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에 린드버그 에어 티타늄 림 ‘로빈’ 안경을 처음 맞췄을 때만 해도, 솔직히 말해 “안경 한 벌에 이렇게까지 투자해도 되나?” 싶은 마음이 있었다. 고가의 프레임에 맞춤 단초점 렌즈까지 더해, 말 그대로 안경 ‘님’을 모시고 살아야 하는 수준의 지출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6년인 지금, 6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 보내고 돌아보니,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한 번 눈 버리면 돌아가기 힘든” 경험이 되어버렸다.
깜빡 잊고 잠들 정도
프레임은 여전히 처음 맞췄던 그때 그대로, 린드버그 에어 티타늄 림 ‘로빈’을 쓰고 있다. 중간에 렌즈는 자이스 클라렛 인디비주얼에서 자이스 스마트라이프 프로 단초점 인디비주얼 3로 교체했지만, 테만큼은 한 번도 바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이 안경은 말 그대로 하루 종일, 거의 24시간 내내 얼굴 위에 올라가 있다. 잠잘 때만 벗고, 깨어 있는 시간에는 항상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끔은 착용하고 있는 걸 깜박 잊은 채 그대로 잠들어 버릴 때도 있는데, 안경 사용자 입장에서 그만큼 부담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점은, 이런 생활 패턴에도 프레임이 거의 변형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침대에서 뒤척이는 동안 얼굴 아래에 깔렸다가도, 다음 날 아침 멀쩡하게 제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안경을 보고 있으면 린드버그가 왜 ‘가벼움’뿐 아니라 내구성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지 실감하게 된다. 처음 맞췄을 때도 착용감은 발군이었는데, 6년이 지난 지금도 귀나 코가 눌리거나 아픈 부분이 없다. 피팅은 초기에 두어 번, 그리고 사용 중 실수로 다리에 무리가 가서 가벼운 재조정을 받은 정도인데, 현재까지도 흘러내림 없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잘 잡고 있다.
변함없는 가벼움
무게감에 대한 인상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처음 맞췄을 때도 “이게 무게가 맞나?” 싶을 정도로 가벼웠는데,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안경을 오래 쓰다 보면 프레임 자체는 그대로여도, 사용자가 무게에 예민해지거나 어딘가 불편함이 쌓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로빈은 그런 피로가 거의 없다. 다른 안경을 쓰다가 다시 이 안경으로 돌아오면, 다시 한 번 “아, 이래서 비싼 안경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타입이다.
내구성 측면에서도 만족도가 높다. 강한 낙하나 충격을 일부러 가한 적은 없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착용한 채 잠들어버린 밤이 한두 번이 아니었음에도 프레임의 모양이 망가졌다고 느낀 적은 없다. 다리 부분에 무리가 가서 한 번 조정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구조적인 문제는 없었고, 그 외에 교체한 것은 소모품뿐이다. 노즈패드와 다리 부분의 실리콘은 지금까지 세 번, 템플 팁은 한 번 교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부품 교체가 모두 무상이었다는 것이다. 린드버그 본사에서 공식 대리점에 소모품을 제공해 교체를 지원하는 구조라, 사용자는 꽤 오랜 기간 부담 없이 깔끔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장기 사용기를 쓴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런 부분 역시 “고가의 프레임이 갖춰야 할 애프터서비스”로 충분히 언급할 만한 포인트다.
렌즈와 상성
렌즈는 현재 자이스 스마트라이프 프로 단초점 인디비주얼 3를 사용하고 있다. 난생 처음 난시 처방이 들어간 렌즈였음에도 불구하고, 적응 기간이라고 부를 만한 시간이 거의 필요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많은 생활 패턴을 감안하면, 장시간 모니터를 보고 작업해도 눈의 피로가 적다는 점은 특히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엄밀한 광학적 비교 리뷰라기보다는 실사용자의 체감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오래 작업해도 편한 안경”이라는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선택에 후회가 없다. 잘 선택한 렌즈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편안함과 쾌적함, 그리고 깨끗한 시야는 단순히 돈을 지불해서 사는 제품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보내는 물건이기 때문에, 거슬림 없이 시야를 열어 주고, 장시간 착용해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점은 돈을 받고도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경험이다. 이 안경을 쓰다 보니, 예전처럼 “적당한 가격대에서 이것저것 써보는”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은 이제 상상하기 힘들어졌다.
나의 일부
디자인 측면에서도 이 안경은 이제 거의 ‘나의 일부’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정체성에 가까운 존재가 되었다. 처음에는 무테 안경을 오래 쓰다가 림이 있는 안경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약간의 어색함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거울 속의 나를 떠올릴 때 가장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실루엣이 바로 이 로빈 프레임이 되었다. 지금은 다른 디자인의 안경을 쓴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 자체가 더 어색할 정도다. 그만큼 이 프레임은 나에게 “나 다운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처음 이 안경을 추천해 준 지인은 “이거면 10년은 너끈히 쓴다”고 말했었다. 6년이 지난 지금, 그 말이 단순한 과장이 아니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은 단초점 렌즈를 쓰고 있지만, 언젠가 노안이 와서 누진 렌즈를 써야 하는 시기가 오더라도, 가능하다면 계속 이 프레임을 기반으로 렌즈만 바꿔가며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안경 한 벌로 이렇게 오랜 시간, 그리고 이렇게 높은 만족도로 버텨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선택은 충분히 “가성비가 높은 투자”였다고 스스로 평가하게 된다.
요약하자면, 2020년에 “안경 님을 모시는 생활”을 시작한 뒤 2026년이 된 지금까지도, 나는 여전히 그 안경을 잘 모시고 살고 있다. 그리고 프레임이든 렌즈든, 이 조합을 통째로 다른 제품으로 바꾸는 그림은 아직은 좀처럼 그려지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