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분기(겨울) 애니메이션은 지금 다시 돌이켜봐도 대단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분기가 다시 올까?” 싶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 많았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 분기마다 나오기 마련이고, 소위 말하는 “인생작”이 가끔 나타납니다만, 이게 한꺼번에 두 번 나타나는건 정말 장난이 아닌건 사실이죠. 4월은 너의 거짓말과 SHIRO BAKO(시로바코)가 이때 방영되었었는데요. 둘 다 정말 좋았던 작품입니다.
2쿨 작품은 블루레이를 되도록이면 안모으려고 합니다. 최소한 7권에서 많게는 <빙과>처럼 11권을 모아야 하는 경우가 있어서 거의 1년을 달려야 하기 때문에 저는 이걸 마라톤에 비유하곤 합니다. 돈도 돈이지만 시간이 많이 걸려요. 그래서 당시에는 2쿨은 포기했기 때문에 소드 아트 온라인 II 도 포기를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지금은 좀 후회가 됩니다).
이 작품들은 모두 2쿨 작품이고 제가 세운 ‘2쿨은 안모은다’라는 철칙을 스스로 저버리게 만들었습니다. 정말 이 둘은 그럴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마라톤’을 달렸습니다. 그것도 두개를 동시에. 각각 4월은 너의 거짓말이 9권, 시로바코가 8권이었죠.
4월은 너의 거짓말은 음악 애니메이션입니다. 거기에 보이 미츠 걸이라는 왕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음악을 하는 소년 소녀가 만나서 서로를 어떻게 변화하게 만드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움츠러 들어있는 소년에게 소녀가 다가가서 구석에서 끌어내죠. 그렇게 절반을 사용하고 이번에는 병약한 소녀에게 초점이 옮아갑니다. 쓰러진 소녀를 소년이 일으키는 이야기가 후반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결말은 굉장히 슬프지만 사춘기 때 겪었던 일들이 으레 그렇듯이 아마 훌훌 털고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남긴체 끝납니다. 물론 남자는 첫사랑을 평생 기억한다고 하던가요? 소년이 “잊지 않아 줄 거지?”라는 소녀의 질문에 “잊으면 귀신이 되서 나타날 거면서”라고 혼잣말로 대답하는데요. 아마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겁니다.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화제가 되었던 오프닝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그림과 초반의 연주부분에 엄청난 힘이 들어간 것도 화제였습니다. 인기를 끌었었던 만화가 원작이었는데 원작과 비슷하게 끝나며 원작을 충실히 따라간 것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실시간으로 이 작품을 한 주 한 주 쫓아 간것은 저에게 있어서 행복한 시기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은 시로바코(SHIRO BAKO)입니다. 아마 “당신이 여즉 본 애니메이션 중에서 그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가장 많은 것이 변한 것을 고르라”고 한다면 이걸 고를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 업계를 다룬 애니메이션인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을 보는 각도를 다르게 보게 만들었고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보충 삼아 찾은 애니메이션 제작 관련 지식이 이후에 나오는 그리고 지금까지 봤던 애니메이션을 보는데 다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입니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젊은 여성들과 그 주변의 군상극이라고 하면 될 것 같은데 정말로 수십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주인공들을 사이에 두고 얽히고 섥힙니다. 일이 정체되고 사람이 싸우고 시간에 쫓기고 다종다양한 역경을 거쳐서 주인공이 작품의 완성을 맞이하는 장면을 볼때까지 실시간으로 방영을 쫓던 시기에는 다음화가 얼른 나와라 하면서 좀이 쑤시던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전체 화수를 둘로 나눠서 전반에 한 작품 후반에 한 작품, 총 두 작품을 주인공(들)과 주변인물들이 완성하는 것이 커다란 줄기입니다만 이야기 막바지에는 정말 울음을 참기 힘듭니다. (여담으로 그 장면에서는 주인공도 우는데 그 장면이 참 예쁘게 그려졌습니다, 베테랑 애니메이터가 그렸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꼽으라 그러면 여러가지를 더 꼽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4분기에서 2015년 1분기에 걸쳐서 방영했던 이 두 작품은 앞으로 한 동안은 잊기 힘들것 같습니다. 어쩌면 지금 제가 그때 만큼 왕성하게 덕질을 하지 못하는 까닭이 있는 탓도 있지만 앞으로 이런 분기가 또 다시 올까 싶을 정도에요. 이중적이지만 지갑을 걱정하면서도 그럴 때가 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