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스토어 독점에 관해서 말이 많아서 내 생각을 정리하고자 한다. 과연 앱스토어 독점은 절대악인가?
PocketPC 시절이 떠오른다. 플랫폼 홀더인 MS는 그야말로 자유방임으로 두었고 마켓플레이스 같은건 마련하지 않았다. 앱을 구하는 것은 개발자 사이트에서 사거나 Handango 같은 사이트에서 검색해서 사는 방법이 있었다.
개발자 홈페이지에서 사는 경험은 지금같이 페이팔이나 스트라이프 결제같은 편리한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체험판을 받아서 설치하고 나중에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이메일 주소부터 인적사항 카드번호 등을 전부다 입력하고 시리얼을 받는 방식이었는데 지금도 맥이나 PC에서는 여전히 있지만 페이팔이나 스트라이프 덕에 좀 나아졌다지만 앱스토어에 비하면 불편한것은 사실이다.
솔직히 말해서 2020년에 그짓을 모바일에서 하라고 하는 사람은 변태다. 그리고 다음으로 Handango 같은 거래 사이트를 거치는 방식이 있었는데 이건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이런 사이트가 앱스토어하고 다른게 뭔가? 커미션(수수료)가 얼마 정도냐? 차이 아닐까? 게다가 불편하기는 훨씬 더 불편하다.
사람들은 앱스토어 한군데에서 버튼 탭 한번에 앱을 살 수 있다는 것의 장점을 벌써 잊어버린것 아닐까 싶은 것이다. 모바일 개발자들은 배포, 판매에 대한 짐을 덜어 내린 것 뿐 아니라 사이드로드가 가능한 플랫폼에서 반드시 생기는 문제, 판매측에서는 불법복제, 구매자측에서는 멀웨어의 존재에 대해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다.
사용자는 아이폰에 설치 되는 앱이 애플이 검수를 한 안심할 수 있는 앱이라는 안심을 가질 수 있다. 애플은 프라이버시에 대해 계속 강조하고 있고 이를 차기 OS에서 더 강화할 모양이다. 한편 사이드로드를 해서 판매하는 스토어가 애플과 같거나 비슷한 수준의 프라이버시 정책을 가지고 있을지 알 수 없다.
우선 개발자 입장에서 일부 사용자가 시도하는 ‘탈옥’을 통해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사이드로드를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해적판 소프트웨어가 사용되는데 애플이 부지런히 탈옥에 여지가 되는 구멍을 막아오고 있기 때문에 개발자 입장에서 PPC나 안드로이드 초기 시절 같이 불법복제에 골을 썩지 않아도 되는 측면이 있다. 안드로이드에서 광고나 인앱 결제로 BM을 바꾼 계기가 불법복제가 시작이지 않았는가? 아이폰도 사실 최근에는 많은 앱들이 인앱 구매와 구독으로 돌아서고 있는데 근데 구독에 대해서 애플이 수수료를 일부 인하한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첫해 개발사 대 애플이 각 7:3, 이듬해부터 8.5:1.5)
에픽에서 콘솔과 모바일의 방향성이 다른 이유로 콘솔 개발업체들은 콘솔 적자를 소프트웨어로 보전한다는 점을 들었는데 앱스토어의 경우 무료앱, 광고로만 돌아가는 앱, 실물 거래를 하는 앱, ‘읽기 앱’, 크로스플랫폼 앱 등에는 일체의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자면 플랫폼에서 매출을 일으킨 사람에게만 비용을 전가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앱스토어가 큐레이션과 소비자에게서 직접 비용을 받지 않는 앱을 호스팅하는 비용은 그러면 어디에서 받을까? 여기서 생긴 적자를 유료 거래로 보전한다는 측면에 관해서는 에픽은 설명하고 있지 않다.
게다가 사이드로드로 빠져나가서 어느 정도 이윤을 남길 수 있는 회사는 솔직히 어느정도 규모를 가지고 있는 회사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이 커다란 난리통에서 가장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게 스포티파이나 페이스북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이 사달을 일으킨 에픽의 경우 갤럭시 스토어 등에는 삼성 독점으로 구글 플레이보다 먼저 입점해서 서비스를 실시한 바가 있고 MS는 갤럭시 스토어 독점 앱을 약속한 상태인데 이들의 공통점은 자사의 IP나 앱을 무기로 협상을 할만한 ‘힘’이 있는 회사라는 것이고 애플에 비해서 상대적인 크기로 비교하면 몰라도 절대적으로 약자는 아니다. 진짜 약자는 인디 개발자나 개인 개발자들을 말하는거지 에픽 정도로 멀쩡하게 자사의 플랫폼을 가질 정도의 회사는 적어도 아니다.
앱스토어의 심사 하면 말도 자의적인 규정으로 거절을 내리는 것만 생각하지만 시끄러운 일이 났을때 도드라지는 것이지 앱스토어에 있는 전체 앱과 전체 업데이트, 전체 거래를 볼때 과연 얼마의 비율로 애플에게 ‘갑질’을 당할까. 애플에 따르면 일주일간 10만개의 앱이 심사되고 60%가량이 승인되고 40%가 거절되나 가장 빈번한 사유가 버그, 그리고 개인정보 침해라는 주장이다.
앱스토어의 심사는 최신 기종이나 OS에 맞춰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 앱(특히 해상도의 변화나 API의 변화)에 대한 최소한의 채찍질을 해왔다. 애플 기기에 최적화된 앱은 애플이 관리를 해왔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서드파티 스토어가 얼마나 애플만큼 이를 관리할 수 있을까? 관리할 의지는 있을까? 옛 기기, 옛 OS를 위한 버전을 남겨두어 보안상의 헛점을 노출하지는 않을까? 최신 API나 기술을 서드파티 스토어가 제대로 요구할 것인가?
아이폰 출시 한 이듬해부터 시작한 앱스토어는 지금까지 개발자에게 1200억 달러의 가치를 낳았다. 출범 전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시장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만악의 근원이라고 불리는 폐쇄성 내지는 독점성 때문에 해적판의 걱정과 멀웨어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플랫폼을 이룩했다.
착한 독점이라고까지 하지는 않겠지만 과연 앱스토어 독점이 모두한테서 욕을 먹을 정도로 나쁜 것일까? 수수료 재검토라던가 하는 논의가 시작되는 것은 반갑지만 앱스토어가 만악의 근원 비슷하게 매도되는 것은 안타까운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