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줄 요약: ‘나는 그동안 손해 보고 살았군요’
M4 맥북 에어를 구입하고 느낀 것은 “애플 실리콘이 나온 이래 인텔 맥을 쓴 시간만큼 인생 손해 보고 살았다” 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M4 맥북 에어를 구매한 배경
여러 차례 블로그에서 밝혔듯이, 제가 쓰던 2018 맥북 프로의 신규 OS 지원이 끝났습니다. 제가 애플 실리콘 전환 직후에 밝힌 글에서 2025년까지만 지원 되면 좋겠다 적었는데, 딱 그 정도까지 지원된 셈입니다. 그 외에도 컴퓨터 자체가 노후화 된 것이 큽니다. 물론 깨끗하게 썼기 때문에 상태는 매우 깨끗한 편이지만, 이제는 웹브라우저만 돌려도 후끈후끈하고 팬이 돌아가거든요. 호시탐탐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을 꾀했지만 이전에 들인 만큼 금액과 동등 혹은 그 이상의 맥북 프로의 상위 기종을 늘 시야에 두고 있었기에 다른 지출에 순위가 밀려서 이뤄지지는 못했습니다. 왠지 그정도 돈은 들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야 쓸만한 컴퓨터일 것 같다는 생각에 14” 프로도 거들떠 안보고 16” 프로의 고사양 모델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문득 든 생각이 있습니다.
그 사양, 나한테 필요한 걸까?
이런 의문이죠.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M4 Pro니 Max니 하는 프로세서의 사양이 저한테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필요하지 않다는걸 알게 됐죠. 애플의 금칠한 SSD나, 메모리도 그 정도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처음 생각하던 사양을 얘기했을때, 지인께서 “무슨 고도의 과학 계산이라도 하시냐” 하셨던게 떠올랐습니다.
macOS 26 Tahoe 릴리즈를 앞두고, 저는 그래서 제가 사용하는 용도를 냉정하게 검토하고, 주변 지인과, 애플 온라인 스토어의 판매원들, 그리고 복수의 AI 챗봇과의 대화를 통해 제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맥북 에어로 충분할 것이라는 계산을 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M4 에어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하는 일들 (맥북에 기대 하는 것들)
저는 재택근무하며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고,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여가 활동에 컴퓨터를 사용합니다. 웹사이트를 돌아 다니거나 동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하는 것이죠. 그에 더해서 맥에 다수 존재하는 생산성 어플리케이션을 쓸 수 있으면 됩니다. 다만 멀티태스킹을 하는 버릇이 있으니 메모리는 충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데이터를 많이 쌓아두는 버릇이 있어서(실제로 데스크톱은 2TB SSDx2, 2TB HDD를 쓰고 있습니다) SSD 용량은 충분했으면 싶었습니다.
M4 맥북 프로와 갈등
그런 가운데에서 M4 맥북 프로와 갈등했던 것은, 가끔 보는 HDR 동영상의 표시 품질, 그리고 스피커의 음질일까요. 하지만 M4 맥북 프로는 더 두껍고, 더 무겁고, 더 큽니다. HP Dragonfly G4가 저에게 준 영향이라면, 일상적으로 쓰는 컴퓨터는 작고 가볍고 얇아서 나쁠게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컴퓨터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기종이니 M4 맥북 프로를 배제하기로 했습니다.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
선택한 사양
그러한 전차로, 10코어 CPU/10코어 GPU에 SSD와 RAM을 각각 2TB/32GB로 설정한 기종을 선택했습니다. 이쯤 되면 보통 속된 말로 ‘그돈씨’가 됩니다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제가 컴퓨터 사는데 한 푼 보태주는 것 없을 뿐더러, 이미 맥북 프로를 배제하기로 한 마당에 가격에 낚여서 선택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물건을 사는 이유가 가격이라면 사지 말라.
물건을 사지 않는 이유가 가격이라면 사라.
해서 왜 굳이 SSD와 RAM을 이렇게 했냐면, 제가 지금까지 쓰던 인텔 맥이 32GB RAM에 2TB SSD를 썼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인텔 맥의 스펙을 그냥 답습한 것입니다. 그런데, 따로 말씀 드리겠습니다만, 동생을 위해서 같은 10코어 CPU/GPU의 맥북 에어를 사서 선물했는데 16GB RAM으로도 생각보다 쾌적하더군요. 흠.
아, 그리고 2018년 모델과 같이 US ANSI 키보드입니다. 근데 동생의 한글 키보드를 봤는데 굳이 US 키보드를 고집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더군요.
구매 및 수령
구매는 15일 점심 시간 전에 전화로 했습니다. 애플에 전화를 걸어서 견적서를 받고 검토 후에 구두로 카드번호를 불러서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17일 발송되었고, 정~말 기다리게 한 끝에 22일 수령했습니다. 그 사이에 나중에 주문한 동생의 맥북이 먼저 도착했고, 설정 해서 이틀 지나고 받았나… 그럴겁니다. 9월 제조 제품이었고 마지막 충전이 9월 17일 새벽 4시에 이뤄져 있었습니다. 즉, 출고 전 최종 작업은 Tahoe가 발표된 다음이었으나, Sequoia가 탑재되어 있었습니다.
장점
작고 얇은 바디
우선 배송 상자가 작아서 놀랐습니다. 물론 그 덕분에 무게는 더 묵직하게 느껴졌지만요. 기발한 완충 구조의 배송 상자를 분해하듯 꺼내서 제품 상자를 맞이하게 되는데요. 그 제품 상자에도 완충재나 밀봉 비닐은 없습니다. 환경에 대한 의욕으로 애플은 정말로 플라스틱과 웬수를 지기로 했나 봅니다. 아무튼, 거기 안에 있는 것은 처음 13” 맥북 에어를 보는 입장에서 생각 이상으로 작고, 얇은 판대기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외에 문서류와 어댑터와 케이블이 있지요)
맥북 에어를 들고 사용하면서 느낀 것은 역시 크기가 작고 얇고, 가벼우니 부담없이 자세를 바꾸거나 들고 이동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누워서 쓰기도 하고 앉아서 쓰기도 하고, 엎드려 쓰기도 하고 자유롭게 쓸 수 있었습니다. 어느 자세로든 컴퓨터가 부담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성능에 타협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능에는 타협이 없습니다. 빠릿빠릿하게 일상적인 업무를 해결합니다. 꽤나 많은 어플이나 브라우저 탭을 띄워놓고 사는 저입니다만, 이런 포터블 기종에서는 어느 정도 ‘자제’를 요구하게 됩니다. 하지만 맥북 에어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도 느려지지 않고 나중에 말하겠지만 그래도 크게 배터리가 희생되지도 않습니다. 애플 실리콘 기술의 M4 SoC는 이 모든 것을 마치 아무렇지 않은 듯 가볍게 해냅니다. 저는 영상 편집자도 아니고, 앱 개발자도 아닌, 평소에는 컴퓨터로 업무를 보는 자영업자에 일개 블로거입니다만, 제가 기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이를테면 화상통화/회의를 비롯해서 각종 생산성 작업과 메신저와 메일 연락,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일까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가볍게 해냅니다.
배터리 역시 준비 만전
보통 노트북에서 성능을 타협하지 않으면 배터리가 제일 먼저 희생 당합니다. 이건 제가 30여년간 살면서 쌓아온 경험칙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이 놀라운 노트북은 성능이 희생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성능이 희생되지 않습니다. 스펙 시트의 시간이 좋은 의미로 무색할 정도로 멀티태스킹을 하며 음악이나 동영상을 재생하면서 글을 쓰거나 연락을 취하더라도 배터리는 무서울 정도로 천천히 줄어 듭니다. 완전히 충전한 다음 어댑터를 분리하면 다시 꽂을 여유가 생길 때까지 배터리에 관해서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해즈웰 맥북 에어를 쓸때는 배터리 소모 시험도 해봤습니다만, 이제는 그러기에는 나이 탓인지 귀차니즘이 심해졌습니다. 다만, 너댓시간 정도 아무렇지 않게 동영상 보고, 할일 하고 배터리 게이지를 봤을 때 75% 정도 남아 있을 때, 배터리 용량은 신경 쓸 필요가 없구나 여기게 되었습니다.
없다시피 한 발열
일단, 제가 사용하는 작업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맥북 에어는 거의 발열이 없습니다. 본체가 뜨겁기는 커녕 미지근한 경우도 드물 정도입니다. 제가 인텔 맥이 너무 뜨거워 손에서 땀이 나서 그걸 식히기 위해 선풍기를 쓴게 며칠전이라는 걸 생각하면 거의 삶의 질이 달라 졌다 해도 될 정도 입니다. 아마 영상 작업 같이 CPU나 GPU를 극한으로 밀어부치는 작업을 한다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제가 쓰는데 있어서는 기껏해야 ‘미지근해진건가?’라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현재로써는 에어를 선택한 것이 전혀 틀리지 않았다는 반증입니다.
(프로에는 아마도 못미치겠지만) 훌륭한 액정과 스피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동영상 등을 볼 때라던가, 음악이나 팟캐스트 따위를 틀었을때 화면 표시나 스피커의 음질이 어떨지, 그걸 우선해서 Mini LED나 6 스피커를 채택한 맥북 프로를 사야하는가 고민했었습니다. Mini LED 화면은 iPad Pro 12.9”(5세대)에서 이미 체험해서 알고 있기 때문이죠. 다만 맥북 에어의 화면도 스펙이나 모든 면에서 맥북 프로에 미치지 않습니다만, 제가 쓰던 맥북 프로와 거의 같은 사양입니다. P3 색 영역을 지원하는 500cd 화면이죠. 색상의 경우 8bit에서 10bit로 오히려 향상되었습니다. 스피커 갯수 역시 그러합니다. 저렴하고 작은 시스템에 한때는 맥북프로에나 들어가던 사양이 채택된 셈이죠. 디스플레이가 HDR을 지원하지는 않지만 HDR도 그렇고 돌비 애트모스도 그렇고 본체 만으로 디코드 해서 표시할 수 있는 능력은 있습니다. 따라서 저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사람이 평범하게 동영상 보거나 음악 듣는데는 커다란 지장은 없어보입니다. 맥북 프로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제가 받은 제품만 놓고 판단할 때, 역시 만족스러운 수준입니다. 이 정도 액정이나 스피커를 탑재한 제품을 맥북 에어의 판매 가격에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근데 느끼는건데 어디에서 소리가 나는 걸까요?
키보드와 트랙패드
2018 맥북 프로의 소위 ‘버터플라이 키보드’를 써온 입장에서 말하자면, 극적인 개선이라고 해도 거짓말은 아니겠지요. 물론 키 트래블이 그렇게 깊지는 않습니다. 키보드에 신경쓴 기종, 예를 들어 싱크패드를 치다 보면 부족함을 느끼겠지만, 드래곤플라이 등의 일반적인 기종에서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수준입니다. 버터플라이 키보드에서도 그 얇은 키 트래블은 싫어했으나 정확하게 칠 수 있는 느낌과 쳤을 때 전해져 오는 피드백은 좋아했는데 그것은 답습하였기에 깊은 키 트래블에 고집이 없는 이상, 빠르고 정확하게 입력하는 키보드의 본연의 일은 잘 해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물리 이스케이프 키가 큼지막하게 돌아와서 반갑습니다. (터치바는 그리울지도 몰라요)
애플의 외계인 고문 트랙패드는 여전히 건재합니다. 다만, 이건 딱히 나아진 것도 없거니와 나빠지지도 않았습니다. 15” 에 비해 본체 사이즈가 줄었다보니 그에 맞게 사이즈가 줄었다. 정도만 적어 둡니다.
헤드폰 잭
왼쪽면의 1개의 매그세이프 충전 포트와 2개의 Thunderbolt 4 포트를 제외하면 우측에는 3.5mm 헤드폰 잭만 존재합니다. 이 헤드폰 잭이 의외로 대단해서 100옴짜리 ER-4S가 전혀 문제 없이 구동 되는 출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게다가 음질도 나쁘지 않아요. DAP 쓰는건가? 싶을 정도.
에어팟과 찰떡궁합
한편으로 에어팟의 경우 공간음향이 완벽하게 지원되더군요. 인텔 맥에서는 그러지 않았거든요. 공간음향으로 페이스타임을 통해 대화를 해보면 마치 눈앞에서 사람이 말하는 것 같아 놀랍습니다.
웹캠(feat. 애플 실리콘)과 마이크 음질
코로나 시국을 거치면서 웹캠 화질이나 마이크 음질은 정말 중요해졌죠. 12메가 픽셀 센서를 1080p로 크롭해서 센터스테이지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화질에 훨씬 여유가 있고 다이내믹 레인지에도 여유가 있습니다. 특히 애플 실리콘이 제공하는 각종 기능(배경 제거나 각종 화질 향상)을 이용해서 “처음에는 외장 카메라와 조명을 사용하는 것 같다”는 반응을 들을 정도로 훌륭한 화질과 음질로 자신을 전달 할 수 있습니다.
근데 마이크는 3개 있다는데 어디에 있는걸까요?
아이폰과 연계는 더욱 더 강화
아이폰과의 연계를 맥을 설명하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습니다. 새 OS 버전 덕분에 배달의민족에서 시킨 음식이 어디쯤 오는지 휴대폰을 보지 않아도 맥 상단에 떠 있습니다. 이외에 수많은 아이폰과의 연계 기능이 포함되어 있죠.
애플 실리콘 전환은 성공한듯
제가 쓰는 거의 대부분의 앱이 애플 실리콘용 혹은 유니버설 앱으로 전환이 끝났습니다. 대단하더군요.
단점
예상대로 줄어든 포트
뭐 사면서 예상한 것이지만, 포트 갯수는 줄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불편한건 아니지만, USB-C/Thunderbolt 4가 한쪽에만 있는건 불편하네요.
Wi-Fi 7 미지원, 슬슬 지원할 법한데…
아직까지는 애플은 Wi-Fi 7을 본격적으로 지원할 생각이 없는거 같습니다. Wi-Fi 6E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물론, 이 정도만 해도 끽해야 1Gbps 인터넷 환경에서 부족함은 없겠지만요.
디스플레이의 M자 탈모
능숙하게 감추고 있습니다만 디스플레이의 M자 탈모는 왜 만든걸까 생각하게 됩니다. IR 카메라로 얼굴 인식을 지원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작고 얇기에 더욱 강조되는 무게
에어가 에어가 아닌건 새삼스러운게 아닌데… 그럼에도 1.24kg란 무게는 작고 얇기에 더욱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편평한 디자인이다보니 아주 꽉꽉 채운 판 모양의 금속 덩어리를 들고 있는 느낌입니다.
결론
종합적으로 볼 때, 이만한 가격에 이만한 다른 노트북을 찾기는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화면과, 키보드, 스피커는 물론, 성능과 스태미너를 겸비하고 있습니다. 프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노트북으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macOS를 쓸 각오가 있다면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라는 얘기죠.
저 개인적으로 인텔 맥북 프로의 꽤 높은 사양에서 옮겨왔음에도 저 자신은 커다란 불편함이나 불만이 없고, 오히려 쾌적한 속도와 부가기능, 그리고 배터리를 마음껏 향유하고 있습니다. X86 노트북에서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서 이리저리 궁리했으나, 그런 것 전혀 없이도 ‘알아서’ 훨씬 오래가는 배터리를 보면서 만족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