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우리가 그와 같은 사람을 볼 수 있을까? 쓸쓸한 목요일 아침이다. 낮밤이 바뀌어 잠이 들려던 찰나, NYT의 노부치 히로코 기자의 긴급 트윗을 보고 머리에 피가 솟아서 보니 정말이었더라….
여러차례 말했지만 내가 처음으로 ‘만진’ 맥은 PowerMac 7100이고 처음으로 소유한 애플 제품은 iPod 3세대이다. 그리고 그것에 매료되어 Windows가 골수에 물들어 MCSE를 준비하고 MCP까지 있던 나는 iMac을 사고 Macbook을 사서 Switch를 하게 된다. 그게 2006년의 일이다. 나는 넉 대의 iPod을 가졌고, 두 대를 선물했으며, 두 대의 iPhone을 썼으며 한 대를 선물했으며, 두 대의 iPad을 사용했으며 한 대를 선물했다. 물론 거기에는 석 대의 맥이 포함되어 있다.
2000년대 초 중반 넉넉하지 않던 대역폭으로 나는 QuickTime으로 스티브 잡스가 키노트하는걸 고대하며 보았었다. 놓쳤다면 녹화로라도 봤었다. 그것은 하나의 쇼였다. 나는 프리젠테이션에서 그를 모사해보기도 했었다. 내가 Mac을 사게 된 것도, 내가 iPhone을 동경하게 된 것도. 그가 보여준 놀라운 프리젠테이션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만큼 그는 대단한 존재였다. 가끔 떠올려보면 몇가지 면, 가령 괴짜고 고집쟁이에 까다롭고 제멋대로인 면이 나랑 닮았지만 하하. 나는 아마 그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가 사임했을때 썼듯이 요즈음의 Apple 프리젠테이션은 그가 MC를 맡았었고 재주는 밑에 친구들이 부리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의 무게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점점 가벼워 졌다. 결국 그는 CEO에서 물러나서 아예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이번 팀 쿡이 주재한 iPhone 4S의 발표 자체는 지난번 스티브 잡스가 했던 마지막 키노트의 그 방식과 커다란 차이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스티브 잡스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였고. 왜 없었느냐… 라면 그는 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
하지만 전세계에서 가장 명석한 그의 친구들과 후배, 동지들, 직원들이 그의 뜻을 이어줄 것이다. 그러니 편히 쉬기를…
Rest In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