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e이 AI를 포기했다고요?

애플 로고와 기술 퍼즐 조각들

Apple의 Gemini 도입: ‘자체 기술 포기’가 아니라 ‘원래 그런 회사’

최근 Apple이 Google의 생성형 AI 모델인 Gemini를 자사 운영체제에 통합하기로 한 결정이 알려지면서, 일부에서는 “Apple이 자체 AI 기술 개발을 포기했다”거나 “Google에 굴복했다”는 식의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은 지난 수십 년간 Apple이 성공적으로 구사해 온 핵심 비즈니스 전략을 간과한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Gemini 도입은 기술적 후퇴나 포기가 아니라, 외부의 최신 기술을 자사의 생태계에 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온 Apple의 일관된 전략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외부 기술 통합의 역사: iPod에서 iPhone까지

Apple의 이러한 전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1년 출시되어 디지털 음악 시장을 재편한 iPod을 들 수 있습니다. iPod의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외부에서 조달되었습니다. PortalPlayer의 펌웨어 플랫폼과 Pixo의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Toshiba의 하드 드라이브를 탑재하는 식이었습니다 [1][2]. Apple은 이 기술들을 자사의 상징적인 디자인과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로 완벽하게 포장하여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iPhone에서 더욱 정교하게 발전했습니다. iPhone은 전 세계 수많은 공급업체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아 만들어지는 ‘글로벌 협업’의 산물입니다. 예를 들어, 프로세서는 자체 설계하지만 생산은 TSMC와 같은 외부 파운드리에 맡기고, 메모리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서, 모뎀 칩은 Qualcomm에서 조달하는 방식입니다 [3][4]. Apple의 역할은 이 모든 하드웨어 구성요소를 최적의 형태로 통합하고, 여기에 강력한 iOS 운영체제와 App Store라는 독자적인 생태계를 결합하여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제품외부 기술 및 부품 활용 사례Apple의 역할
iPodPortalPlayer 플랫폼, Pixo OS, Toshiba HDD디자인, 사용자 인터페이스, iTunes 연동
iPhone삼성/SK하이닉스 메모리, Qualcomm 모뎀, Foxconn 조립A시리즈 칩 설계, iOS, App Store 생태계 구축
MacNeXTSTEP 운영체제 인수 (Mac OS X 기반)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최적화

스티브 잡스도 선택했던 ‘외부 수혈’

흥미롭게도, 이러한 ‘외부 수혈’ 전략은 Apple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회사를 위기에서 구할 때 사용했던 방법이기도 합니다. 1996년, 당시 Apple은 차세대 Mac 운영체제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때 잡스는 자신이 설립했던 NeXT의 인수를 Apple에 제안했고, Apple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NeXT의 운영체제였던 NeXTSTEP은 이후 Mac OS X(현 macOS)의 뼈대가 되었으며, 이는 Apple이 재기하는 데 결정적인 발판이 되었습니다 [5]. 이는 필요한 핵심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것만을 고집하는 대신, 외부의 검증된 기술을 과감하게 도입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Apple-Google 파트너십의 진화

최근의 Apple과 Google의 협력 관계 역시 이러한 전략적 판단의 연장선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두 회사는 오랫동안 Google을 Safari의 기본 검색 엔진으로 설정하는 계약을 유지해 왔으며, 이를 위해 Google은 Apple에 연간 20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을 지불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6]. 하지만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시장법(DMA) 시행으로 Safari의 독점적 지위에 변화가 생기면서, 두 거대 기술 기업의 협력 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이번 Gemini 도입은 기존의 검색 엔진 파트너십이 AI 비서(Siri)와 운영체제 차원으로 확장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Apple은 가장 발전된 AI 모델 중 하나인 Gemini를 활용하여 Siri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사용자에게 더 나은 AI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반면 Google은 자사의 AI 기술을 수십억 대의 Apple 기기에 탑재함으로써 AI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각자가 가장 잘하는 영역에 집중하여 시너지를 창출하는 전형적인 ‘윈윈’ 전략입니다 [7].

결론: ‘포기’가 아닌 ‘선택과 집중’

결론적으로 Apple의 Gemini 도입은 ‘자체 기술 포기’라는 단편적인 시각으로 볼 사안이 아닙니다. 이는 외부의 최고 기술을 활용해 자사 제품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내부 역량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 디자인, 그리고 사용자 경험과 같은 핵심 가치에 집중하려는 Apple의 일관된 비즈니스 전략의 발현입니다. Apple은 지난 수십 년간 이러한 방식으로 3조 6천억 달러(2026년 1월 기준)가 넘는 기업 가치를 쌓아 올렸습니다 [8]. 이번 결정 역시 그 성공 방정식의 연장선에 있을 뿐입니다.


참고 자료

[1] iPod – Wikipedia
[2] Pixo – Apple Wiki | Fandom
[3] Apple supply chain – Wikipedia
[4] Who Are Apple’s iPhone Contract Manufacturers? – Forbes
[5] NeXT – Wikipedia
[6] Google and Apple’s $20 billion search deal survives – The Verge
[7] Apple, Google strike Gemini deal for revamped Siri in major win for … – Reuters
[8] Apple (AAPL) – Market capital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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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곰은 2000년 MS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Pocket PC 커뮤니티인 투포팁과 2001년 투데이스PPC의 운영진으로 출발해서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5년 이후로 푸른곰의 모노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금은 주로 애플과 맥, iOS와 업계 위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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