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넷이 우려스럽다

스마트폰에 표시된 스레드 앱 로고와 메타 로고
사진: UnsplashJulio Lopez

우리나라 인터넷이 우려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점점 전투적으로, 점점 배타적으로 변해 가고 있고, 서로를 포용하기보다 공격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치가 좌우로 분단되듯, 인터넷 역시 좌우로 갈라져 각자의 정체성에 따라 내 편과 적을 가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삼성페이에 대한 경험을 SNS에 올린 적이 있는데요. 삼성페이 사용자뿐만 아니라 애플페이 사용자한테서도 비난을 들어야 했습니다.

비난의 요지는 간단했습니다. 삼성페이 쪽에서는 “왜 애플페이 사용자 때문에 우리의 편의성을 갉아먹어야 하느냐”, “왜 그들 때문에 삼성페이 사용자가 추가 비용을 떠안아야 하느냐”는 것이었고, 애플페이 쪽에서는 또 그들 나름의 불만이 쏟아졌습니다. 결국 같은 글을 두고 양쪽에서 동시에 욕을 먹은 셈이죠.

사실 저는 2009년부터 아이폰을 사용했고, 옴니아 시절부터 삼성전자 스마트폰도 사용해 왔습니다. 그래서 두 회사 중 어느 한쪽에 강한 소속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대개의 사용자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아이폰을 쓰면서 삼성 사용자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한편으로는 삼성을 쓰면서 아이폰 사용자에게 이득이 되는 말을 하니 양쪽에서 공격을 받게 된 셈입니다.

아이폰을 쓰는 사람은 “나는 아이폰을 쓴다”는 아이덴티티를, 갤럭시를 쓰는 사람은 “나는 갤럭시를 쓴다”는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인터넷에서 일종의 이익 집단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를 두고도 양당 정치의 정당 싸움처럼 사람들이 충돌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단순한 기계 한 대가 어느새 진영의 깃발이 되어 버린 것이죠.

스마트폰뿐만이 아닙니다. 전기차 얘기만 나오면 테슬라 오너와 국산차 오너가 댓글창에서 맞붙고, 화재 사건이라도 한 번 터지면 양쪽 모두 “거 봐라”라며 자기 진영의 논리로 끌고 들어갑니다. 가상화폐는 더 심합니다.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와 알트코인 투자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사기라고 단정 짓는 회의론자가 서로를 조롱하며 끝없이 부딪힙니다. 의견이 갈리는 주제마다 극단적이고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는 것이 오늘날 한국 인터넷의 풍경입니다.

예전에는 그나마 소셜 미디어가 팔로우한 사람들 위주로 콘텐츠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에코 챔버에 빠지는 것이 우려되곤 했습니다. 자신이 믿는 신조와 사상에 지나치게 함몰되는 것이 문제였죠. 그런데 알고리즘이 대두되면서 오히려 이 우려가 약화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역설적이지만, 에코 챔버 시절이 차라리 평화로웠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사용자가 자신의 피드를 통제하는 힘이 약해지면서, 통제하지 못한, 통제하지 않은, 자신이 바라지 않은, 자신의 뜻과 다른 사상이 주입되는 것입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던 시대에서, 보기 싫은 것을 강제로 마주하게 되는 시대로 바뀐 셈이죠. 그것도 가장 자극적이고 가장 화가 나는 형태로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더 싸우고, 더 갈등을 겪게 되는 상황을 목도하게 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간단히 말해 engagement를 늘리고 체류 시간을 끌어올리기 위한 소셜 미디어 회사의 농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분노만큼 사람을 화면 앞에 붙잡아 두는 감정은 없으니, 알고리즘은 자연스럽게 가장 화나는 콘텐츠를 골라 우리 눈앞에 들이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거기에 아주 완전히 걸려든 셈이고요.

요즘 스레드가 인기입니다. 그런데 메타에서 나온 다른 서비스들이 그러하듯, 이 서비스야말로 사람들의 관심을 어떻게든 1분이라도 더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팔로우하지도 않은 사람의 가장 자극적인 글이 피드 맨 위에 뜨고, 답글창은 종종 진영 싸움의 전장이 됩니다. 인기를 얻은 만큼 해롭다는 느낌도 함께 받습니다.

다종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텍스트형 SNS가 오랜만에 부활한 셈인데, 그러다 보니 부작용도 오랜만에 다시 떠오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트위터 시절에 우리가 겪었던 그 피로감이, 형태만 조금 바뀐 채 다시 돌아온 것이죠.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건강한 토론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솔직히 저도 답을 모르겠습니다. 다만 적어도, 화면 너머의 상대방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가끔은 떠올려 보는 것 — 그 작은 한 걸음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푸른곰
푸른곰

푸른곰은 2000년 MS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Pocket PC 커뮤니티인 투포팁과 2001년 투데이스PPC의 운영진으로 출발해서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5년 이후로 푸른곰의 모노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금은 주로 애플과 맥, iOS와 업계 위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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