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은 과연 필요 없는 것일까?

11월 30일, 아침 11시. 아이패드를 받았습니다. 사실 10시에 갔는데 망할 대리점이 개통 전산이 꼬이는 바람에 이래저래 미뤄져서 결국 가지고 나온건 11시였습니다. 그래서 받자마자 15미터 떨어진 단골 커피숍에서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오너에게 득템 사실을 보고하고 자리를 잡고 꿈에 그리던 대로 첫 앱을 다운로드 받고 아이패드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걸로 제 생활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근데 그거 아십니까? 작년 11월 30일은 제가 아이폰 3GS를 수령한 날이기도 합니다. 공교로운 일치군요. 


태블릿 무용론 내지는 회의론에 대해서 주장하는 이들의 골자는 일단 이것입니다. 들고 다니기 무겁다. 가령, 이동하다가 꺼내서 보기 어렵다. 라는 것이지요. 일단, 제 견해를 말하자면 이것은 옳지 않은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태블릿을 꺼내서 보기 어렵다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태블릿을 이동중에 사용하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가령 제가 사용하는 맥북프로 15″는 꺼내서 보기 힘들지만, 이 기계는 아무도 길거리에서 꺼내서 보는 기계가 아니므로 딴지를 걸지 않습니다. [footnote]사실 이 오해를 부추긴것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의 어중간한 포지셔닝과 그것을 대중에게 선전하다보니 각인된 효과탓도 있습니다. [/footnote] 그럼,  태블릿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라면, 

태블릿은 앉아서 읽는다. 
태블릿은 앉아서 읽는 기계 입니다. 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가령 제가 상정한 시추에이션은 이렇습니다. 저는 몸이 좋지 않아서 종합병원을 자주 드나드는데, 이 병원 진료가 간혹 상당히 지체됩니다. 따라서 읽을 만한 물건을 가지고 오면 도움이 많이 되죠. 그래서 가방 따위에 잡지나 책 같은걸 넣어서 오곤 합니다. 아이폰을 사고 나서는 휴대폰을 보곤 하지만 넓찍한 장소에 앉아서 작은 화면으로 트위터를 하거나 인터넷을 하면 왠지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실제로 11.6″ 노트북도 써봤지만 이걸 주섬주섬 넣어서 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환자 이름을 호명하는데 노트북을 닫고 헤드가 돌아가는 와중에 그걸 집어넣고 하자면 난리도 아니거든요. 그게 크건 작건 말이죠.  실제로 해본 일이니 틀림 없습니다. 뭐 그런 불편을 감수하고 노트북을 켠다 하더라도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인터넷을 제외하면 문서작업이나 동영상 감상, 음악 감상에 불과한게 또 소형 노트북의 한계입니다.  병원에서 문서작업을 할은 없고, 동영상 감상이나 음악이나 듣자고 1킬로에 육박하는 녀석을 들고 와서 펼치고 전원 넣고 할 이유는 딱히 없어보입니다. 인터넷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이 있으니까… 하지만 태블릿이 있다면 그냥 가방에서 꺼내서 잡지처럼 읽다가 호명하면 가방에 쓱 넣고 들어가면 됩니다. 
그럼 여기서 드는 의문은, 좋아, 그럼 노트북(넷북)과는 확실히 차별화 되었다 치자, 그럼 스마트폰과는 어떤데? 라는 것이겠지요.  많은 사람들, 특히 태블릿을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갖는 편견입니다만, 태블릿은 커다란 스마트폰이라는 것이죠. 음. 일단 이 오해(Myth)는 아이패드 초기와 갤럭시 탭의 지금 모습에서 보여지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아이패드 초기에는 아이패드 앱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아이폰 앱을 뻥튀기 시켜서 써야 했었습니다. 갤럭시 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은가 싶은데. 지금은 앱이 4만개가 넘습니다. 아이패드는. 물론 아이폰의 30만개에 비할바는 못되지만. 그 앱들의 면면을 보면 단순히 화면을 뻥튀기 한 것만이 아니라 넓은 화면으로 인해 생긴 여유를 십분 활용해서 전혀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구축했습니다. 트위터만 하더라도 타임라인에 그림이나 동영상의 섬네일이뜬다거나 팔로워와 팔로윙의 목록이 바둑판처럼 쫙 나온다던가 상대방의 아바타를 클릭하면 프로필 창이 위로 뜨고 그 위로 답장 창이 위로 뜨고 한다던지 하는 일련의 인터페이스가 마련되어 있지요. 물론 당연히 넓은 화면으로 더 많은 정보를 편안히 읽을 수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구요.  
‘보는 것’과 ‘읽는 것’의 차이 
해서 일단 아이패드를 손에 들고 든 습관은 무언가를 읽는 것입니다. 휴대폰인 아이폰과 태블릿인 아이패드와의 또 다른 차이점은 ‘보는 것’과 ‘읽는 것’입니다. 한번 긴 뉴스나 책, 블로그 등을 아이폰으로 읽어보세요. 많은 분들이 역시 “트위터는 스마트폰으로 해야지” 하시지만, 아무래도 작은 전화기로 오랫동안 긴 타임라인을 하자면 불편합니다. 해서 이때껏 저는 긴 시간 트위터 작업은 맥북프로로 맥용 에코폰으로 해왔습니다. 한편으로 노트북이나 PC로 보자면 또 어떨까요? 멀찍이 둔 화면을 마우스나 터치패드로 작동하는 것 또한 또 다른 의미에서 기사를 읽는다는 것보다는 보는 느낌입니다. 당장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만화책이나 책을 노트북에 띄워놓고 보신다고 생각해보세요. 
근데 저는 아이패드에서 신문 앱을 깔고 여러 신문을 읽고, 트위터를 따라서 뉴스를 보고, 책을 읽고, 만화책을 보고, 의자에 앉아서 ‘보는것’이 아니라 침대에 편안하게 누운채로 읽거나, 소파에 앉아서 읽거나, 카페에 앉아서 읽거나. 남이 모는 차에 앉아서 읽거나. 아무튼 전반적으로 뉴스를 비롯해서 뭐든지 읽는 시간이 비약적으로 늘어났습니다. 만약 아이패드 신문 앱이 유료로 전환된다면 아예 신문을 다 끊고 아이패드 신문을 구독할 생각일 정도입니다. 트위터만 하더라도 하루종일 아이패드로 다 했는데도 불편함이 없었는데요. 이게 다 액정이 커다랗고 보기 시원하기 때문입니다. 웹페이지를 볼때 스마트폰은 물론 레티나라 하여 해상도가 좋아져서 나아졌지만 크기가 상당히 작아서 확대를 해야할 필요가 있지만 아이패드는 확대를 하지 않아도 전체 페이지를 휙휙 볼 수 있고 확대를 하면 돋보기 없이도 우리 어머니가 보실 수 있을 정도로 글씨가 확대되어 보이지요. 책을 읽을 때 참 골치 아팠던게 제 방에는 독서등이 없어서 자기 위해서 불을 끄면 책을 읽을 수가 없었는데, 아이패드는 LCD니까 백라이트가 있어서 킨들 앱으로 구입한 책이나 트윗을 하면서 갈무리했던 포스트, 기사 등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죠. 갤럭시 탭이 일본에서 인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유가 일본의 문고본과 사이즈가 비슷하다라는 까닭인데요. 생각해보니 갤럭시 탭이 아이패드의 절반만합니다. 아이팻을 가로로 눕히면 문고본 두페이지만하죠. 세로로 세우면 보통 책 한페이지 만하구요. 한마디로 책을 읽는 기분인게죠. 실제로 대강 액정 사이즈 자체가 하드커버 책 사이즈와 비슷하단걸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잡스는 뗑깡을 부렸는지도 모르죠. 
릴랙스와 여유의 물건 
제가 처음 인터넷을 하던 때, 즉 1995년부터 제가 무선 랜을 깔아서 쓰기 시작한 2004년까지는 책상에만 줄곧 앉아서 썼습니다. 컴퓨터는 책상에, 사람은 의자에 앉아서 썼죠. 하지만 무선랜이 생기고 노트북이 생기며 몸이 좋지 않은 저는 침대에서 편안하게 인터넷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주 좋죠.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어디엔가 올려놓고 바르게 앉지 않으면 않됩니다. 노트북을 놓고 키보드와 터치패드를 조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엎드려서 하던가요. 하지만 아이패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서 완전히 제가 편안하게 침대 머릿판에 베개를 대고 기대서 몇시간이고 편하게 무언가를 읽거나 신문을 보거나 트위터를 하거나 페이스북을 하거나 메일을 보내거나 할 수 있는 것이죠. 그외의 경우도 한번 살펴보면 자리에 편안하게 자리 잡아서 책을 읽듯이 조작하게 되므로 편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서 예시로 들었던 병원의 예처럼 약간의 여유가 있다면 훨씬 커다란 즐거움을 주는 것이 태블릿입니다. 
해서 몇가지 사례를 들어서 아이패드, 그리고 태블릿의 예찬, 그리고 무용론에 대한 반박을 겸해 사용기를 간단하게 했습니다. 물론 이것도 하나의 장난감이니 만큼 얼마나 오래 갈것같냐?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건 ‘지금’ 정말로 재미있고, 그것이 단순히 앱이 아니라 소셜네트워크나 인터넷, 독서 등인 것으로 볼 때, 아마 꽤나 오래 갈 것이라는 것입니다. 왜냐면 아이폰에서도 퍽 오래 갔거든요. 그건 킬러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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