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iPhone 3GS – 궁극의 최종병기

iPhone은 내가 바라마지 않던 것이었다. 작년 이맘때까지만 해도 사실 iPod touch 조차도 관심이 없었다. 작년 연말에 iPod touch를 구입하고 나서도 한동안은 음악만 들었다. 하지만 어플리케이션과 웹을 써보니 이걸 가지고 나갈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어떤 어플리케이션은 마이크와 카메라를 필요로 했다. 예를들어 워드프레스 앱이나 트위터 앱은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로 포스팅하거나 트윗할 수 있는데 카메라가 없는 터치로는 언감생심이다. 또, 와이파이가 별로 갖춰져 있지 않는(태국에서 지냈다 온 내 선배 말로는 ‘(인터넷속도가 훨씬 느린)태국보다도 못한’) 한국에서는 사실상 터치는 절름발이다. 그러다보니 무선 모뎀이 달린 iPhone은 자연스럽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설이 오고가던 iPhone이 출시되었다. 출시전 만큼이나 출시후에도 잡음이 많았다. 배송은 공지없이 미뤄졌으며, 개통은 대폭 늦어졌다. 연락은 전혀 되지 않았고, 공지조차 없었다. 거기에 지금은 보상대책이 대충 정해졌다고는 하나, 거의 별다른 어려움없이 대리점에서 구매가 가능한점도 안좋은 일이다.

아무튼 기계를 받아서 개통을 한 다음에 아이폰을 가지고 놀았다. 트위터를 하고 블로그에 글을 쓰고, 박스웹(m.boxweb.net)을 이용해서 커뮤니티를 돌아다니고 웹검색을 통해서 카페에 글을 읽고 쓰고, 뉴스를 보기도 하고 메일을 보고 음악을 듣고 전화를 했다. 아이폰의 카메라는 몇만화소인지조차 모르겠으나, 그 활용도면에서는 1200만화소짜리 DSLR에 못지않는 활용이 가능하다. 사진을 찍어서 바로 트위터나 블로그에 첨부하는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했다. 어제는 집에서 뒹굴거리며 Wi-Fi로 했고,  오늘은 실전으로 바깥에 나가서 3G로 사용했다.

어디서든 인터넷은 생각보다 위력적인 것이었다. 영등포까지 영화를 보러 오가는 길 동안 음악을 들으며 아이폰으로 서핑하며 보내자, 거짓말 조금 보태서 금정에서 환승하는 것을 놓칠뻔했고, 정신차리고 그만두자 금천구청에 갈때까지 금방 몰두하게 되었다. 영화를 기다리면서 스타벅스에서 인터넷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유튜브로 ‘놀라는 고양이’ 동영상을 보다가 뿜어서 반경 수미터의 집중을 모았다. 그러다가 영화가 끝나고 영화의 감상에 대한 일성을 영화관에서 나오자마자 같이 영화를 본 그 누구보다도 빨리 세상으로 타전했다. 몇시간의 빈 시간과 이동시간의 지루함을 일소시켜줌과 동시에 인터넷 세상과 끊임없이 연결해 주었다.
 
아이팟 터치에 휴대폰을 더했을 뿐인데 할 수 있는 일과 즐거움은 몇배가 되었다. 물론 아이폰의 장점 못지않게 단점은 존재한다. 일단 전화기능의 ‘한국적’인 기능이 없다. 초성검색이나 4자리 번호 검색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강의 기능은 갖췄지만, 아이폰 사용자 모임을 가면 무슨무슨 기능이 존재하는지 묻는 질문이 많다. 다행인것은 그중 어떤것은 개발자들에 의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해소가 된 점이 있어(예를 들어앞서 말한 초성검색이나 4자리 검색은 Kontacts라는 어플이 해결해준다) 스마트폰이라는 특성을 한껏 발휘하고 있지만, 사실은 대개는 애플의 제한 때문에 외산폰이라는 제약 때문에 안되는 기능이 여러가지 있다. 각종 포털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고 있고 한국 개발자 몇몇이 한국 실정에 맞는 앱을 개발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모바일뱅킹 등의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다. 나의 경우 살고 있는 지역이 난시청 지역이라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어떤 사람은 DMB가 없다는 점을 단점으로 꼽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배터리 문제는 아킬레스의 건이지만, 언론에서 말하는 것 만큼이나 심각하지는 않다. 집과 바깥에서 사용해본 결과 하루 일정 정도는 가볍게 소화할 수 있었다. 전철을 타고 한시간 가량 이동하고 한시간 정도를 앉아서 인터넷을 하고 다시 한시간 정도 돌아오면서 사용하고도 배터리는 충분히 남았다. 물론 그 사이사이에 트위터를 하고 메일을 확인하고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했다.  대기시에는 배터리가 아주 천천히 닳는다. 인터넷이 전력을 먹는 왠수인것이다. 문제는 이 기계는 종일 인터넷을 항상 할 수 밖에 없는 기계라는 점이다. 그래서 적지 않은 용량임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수명이 간당간당 한 것이다. 아마 어떤 기계도 이렇게 하루종일 조물딱거리면서 인터넷을 사용하면 좋건싫건 이정도 수순으로 소모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

나는 아이폰의 배터리를 들어서 ‘에반게리온’을 비유한 적이 있다. ‘궁극의 최종병기’이지만, 케이블이 분리되면 5분밖에 작동하지 않는 에바처럼, 엄청난 파워와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만큼 엄청난 전력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고, 유지하는데 적잖은 요금이 들지만, 그만한 가치를 확실히 해주고 있다. 어디서나 인터넷은 단순히 오타쿠나 얼리어답터만의 구호가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가능한 일이며,  정보 수집 및 교류의 도구가 되어  줌과 동시에 생활속에 융합된 풍부한 오락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도구가 되어준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과 장소를 무언가 찾고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인터넷 무료 요금이 작다는 사실에 절망할 것이다. KT는 아이폰에 대해서 표정관리를 하고 있지만, 아마 아이폰 사용자의 평균데이터사용량 매출은 지금까지 KT에서 출시한 그 어떤 단말기 보다 높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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