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방의 감초가 된 ‘AI’

찢어진 종이 사이로 보이는 AI 키보드
사진: UnsplashImmo Wegmann

이따금 생각하게 됩니다. 요즘 수많은 앱들이 AI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노트 앱이 AI를 탑재하고(Notion AI, Apple Notes의 요약 기능, Evernote의 AI 정리), 사진 앱이 AI를 탑재하고(Google 포토의 매직 에디터, 갤럭시 AI 사진 편집, Photoshop의 Generative Fill), 할 일 관리 앱이 AI를 탑재하고(Todoist AI Assistant, Motion, Reclaim.ai). 심지어 브라우저까지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Arc는 Dia가 되었고, Chrome엔 Gemini가, Edge엔 Copilot이, 사파리에는 Apple Intelligence가 들어왔습니다. 뭐 이런 식으로 예를 들자면 끝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발생한 AI 비용은 가격으로 전가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365에 Copilot을 끼워 넣으며 구독료 인상을 단행했고, 구글은 ‘One AI Premium’이라는 별도 티어를 만들었습니다. Notion은 AI를 월 10달러짜리 애드온으로 시작했다가 슬그머니 요금제에 통합하면서 가격 인상의 명분으로 삼았고, 어도비도 Firefly와 Generative Fill을 강조하며 CC 가격을 올렸습니다(한국은 운좋게도 해당이 없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내가 굳이 쓰지 않는 AI 기능 때문에 매월 더 내고 있는 셈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AI 패러다임이 모든 앱에 파급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모든 앱에 AI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메모 앱은 메모를 잘 적게 해주면 됩니다. 할 일 앱은 할 일을 잘 정리해주면 됩니다. 거기에 굳이 AI 자동 분류, 자동 요약, 자동 제안이 끼어들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AI에 대한 비용을 사용자에게 떠넘기는 것도 그렇게 바람직하다고 보이지 않습니다.

개발을 하시는 분들에게 당부를 드리자면, AI를 채택해서 당장 매력적으로 보이고, 투자도 받고, 매출도 늘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사용자가 이탈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지도 모릅니다. 한때 메모 앱의 표준이었던 Evernote가 AI로 반등을 시도했지만, 충성 사용자 상당수는 이미 옵시디언이나 다른 곳으로 떠난 뒤였습니다. 가격 인상의 명분이 정작 사용자가 쓰지도 않는 기능이라면, 그것은 명분이 아니라 핑계입니다.

지금의 AI 붐은 흡사 10여 년 전의 3D/VR 붐이나 수년 전의 메타버스 붐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2009년 〈아바타〉 이후 모든 TV 제조사가 3D TV를 밀었고, 스마트폰까지 3D 디스플레이(LG Optimus 3D, HTC EVO 3D)를 달고 나왔습니다. 결과는 다들 아시는 대로입니다. 한때 거실의 미래라 했던 3D TV는 2010년대 후반 조용히 단종 수순을 밟았습니다. 메타버스는 더 합니다. 2021년 페이스북이 Meta로 사명까지 바꾸며 올인했지만, Horizon Worlds는 사실상 빈 도시가 되었고, 한때 평당 수억을 호가하던 Decentraland와 The Sandbox의 가상 부동산은 가치가 폭락했습니다. 모두가 메타버스를 외쳤지만 정작 사용자는 거기에 없었습니다.

이 또한 언젠가는 잦아들 패러다임이라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피로해진단 말이죠. 그리고 저는 점점 피로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푸른곰
푸른곰

푸른곰은 2000년 MS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Pocket PC 커뮤니티인 투포팁과 2001년 투데이스PPC의 운영진으로 출발해서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5년 이후로 푸른곰의 모노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금은 주로 애플과 맥, iOS와 업계 위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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