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럽 대디, 웃는 얼굴 수세미를 한참 써보고

마트 주방용품 코너에서 웃는 얼굴이 찍힌 노란 스펀지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스크럽 대디(Scrub Daddy)다.

나도 우연히 발견해 구입했다. 처음에는 그저 눈에 띄는 캐릭터 상품 정도로 생각했는데, 써보고 나니 이 독특한 얼굴 모양부터 소재까지 상당히 기능적으로 설계된 제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웃는 얼굴 모양 노랑 초록 스크럽 대디 스펀지

몇 달 동안 사용해 본 결과, 과장하자면 설거지가 조금 즐거워질 정도로 재미있고 효과적인 수세미라는 인상을 받았다.

물 온도에 따라 질감이 바뀐다

스크럽 대디의 가장 큰 특징은 FlexTexture®라는 소재다. 제조사 설명에 따르면 물의 온도에 따라 스펀지의 단단함이 달라진다.

물 온도질감쓰기 좋은 곳
찬물단단하고 거칠어짐눌어붙은 음식물, 찌든 때, 물때
따뜻한 물부드럽고 유연해짐일반 설거지, 유리잔, 비교적 민감한 표면

실제로 사용해 보면 차이를 꽤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찬물에 적시면 단단해지고,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물에서는 눈에 띄게 말랑말랑해진다. 세제를 묻혔을 때 거품도 충분히 잘 난다.

제조사는 스크럽 대디가 25가지 이상의 표면에서 흠집을 내지 않도록 테스트됐다고 설명한다. 또 독립 실험실 시험을 근거로 최대 8주 동안 냄새를 유발하는 박테리아에 저항한다고 밝히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스크럽 대디 공식 제품 설명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내 경우에는 유리잔이나 코팅 프라이팬 등에 사용하면서 특별한 문제를 겪지 않았고, 두 달 이상 사용했을 때도 일반 수세미에서 종종 경험하는 불쾌한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다.

세척 후 이물질이 비교적 쉽게 빠지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예를 들어 커피 찌꺼기 같은 것을 닦은 뒤에도 흐르는 물에 헹구면 수세미에 남은 찌꺼기가 비교적 쉽게 제거됐다.

왜 하필 웃는 얼굴일까

스크럽 대디의 얼굴은 단순히 귀엽게 보이기 위한 디자인이 아니다.

눈 부분의 구멍에 손가락을 넣으면 수세미를 보다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고, 입 부분에 숟가락이나 포크 같은 식기를 끼우면 양쪽 면을 동시에 닦을 수 있다. 제조사가 소개하는 다양한 활용법은 Scrub Daddy UK의 활용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세척도 간단하다. 흐르는 물에 헹굴 수 있으며, 제조사에서는 식기세척기 상단 랙을 이용하거나 전자레인지에서 짧게 가열하는 방법도 안내하고 있다. 다만 전자레인지 사용 시에는 반드시 제조사가 안내하는 방법과 시간을 확인하는 편이 좋다.

이쯤 되면 웃는 얼굴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제품의 사용 방법 자체를 디자인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다 이런 수세미가 나왔을까

스크럽 대디의 탄생 과정도 꽤 흥미롭다.

스크럽 대디의 공식 회사 소개에 따르면 발명가 애런 크라우스(Aaron Krause)는 원래 자동차 부품과 광택용 패드를 만들던 사람이었다.

기계를 다루고 난 뒤 기름때 묻은 손을 효과적으로 닦을 방법을 고민하다가 2007년 손 세정용 스펀지를 만들었지만 자동차 정비 시장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결국 제품을 ‘SCRAP’, 즉 폐기품이라고 적은 상자에 넣어두게 된다.

그러다 몇 년 뒤 정원 가구를 청소하던 중 기존 수세미가 가구의 페인트를 긁어내는 것을 보고 예전에 만들었던 스펀지를 다시 꺼냈다. 그 스펀지는 표면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잘 닦였고, 추운 날씨에서 소재가 단단해진다는 사실까지 발견하게 된다.

오늘날 스크럽 대디를 상징하는 온도에 따라 단단함이 변하는 특성을 발견하게 된 순간이었다.

이후 2012년 미국의 창업 투자 프로그램 《Shark Tank》에 출연하면서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는다. 투자자 로리 그라이너(Lori Greiner)가 제품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투자했고, 이후 스크럽 대디는 《Shark Tank》를 대표하는 성공 사례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이 과정은 The CEO Magazine의 Scrub Daddy 성공 사례와 Business Insider의 초기 성공 보도에서도 자세히 다뤄졌다.

주방 밖에서도 쓸 곳이 많다

세척력이 좋은 데다 물 온도로 단단함을 조절할 수 있다 보니 주방 이외의 장소에서도 활용하기 좋다.

스크럽 대디가 소개하는 활용 사례를 보면 욕조·타일·세면대의 물때 제거부터 바비큐 그릴, 정원 가구, 공구, 자동차 외부와 휠, 신발의 흙먼지나 스티커 제거 등 상당히 다양한 용도가 소개돼 있다.

나 역시 욕실 청소나 스티커 자국을 제거할 때 꽤 도움을 받았다. 굳이 ‘주방 수세미’라는 틀에 가둬둘 필요가 없는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품군도 다양하다. 대표 제품인 스크럽 대디 외에도 양면에 서로 다른 소재를 조합한 스크럽 마미(Scrub Mommy)를 비롯해 여러 형태의 세척 제품과 액세서리가 판매되고 있다.

아쉬운 점도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가장 먼저 체감되는 것은 가격이다. 일반적인 주방 수세미와 비교하면 확실히 비싸다.

내구성 역시 사용 방법에 따라 아쉬울 수 있다. 거친 오염을 제거하기 위해 강하게 문지르는 일이 많으면 표면이 조금씩 헤지기 시작한다. 내 경우에도 집중적으로 사용하다 보면 몇 주 정도 지나 새 제품으로 교체하고 싶을 만큼 표면에 보풀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었다.

제조사가 여러 표면에서 흠집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기는 하지만, 고가의 코팅 팬이나 손상에 민감한 표면에서는 처음부터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에서 시험해 보는 것이 안전하다.

결국 일반 수세미보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대신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질감과 다양한 활용성, 독특한 형태에서 오는 편의성을 얻는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마무리

스크럽 대디는 처음 보면 웃는 얼굴 때문에 일종의 아이디어 상품처럼 보인다. 하지만 몇 달 동안 실제로 사용해 보니 의외로 기능적인 부분이 잘 짜여 있는 제품이었다.

찬물과 따뜻한 물을 이용해 단단함을 바꿀 수 있고, 눈과 입 모양까지 실제 사용에 활용할 수 있다. 주방뿐 아니라 욕실이나 여러 생활 공간의 청소에도 쓸 수 있다는 점 역시 장점이다.

물론 일반 수세미보다 가격이 비싸고 많이 사용하면 점차 헤지는 문제는 있다. 그래도 여러 종류의 표면을 하나의 수세미로 편리하게 청소할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점은 아주 단순하다.

설거지를 조금은 즐겁게 만들어 주는 수세미였다.

푸른곰

푸른곰

푸른곰은 2000년 MS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Pocket PC 커뮤니티인 투포팁과 2001년 투데이스PPC의 운영진으로 출발해서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5년 이후로 푸른곰의 모노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금은 주로 애플과 맥, iOS와 업계 위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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