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푸른곰입니다.
블로그를 21년 운영하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오늘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애플워치에 관한 X의 포스트를 발견했는데, 거기에 대한 반론으로 10년 전에 제가 썼던 글을 인용했었거든요. 역시 예전에 느꼈던 대로 블로그는 퇴적되고 기록되는 것이 백미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어떻게든 운영과 유지를 해오다 보니 ‘자산으로서, 기록으로서 유용성이 있구나’라고 느끼는 반면, 솔직히 끔찍하게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한 달에 나가는 서버값도 그렇고, 또 8월 말이면 각종 플러그인과 블로그 스킨의 연간 결제가 예정되어 있어서 수십만 원을 써야 되는 상황이거든요. 물론 매니지드 워드프레스 호스팅으로 옮기면서 관리 부담은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블로그를 운영하는 데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걸 돈으로 외주화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블로그의 본질은 어차피 콘텐츠니까요. 콘텐츠를 만드는 데는 하다못해 AI에게 프롬프트를 치는 수고라도 해야 하거든요. 이 글 같은 경우에는 제가 직접 구술을 하고 있는 중이고요. 제가 컴퓨터를 처음 사용한 게 일곱 살인가 여덟 살 때였습니다. 거의 평생을 키보드를 써오다 보니 손에 부담이 와서, 요즘은 왼손으로 타이핑할 때 감각이 조금 이상한데요. 그래서 최근에는 음성 인식 구술에 의존하는 비중이 굉장히 많이 늘었습니다. 재활 삼아서 치긴 하는데, 아시다시피 한국어 키보드에서는 왼손 새끼손가락과 약지가 자음을 담당하기 때문에 많이 타이핑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거든요.
쿼티 자판에서 Q나 W 같은 글자는 영어 단어를 쓸 때 솔직히 잘 안 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자리에 있는 ‘ㅂ’이나 ‘ㅈ’ 같은 글자는 한글에서 많이 쓴단 말이죠. 그 글자를 새끼손가락으로 쳐야 하다 보니, 새끼와 약지가 어색해서 타이핑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집니다.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래도 타이핑하는 빈도를 좀 줄이니까 예전보다는 좋아졌습니다. 한마디로 손을 너무 혹사한 것 같아요. 오랫동안 혹사를 시킨 거죠. 눈도 그렇고 말이죠. 그래도 눈은 좋은 안경을 쓴다든지 영양제를 먹는다든지 하면서 신경을 쓰고, 병원에도 정기적으로 가서 진찰을 받았는데요. 손 같은 경우에는 크림이나 바르면 잘하는 수준이었으니까 개인적으로 좀 반성을 하게 됩니다.
요즘 제가 음성 구술에 쓰는 소프트웨어는 Typeless라는 소프트웨어인데요. 굉장히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입력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빠른 속도로 얘기해도, 혹은 편하고 자연스럽게 얘기를 해도 한국어로 잘 풀어서 글로 써줍니다. 솔직히 이름 그대로 타이핑하지 않고도 글을 쓸 수 있을 수준으로 완성을 해준다는 게 제가 이 앱을 쓰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구술체로 쓰는 포스트는 솔직히 말해서 검색엔진에서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합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블로그가 살아남으려면 검색엔진의 눈에 띄거나, 아니면 소셜미디어에서 바이럴을 타는 수밖에 없는데요.
검색엔진의 눈에 잘 띄려면 소위 말하는 마크다운에 의해 헤딩도 쓰고 레벨도 착착 나뉘어진, 질서정연한 글이 솔직히 잘 먹힙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 어떤 글을 써놓고 나면 ‘아, 이거 AI가 쓴 것 같다’라는 인상을 받을 때가 솔직히 없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AI를 안 쓰는 것도 아니지만, 본의 아니게 오해를 사는 경우가 생기곤 합니다. (이 글은 제가 말한 내용을 AI가 어느 정도 교정을 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제가 구술한 내용이지만 오가닉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100% 유기농은 아니에요.)
제가 느끼는 거는 “오늘 인터넷에 있는 글이 내일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지어다”라는 거거든요. 유튜브 동영상도 그렇고 인터넷 글도 그렇습니다.
북마크해 뒀던 글 중에서 404나 500 에러가 뜨는 글이 한둘이 아니고, 301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겁니다. 망한 곳도 있고 개편한 곳도 있어서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많은 서비스들이 부침을 겪기 때문에 최소한 10여 년간 퍼머링크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유지를 해온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록을 구글이 높이 사서 비교적 높은 위치에 표시가 되는 거겠죠. 고맙게 생각은 하는데, 마냥 고맙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서버 비용을 제가 내고 제가 서비스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물론 운영은 킨스타가 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독자성은 확보가 되었고, 이글루스가 망하고 티스토리가 흔들리고 있는 와중에도 주체성을 가지고 살아남아 있습니다만, 돈을 벌기는커녕 돈을 쓰는 서비스가 되었고 돈 먹는 하마가 되었죠. 저는 블로그를 하나의 분재 같은 화분을 키우는 취미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취미이자 도락이고, 비용을 들여가면서 향유하는 기호성 소비인 거죠.
작년 이맘때가 떠오르네요. 서버에 침입을 시도하는 인간들을 막느라 진짜 고생 많이 했는데 말이죠. 이거를 막는답시고 결국은 매니지드 워드프레스 호스팅에 입주를 한 거고, 속도를 더 빨리한다고 플러그인을 설치하고 빠른 스킨을 구입한 거거든요, 쾌적하게 보시라고요.
솔직히 말해서 PageSpeed Insights에서 100점을 받든 90점을 받든 80점을 받든, 페이지가 0.몇 초 안에 로딩이 돼서 더 쾌적하게 보시든 아니든 저한테는 1전 떨어지는 거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노력과 비용을 소비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기만족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고 보면 블로그라는 건 자기만족 영역의 극치네요. 사실 기록이 남는다고 무슨 이득이 있겠습니까? 저 자신한테 직접적인 이득은 없죠. 광고도 없고 수익 모델도 없으니까요.
물론 다른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해서 이렇게 21년이 또 되었습니다. Happy Birthday! 라고 말하며 횡설수설한 이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사랑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말씀드립니다. 당분간은 힘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