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기본적으로 여행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집 떠나면 개 고생” “이불 밖은 위험해”를 신조로 삼고 있는, ‘집 정말 좋아’ 인간 입니다. 그런 저여도 작년에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그리고 첫 제사에는 참가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번에 제사에 다녀올때는 맥북과 아이패드, 그외 이것저것을 챙겨서 갔습니다. 그 여행에서 느낀 사실에 대해 서술하고자 합니다. 이번 여행은 KTX로 서울역으로, 서울역에서 강릉역까지, KTX-이음, 그리고 다시 돌아올 때 KTX-이음을 타고 서울역에서 무궁화호로 환승하는 여정이었습니다

맥북 에어: 가벼워서 손해볼 것 없다
맥을 들고 여행을 떠난게 도대체 얼마만일까 생각해봤지만 거의 답이 안나올 정도입니다. 지난 번 강릉에 갔을 때는 HP Dragonfly G4를 가져갔거든요. 2kg 짜리 맥북 프로를 들고갈 용기는 도저히 나지 않았을 뿐더러, 성능면에서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M4 맥북 에어의 경우에는 그 정도로 용감함이 필요하지 않은 크기와 무게였으므로 이번에 들고 갔습니다. KTX 이음의 우등실을 탑승했습니다만, 트레이에 충분히 맞는 사이즈였습니다만, KTX 차내의 보안 Wi-Fi는 캡티브 화면에서 맥이 진행하지를 못해서 그냥 차내 충전기에 놓아둔 아이폰을 통한 테더링으로 인터넷을 사용했습니다. 여러분께서 이미 경험해보셨겠습니다만, 아이폰을 통한 테더링은 암호 입력조차 필요없이 매우 물 흐르듯 잘 되었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의 이동 동안 맥북 에어는 그저 ‘짐’이 아니라, 언제든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도구로 존재했습니다. 가볍다는 사실은 단순히 들고 다니기 편하다는 차원을 넘어, 심리적인 부담까지 줄여 주었습니다. 꺼내 쓸까 말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무게가 아니라, 필요하면 자연스럽게 꺼내 들 수 있는 무게였고, 그 덕분에 이동 중에도 메모를 정리하고, 생각을 정돈하고, 간단한 작업을 처리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여행 내내,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동 시간 전체가 곧 ‘즉전력’이 될 수 있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작고 가볍다는 것은 분명 손해 볼 요소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여행이라는 비일상적인 환경에서는 이 장점이 배로 체감됩니다. 다만, 언제나 그렇듯 아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셀룰러 모뎀이 내장되지 않았다는 점은 역시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으로 남습니다. 아이폰 테더링이 워낙 매끄럽게 동작하니 실사용에 큰 불편은 없었지만, 만약 맥북 자체로 네트워크에 바로 연결될 수 있었다면 훨씬 더 자유로운 사용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습니다. ‘완성형 이동형 컴퓨터’에 대한 욕심은 이런 순간에 다시 고개를 듭니다.
뜻밖의 대활약 : 에어팟 프로 3세대
그 밖에 언급할 것이라면, 에어팟 프로 3세대가 예상 밖의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출발 전까지만 해도 소니의 WH-1000XM6를 주력으로 사용할 생각이었는데, 막상 열차에 오르고 나니 에어팟을 끼고 있는 시간이 훨씬 길었습니다. 노이즈 캔슬링 성능이 KTX 차내 소음 환경에서 WH-1000XM6와 비등비등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더 잘 억제된다고 느껴질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차륜 소음과 저주파 진동이 많은 환경에서도 귀가 편안했고, 음악이나 음성 콘텐츠에 집중하기가 쉬웠습니다.
배터리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확실히 늘어난 덕분에, 이동 시간 내내 배터리를 의식할 필요가 거의 없었습니다. 케이스를 열고 닫는 것조차 신경 쓰지 않고, 그냥 필요할 때 귀에 꽂고 빼는 정도로 충분했습니다. 장거리 이동에서는 이런 사소한 ‘신경 쓸 일의 감소’가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듭니다.
결국 이번 여정은, 제가 여전히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동시에, 기술과 도구가 불편함을 얼마나 많이 덜어줄 수 있는지를 체감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집을 떠나는 순간의 부담은 여전했지만, 그 안에서 맥북 에어와 에어팟 프로는 최소한의 스트레스로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신조가 완전히 바뀌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다음에 다시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할 일이 생긴다면, 이번과 같은 조합을 다시 한 번 주저 없이 챙기게 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