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프레소에서 주문한 캡슐이 왔습니다 – 네스프레소에 대한 생각

네스프레소 머신을 뜯은 일요일 어제 저는 버튼 한 번 누르면 완성되는 에스프레소에 매료되서 몇 잔 마셔보고 당장 전화를 걸어 캡슐을 250개나 주문했습니다. 미친 듯이 커피를 마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제 네스프레소를 뜯어서 마셔봤다고 하니 네스프레소를 쓰고 계신 주변 분들이나 페이스북 친구들, 트위터 팔로워께서 하나 둘씩 말을 거셔서 본인의 체험과 어드바이스를 말씀하시면서 잘 샀다고 하시는겁니다. 물건 하나 사고 이렇게 반응을 얻은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빼고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 중 한 분은 주위에서 하도 권해서, 소위 ‘뽐뿌’를 당해서 사셨다고 합니다. 근데 가만 생각해보면 저라도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권해주고 싶은 물건입니다. 앞서 쓴 글에서도 말했지만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 마시려면 가장 가까운 곳이래도 옷 주섬주섬 챙겨서 추운 바깥을 걸어서 나가야 하는데 동네에 있는 커피숍이 커피가 맛있는지는 먹어 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여러개 든 문어빵에 하나만 와사비를 잔뜩 넣은 러시안 룰렛 타코야키 마냥 모험심이 필요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제가 여기에 틀어 박혀 살지만 이 동네 수준이 안심하고 아무 가게 들어가서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느냐는 글쎄요. 라서 말입니다.

물론 커피의 극치를 따지고 들어가면 신선하게 로스트 해서 성의껏 뽑은 커피에 비할 수 있을지는 글쎄요지만 캡슐 넣고 버튼 한 번이라는 편의성과 거저나 다름 없는 수준의 물값과 5~600원 안팍의 캡슐 값만 들어가는 경제성을 생각해보면 왜 다들 여기에 만족하나 알 수 있습니다.

첫번째로 네스프레소 글을 쓰기전, 그러니까 일요일 아침에 네스프레소 클럽에 전화를 걸어서 원두를 주문했는데 월요일 아침 그러니까 대략 24시간 언저리안에 캡슐이 도착했습니다. 처음에는 택배인데 집에 있냐고 물어봐서 도대체 무슨 물건이 오나 어리둥절하며 설마 했는데 그 설마가 진짜였습니다.

네스프레소 머신을 사기 전에도 24시간 연중무휴로 주문을 받는다는걸 보면서 여간내기가 아니라고 생각은 했습니다.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이 커피를 마시면서 항상 신경이 쓰이는것이 커피의 재고니까요. 커피 한잔을 내리고 나서 원두가 얼마나 남았나, 원두가 다 떨어지지 않았나, 원두를 주문해야 하나 혹은 사러 나가야 하나. 그렇다면 지금 마시는 페이스로 볼 때 언제 얼마나 주문해야 하나.

커피라는게 매일 몇 잔을 마실때도 있는 반면 하루에 한 잔도 안마실 때도 있습니다. 일단 로스팅 된 날짜부터 질이 떨어지고 포장을 뜯은 날부터 더 떨어지니 부지런히 매번 갈아서 마시지만 이런 식이면 원두가 오래 묵기도 하고 역으로 원두가 똑 떨어져서 커피 기아 상태에 빠지기 일쑤입니다.

그러다보니 단순히 추출의 간편함이전에 유통기한만 지키면 보관이나 선도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고 마시고 싶을때 간편하게 마시고 안마실때는 보관할 수 있다는게 참 좋습니다. 게다가 떨어져 가면 밤 중에라도 휴일 중이라도 전화나 앱으로 주문을 받고 주문을 받으면 다음날까지 가져다 준다는 것도 안심이란 말이죠.

캡슐 커피라는게 공장에서 만들어진 공산품 같은 식품입니다만 그래도 얼핏 봐도 기십종은 되는 종류에 이따금 나오는 한정 메뉴와 아직 (귀찮아서)해보지는 않았지만 우유를 넣거나 물을 넣거나 이상한걸 넣거나 에스프레소 샷으로 할 수 있는 레시피가 있으니 꽤 매력적이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구입부터 마시고 버리는 것까지 하나의 일정한 레벨의 합리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게 무척 마음에 듭니다. “(재활용 회수용)봉투 하나에 100개 정도 들어가니 (250개니까)넉넉잡고 3개 보내드리겠다” 라며 봉투를 세개 곁들여 보내줬는데요. 물이 뚝뚝 떨어지는 원두 찌꺼기가 담긴 필터를 요리조리  내다버리는 재주를 부리다가 물 한방울 안 묻히고 뒷정리까지 되니 그야말로 신세계군요.

헤에, 캡슐 커피라는게 환경 측면이나 (물론 나름 생각해봤을때 낼만하다 싶은 수준이지만) 가격 면에서 베스트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미뤄볼때 왜 현대인들에게 인기를 끄는지 쉽게 이해가 됩니다. 샷을 한잔 거의다 마시고 데미타세 안을 보니 커피가루가 없더군요. 모카포트를 쓰면 어떻게든 커피 가루가 좀 남기 마련인데 페이퍼드립처럼 깔끔하더란 말이죠.

해서 여러모로 올해의 최고 지름을 고르는데 있어서 연말에 갑자기 ‘갑툭튀’한 엄청난 후보 탓에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머리 아프니까 그냥 이게 올해 최고 지름이라고 선언해 버릴까 싶을 정도입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물 떨어지는 필터를 바닥에 흘리지 않고 내다버리는 재주를 부리다가 이렇게 변하다 보면 마치 신세계에 어서오세요 하면서 환영해주는 지인들의 반응이 이해가 된단 말이죠. 벌써 누굴 꼬셔볼까 궁리하게 됩니다. (이 글 자체가 불특정 다수를 향해서 꼬시는 글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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