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프레소 머신을 샀습니다.

올 한해 여러가지 지름을 했습니다. 제 할 일 목록에는 ‘지름 오브 더 이어(가칭)’라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올 한해 여러가지 지른 물건들을 반추해서 가장 좋았던 지름을 고르는 것입니다. 캡슐 커피 기계인 네스프레소를 금요일에 사서 어제 받아 오늘 설치해서 한 잔 뽑았는데. 정말 환상적이군요. 지름 오브 더 이어의 강력한 후보로써 손색이 전혀 없습니다.

에스프레소라는 것이 커피숍의 실력과 노력이 가장 잘 드러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유 등으로 얼버무릴 수 없는 물건이기 때문이죠. 맛이 없는 에스프레소는 그야 말로 사약이기 때문에. 문제는 사약을 돈 받고 파는 곳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죠. 전원 켜고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나오는 이 조그마한 기계 보다도 맛없는 에스프레소를 돈 받고 파는 가게는 반성 좀 해야 합니다.

이번에 구입한 녀석은 픽시 클립이고 에어로치노라는 거품 내는 기계도 같이 샀는데 일단 물이나 우유를 섞지 않고 데미타세에 샷을 뽑아서 바로 마시고 있습니다. 16개의 샘플이 왔는데 상상이상으로 감동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총 네잔을 뽑아 먹었고. 바로 캡슐 250개를 질렀습니다. -_-

365일 24시간 전화로 주문을 받고 평일 오후 3시까지 하면 수도권이나 광역시는 다음날까지 배송해준다는 모양이므로 일요일에 주문했으니 화요일에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가: 오늘이 월요일인데 오늘 받았습니다, 송장을 보니 일요일에 발송했더군요. 정말 다음날 배송이네요) 뭐 네스프레소를 사면 회원이 되고 네슬레에 얽어매인다는 얘기가 되는데(호환 캡슐이 있긴 하다마는)… ‘회원님’이라고 부르면서 상당히 친절하게 전화를 받더군요. 하긴 하나에 최소 570원하는걸 몇십 몇백개씩 사는데 친절해야죠 -_-

이제껏 주로 드립으로 커피를 마시고 커피프레스와 모카포트를 잠시 썼지만 이쪽이든 저쪽이든 네스프레소보다 시간이 걸리고 젖은 커피 원두 찌꺼기와 필터를 처리해야 했는데 쓴 캡슐은 아랫쪽 트레이에 똑 하고 떨어지고 생각 미칠때 빼내서 재활용 봉지에 넣으면 되니 마음에 들었습니다. 재활용 봉투는 주문한 캡슐과 맞교환으로 수거해 간다는 모양입니다.

사실 네스프레소가 주위에서 화제가 되서 작은 붐이 된건 몇 년도 전의 이야기입니다만 부억에 자리 차지하는게 걱정이라 이제야 샀는데 생각보다 작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이 작은 기계가 맛과 향이 아주 괜찮았고 말이죠. 진즉 안한게 후회 될 정도였습니다. 처음 캡슐을 뽑을때 향이 확 퍼져나오는것에 감동했습니다.

다 좋은데 전기 코드가 너무 짧더군요. 설치 장소 선정에 애를 먹었습니다. 코드 때문에. 그리고 설명서가 너무 대충이고 서체도 ‘나 외국산이요’라고 외치는 듯이 개발새발이라 물통을 잘못 조립했고 덕분에 추출이 잘못되서 캡슐을 낭비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쩝. 뭐 물통 잘 조립한 이후로는 바보도 쓸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더군요. 레버를 올려서 문을 열어 캡슐을 넣고 다시 레버를 내려 문을 닫은 후, 전원을 켜고 예열이 완료 되면 버튼에 불이 들어오면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다음 잔을 추출하기 위해서 다시 레버를 올리면 들어있던 캡슐이 아랫쪽 트레이에 떨어지니 손으로 꺼내거나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도 간단한 느낌입니다. 극단적으로는 자판기에서 뽑아 마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몇 잔을 미친듯이 들이킨 거겠죠.

캡슐이 재활용하기 매우 까다롭다면서 귀차니즘 환자인 현대인 사이에서 캡슐 커피의 인기를 경계하는 움직임도 있습니다만. 정말 한번 익숙해지면 다른 커피 기구를 쓰기 힘들 것 같네요.

https://youtu.be/bi1Q0QyObg8

조지 클루니가 찍은 광고가 요즘 드문드문 보입니다만. 데미타세에 담긴 커피를 홀짝이니 마음만은 조지 클루니가 된 기분입니다.

커피에 관한 옛날 블로그 글을 검색해 봤는데 근 9년만에 집에서 황금색 크레마가 가득한 커피를 맛보고 싶다는 소원을 이뤄서 감개 무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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