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의 케이블 재전송 위법 판결에 대해

법원이 디지털 케이블 텔레비전에 지상파 재전송은 위법이라고 했습니다. 원칙대로라면 옳다고 생각합니다. 옳다. 라고 생각은 하는데, 이 판결을 내린 판사 집은 과연 케이블 텔레비전으로 지상파 텔레비전을 볼까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뭐 법전 외에 계량화된 판결을 내리는 조건이 없는것이 아니고서야 이런 상황이 참작되지 않은건 좀 유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지상파 업계가 하는 짓, 특히 SBS가 하는 짓은 어쩜 꼭 일본 민방들이 하려고 하는 짓을 닮아가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주지하시다시피, 일본은 거의 대부분이 지상파를 단독 수신해서 봅니다. 지상파도 보고, 약간 더 산다 싶으면(빈곤을 면할 수준이라면), BS나 CS도 달아서 봅니다. 아파트나 맨션이라 힘들면 공청을 해서 그냥 달아서 봅니다. 재전송해서 보는 경우는 드뭅니다. 재전송해야할 정도의 난시청 지역이 있으면 TV 탑을 세워서라도 없앱니다. 도쿄타워는 에펠탑과 달리 오브제나 전망대가 아닙니다 -_- 송신탑이죠. 2012년인가 연다는 일본 최고 높이의 구조물이라는 도쿄 스카이트리도 전망대가 아니라 디지털 방송에 완전히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송신탑이죠. 물론 눈요기도 확실히 됩니다만… 오사카, 삿포로, 등등 어느 도시를 가도 TV를 위한 송신탑이 있습니다. 유료 방송으로 위성이나 케이블이 있는데, 이걸로는 지상파는 재전송 안해줍니다. 지상파는 지상파 대로, 위성은 위성대로, 유료방송은 유료방송 대로 영역이 완전히 정해져 있고, 서로 침해하지 않습니다.
이걸 원하는겁니까? 우리집에서 만약 지상파 방송을 수신하기 위해서는 한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방마다 창에 구멍을 뚫어서 천정이나 창에 UHF 안테나를 달아주면 됩니다. 근데 우리동네 별로 감도 안좋습니다. 따라서, 유감스럽게도 천정에 큰 안테나를 달아야 합죠. 즉, 천정에 안테나 하나 달고, 스플리터(분배기)하나 달고, 부스터(증폭기)하나 달아서 TV가 있는 방마다 하나 씩 창에 구멍 뚫어서–마치 HFC(케이블)인터넷 넣듯이–안테나 선을 인입해서 TV에 달아야 합니다. 이 뻘짓을 피하려면, 공청 선에 넣어야 합니다만,  지금 대다수 가구가 케이블 방송을 보고 있으므로, 모두가 케이블 TV를 끊고, 지상파 안테나를 달던가, 아니면 공청설비를 “내 돈으로” 한 계통 더 마련해서 모든 방마다 공청 구멍을 하나 더 만드는 개삽질을 해야합니다. 자…. 좌 우, 어딜 봐도 삽질입니다.  나는 레밍쥐고, 불구녕으로 뛰어들래? 바닷물로 뛰어들래? 하는 격입니다. 자, 그래 두 계통을 마련했다고 가정합시다. 케이블 방송 보다가 지상파 디지털 방송 보려면?
안테나 뽑고 다시 꽂아야죠. TV는 싱글 튜너니까요. 쩝.
그럼 이쯤 되면,  공청 설비는 지상파 안테나로 바꾸고, 케이블 방송을 방마다 하나씩–아까도 말했듯이 케이블 인터넷처럼–선을 따면 되지 않느냐.. 라는 생각도 드는것도 사실입니다. 하… 하지만 글을 쓰면서도 한숨이 나는데. 이짓이나 저짓이나, 삽질은 삽질이죠. 결국, 그말은 디지털 셋톱박스로 케이블 보다가 지상파 보려면 외부입력 버튼 눌러서 지상파로 바꿔야 한다는건데… 뭐 “일본이라면” 이렇게 합니다만. 여긴 일본이 아니걸랑요? 좋은건 따라해도 나쁜건 따라 하지 맙시다. 그래 너 들으라는거야 시방새(SBS)! 밴쿠버 하고 남아공 때부터 아주 싹수가 노랬어!
그래요. 저는 HDTV에 디지털 케이블 TV를 연결해서 봅니다. 그리고 아날로그 상품에도 가입되어 있어서 그것도 TV에 직접 연결해놨습니다. 이건 공청 분배 단자(벽)에서 연결해놓은 거구요. 게다가 옛~날 고리짝적에 두루넷이 티브로드(한빛방송)망 임대하던 시절 때 쓰던 동축 선을 방에 따서 쓰던 지라 딱 좋게도 디지털 케이블 텔레비전은 창 넘어로 그 선을 연결해서 보고 있습니다. 네.. 바로 그 ‘악몽스런’  상황의 테스트 베드인 셈입니다.
자, 그럼 뭐가 문제냐? 싶겠죠. 네 문제 없어요. 모든 디지털 케이블 가입자들이 저처럼 디지털 튜너를 가진 HDTV를 가지고 있다면 말이죠. 거기에 2012년에 아날로그 방송을 쫑낼게 아니라면 말이죠.
2012년에 아날로그 방송이 쫑나면 가령 제 옆방에 동생방에 있는 아날로그 텔레비전은 방송을 볼 수 없지만, 디지털 케이블에 가입하고 셋톱박스를 달면 그냥 그대로 볼 수가 있습니다. 모든게 해피해지죠. 근데 지상파 재전송이 끊기면? 뭐 어쩌겠어요. 테레비 새로 사야죠. 아니면 케이블 방송 회사한테 듀얼 튜너로 공청 안테나 겸용으로 만들어 달라고 하던가….
그러니까 한마디로 이 법원의 법복 입은 아저씨( 또는 아줌마?)의 멍청한 판결 덕분에 2012년 디지털 전환이 대폭 차질을 빚게 되었다는 말을 하게 된겁니다. 이 나라의 공중파의 직접 시청 비율이 극히 낮은 상황이고, 그 상황에서 가장 쉬운 디지털 전환 방법은 디지털 유료 방송(디지털 케이블, 디지털 위성, IPTV)입니다.
가뜩이나 디지털 전환이 어렵습니다. 저는 디지털~ 디지털~ 노래를 부릅니다. 제발 우리나라 방송도 디지털로 좀 드라이브를 걸어야한다고 죽어라 장창 노래를 불렀습니다. 옆나라에 쿠사나기 쯔요시가 디지털화를 외친다면 감히 한국에서는 푸른곰이다! 라고 우기고 싶을 정도입니다.
2010/08/27 – [문화,엔터테인먼트] – 투니버스의 SD방송과 너에게 닿기를의 투니버스 방영
2009/11/07 – [기술,과학,전자,IT] – 과감한 HD 제작의 실행의 필요성이 있다.
2009/09/12 – [기술,과학,전자,IT] – 적극적인 디지털 텔레비전 전환 안내가 시급하다
등등등…. 그런 와중에 이런식으로 찬물을 끼얹으니 아주 정말 문자 그대로 힘이 쫙 빠집니다.
해서, 잘 좀 둘이 화해해서 디지털 케이블로 재전송하는 것으로 해결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주로 펼치는 논리 전개 방법은 “구미나 일본은 이런식인데 우리나라는 이런식으로 해야하지 않겠나”인데 그건 구미나 일본의 좋은 점이고… 이건 어딜 보나 안좋은 점을 따라가는겁니다. 일본 테레비 사면 튜너가 세개입니다. (지상파/BS/CS) 안테나도 3계통이구요. 이게 어딜 봐서 정상입니까? 이런 꼬라지를 만들어야 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