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퓨터가 오늘날처럼 강력한 시기는 없었지만, 한편으로 이렇게 약해진 적도 없을 것입니다. 컴퓨터의 처리 능력은 나날이 향상되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퍼스널 컴퓨터의 성능은 과거 최고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그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는 일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을 생각해 보십시오. 한국인의 은행 업무에서 모바일 뱅킹 사용 비율은 아마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요? 컴퓨터에 깔아야 되는 수많은 보안 프로그램과 연관이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카드 결제나 쇼핑처럼 컴퓨터가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인 이유로 컴퓨터로 처리하기 귀찮은 일들이 컴퓨터에서 밀려나고 있고 사람들은 이로 인해 컴퓨터를 사지 않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나 토스뱅크는 출범 당시부터 컴퓨터용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고요. 애당초 컴퓨터용 뱅킹 서비스를 제공했던 케이뱅크는 나중에 아예 없애버렸습니다.
컴퓨터로 할 수 있다 하더라도 문제는 끝난 게 아닙니다.
로그인을 할 때 “휴대폰을 가지고 오십시오”, “QR 코드를 찍으십시오”, “휴대폰으로 인증을 받으십시오” 하는 등의 경우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컴퓨터가 스탠드얼론 디바이스(standalone device)로 존립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물론 이것은 저만의 감상일 수도 있고, 컴퓨터를 이용해서 강력한 AI 연산이나 AI 개발, 게임을 즐기시는 등 하드코어한 분들에게는 이 주장이 전혀 와닿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소비자 시각을 가지고 있고, 일반 소비자 시각에서 컴퓨터는 점점 필요 없는 디바이스, 즉 잉여스러운 장치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굳이 큰 화면이 필요하다면 스마트 TV를 사면 되고, 그 외의 경우에는 휴대폰으로 다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애플 1으로 출발했던 애플 컴퓨터 주식회사가 결과적으로 아이폰을 주축으로 한 애플 인코퍼레이티드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개발국가나 개발도상국은 차치하더라도, 저개발국가에서 휴대폰은 사실상 컴퓨터이자 컴퓨팅 디바이스 그 자체입니다.
이러한 추세가 좀 더 확대되어, 소득이 더 높고 발전된 국가까지 확대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컴퓨팅 디바이스의 추세와 트렌드가 완전히 바뀌었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컴퓨터를 당장 스마트폰으로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점점 스마트폰에 입지를 잃어가는 컴퓨터를 보면서 아쉽게 생각하는 건 저뿐입니까? 왜냐하면 컴퓨터에는 넓은 화면과 키보드, 그리고 처리 능력이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놀리는 현재의 상황이 더욱더 아쉽게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