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서비스 중단을 두고

줌 인터넷이 서비스하던 블로그 서비스 이글루스(elgoos)가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용하시는 분 중에서는 순수히 중단을 아쉬워 하시는 분도 계시고, 데이터 백업 과정을 아직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점에 불만을 나타내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 같은 경우 일찌감치 티스토리에서 떠나서 워드프레스 개인 가상 호스팅(VPS)으로 이전한지라 ‘이웃’도 없고 유탄이 터질 일도 크게 없어 보입니다만 그래도 많이 아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어 웹의 커다란 손실이 될 것

일단 이글루스의 폐쇄는 한국어 웹의 커다란 손실이 될 것입니다. 만에 하나 이글루스가 백업에 전향적이고 어떤 다른 사이트가 이글루스의 데이터를 잘 임포트 해준다, 이런 가정이 서더라도 수많은 데드링크 문제를 피할 수가 없을 것으로 사료되기 때문입니다. 그걸 어떻게 아냐면 제가 티스토리에서 데이터를 TTXML 형식으로 그대로 인출해서 옮겼지만 방문자수 회복되는데 수년이 걸렸고 검색엔진에서도 수년이 걸려서야 그나마 노출이 회복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티스토리 시절, 태터툴즈부터 쓰던 링크가 전부다 깨지는 문제가 있기 때문인데요.

이 사안의 심각성을 제가 지인에게 이야기 한 바 그대로 옮기자면 “유명한 저널이 갑자기 볼륨과 호수, 페이지를 셔플하는 격”이 될 것이다. 라고, 그 저널을 인용한 모든 논문들이 다 난리가 나는 것이다. 라고 말이죠.

하물며, 만약 데이터가 원활하게 다른 사이트나 서비스로 이전이 되지 않아 소멸되면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냥 사라지고 말것입니다. 가뜩이나 허전한 한국어 웹에 거대한 타격이 올 것이 명약관화합니다.

더 큰 문제는 대안이 마뜩찮다는 점

이글루스 폐쇄로 인해서 더 걱정이 되는 점은 몇가지 있습니다. 일단 많은 이글루스 블로거께서 ‘.egloos.com’ 도메인을 사용하셨다는 점인데 이런 경우 사실상 이글루스가 문닫는 순간 데드링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글루스가 개인도메인을 허용했는가는 이글루스를 찍먹만 해본 입장에서 기억이 안납니다만, 하여간 대부분 그러셨다는 점에서 데드링크가 상당수 양산될 수밖에 없고 그리고 이글루스의 데이터를 최대한 유연한 포맷으로 인출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이것을 도대체 어디로 가지고 가느냐?라는 문제가 남습니다. 우리나라에 블로그 서비스는 티스토리나 네이버 블로그 정도가 남아 있는데 말이죠. 워드프레스로 이전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입니다.

수명이 간당간당한 티스토리도 걱정

티스토리의 경우 한동안 TTXML로 백업 및 임포트가 가능했었다가 임포트를 막더니 나중에는 급기야는 백업까지 막아 원성을 샀었습니다. 얼마전에 보니 백업기능은 되살렸다는데 HTML로 뽑아내는 모양입니다. 물론 잘 구성된 HTML 파일은 어느정도 워드프레스 등으로 ‘샐비지’가 가능합니다만 왜 잘 마련되었었던 기존의 TTXML 방식을 버렸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카카오 데이터 센터 화재 사태로 인해서 카카오라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티스토리도 마냥 안태롭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말이죠. 걱정이 큽니다.

이제 그럼 네이버 블로그만 남네?

티스토리도 간당간당하고 네이버 블로그 역시 네이버가 검색에서 이커머스로 쉬프트하면서 계륵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뭐 유튜브와 틱톡이 활보하는 세상에서 활자 미디어 자체가 존재의의를 시험당하고 있습니다만, ChatGPT를 보더라도 알 수 있지만 아직은 텍스트가 중요합니다. 기술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음성이나 영상을 완전하게 기계가 인식하는데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이 발신하는 문자 매체로써 블로그는 살아남아야 할 가치가 있습니다.

안 그러면 파라과이의 페이퍼 컴퍼니만 웃는다

솔직히 아쉽습니다. 이렇게 한국어 웹의 한 구석이 폭삭 주저 앉아버리면 그러잖아도 구글 검색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파라과이의 페이퍼 컴퍼니가 더 많은 페이지랭크를 차지해서 그러잖아도 몰리는 트래픽이 더 집중되겠지요. 2000년대부터 엔하위키에 글을 써온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유용한 면도 있으나 유해한 면도 많고, 부정확한 면도 매우 많으며, 무엇보다 레퍼런스를 요구하지 않는 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그 상황에서 얼마 안되는 한국어 레퍼런스가 대량으로 증발된다고 생각하니 위가 쓰리네요.

자가 서버를 돌리면서 느끼는 거지만

물론 클라우드 호스팅이니 엄밀하게 말하면 자가(自家)는 아니지만 VPS를 통해 수년간 블로그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역시 이게 가장 속편하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요금만 제대로 내면 모든게 굴러갑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제가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지라… 그것도 참 고민이 되는 문제입니다.

아무튼 그동안 수고 많았어요, 이글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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