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와 롱폼, 철 지난 듯한 것에 매달림에 대하여

생각해보세요. 예전에 인터넷에 자신의 생각을 올리는 것은 컴퓨터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이었습니다. 생각을 하고 글을 쓰고 올리기 버튼을 눌러서 완성되는 하나의 의식 같은 행위였단 말이죠. 아이팟 터치로 Twitterrific(…RIP)을 통해서 제한적이나마 트윗을 하다가 아이폰을 통해서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게 되었을 때 전율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사진과 동영상, 단문을 언제 어디서나 올릴 수 있는데 책상 머리에 앉아서 또각또각 글을 쓰는 것의 철 지난 무언가에 매달리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글루스가 문닫고, 다음이 롱폼 플랫폼을 통폐합하는, 이 와중에 오히려 롱폼을 올리고자 해도 올릴 장소가 마뜩찮고, 롱폼을 올릴 시간과 공간적 여유가 있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일종의 여유 내지는 특권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뒷방 영감네가 된 기분이 나아지긴 합니다.

세월이 흘러 흘러, 항간에서는 트위터가 절찬리 망해가는 중이고 이를 대체할 서비스가 군웅할거하고 있습니다만, 그 어느 서비스도 사실 롱폼에 적합한 플랫폼은 없지요. 롱폼이라는 형태가 쿠키 만한 사이즈의 SNS 컨텐츠에 지고 있는게 현상입니다만, 그래도 존재할 필요가 있는 형태의 물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므로 저는 아직도 어딜 가더라도 블로거라고 밝히는데 있어서 어떤 망설임이 없습니다. 글쎄, 틱톡이나 유튜브로 뜬다면 모르겠습니다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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