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note의 몰락, 한때 10억 달러 가치의 서비스는 어떻게 무너졌나

화면에 Evernote 어플리케이션 스플래시가 떠 있는 아이폰 휴대전화와 공책.

한때는 ‘제2의 뇌’였던 서비스

Evernote를 유료로 사용한 지 꽤 오래됐다. 그만둔 지도 오래됐다. 한때는 개인 기록, 웹 스크랩, 그리고 IFTTT를 통해 기억하고 싶은 트윗까지 자동으로 저장했다. Evernote는 “Remember Everything”이라는 슬로건 아래 모든 것을 기억해주는 ‘제2의 뇌’를 약속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Your data is yours”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되어버렸다.

영광의 시절과 몰락의 시작

전성기: 노트 앱 시장의 정의

러시아계 미국인 기업가 Stepan Pachikov가 2004년 설립한 Evernote Corporation은 2000년 첫 제품을 출시했고, 2007년 Phil Libin이 CEO로 합류하며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2008년 6월 웹 버전을 출시한 후 빠르게 성장하여, 2011년 7월 사용자 1,100만 명을 확보했다.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Sequoia와 Meritech Capital 같은 거물 투자자들로부터 수억 달러를 유치했다. 2012년에는 기업가치가 10억 달러에 달했다.

이 시기 Evernote는 사실상 노트 앱 시장을 정의했다. Microsoft OneNote가 2003년부터 존재했지만 유료 Office 번들의 일부였고, Google Keep은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Evernote는 독주했다.

균열의 시작

하지만 2015년 6월 임명된 COO Linda Kozlowski가 몇 달 만에 퇴사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Libin은 Moleskine 공책, 디자이너 브랜드인 Pfeiffer와의 파트너십을 추진하며 Evernote 브랜드 데스크 액세서리를 출시했지만 참패했다. 2015년 10월, Evernote는 직원의 18%를 해고하고 10개 글로벌 오피스 중 3곳을 폐쇄했다.

전 Google Glass 임원 Chris O’Neill이 2015년 7월 Libin을 대체했고, 2018년에는 Ian Small이 CEO로 취임했다. Small의 리더십 아래 Evernote는 연 매출 1억 달러와 2억 5천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달성했지만, 이미 경쟁 구도는 변하고 있었다.

경쟁자들의 포위: 사방에서 밀려오는 위협

Microsoft의 반격: OneNote 무료화

2014년, Microsoft는 전략을 전환했다. OneNote를 모든 플랫폼에서 완전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Microsoft 365 구독 없이도 무제한 노트와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Outlook, Teams, Slack과의 긴밀한 통합은 기업 사용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Evernote가 프리미엄 모델로 수익화를 추구하는 동안, Microsoft는 생태계 통합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시장 점유율은 낮았지만, Evernote를 떠나는 사용자들의 안정적인 대안이 되었다.

Google의 단순함: Keep의 등장

2013년 3월, Google은 Google Keep을 출시했다. 흥미롭게도 Google은 2006년 Google Notebook을 출시했다가 2011년 종료한 전력이 있었다. Keep은 그 교훈을 반영했다. 복잡한 기능 대신 극도로 단순한 포스트잇 스타일의 인터페이스를 제공했다.

완전 무료, 광고 없음, 빠른 속도, 그리고 Google 생태계와의 완벽한 통합. Keep은 의도적으로 “빠른 메모”에만 집중했다. Evernote의 복잡함에 지친 사용자들에게 이 단순함은 매력적이었다.

Apple의 생태계: Notes의 진화

Apple Notes는 2013년 대대적으로 개편되기 전까지는 단순한 메모 앱에 불과했다. 하지만 iOS 9(2015년)와 macOS El Capitan(2015년)에서 대폭 개선되며 손글씨, 스케치, 문서 스캔 등 Evernote의 주요 기능을 빠르게 따라잡았다.

Apple 기기 간 완벽한 동기화, Siri 통합, Apple Pencil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 완전 무료. Apple 생태계 사용자들은 “이미 내 기기에 있는데 왜 돈을 내야 하나?”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Notion의 등장: 게임 체인저

새로운 카테고리의 창조

Notion이 결정타였다. 2016년 출시된 Notion은 단순히 Evernote를 따라하지 않았다. “올인원 워크스페이스”라는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했다. 노트 앱이 아니라 팀 협업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한 것이다.

블록 기반 에디터는 무한한 커스터마이징을 가능하게 했다. 텍스트, 이미지, 데이터베이스, 칸반보드, 위키를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었다. 현대적이고 아름다운 UI는 젊은 세대를 사로잡았고, 강력한 협업 기능은 팀 단위 사용을 촉진했다.

폭발적 성장

2020년 코로나19로 원격 근무가 확산되자, Notion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21년 10월, Sequoia와 Coatue로부터 2억 7,500만 달러를 투자받으며 기업가치 100억 달러를 달성했다. 2024년에도 100억 달러 밸류에이션을 유지하고 있다.

Evernote 사용자들은 Notion의 유연성과 협업 기능에 매료되어 대거 이동했다. Evernote가 개인 노트 앱에 머물렀다면, Notion은 개인과 팀 모두를 위한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더 유연하고, 현대적인 UI에, 협업 기능도 강력했다. Evernote는 느리고 버그 많은 레거시 앱이 되어갔다.

데이터 주권의 부상: Obsidian의 약속

2020년, 또 다른 경쟁자가 등장했다. Obsidian은 “로컬 우선(local-first)”과 “데이터 주권”이라는 명확한 철학으로 시작했다. 마크다운 기반으로 작동하며, 모든 파일이 사용자의 컴퓨터에 저장된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망하거나 정책이 바뀌어도 데이터는 안전하다.

Evernote가 “Your data is yours”라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한 반면, Obsidian은 이를 실제로 구현했다. 양방향 링크와 그래프 뷰를 통해 아이디어 간 연결을 시각화할 수 있으며, 풍부한 플러그인 생태계로 기능을 확장할 수 있다. 개인 지식 관리(PKM) 운동의 중심이 되며 빠르게 성장했다.

Bending Spoons 시대: 파괴의 시작

인수와 즉각적인 구조조정

2022년 11월, 밀라노 기반의 앱 개발사 Bending Spoons가 Evernote 인수를 발표했고, 2023년 1월 공식적으로 완료되었다. 인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2023년 2월, 첫 번째 해고가 시작되어 129명이 해고됐다. Bending Spoons 대변인은 “Evernote는 수년간 수익성이 없었고 상황이 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2023년 7월, Bending Spoons는 Evernote의 미국과 칠레 기반 직원 대부분을 해고하고 운영을 유럽으로 이전했다. 공식 블로그에서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유럽에서 매우 강력한 Bending Spoons의 고용주 브랜드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동기화 제한: 실질적인 사용의 족쇄

Export 제한보다 실제 사용자들에게 더 큰 타격을 준 것은 동기화 제한이었다.

2016년, Evernote는 무료 사용자의 동기화를 2개 기기로 제한했다. 이전까지 무제한이었던 기기 동기화가 갑자기 2개로 줄어들자 사용자들은 충격을 받았다. PC와 스마트폰, 태블릿을 모두 사용하는 사람들은 기기를 선택해야 했다. 바로 이 시기, Microsoft OneNote는 무료화를 선언했고, Google Keep과 Apple Notes는 무제한 동기화를 제공했다. 대조가 극명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무료 플랜 사용자는 단 1개 기기로만 동기화가 가능하도록 더욱 축소됐다. 웹 브라우저는 기기 제한에 포함되지 않지만, 모바일과 PC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서비스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Evernote 사용자 커뮤니티에는 동기화 제한으로 인한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PC와 휴대폰을 동기화해서 썼는데 갑자기 1개만 가능하다고 한다”는 글이 넘쳐났다. 특히 Evernote를 떠나려는 사용자들조차 데이터를 export하기 위해 데스크톱에 로그인하려 하면 기기 제한에 걸려 고통받는 상황이 발생했다.

데이터 인질극: 50개 노트 제한

2023년 11월 29일, Evernote는 무료 플랜 사용자를 노트 50개, 노트북 1개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이 제한은 12월 4일부터 시행되었다.

기존 무료 사용자가 이미 이 제한을 초과한 경우 보기, 편집, export는 가능하지만, 새 노트를 만들려면 유료 플랜으로 업그레이드하거나 기존 노트를 삭제해야 했다. TechCrunch는 Evernote가 이 변화가 고객들로 하여금 “Evernote와의 관계를 재고하게” 만들 수 있음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Your data is yours”라던 약속은 어디로 갔을까? Obsidian은 로컬 파일로 진정한 데이터 소유권을 보장하는데, Evernote는 데이터를 인질로 잡았다.

가격 폭등

Bending Spoons 인수 후 가격 인상은 더욱 가속화됐다. Evernote 사용자 커뮤니티는 분노로 가득 찼다.

2023년 9월에는 연간 $49.99에서 $129.99로 160% 인상되었고, 2024년 초에는 일부 지역에서 500% 인상 사례가 보고됐다 (남아프리카 사용자 R199.99 → R1,199.99). 2024년에는 일부 사용자의 구독료가 85% 이상 인상되었고, 2025년 11월에는 유럽에서 €99에서 €199.99로 100% 인상되었다.

사용자들은 포럼에 이렇게 썼다:

“10년 이상 행복하게 비용을 지불해왔는데, 개인 사용 연간 구독료가 2배로 오르다니 충격적이고 실망스럽고 끔찍하다!”

또 다른 사용자:

“가격 인상이 부당하고 불합리하며 용납할 수 없다. 아무도 요청하지 않은 기능 더미에 거의 두 배를 지불하지 않을 것이다.”

OneNote, Google Keep, Apple Notes는 무료였고, Notion은 관대한 무료 플랜을 제공했으며, Obsidian은 핵심 기능을 무료로 제공했다. Evernote만 가격을 올렸다.

AI 기능 강제 탑재

설상가상으로 아무도 요청하지 않은 AI 기능(AI Note Cleanup, AI-Powered Search)을 억지로 넣고는 그걸 명분으로 가격을 올렸다. 많은 사용자들이 가격 인상이 어떤 새롭고 결정적인 기능으로도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사용자들이 원했던 건 “빠른 동기화”, “안정성”, “깔끔한 UI”였는데 말이다.

Bending Spoons의 비즈니스 모델

Bloomberg는 2024년 10월 기사에서 Bending Spoons를 “앱 스토어 세대를 위한 새로운 종류의 사모펀드”라고 표현했다. 그들의 전략은 명확하다.

저조한 실적이지만 인지도 있는 브랜드를 인수한 뒤, 대규모 해고를 통한 비용 절감과 무료 플랜 대폭 축소, 가격 인상을 통해 단기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Evernote뿐만 아니라 WeTransfer(2024년 인수 후 직원 75% 해고), Meetup, Filmic(전 직원 해고) 등 비슷한 패턴을 반복했다. Yahoo Finance는 Bending Spoons가 인수한 회사들에서 반복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eTransfer 공동창업자 Nalden은 2025년 12월 Bending Spoons의 결정을 비판하며 새로운 파일 전송 서비스를 구축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의 반응: Obsidian의 거부

2024년 12월, Bending Spoons는 Evernote의 강력한 경쟁자 Obsidian에 인수 제안 이메일을 보냈다:

“Bending Spoons가 Obsidian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는 게 얼마나 터무니없을까요? Obsidian은 실제로 사용자의 의견을 듣고, 이것이 긴밀하고 활기찬 커뮤니티를 육성했습니다…”

Obsidian CEO Kepano(a.k.a Steph Ango)는 이 이메일을 X(구 트위터)에 공개하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커뮤니티의 반응은 압도적으로 “잘했다”였다. Evernote의 몰락을 지켜본 사용자들은 Obsidian이 같은 길을 걷지 않기를 바랐고, Obsidian은 그 신뢰를 지켰다.

현재 상황: 다원화된 노트 앱 시장

Evernote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지금 Evernote를 계속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데이터 이전이 귀찮아서” 혹은 “익숙해서”이다. 새로운 사용자 유입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나 역시 비대한 용량의 사진과 보관된 기록 때문에 아직 Evernote를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더 이상 새로운 내용을 담지 않는다.

각자의 길을 찾은 경쟁자들

노트 앱 시장은 이제 다원화되었다. 모든 것을 하려는 하나의 앱이 아니라, 각자의 철학과 가치를 가진 여러 앱이 공존한다.

Notion은 100억 달러 기업가치를 유지하며 “올인원 워크스페이스” 시장을 리드한다. 팀 협업과 개인 생산성을 동시에 해결하는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Obsidian은 “데이터 주권”이라는 가치로 개인 지식 관리(PKM)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었다. Bending Spoons의 인수 제안을 거부하며, Evernote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Microsoft OneNote는 시장 점유율은 낮지만, Microsoft 생태계 사용자들에게 안정적인 대안으로 자리잡았다. 완전 무료 정책을 유지하며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Google Keep은 “빠른 메모”라는 명확한 가치 제안으로 대중적 인기를 유지한다. 복잡함을 거부하는 사용자들의 선택지다.

Apple Notes는 Apple 생태계 내에서 강력한 입지를 다졌다. iPhone, iPad, Mac 사용자들에게는 추가 비용 없는 완벽한 솔루션이다.

이제는 Notion, Obsidian, Logseq, OneNote, Google Keep, Apple Notes 같은 대안들이 훨씬 더 나은 선택지가 되었다. 특히 Obsidian처럼 로컬 파일 기반으로 작동하는 서비스는 “Your data is yours”라는 약속을 실제로 지킬 수 있다.

교훈: Evernote가 남긴 것

Evernote의 몰락은 단순히 한 회사의 실패가 아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의 문제점과 사모펀드 스타일 인수의 폐해를 보여주는 사례다.

사용자 신뢰는 한 번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다

“Your data is yours”라던 약속은 회사가 바뀌면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Evernote는 이를 증명했고, Obsidian은 처음부터 데이터 주권을 보장하며 신뢰를 구축했다.

무료 경쟁자가 있는 시장에서는 명확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OneNote, Google Keep, Apple Notes가 무료인데, Evernote는 왜 돈을 받아야 하는가?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Notion은 무료 플랜을 관대하게 제공하며 팀 플랜으로 수익화했고, Obsidian은 핵심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며 동기화 서비스로 수익을 냈다.

단순함은 강력한 경쟁력이다

모든 기능을 넣는 것보다, 하나를 완벽하게 하는 것이 낫다. Google Keep과 Simplenote가 증명했다. Evernote는 모든 것을 하려다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Notion은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했고, Obsidian은 새로운 가치를 제시했다. Evernote는 멈춰 있었고, 레거시 앱이 되었다.

사모펀드 스타일 인수는 제품을 죽일 수 있다

Bending Spoons의 단기 수익 극대화 전략은 Evernote의 장기적 가치를 파괴했다. Obsidian이 인수 제안을 거부한 이유이며, WeTransfer 공동창업자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이유다.

데이터 주권의 중요성

앞으로는 가능한 한 데이터 주권을 보장하는 오픈소스나 로컬 우선(local-first) 솔루션을 선택해야겠다. Evernote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교훈은, 클라우드 서비스에 데이터를 맡길 때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트 앱 시장은 Evernote의 몰락 이후 더 건강해졌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필요와 가치관에 맞는 앱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Evernote의 몰락은 안타깝지만, 시장은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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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곰은 2000년 MS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Pocket PC 커뮤니티인 투포팁과 2001년 투데이스PPC의 운영진으로 출발해서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5년 이후로 푸른곰의 모노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금은 주로 애플과 맥, iOS와 업계 위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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