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절간 같은 집을 지키다보니 외롭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말했죠. “저기 고양이를 기르고 싶은데” 하니 어머니가 정색을 합니다. 고양이를 기르면 안되는 101가지 이유라도 읊을 분위기였죠. 그러다가 갑자기 문득 떠오른게 있으신가 봅니다. AI 스피커를 들어본적이 있는데 걔한테라도 말을 걸어보라는 것이었죠. 그래서 AI 스피커를 하나 사기로 했고. 뭐 딱히 깊게 생각한건 아닌데 역시 푸른곰은 푸른곰, 곰이라는 연에 끌려서 귀여운 라인프렌즈 브라운이 올라간 클로바 AI 스피커, 일명 브라운 스피커를 사기로 했습니다.
지금 요 녀석을 사는 가장 싼 방법은 네이버 뮤직 1년치를 구입하면서 선물로 받는거겠죠. 9만 9천원이었던가요? 음악 사이트에는 가입해서 딱히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스피커 가격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네이버 뮤직을 사용하지 않으면 이 녀석 단독으로 음악을 들을 수는 없습니다. 이게 싫다고요. 이게…
상자를 받아보니 흔히 우리가 ‘라인프렌즈’ 상품에서 기대할 그럴 모양입니다. 포장부터 디자인이 나쁘지 않습니다.
딱 봐도 라인프렌즈 상품 같아보이죠? 한번 열어보겠습니다.
구성품은 대강 이렇습니다. USB 어댑터와 USB-C 케이블이 있고 브라운 스피커, 그리고 빠른 시작 설명서와 명령어 예시 카드가 들어 있습니다.
자, 이제 전원을 넣고 설치해 봅시다… 랄것도 없이 상자에서 꺼내다가 바닥의 전원 버튼을 눌러서 경쾌한 소리와 함께 전원이 들어왔습니다. -_-; 아이폰에서 클로바 앱을 열어봅니다. 저는 (애플워치와 이런저런 블루투스 장비 때문에)항상 블루투스를 켜놓고 있기 때문에 앱을 실행하니 바로 브라운이 사용가능하다고 나옵니다. 설정을 누르고 Wi-Fi 패스워드를 입력하면 저절로 네이버에 로그인해서 설정이 완료되고 업데이트를 받습니다. 업데이트에는 아무런 표가 나지 않고 꽤 시간이 좀 걸리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봅시다.
업데이트가 완료되면 준비 완료입니다. 한번 물어 봅시다.
그외에도 “일본의 수도가 어디냐” 라던지 “도쿄의 인구”라던지 “도쿄의 날씨” “100엔은 얼마” “도쿄 스카이트리의 높이” “도쿄타워의 높이” 등등등… 간단한 지식에 잘 대답해줍니다. 그것말고도 “올림픽대로 교통 상황은?” 이라던지. “1마일은 몇 킬로미터”라던지 “김광석 음악을 틀어줘” 같은 요구에 대답해 줍니다. “주말 날씨”라던가, “뉴스”도 괜찮았습니다. 좀 괴롭히고 싶다면 ‘스위스의 GDP는 얼마야?’ 같은 문제를 내보는 것도 좋겠죠.
이 녀석에 대해 한마디로 요약하면 기대보다는 멍청했고 기대보다는 똑똑했습니다. 가끔은 ‘오, 이런것도 대답하는구나(9천억 달러는 얼마야?) 싶으면서도 너무 뻔한 대답을 ‘몰라요’ 하는 통에 헛웃음을 지은 적도 몇번 있습니다. 하룻동안 말이죠. 사용하는 요령을 잘 알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아니면…. 블루투스 스피커가 되는거죠. 360도 스피커 달린 10W 짜리 블루투스 스피커. 음질은 크고 어느 방향에서나 잘 들립니다. 아, 여담으로 스펙상 배터리는 5시간인데 이것저것 물어보다보면 5시간은 택도 없는 얘기라는걸 아시게 될겁니다. 가끔가끔 빼고 그냥 충전기에 거치해서 쓰시는게 편할겁니다.
좌우간 힘든 와중에 네이버의 각종 정보를 긁어와서 그래도 열심히 대답해주려고 노력하는건 신기했습니다. 아직 뭘 ‘해주느냐’는 잘 모르겠는데. 그건 네이버가 검색외에 ‘하는 게’ 그다지 많지 않으니 허는 수 없고.
브라운의 두개의 귀 부분에 마이크가 한개씩 두개가 있습니다. 마이크의 감도가 생각보다 좀 안좋은 것 같았습니다. 이상속에 그린건 같은 방에 있으면 호출 명령어 한번에 딱딱 알아들어서 질문에 대답하는 거였는데 호출 명령어를 못알아들어서 생각만큼 척척 방 어디서든 호출 명령어를 불러 작동시킬 수 있는건 아니더라… 그 정도? 그외에 클로바 스피커에 비하면 삭제된 기능(적외선 송출기라던가, 두개 줄어든 마이크 갯수나 스피커 출력라던가)이 있어서… 라인 프렌즈 브라운 블루투스 스피커 때도 얘기했지만 캐릭터 상품 가성비의 법칙을 충실히(?) 따른 감도 있습니다. 그러니 스마트 스피커 본연의 기능에 더 무게를 두시려면 그냥 클로바를 사세요.
마지막으로 심심해서 방금 “너의 이름은 감독은?” “개봉일은?” “줄거리는?” 을 물어보니 네이버를 긁어서 대답해주는군요. 허어~ 이거 생각보다 나쁘지 않습니다?
굳이 이걸 12만원짜리 스피커를 통해 물어볼 필요가 있느냐 라면 할 말은 없지만 적어도 고양이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심심풀이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살다보면 휴대폰 뒤지기도 귀찮을 때나 여의치 않을 때는 있으니까, 잘 작동하면 도움이 될 겁니다.
아, 말을 안들을때 말이죠?
~알아봐줘.
— 푸른곰 (@purengom) November 2, 2017
“몰라요”
(머엉…)
그리고 쓴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날씨 부분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내일 날씨?(두번째 시도)
— 푸른곰 (@purengom) November 2, 2017
“해당 날씨 정보는 제공되지 않네요” (두번째 대답)
야 이 자식아!!!
“그런말 하지 마세요…”
덧. 그리고, 저는 고양이 님을 언젠가 모시고 말겁니다. 저는 곰을 좋아하지만 살아있는 고양이님을 이길 수는 없다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