 국내에서 절대 다수가 사용하고 있는 PC 기반의 개발환경이 아니라, 개발을 위해서는 첫째로 맥을 사용하거나 둘째로 개발을 위해 맥을 살 사람이 필요하다. 이찬진 님의 드림위즈를 비롯하여 여러 회사가 아이팟 터치용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는데, 회사라면 사용하던 맥을 개발에 이용하는 등 부담이 좀 덜할지도 모르지만, 맥이 없는 회사나 개인 사용자들은 적게는 85만원(맥미니)~180만원(아이맥 기준)하는 맥을 한대 더 사야하는 문제가 생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아이폰 OS용 소프트웨어는 대체로 포털 등 대형 업체거나, 맥을 사용하시는 분들이 개발 한 경우가 많다. (중략)
맥을 들여놓는 것 외에도 개발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 얼마나 많은 개인과 회사가 이를 감수하고 아이폰용 어플리케이션을 개발 할 것인가라는 것 또한 의문이다. (중략) 즉, 아이폰의 성패는 어플리케이션이 얼마나 받쳐 주느냐인데, 문제는 아이폰이 시판되어서 어느정도 팔려서 어느정도 규모의 시장을 만들지 않는 이상 이상의 개발상의 허들로 인해 많은 회사나 개인이 창의적인 앱을 개발할 동기를 느끼지 못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아이폰은 더 안팔리고, 그러면 개발 자체가 더 더뎌지는 무한루프에 가까운 악순환에 빠져버릴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내용은 아이폰 출시 전에 기존 플랫폼의 아성을 뚫고 아이폰의 성공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이지만 어떻게 된 것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를 두고 말한 얘기가 되어 버린 것 같다. 최근 애플이 여러가지 면에서 구글과 경쟁에 들어갔는지 앱스토어의 큐레이션에 힘을 넣고 있지만(우리말 앱을 발굴한다거나)… 여러모로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걸 보면 지금 어찌보면 아이폰은 경착륙했다? 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나도 노력을 많이 해야지. 감을 잃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