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지도 그리고 구글 단상 – 나무에 갇혀 숲을 놓치지 말라

애플이 계약기간을 일 년 앞두고 낡지만 그래도 믿음직한 구글 지도 앱을 쳐내버렸다. 한가지 드는 생각이 있다.  평의 대다수는 애플이 어리석었다. 구글이 유리할 것이다(안드로이드 진영이 유리할 것이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애플이 미숙하게 쳐낸것은 어리석은 것 같다. 또 구글이 유리한 것 또한 맞다. 하지만 안드로이드가 유리하다? 그건 틀리다.

물론 삼성이나 모토롤라 모빌리티는 벌써부터 신나게 광고를 하고 있으나. 유감스럽게도 이건 플랫폼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구글은 어차피 광고 회사이며 검색을 통해서 대다수의 수익을 창출한다. 어떤 플랫폼이던 그것은 중요하지 않을 테지만, 다만 구글이라는 검색 통로를 극대화하기 위한 통로로 안드로이드라는 플랫폼을 만들었을 뿐이다. 애플이 아이튠스를 위해 아이팟과 아이폰을 설계했듯이(설령 극히 그 수익은 하드웨어에 비하면 미미하더라도).

지도를 통해서 구글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는 그닥 체감하기 어렵지만 지역 정보이다. 로컬 비즈니스와 상점, 여행지 정보 등이다. 이 정보는 구글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정보이고 장사밑천이다(당장 네이버 다음 등에서 우리가 뭘 검색해보나 생각해보라 강남역 영어학원 이라던지 가로수길 스파게티 집 이라던지 예는 너무나도 많다). 지도는 그걸 위한 밑그림 중 하나이다. 구글은 그 정보를 위해 매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유명 가이드북인 Frommer’s 와 Zagat를 인수했고 이를 광고에 유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웹 프론트 엔드와 함께 안드로이드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원하는데로 구성을 바꿔서 수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애플이 만든 구글 지도앱보다는 훨씬 유연할 것이다.

이쯤되면 짐작했겠지만, 이쯤되면 안드로이드 진영 자체가 애플 지도가 생겨서 얻을 이점은 거의 없다. 당분간은 몰라도. 애플은 삽질은 한것이 맞으니 타격이 있겠지만. 오히려 구글만 뒤에서 싱글벙글 거릴 것이다. 에릭 슈미트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안한다고 하지만 안할리 없다. 지금이야 상대가 엿먹는걸 보는걸 즐길지라도 결국 본업을 망각할리 없기 때문이다. iOS 유튜브 앱은 인기 최고이다. 재생할때마다 이제는 안드로이드와 웹처럼 광고가 재생된다. 얼마나 좋은 일이란 말인가?  한편 애플은 사과 편지를 쓰고 각종 지도 앱을 대문짝만하게 전세계 앱스토어에 걸어놓은 마당에 구글이 지도앱을 제출하면 이걸 거부할 명분이 없다. 굳이 유탄을 맞아 낭패라면 iOS 개발자인데, 이들은 그다지 쓸만하지 않은 애플 지도에 의지하던가 아니면 서드파티 지도 API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이게 우위가 될지 모르겠다.

나무에 갇히면 (안드로이드라는 하나의 제품)  숲(구글 비즈니스 전체)을 놓치게 되는 법이다. 지금은 냉전시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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